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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지니 님의 서재입니다.

아틀리에(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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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지니
작품등록일 :
2020.10.18 19:27
최근연재일 :
2020.10.22 21:00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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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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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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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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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DUMMY

여느 때처럼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안, 큰 키와 작은 얼굴에 신기할 정도로 알맞게 자리 잡은 시원한 이목구비로 인해 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남자가 유유히 게이트를 빠져나온다.


여기에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핑크 셔츠에 흰색 슬랙스의 깔끔한 차림이 그의 하얀 피부과 넓은 어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눈길을 주지만 남자는 태연하게 출구로 향한다.


프랑스에서 3년 만에 귀국한 선준은 출구로 나와 공기를 한번 들이마신 뒤 여유롭게 택시를 잡아탄다.


“세화 예술고등학교로 가주세요.”


택시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수화기 너머에서 기품이 넘치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에 막 도착했어요.”


“집에는 언제쯤 올 거니?, 아버지도 말씀은 안 하셔도 기다리고 계셔.”


“... 정리되면 한번 찾아뵐게요.”


“그냥 아예 집으로 들어와 살면 안 될까? 아버지와도 화해하고 좋잖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멀쩡한 집 놔두고 또 따로 나가 사는 거 얼마나 서운한데.”


“어린애도 아닌데 저도 독립해야죠.”


선준의 어머니가 타이르듯이 말하자 선준은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고집을 누가 말려. 그래도 엄마가 아들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건 알아줘.”


“이사 마무리되면 갈게요. 한 여사님.”


선준은 오랜만에 어머니의 애정 어린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는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더 지나 택시에서 내린 선준의 눈에 넓은 운동장과 큰 건물 3개가 보인다.


선준은 그중에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간다.


이때 방과 후 수업이 끝난 채령과 유진도 교실을 나선다.


“오늘도 아틀리에서 좀 더 있다가 갈 거야?”


“응. 요새 뭔가 그림 그리는 게 더 재밌어졌어. 그리고 이제 2학기고 얼마 안 있으면 3학년이잖아.”


“그래, 네가 괜히 범생이 소리 듣는 게 아니지.”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며 걷는 사이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선준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말을 건다.


“여기 교무실이 어딘가요?”


“오른쪽 계단으로 2층 올라가시면 바로 앞에 보이실 거예요.”


귀에 감기는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에 유진이 재빠르게 반응한다.


“고마워요.”


선준은 말을 마치고 가려는 찰나 무심코 유진의 옆에 있는 채령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 채령을 바라본다.


“저기.. 괜찮으세요?”


이상함을 느낀 채령의 물음에 선준은 급하게 눈길을 거둔다.


“아 네, 알려줘서 고마워요.”


선준이 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유진이 호들갑을 떤다.


“와, 장난 아니게 잘생겼네. 냉미남인데 눈웃음은 완전 녹는다 녹아. 누구지? 연영과에서도 저렇게 잘생긴 애는 그동안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분명 연영과일 것 같은데. 전학생인가? 개학하고 연영과 한번 싹 훑어야겠다.”


잠깐 마주친 선준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는 유진을 보며 채령은 고개를 젓는다.


“누가 얼빠 김유진 아니랄까 봐.”


“네가 보기엔 안 잘생겼어?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겼잖아.”


“뭐. 좀 생긴 거 같긴 하더라.”


“너 진짜 눈 너무 높아. 하긴 너한테 그동안 들이댔던 잘생긴 애들 다 깠을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그런 애들이 들이대는데 어떻게 안 설렐 수가 있어?”


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열변을 토한다.


“어련하실까요. 근데 저는 옆에서 대신 설레 주는 누가 있어서 느낄 틈이 없네요. 오늘 친척들 오셔서 빨리 가 봐야 한다며. 늦겠다, 얼른 가.”


“쳇, 한마디도 안 지지. 갈게, 내일 봐.”


“응. 내일 보자.”


채령의 농담에 유진이 살짝 흘겨보는 척하다 결국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채령은 유진을 보내고 다시 들어와 짐을 챙겨 미술실로 가기 위해 교실로 향한다.


교실로 가는 길에 채령이 지나쳐간 교장실에서는 선준이 면접을 보고 있다.


