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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초능력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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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20.05.03 20:09
최근연재일 :
2022.03.04 19:00
연재수 :
197 회
조회수 :
6,510
추천수 :
205
글자수 :
1,004,484

작성
21.09.22 19: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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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45화 - 제12호 사원

DUMMY

조나는 몇 번 더 콜록거리다가, 벽에 기대어서는 전화를 건다.


“콜록... 여보세요? 단장?”


“아, 무슨 일이야, 조나? 좀 쉬고 있으라니까.”


“혹시 제10호 사원은 어떻게 됐어?”


“없어. 없다고.”


전화 너머의 수민의 목소리는 초조하다.


“그리고 벌써 4명이나 당했잖아. 이제 거기 가 있을 사람은 키릴하고 소니아밖에 없고.”


“내가 좀 도와주면 안 되나?”


“제발 부탁이니까, 조나. 너는 좀 닥치고 쉬고 있어!”


“아,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서, 조나는 또다시 벽에 등을 기댄다. 일행이 다 떠날 때까지, 조나는 그냥 벽에 등을 기댈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행이 조나의 눈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자, 조나는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 풀썩 앉는다.


“그런데 도대체...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면 어쩌라는 거야... 콜록... 아무것도 안 하기는 싫은데...”




한편 그 시간, 제12호 사원의 한 출입구.


제12호 사원은 제10호 사원과는 다르게 외관 자체는 매우 단조롭다. 사각형 위에 삼각형을 포개 놓은 듯한 외관은 누가 보면 대충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할 정도다.


“이제 태양석이 있을 곳은, 여기뿐이겠군요.”


“네, 제10호 사원에는 없는 걸로 판명됐으니까...”


작업자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갔던 비토리오와 파라가 작업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혹시 여기도 작업 진행량이 95% 이상이었던가요?”


“네. 메이링 씨가 추정한 그 태양석 유물이 나오는 시간은 늦어도 오후 8시 정도.”


“그런데, 메이링 씨가 그렇게 호언장담했는데 여기서 안 나오면 어떡하죠?”


“그럴 리가요.”


비토리오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파라는 딱 잘라 말한다.


“제 감은 틀리지 않아요. 익숙한 감이 제게 든다고요.”


“익숙한 감이라니요?”


비토리오가 반문한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근거가 있는 거라니까요, 비토리오 씨?”


“무슨 근거요?”


“제가 재단에 양도한 거 있잖아요.”


“농축한 베라네 용액 말하는 거죠.”


파라의 말을 듣자마자, 비토리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진다.


“옛날 생각이 다시 나네요. 그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이...”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라니요?”


“저희 형제와, ‘그 녀석’은 한번 크게 맞붙었던 적이 있어요. 당시 녀석은 어느 소국의 대통령을 하고 있었죠. 그때도 물론 베라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요. 녀석은 우리 형제 모두를 죽이려고 했지만, 프리모가 희생한 덕분에 형님과 저, 피오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그 녀석의 세력이 커졌어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죠.”


비토리오의 말을 듣고 있던 파라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진다. 비토리오가 파라를 돌아보며 말한다.


“저도 다 알지요. 그 자와 싸웠고, 상황도 비슷했고, 또 뭔가를 잃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불길한 예감, 지금도 없지 않고요.”


“하긴... 저는 제 동생, 파라 씨는 두 다리하고 오른쪽 눈이었죠. 이번에는 제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파라는 중얼거리더니, 머리에 다시 헬멧을 쓴다.


“가죠, 비토리오 씨. 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비토리오와 파라는 그 길로 움직이더니, 작업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어느덧 오후 4시 10분.


미켈과 일행이 다다른 곳은 광장 같은 반원형의 공간이다. 그 위로 제12호 사원의 외벽과 지붕이 보인다. 모양 자체는 매우 단조로워 보일지라도,


“자, 다 왔습니다. 이번에 둘러볼 곳은 ‘제12호 사원’이라는 곳으로, 말하자면 이곳 서부 유적군의 핵심 건물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미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 여기만 둘러보면 저녁식사입니다. 그 전까지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미켈의 말을 들으니, 현애와 세훈의 뱃속이 좀 비었다는 느낌이 든다. 신기하게도,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구경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썼음에도 배가 고프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 정도였는데, 미켈의 말을 듣자마자 금세 배가 고파지는 게 무슨 마술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 아까 봤던 건물들과는 양식이 좀 확연하게 차이가 나죠?”


다들 미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지금까지 보아 왔던 유적들과는 다르게 많이 단조롭기는 하다. 그 외관을 보자마자, 시저는 벌써부터 약간 실망의 눈빛을 내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곳은 여기 테르미니의 다른 유적들에 비하면 매우 단조로운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 한번 들어가 보시면 후회는 없을 겁니다.”


어느새 미켈은 몇 발 앞으로 가서 설명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유적이 마치 자신을 확 드러내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마치 수줍음 떄문에 자신을 꽁꽁 숨긴 사람 같은 느낌이거든요. 자,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미켈이 그렇게 말하니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던 시저도 일단은 일행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는 하지만.




제12호 사원의 입구 로비.


여느 관광객이 많은 유적과 다를 바 없이, 입구에서 들어가면 바로 매표소가 보이고, 그 안쪽으로는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포함한 로비가 있고, 거기서 조금 들어가면 사원 내부로 가는 통로가 나온다.


