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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쌔.. 님의 서재입니다.

쌀먹의 신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천덕영
작품등록일 :
2022.07.25 15:08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1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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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3,647

작성
22.07.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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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출격 준비

DUMMY

크로니클의 지역 곳곳에는 광산이 분포해 있다. 황동이나 구리가 나오는 하급 광산 부터, DB상에는 존재하지만 아무에게도 발견된 적 없는 환상의 아다만티움 광산까지!





그중 하나, 중급의 철이 생산되는 광산에선 곡괭이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깡! 깡! 깡!





‘제발 시간아 빨리 가라.’

‘이게 게임이냐? 지옥이지.’

‘몸만 멀쩡했어도 그냥 노가다를 뛰러 갔는데!’





로그인한 후 광산에 틀어박혀, 로그아웃 할 때까지 하루 종일 광맥만 두드리는 삶!

매크로가 아예 없는 크로니클에서, 매크로가 하던 일을 대신하는 사람들!

요컨대 사이버 노역장이다.





누군가는 가상 현실의 노가다가 현실의 노가다 보다 낫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치만 이곳 광부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크로니클의 광산에선 휴식 시간도 식사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도, 성취감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접속한계인 16시간을 채울 때까지 묵묵하게 광맥을 캘뿐!

그만큼 돈이 되긴 했지만, 이 광산을 자의로 오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빚을 갚지 못해 끌려오거나, 현실에서 일할 여력이 되지 못 하는 사람들 뿐이다.

정신적 괴로움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가득 찬, 지옥과도 같은 장소!





깡!깡!강!깡!





그중에서도 악귀와 같은 표정의 사내가, 광맥 하나하나가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곡괭이로 내리찍고 있었다.





[크리티컬!][크리티컬!][크리티컬!]

[4연속 크리티컬! 10초간 채광 스킬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2 올라갑니다.]





곡괭이가 광맥과 닿을 때마다 깡 소리와 함께 품질 좋은 철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xx크래프트가 연상되는 광경!

LV 87의 전사 시더는 광맥 하나가 무너지기 무섭게 다음 광맥을 향해 곧장 곡갱이를 휘둘렀다.

그렇지 않으면 화병이 나서 미쳐 버릴 것 같았으니까!





‘권도형 이 새끼 만나면 죽여 버릴 거야.’





해외로 잠적한 써니코인 대표의 이름을 떠올리자 시더는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

거래정지가 된 지 불과 3일 만에 써니코인은 상장폐지가 되었고, 시더의 30억은 데이터 쓰레기가 되었다.

애초에 사기를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찬란한 미래를 약속하던 대표는, 사실 뒤에서 써니코인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매각하고 있었던 것!

써니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은 광인마냥 울부짖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더도 망연자실한 상태로 3일 정도 폐인처럼 지냈었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잠에도 들 수 없었다.

그치만 시더에겐 절망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었다.

여윳돈이 사라진 이상 예전처럼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했다. 월세도, 각종 공과금도, 나가야 할 돈이 산더미다. 가만히 있어 봐야 상황만 더 악화할 뿐이다.

어떻게든 화를 가라앉혔다. 그렇다. 맨 처음에는 1억이었다. 1억이 30억이 되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30억이 역으로 0원이 될 수도 있-





“될 수 있긴 개뿔이!”





깡!깡!깡!깡!





[5연속 크리티컬! 앞으로 세 번의 채광에서 나오는 광물의 품질에 ‘행운’이 적용됩니다.]

[6연속 크리티컬! 2분간 채광의 숙련도 경험치 획득량이 대폭 상승합니다 ][7연속 -][8연속 -]





시더는 괴성을 지르며 광맥을 깨부셨다.





‘저 저 미1친놈 또 시작이네.’

‘힘 스텟이 몇이길래 저렇게 광맥을 과자마냥 부순대냐.’

‘···쪼렙은 아닌 것 같은데 사냥이나 할 것이지, 여기 왜 왔대.’





주변의 광부들이 시더를 흘겨보았다. 보통 광부들은 튜토리얼을 마치고 곧장 이곳으로 온다.