수업 시연을 끝내고 교장실 가운데 소파에 교장, 교감 선생님과 마주 앉은 선준은 예의 바르면서도 여유로운 자세로 교감 선생님의 질문에 답한다.


“한국대 미대 출신에 프랑스 학교에서도 성적이 꽤 좋았네요. 입상 경력도 많고. 프랑스 대학 초대전에 출품한 적도 있는데 쭉 작품 활동을 할 생각은 없었나요?”


“네, 제 목표는 작가가 아니라 교사여서요. 프랑스에 유학 간 이유도 더 넓은 곳에서 경험을 쌓고 그곳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라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목표가 교사라고 했는데 교사가 되고자 한 이유는 뭔가요?”


선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조금 전과 다름없이 차분하게 답한다.


“처음엔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심했었습니다. 그러다 교생실습을 거치면서 학생들과 함께 있는 게 점점 좋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만 교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프랑스에서도 한국 학생들과 함께할 기회를 만들었었습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살아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음. 그렇군요. 어쨌든 요새 공고 올려도 오려고 하는 분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실력 있는 선생님이 지원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6개월 동안 저희 학생들 잘 부탁드립니다.”


교장 선생님이 선준에게 악수를 청한다.


“과찬이십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개학하고 뵙죠.”


선준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교장실을 나온다.


선준이 교장실에서 면접을 보고 있던 그 시각, 채령은 교실에서 가방을 챙겨 나와 아틀리에로 향한다.


채령이 도착한 미술실의 팻말에는 ‘아틀리에(Atelier)’라는 이름도 함께 적혀있다.


채령은 한창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 물통에 물을 갈기 위해 나서려 문을 여는데 그 앞에 선준이 서 있다.


“아까 교무실 어딨는지 여쭤보셨던 분 맞죠?”


채령은 어딘가 익숙한 것 같은 선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유진과 함께 복도에서 마주쳤던 것을 기억해낸다.


“자세히 보니까 더 닮았네...”


채령과 마찬가지로 채령을 보고 있던 선준은 채령의 물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네?”


“흠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오늘 처음 와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러시구나. 혹시 전학생?”


“전학생은 아니고...”


선준이 대답을 하려는 찰나, 학교를 순찰하다가 아틀리에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 교감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온다.


“조 선생님, 아직 계셨네요?”


선준과 채령은 교감 선생님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다.


“아 네, 학교 구경을 좀 하고 싶어서 잠깐 돌아보던 와중에 미술실이 보이길래 들어와 봤습니다.”


채령은 선준이 선생님이란 사실에 놀라고 있는 와중에 그를 알 리 없는 선준은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그러셨군요. 같이 돌아봐야 하는데 바빠서 그러질 못했네요. 출근하면 저랑 함께 둘러보시죠.”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채령이도 아직 있었구나?, 요새 더 열심히 하네. 채령이한테 기대 많이 하는 거 알지?”


“네. 열심히 할게요, 교감 선생님.”


“이 친구가 미술과에서 성적 제일 좋은 학생이에요. 실기 능력도 뛰어나구요. 채령아, 인사드려. 다음 학기부터 미술과에 새로 오실 조선준 선생님이야.”


“안녕하세요. 이채령입니다. 존댓말 쓰시길래 선생님이신 줄 몰랐어요.”


채령이 살짝 미소 지으며 인사하자 선준도 따라 입꼬리를 올린다.


“당연히 내가 말을 안 했으니까 모르지. 그럼 이제 말 편하게 해도 될까? 한 학기 동안 잘 부탁해.”


선준이 채령의 머리를 살짝 흐트러트린다. 채령은 선준의 행동에 심장이 간질거림을 느낀다.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개학 때 보자. 교감 선생님 그럼 이제 정말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같이 나가시죠. 채령이도 너무 오래 있지 말고.”


“3학년 선배님들 끝나는 시간까지만 있을게요. 두 분 조심히 가세요.”


임시로 지내고 있는 호텔 방으로 돌아온 선준은 아직 미처 풀지 못한 짐에서 액자 하나를 꺼낸다.


액자 안 사진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령과 닮은 여학생과 선준의 다정한 모습이 담겨있다.


“널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선준의 눈동자에 그리움과 애틋함이 넘실댄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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