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플레인요거트의 글방

초능력자 H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20.05.03 20:09
최근연재일 :
2022.03.04 19:00
연재수 :
197 회
조회수 :
6,498
추천수 :
205
글자수 :
1,004,484

작성
21.05.19 19:00
조회
12
추천
1
글자
11쪽

107화 - 잘못 짚은 번지수

DUMMY

“호오, 그래?”


미켈은 매쿨을 스윽 보더니, 태연히 팔짱을 끼고 말한다.


“매쿨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텐데.”


“해 봐라, 어디...”


매쿨이 막 언성을 높이려는데.


갑자기 매쿨의 몸이 기우뚱거린다. 매쿨이 딛고 서 있는 계단이 흐물흐물거리고 있다. 그것도 마치 한순간에 늪지대로 변해 버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매쿨은 급히 난간을 잡아 보려 팔을 뻗는다. 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마자, 계단의 난간도 금방 물렁거리기 시작한다.


“하앗- 흐으...”


어떻게든, 매쿨은 손을 뻗어 계단 난간을 잡는다. 다행히 잘 잡힌다. 조금 흐물거리기는 하지만, 잡고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어떻게든 난간을 잡고 버티기는 하지만...


“읏... 뭐가... 뭐가 이상한데...”


손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이상하다. 불쾌하도록 이상한 느낌이다. 매쿨은 얼른 왼손을 난간에서 뗀다.


하지만, 손을 뗴어 보니...


“뭐... 뭣... 이... 이 자식...”


손바닥이 온통 끈적끈적하다. 거기에다가 보통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그런 감촉도 아니다. 손바닥에,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가 않는다.


손바닥을 본다.


하지만...


손바닥이 흐멀흐멀 녹아내려 버렸다... 손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정도일 줄이야. 파울리 네 녀석, 제법인걸.”


“뭐가? 나는 그냥 맛보기로만 보여 준 거야. 네 녀석을 저기 판타지 같은 데 나오는 슬라임처럼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옆에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현애의 머리에 잔뜩 들던 어지러움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여전히 몸의 중심을 못 잡고 어딘가에 기대야 하는 건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후...”


매쿨은 심호흡을 한번 한다.


“내가 네 녀석을 좀 얕잡아 봤나 보군.”


“왜, 네 한계를 깨달은 건가? 깨달았으면 이제 그만 가라고. 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훗...”


매쿨은 코웃음을 치고는 주먹을 더 꽉 쥔다.


“겨우 이 정도로 네 녀석에게 내 요구조건을 관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어.”


“음? 큰 오산?”


“그래. 네 녀석이 어설프게 나오면, 나는 내 능력을 더 보여 줄 수밖에 없지!”


매쿨이 막 그렇게 외친 순간.


“읏?”


갑자기, 현애의 머리가 뒤로 꺾이는 듯한 느낌이 밀려온다. 몸이 뒤로 넘어가려고 한다. 현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조금이나마 움직여 볼 수 있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뭔가 조금씩 움직여 보려는 것조차 힘들다. 팔을 뻗어 보려고 하면 혈관과 신경을 타고 강한 전류가 올라오기라도 하듯 찌릿거리고, 발을 좀 움직여 보려고 해도 발가락 전체가 찌릿거려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안되겠다.


몸이 점점 바닥 쪽으로 넘어진다... 이대로라면 머리가 바닥에 닿고 만다... 이대로라면!


그때.


“위험해!”


미켈의 목소리가 멍멍하게 들려오더니...


손바닥의 감촉이, 등에 닿는다. 조금 지릿거리기는 하지만.


“으... 으...”


“괜찮아?”


등뒤에서 미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앞이 팽팽 돌아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가기는 하지만, 얼핏 등에 느껴진 감촉으로 볼 때, 뒤로 넘어지려는 걸 미켈이 받쳐 줬을 것이다.


“아읏...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너 뒤로 넘어가려고 했어. 그것도 완전히 막 죽으려는 사람처럼!”


“읏... 뭐가 뭔지 팽팽 돌아서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서 쉬고 있어. 이 상황은 내가 어떻게든 끝내 줄 테니.”


하지만.


현애의 오른손은 허공에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어디에 미켈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그저 손을 내저을 뿐이지만, 미켈에게 읽힌 그 손짓의 뜻은 확실하다.


“아니, 이봐. 나보고 도울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쉬고 있어야 할 상황인데?”


“사... 상관없다니까... 내가... 내가...”


“이봐. 이건 허세 부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지금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잖아. 이 상태로는 저 녀석을...”


“아니, 괜찮대도...”


“하하하, 역시 허세란!”


매쿨은 대놓고 들으라고 큰 소리로 조소한다.


