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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초능력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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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20.05.03 20:09
최근연재일 :
2022.03.04 19:00
연재수 :
197 회
조회수 :
6,509
추천수 :
205
글자수 :
1,004,484

작성
20.06.03 19:00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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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2화 - 그 얼굴을 믿지 마!

DUMMY

“그게... 무슨...”


“왜,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말해 줄까아아아아? 조세훈, 널 보러 왔다아아아!”


세훈의 눈앞에 있는 앤드루는, 불쾌할 정도로 눈을 치켜 올리고, 입꼬리를 실룩거린다. 이 위화감, 그리고 이 불쾌함! 분명, 얼굴과 목소리는 앤드루가 맞다. 하지만, 전혀 앤드루의 말투가 아니다. 분명 앤드루가 맞는데...


순간, 세훈의 머리가 멍해진다.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이 상황이, 꿈만 같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앤드루라면 학기 초에 세훈이 클라인의 패거리와 싸울 때 상담을 많이 해 줬고, 그 와중에 클라인의 친구 ‘김예준’에게 대항하다가 병원 신세를 지기까지 했다. 입원 중에도, 클라인 패거리의 감시가 있는 와중에도 세훈에게 클라인의 능력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 주기까지 한 친구다. 결코, 세훈을 배신하거나 할 친구가 아니다.


휙-


세훈이 복잡한 머리를 쥐어잡고 좌우로 흔들 즈음, 옆에서 주먹이 날아든다. 살짝, 세훈의 오른쪽 뺨이 주먹에 스친다. 주먹이 스친 광대뼈 부근이, 지끈거린다. 마치 바닥에 광대뼈 부근이 긁힌 것 같은 기분이다.


“하-”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그대로 바닥으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세훈은 잠시 기우뚱했던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왼른손으로는 이마를 어루만지고, 오른손으로는 뺨을 어루만지며, 자신 앞에 서서 웃음을 흘리는 앤드루를 본다.


“물러터졌어, 물러터졌어!”


앤드루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자아, 기분이 어때? 친한 친구에게서, 실시간으로 배신당하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인들 설명할 수 있겠어? 흐흐흐흐흐...”


“너, 이 자식...”


순간적으로 세훈의 깊은 곳에서 뭔가가 확 치밀어오른다. 세훈이 지금까지 몇 번밖에 느껴 보지 못했을 그런 것이다. 주먹을 꽉 잡고 앤드루에게 달려든다.




퍽-




세훈의 눈앞에 불똥이 튄다. 이번에는 왼쪽 뺨이다. 제대로 들어갔다! 순간 세훈은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왼쪽 뺨에 이어 엉덩이까지 지끈거린다.


“아아...”


입안에는 짭짤한 맛까지 느껴진다. 고개를 들고 노려본다, 앤드루를.


“흐흐흐히히히, 헛짓거리하지- 말라니까아아아아!”


하지만 세훈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만히 미소만 지을 뿐이다.


“뭘 하려고? 쓸데없는 능력만 가진 주제에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어느 정도 알 것 같군.”


세훈의 뜬금없는 말에, 앤드루는 낄낄댄다.


“흐흐흐히히히히... 뭘 안다는 거지? 분명 넌 보고 있잖아. 그것도 바로 앞에서 직접. 네 친구 앤드루 카슨은, 너 조세훈을 배신했다 이 말이다!”




“그래, 맞아. 너는 내 친구 앤드루가 맞아.”


세훈은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두 뺨이 얼얼하지만, 두 뺨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 앤드루는 재미있다는 듯 계속 낄낄댄다.


“하지만! 넌 앤드루이면서 앤드루가 아니다!”


세훈의 일갈에 앤드루가 잠시 움찔한다. 세훈은 기세를 몰아서 계속 말한다.


“우선 그 값싸 보이는 웃음부터가, 앤드루가 아니란 말이다!”


“흐흐흐, 뭐?”


”말해라. 네 진짜 정체를.”


‘앤드루’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낄낄댄다.


“흐흐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못 말하겠냐아아아!”


세훈이 큰소리를 치자, ‘앤드루’가 당황했는지, 입을 덜덜 떨며 뒷걸음질을 치려 한다. 세훈은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능력을 발동할 준비를 한다.


“못 말하겠다? 그럼, 내가 직접 밝혀 주마.”


세훈은 가만히 응시한다. 분명, 세훈은 능력은, 앤드루가 말한 대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남의 능력을 강화해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것뿐이니까. 하지만,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을 역으로 활용한다면? 아직 해 본 적은 없다. 이것이 처음이 될 것이다. 도박이다. 아직 안 가 본 길로 처음 가는, 도박!


“이... 이게...”


세훈의 눈에, 처음 보는 광경이 일어난다. ‘앤드루’의 얼굴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앤드루’는 뭔가가 이상한 것을 직감했는지, 조금씩 변형되는 얼굴을 만지며 어쩔 줄 몰라 쩔쩔맨다. 잠시 후...


세훈의 앞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다.


“음? 미셸?”