가끔 몬스터가 출몰하긴 했지만 광산을 관리하는 길드에서 순식간에 처리한다.

곡괭이 한 자루와 포만도를 채울 음식 말고는 광부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필드 사냥이 충분히 가능한 레벨의 플레이어가 이곳에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채광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려는 유저가 가뭄에 콩 나듯 방문하는 정도.

그치만 시더는 이 광산에서 무려 2주 동안이나 광부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냥할 장비가 없으니까!





———

현웅은 군대를 가면서 아이템을 모두 정리했다. 거래가 불가능한 귀속 아이템이나, 퀘스트 용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골드도 물론 싸그리 팔아치웠다. 당시에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게임이건, 시간이 지나면 장비나 골드의 가치는 현금에 비해 하락하기 마련이니까.





‘크로니클은 아니었지.’





현웅이 군대에 간 사이 크로니클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시총으로 따지면 이제 전 세계 5위권의 거대 기업! 거기에 세계 5위권인 데다 최근에 전 세계 유저 수도 2억 명을 돌파했다.

최근 염가형 캡슐모델이 나오며 유저의 유입은 더 가속되었고, 아이템이나 골드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골드-현금 환전소에서 매물이 싸그리 사라지는 일이 드물지 않을 정도!

만약 현웅이 아직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시 판매가의 세배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신경 쓰지 말자.’





초보자 장비로 저 레벨의 사냥터부터 차근차근하는 성장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수준의 아이템은 갖춰야 경험치도 골드도 의미 있는 수준의 사냥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선택한 것이 채광이었다. 경험치는 잠시 포기하더라도, 맨바닥에서 골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니까.





‘그나마 벡스 형이 있어서 다행이야.’



광산은 2년 전과 달리 대부분 특정 길드의 소유였다. 현웅으로서는 낯선 문화였지만 뭐라 불만을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벡스의 소개가 없었다면 애초에 광산에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

유명인의 추천이 있었기에 그나마 수수료를 내고서 채광이 가능했다.



현웅이 크로니클을 한창 할 때와는 게임의 분위기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는 편의를 대신 제공하는 여러 사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연예인들은 활동의 일환으로 크로니클에 접속했고, 아예 크로니클에서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도 종종 보였다.

관광업계는 게임 내의 투어를 기획했고, 대기업에서도 크로니클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이야기였다.



‘이게 내가 알던 게임이 맞나.’



현웅은 머리를 긁적이며 컴퓨터를 켰다.

접속한계까지 채광을 한 후에, 컴퓨터로 크로니클의 정보를 모은 다. 잠은 네다섯 시간이면 충분. 그게 지난 2주간 반복된 현웅의 루틴이었다.

RPG에서 정보는 시작이자 끝이다.

무슨 스킬로 사냥할지, 사냥터는 어디에 있는지, 또 거기선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부터, 숨겨진 퀘스트나 업적 그리고 직업 혹은 던전 같은 고급 정보까지.

크로니클은 특히 정보의 격차가 심한 게임이었다.

정보가 없다면 아무리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뒤처지게 된다.



현웅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크로니클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목표로 한 골드도 오늘 다 모았다. 레벨업 루트도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약간은 흥분되었지만 씁쓸함이 좀 더 컸다.

게임을 생업으로 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입은 요동치고 생활 패턴은 엉망이 된다. 안정성은 당연히 없거니와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현실에서 괴리되어 아예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폐인들에게나 가능한 일.



‘무엇보다 즐겁지가 않아.’



아이템을 하나 사려 해도 온종일 고민해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냥터를 옮기지도 못한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사냥하지 않으면 온종일 찜찜한 기분이 든다.

써니 코인이 10억을 넘었을 때, 현웅은 더 이상 게임을 업으로 삼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순수하게 즐길 예정이었는데...



“언젠간 그런 날이 오겠지.”



현웅은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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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격 준비 22.07.25 63 0 8쪽
2 써니 코인 +1 22.07.25 62 0 11쪽
1 제왕의 영묘 22.07.25 1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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