“그렇게 되어 가지고서 뭘 한다는 거지? 그리고 도와 달란다고 곧이곧대로 달려가는 녀석도 마찬가지고! 이런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지!”


어느새, 매쿨이 다가왔다. 현애와 미켈의 바로 앞까지.


“파울리! 네놈의 운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이 자식!”


“자, 파울리, 골라라.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첫째, 순순히 네 녀석과 네 동업자 녀석들이 가져간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고 테르미니에서 당장 사라질 것.”


“네가 말하는 그 ‘정당한 권리’라는 게 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니까.”


미켈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묻는다.


“좋아, 두 번째는?”


“지금 여기서 나한테 네 그 잘난 동업자와 함께 빌빌거리며 빌다가, 스코프 컴퍼니로 가서 사이좋게 처단당하기.”


“하아아...”


미켈은 크게 한숨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면서 매쿨을 가만히 흘겨보며, 매쿨을 바로 본다.


“그러시단 말이지.”


“그래. 둘 중 하나, 선택하는 거다.”


“응? 나보고 뭘 선택하라고?”


“여기서 순순히 물러나 주느냐,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가 처단당하느냐! 둘 중 하나 말이다!”




“하, 핫, 핫, 핫...”


별안간, 미켈이 반쯤 정신이 나간 듯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하... 그래.”


“뭐냐? 갑자기 헛것이라도 본 거냐?”


갑자기 변한 미켈의 모습에 매쿨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자, 오히려 미켈은 그것을 입꼬리를 올려 받아친다.


“분명 네 전략은 괜찮았어. 내가 아닌 옆에 있는 사람을 괴롭혀서,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는 것이었지. 안 그래?”


“......”


“하지만, 틀렸어.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짚으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 아니야. 나한테 그 스코프 녀석들의 전령질을 하러 왔으면, 좀 더 생각하고서 와야 했는데!”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해 줘야 하나?”


매쿨이 다시 한번 조소한다.


“이 자리에서 바로 처단해 줘야 하나?”


“유감스럽지만 모두 아니지.”


“하, 하하하! 이것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럼 내가 강제로 답을 줄 수밖에 없겠군!”


매쿨은 잠시 헛웃음을 짓다가, 살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미켈에게 달려든다.


“말을 해도 못 알아먹는 녀석들에게는 이렇게 하는 수밖에...”


하지만, 바로 그때.


“큭...”


매쿨의 오른손이 매쿨의 목을 억세게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은, 매쿨의 손이 아니다.


어느새인가, 미켈의 손이 마치 매쿨의 손처럼 자연스럽게 거기에 달라붙어, 매쿨의 목을 옥죄고 있다. 덧붙여, 매쿨의 손은 미켈의 팔뚝에 붙어 있다!


“이 자식, 이딴 짓을...”


“어떤가, 이제 다른 선택지가 생기지 않았나?”


순간적으로 목이 졸려 당황한 나머지, 매쿨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뭘 하러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졸려 버린 목을 푸는 데 온 정신을 다한다. 일단은 목이 어떻게든 풀려야 뭘 하든 말든 할 테니까...


“이 손, 이 손...”


“왜?”


“언제 내 손하고 바꿔 붙여놓은 거냐!”


“나한테 한참 떠벌릴 때 알아챘어야지. 그것도 못 알아채서야 어떻게 내게서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겠어.”


“이딴 짓을 해 봤자, 내 투쟁심만 더 커질 뿐이다. 각오해라. 그 다음에는...”


바로 그때.


“매쿨이라고 했지?”


매쿨의 등뒤에서, 현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쿨이 신경쓰지 못한 사이, 두 발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조금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네 능력은 한 번에 한 사람에게밖에 못 쓰는 모양이야. 안 그래? 거기에다가 집중을 안 하면 금방 풀려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이게...”


“그렇지 않았으면, 질문해야 할 대상인 파울리를 놔두고 애꿎은 나만 공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두 사람에게 다 쓸 수 있었으면 진작에 둘 다 공격해서 네가 원하는 답을 받아냈겠지. 내 말이 틀린 건가?”


“다, 다, 다, 닥쳐라!”


매쿨은 애써 소리를 높이지만, 그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당황한 기색은 이미 감출 수가 없을 정도다. 미켈이 붙여놓은 팔을 떼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쿨은 악을 써 가며 소리 지른다.


“모든 건 다 내 계획에 있었던 거다. 너희들이 내 큰 그림을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한번 내 능력을 다 보여주면, 너희들 모두 나한테 살려 달라고 빌어야 할...”


매쿨이 막 뭐라고 하며, 몸을 돌려 현애에게 덤빈다. 매쿨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순간 또다시 온몸이 기우뚱거리는 듯하다. 매쿨은 기회는 이때라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서 덤벼든다.


하지만...


“으극...”