세훈은 장난스럽게,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미셸’을 보며 말한다.


“앤드루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어. 미셸, 빨리 안 데려오고 뭐 해.”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


‘미셸’은 포기한 듯 한숨을 푹 쉰다. 그와 동시에, 미셸의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마치 얼굴에 달라붙은 슬라임처럼. 다시 보니, 미셸은 또 어디 가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세훈의 앞에 서 있다. 얼굴 자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상당히 미형이다. 누군지 알 것 같다.


“이야- 너 A반에 주웨이린 아니야? 그 뭐야, 예전에는 육상선수였고, 지금은 아이돌 연습생 한다는 애? 참 별일이네, 별일이야.”


“이... 이 자식!”


이번에는 반대로, 웨이린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한다. 세훈은 들은 둥 만 둥, 싱글싱글거리며 말한다.


“호오, 사전 조사는 좀 했나 보네.”


“네가 이러면, 그 ‘후드 쓴 사람’한테 무사할 줄 아냐!”


“뭐야, 너도 그 사람한테 능력을 받은 거야?”


웨이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며 주위를 돌아본다.


“말해. 맞으면 맞는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해야지.”


“그... 그게... 그게...”


“맞아? 아니야?”


세훈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웨이린에게 윽박지른다. 웨이린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어? 연락이 왔네. 뭐지?”


세훈은 AI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려 한다. 세훈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웨이린은 죽을 힘을 다해 뛴다.


“어? 야! 거기 안 서?”


세훈이 웨이린의 뒤를 쫓으려 하지만, 웨이린이 더 빠르다... 세훈은 얼마 가지 못하고 멈춰선다.


“하... 생각도 못 한 전개네. 아예 예상을 못 한 건 아니지만...”


세훈은 들고 있던 AI폰의 인공지능 모드를 켜고 *나라에게 말한다.


“*나라, 아까 저 웨이린 녀석이 변장했을 때, 진짜 신원을 알아낼 수 있었어?”


“아니요, 얼굴 인식에도 잡히지 않던걸요.”


“아, 그래? 하...”




미린고등학교 담장 옆 산책길. 운동장 둘레에 담장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은,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아도, 머리가 복잡하거나 할 때 양옆의 화단이나 담장 너머의 주택가를 보며 걸으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될 만한 곳이다.


“역시나, 세훈이한테 들은 그대로인걸.”


현애 혼자서, 산책길을 걷고 있다. 남문을 지나, 미린중학교 모서리 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에는 축구를 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아기자기한 색의 지붕을 하고 형형색색의 식물들을 기르는 정원이 딸린 저택들이 보인다. 한참 현애가 그 경치에 팔려 있을 즈음.


“야! 현애야!”


세훈이 현애의 앞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앞을 가로막는다.


“산책하는 데 방해할래?”


현애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세훈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고! 내 말 좀 잘 들어 봐!”


“하... 뭔데? 요점만 간단히 말해.”


“그러니까, 습격을 받았다고, 습격!”


“무슨 습격? 헛소리하면 너 교실에 무사히 못 돌아갈 줄 알아.”


현애와 세훈은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저기 주택가에 공원 있지? 거기서 습격을 당했다고!”


“아니, 그러니까 누구한테, 무슨 공격을 당했냐니까.”


“아휴, 말도 마. A반의 주웨이린이, 우리 반에 앤드루 카슨으로 얼굴을 바꾸고 나를 공격했다니까? 처음에 얼마나 놀랐는데!”


“아니, 그러니까, 얼굴을 바꿔? 그게 능력이었어?”


“어, 맞아! 정말이지 그 앤드루가 나를 배신한 줄 알았다니까?”


“그거 큰일이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잡으려고 하니까 도망가더라. 지금 그 녀석 쫓아서 남문으로 들어왔다가, 그 녀석이 안 보이기에 우선 너한테 알려 주려고 온 거야.”


“그래... 저기 남문까지 쫓아갔는데, 그 녀석이 안 보이게 됐다고?”


“마... 맞아! 남의 눈에 안 보이게 하는 능력도 있는 것 같아!”


현애와 세훈은 어느새 미린중학교 연결문을 지나, 동관 뒤편의 산책길로 들어서고 있다. 세훈은 주위를 확인하기라도 하듯, 주변을 한 번 돌아본다.


“왜 그래?”


“아... 아니야. 혹시 웨이린이 여기 숨어 있을지도 몰라서.”


“뭐야? 조금 전에는 투명화 능력이 있어서 안 보일 거라며?”


“하... 그게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착각했나 봐.”


“그럼 뭐야? 똑바로 말해.”


현애는 세훈을 돌아보며 소리를 높여 말한다.


“그 웨이린이라는 녀석, 어디 갔는지, 못 봤어?”


세훈은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본다. 어느새, 아무도 보이지 않는 본관과 동관 뒤편의 산책길이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얼버무려?”


바로 그때, 세훈의 입꼬리가 이상하게 올라간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현애는 다시 세훈을 본다. 세훈은 어디 가고... 웬 미청년이 서 있다. 하지만 기분 나쁘게 웃는...


“흐흐흐흐... ”


현애는 침을 꿀꺽 삼킨다. 세훈, 아니 웨이린은 마치 사냥감을 잡은 짐승처럼 현애를 보며 낄낄댄다.









“바로, 나다.”









“허, 그러셨어?”


웨이린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형국이 되었으면서도, 현애는 태연하다.


“그게 끝이냐?”


“허세하고는. 너의 어디 영화에서 본 듯한 그런 초능력으로 나를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있어도, 쓰러트릴 수는 없을 거다. 왜냐? 나는 육상선수 출신이거든! 평소에 잘 단련이 된 내게,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흐흐흐흐흐흐...”


현애는 응수하는 대신 가만히 웨이린을 바라본다.


“왜? 그러면 뭐가 나와? 봐,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체크메이트라고, 체크메이트!”


“......”


“자, 이제 네가 뭘 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 흐흐흐흐흐흐...”


의기양양하게, 현애를 막아서서, ‘그 말’만을 기다리는 웨이린은, 마치 홀로 남은 킹 앞에 선 퀸과도 같다. 양옆밖에 다른 길이 없는 이 산책로. 현애는 한참을 웨이린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다.


“잘생긴 건 인정하지.”


“뭐? 내가 들을 소리는 그게 아닌데. 하긴, 다들 잘생겼다고 하던데. 그거 말고! 내가 원하는...”


그때.


휙-


소리없는 타격음이 들린다.


“크윽...”


웨이린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왼쪽 정강이를 감싸고 주저앉는다.


“그 잘생긴 얼굴이 망가지다니 아쉬운데. 스테일메이트.”


주저앉은 웨이린은 비명은 지르지는 않아도, 격통이 밀려오는 건 참을 수 없다. 중간중간 신음을 내뱉으며, 악을 쓸 뿐이다.


“너... 후드 쓴 그 남자가 이걸 보고도... 무사할 줄... 무사할 줄... 알아!”


“여기 있었네. 체크메이트.”


때맞춰, 세훈이 운동장 쪽에서 막 이쪽을 향해 달려오며 말한다. 마치 영화의 장면같이,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는다.


“야! 조세훈! 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하... 무사했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나라가 알려 줬어. 아까 이 녀석하고 저기 주택가 공원 안에 분수에서 한판 했거든.”


“저... 정말?”


현애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웨이린을 쏘아보며 말한다.


“그럼 설마 어제 케이타도, 오늘 알렉스도...”


웨이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좋아. 그럼 일어나. 우리하고 이야기나 좀 해 보자고.”


“아, 아니... 네가 내 다리를 차서 이렇게 된 건데...”


“허튼소리 말고 일어나!”


“아니, 너...”


“당장 일어나! 얼려 버리기 전에!”


“아... 아... 아...”


현애가 강제로 일으켜 세우자, 웨이린은 여전히 통증이 밀려오는 왼쪽 다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현애와 세훈도 따라 걷는다. 아까보다는 좀 더 여유롭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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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쇳가루 냄새의 그녀(2) 20.07.03 21 1 12쪽
22 22화 - 쇳가루 냄새의 그녀(1) 20.07.01 21 1 11쪽
21 21화 - 점점 짙어지는 불길한 냄새 20.06.29 20 1 11쪽
20 20화 - 풀리지 않는 실마리 20.06.26 18 1 11쪽
19 19화 - 점심시간의 꿈나라 20.06.24 18 1 11쪽
18 18화 - 기분나쁜 웃음소리의 형태 20.06.19 22 1 11쪽
17 17화 - 누가 웃음소리를 내나? 20.06.17 17 1 10쪽
16 16화 - 흥을 깨는 녀석들 20.06.15 20 1 11쪽
15 15화 - 밥 먹는데 무슨 짓거리야! 20.06.12 27 1 12쪽
14 14화 - 어쩐지 이상한 하루 20.06.10 34 1 12쪽
13 13화 - 좁혀지는 간격 20.06.05 33 1 11쪽
» 12화 - 그 얼굴을 믿지 마! 20.06.03 49 1 12쪽
11 11화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20.06.01 44 0 12쪽
10 10화 - 미로 속 20.05.29 40 1 12쪽
9 9화 - 질척거리고 불쾌한 녀석(2) 20.05.27 41 1 11쪽
8 8화 - 질척거리고 불쾌한 녀석(1) 20.05.22 66 1 11쪽
7 7화 - 너는 어디서 왔니? 20.05.20 147 1 12쪽
6 6화 - 진홍빛의 '그것' 20.05.18 91 1 10쪽
5 5화 - 미궁 속의 남자 20.05.15 138 1 11쪽
4 4화 - 의외의 상대 20.05.13 189 2 11쪽
3 3화 - 꼴사나운 습격 20.05.08 197 3 10쪽
2 2화 - 당돌한 전학생 20.05.06 452 2 12쪽
1 1화 - 전학생 20.05.04 1,57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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