매쿨의 두 손에 감각이 없다. 아까 전에 손바닥이 녹아내릴 때와는 다르다. 다급하게 얼른 두 손을 들어본다.


두 손이 얼었다.


그것도 마치, 두 손을 막 급속냉동고에 넣었다가 뺀 것처럼.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으... 으윽...”


“진짜로 보여 주고 싶었다면 진작에 그걸 보여 줬어야지.”


“내 손을 못 쓰게 한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을 제압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느새, 매쿨은 미켈의 팔을 떼어서 던져 버리고, 다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눈을 불태우고서.


“자, 이제 너희 둘 모두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내 완전한 능력을 보여 주면, 너희들 모두...”


“호오, 그러셔?”


매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현애는 매쿨의 말을 가로막고서 여유있게 받아친다.


“네가 말하는 그 완전한 능력은, 볼 일이 없을 거야. 아마도.”


“뭐, 뭣...”


매쿨이 미처 대꾸해 보기도 전.


깨닫는다.


냉기가 타고 올라온다.


그의 발부터 시작해서, 몸통, 팔, 머리까지 시원하게 얼려 버린다. 잔뜩 원망하는 얼굴을 한 채, 매쿨은 얼음상이 되어 풀썩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하, 이렇게 끝났네. 이 녀석은.”


꽁꽁 얼어버린 채 쓰러진 매쿨을 내려다보며, 미켈은 조소하듯 한 마디 한다.


“덤벼들려면 좀 상대를 파악하고 덤볐어야지.”


“그래. 물어볼 사람도 잘못 골랐고...”


현애도 매쿨이 안쓰럽다는 듯 말한다.


“상대방의 능력이 뭔지도 몰랐고.”


“그나저나 너, 괜찮은 거야?”


한숨 돌린 미켈이 현애에게 걱정스럽게 묻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현애는 아까 있었던 일은 모두 잊은 듯, 아니면 아까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 정도면 뭐... 괜찮다고 봐야 하는 거겠지...?”


“당연하지. 그건 그렇고...”


현애는 시계를 본다. 어느새 시간은 8시 35분을 가리키고 있다.


“얼른 준비해! 9시면 출발하잖아.”


“아... 그렇지.”


현애의 말에 오히려 미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럼... 8시 50분에 1층 로비에서 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능력자 H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113화 - 호수 사원에서(2) 21.06.04 12 1 11쪽
112 112화 - 호수 사원에서(1) 21.06.02 12 1 11쪽
111 111화 - 호수 사원 도착 21.05.31 16 1 11쪽
110 110화 - 사라져 버린 가이드(2) 21.05.28 15 1 11쪽
109 109화 - 사라져 버린 가이드(1) 21.05.26 13 1 11쪽
108 108화 - 호수 사원으로 21.05.21 15 1 11쪽
» 107화 - 잘못 짚은 번지수 21.05.19 13 1 11쪽
106 106화 - 아침의 불청객 21.05.17 16 1 11쪽
105 105화 - 가이드 도착 21.05.14 11 1 11쪽
104 104화 - 그 남자, 미켈 21.05.12 13 1 11쪽
103 103화 - 우연하지 않은 조우 21.05.07 11 1 11쪽
102 102화 - 공항에서 호텔까지 21.05.05 16 1 11쪽
101 101화 - 여행, 시작! 21.05.03 25 1 11쪽
100 100화 - 한 조각 맞춰진 퍼즐 21.03.05 18 1 15쪽
99 99화 - 차디찬 공기(4) 21.03.03 16 1 12쪽
98 98화 - 차디찬 공기(3) 21.02.26 16 1 11쪽
97 97화 - 차디찬 공기(2) 21.02.24 17 1 11쪽
96 96화 - 차디찬 공기(1) 21.02.22 16 1 11쪽
95 95화 - 호랑이를 잡으려면... 21.02.19 17 1 11쪽
94 94화 - 불굴의 마리오네트 21.02.17 18 1 11쪽
93 93화 - 마리오네트 21.02.12 14 1 12쪽
92 92화 - 숨 막히는 시간(2) 21.02.10 17 1 11쪽
91 91화 - 숨 막히는 시간(1) 21.02.08 15 1 11쪽
90 90화 - 중대발표(2) 21.02.05 13 1 11쪽
89 89화 - 중대발표(1) 21.02.03 16 1 11쪽
88 88화 - 길고 긴 화요일(5) 21.01.29 16 1 11쪽
87 87화 - 길고 긴 화요일(4) 21.01.27 28 1 11쪽
86 86화 - 길고 긴 화요일(3) 21.01.25 14 1 12쪽
85 85화 - 길고 긴 화요일(2) 21.01.22 15 1 11쪽
84 84화 - 길고 긴 화요일(1) 21.01.20 1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