일행은 아까 제10호 사원에 들어섰던 때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웅장한 유적 앞에서 경악하거나 감탄하는 모습 대신,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냐’는 듯 은근히 실망을 담은 눈빛과, ‘어디 얼마나 대단한가 보자’는 반신반의를 품은 표정을 종종 볼 수 있다. 거진 일행뿐만 아니라, 여기 제12호 사원을 찾은 다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자, 이제 곧 사원의 내부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미켈은 지금같은 시큰둥한 반응이 처음 겪는 게 아닌지, 웃음을 잃지 않고 말을 잇는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단조로움, 그리고 지금 입구에서도 보이는 이 심플함에 실망하신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를 지날 때면 항상 겪는 과정이거든요. 하지만 입을 떡 벌릴 정도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그럼 이제 들어가 보실까요?”




그 시간, 테르미니 시내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한 저택. 겉보기에는 여느 저택과 다를 바 없이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2층 서재의 상황은 어떤 때보다도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다.


“서부 유적군 발굴 상황이 궁금하군. 지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으려나?”


저택의 서재 한가운데 앉은 남자는 나지막이 말하며 눈앞에 걸려 있는 스크린을 유심히 보고 있다.


“서부 유적군도 이제 발굴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이쪽에 어림잡아 10개 정도의 채굴 업체들이 들어왔습니다. 거기에다가 유물 선별기까지 들어왔습니다.”


사파리복을 입은 남자가 말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구역은 바로 이쪽입니다.”


“오, 그래? 어느 쪽인가, 마이삼?”


정장을 입은 남자는 ‘마이삼’이라고 불린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다. ‘9호 사원’ ‘10호 사원’ ‘12호 사원’ 등으로 표시된 지점이 몇 개 보이고, 이 중 12호 사원으로 표시된 곳에만 빨간 점이 찍혔다. 마이삼이 가리킨 곳은 다름아닌 서부 유적군의 제12호 사원.


“조금 전까지는 2곳 아니었나? 한 곳은 왜 여기 표시가 안 되었는데?”


“제10호 사원 지하는 오후 4시에 작업이 완료되었고, 태양석은 없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런가... 태양석이 나온다면 여기 제12호 사원에서 나온다고 봐도 되겠군.”


“그렇습니다. 이제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진행 상황을 봐서는, 오늘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 업체들, 에이전시가 있을 거 아니야.”


“2곳입니다. 테르미니 퍼스트, 슈뢰딩거 그룹. 그 두 업체가 현재 발굴에 참여 중인 인력제공 업체들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잠깐... 뭐... 뭣, 슈뢰딩거 그룹?”


정장 입은 남자가 놀라는 쪽은 테르미니 퍼스트가 아닌 슈뢰딩거 그룹.


“슈뢰딩거 그룹이라니... 거기 리더가 그 녀석 아니야!”


“맞습니다.”


가만히 옆에서 정장 입은 남자의 말을 듣던 라자가 입을 연다.


“지금 보스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녀석도 그 녀석입니다.”


“네 말이 맞는다, 라자. 그 녀석에게 태양석이 들어가 칼끝을 내게 향하면 안 되니까.”


정장 입은 남자는 깍지낀 두 손을 몇 번 꽉꽉 쥐고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 입을 연다.


“그렇다면 일단은 슈뢰딩거 그룹이 그걸 발견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 놔야겠군.”


“어떻게 말입니까?”


“거기 현장을 총괄하는 소장이 누군지는 이미 파악하고 있지. 돈을 매우 밝히는 자야. 그 자에게 돈을 좀 듬뿍 찔러넣도록 하지.”


“재러드 매코이 말씀이십니까? 슈뢰딩거 그룹에서 찔러넣은 돈이 약 10억 리라는 될 겁니다. 그걸로도 제10호 사원의 채굴권만 획득했을 뿐, 제12호 사원 쪽은 건드리지도 못했죠.”


“그래서? 우리는 그 3배, 아니 10배라도 줘야 하지 않겠나? 슈뢰딩거 그룹의 손에 들어가게 두어서는 절대 안 돼.”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그 매코이라는 자와 접촉하겠습니다.”


“서두르게. 시간이 없어.”


정장 입은 남자의 지시를 받자마자, 사파리 복장을 한 마이삼이라는 남자는 곧바로 서재를 나선다. 정장 입은 남자가 마이삼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더니, 이윽고 의자를 돌려 라자에게 향한다.


“그런데 보스.”


라자가 다시 말을 꺼낸다.


“왜 그런가, 라자?”


“하나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인가?”


“태양석으로 인해 신과도 같은 힘을 넣는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실 겁니까?”


“생각은 했지. 오랜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한 게 참 많지.”


라자는 말없이 정장 입은 남자의 말을 듣는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지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자는, 나는 아직 보지를 못했어. 아무리 극악무도한 자라고 해도, 그가 내심 바라는 건 그 나름대로의 천국이란 말이지. 라자 자네의 앞에 서 있는 나도 마찬가지로 천국을 갈망하고 있고. 안 그런가?”


“확실히 그렇습니다. 보스의 말이 백 번 옳습니다.”


“그 천국이 도래한다면, 내게 반대하는 자들은 서 있을 땅이 없을 거야.”




미켈의 말에 따라 사원 안으로 들어선 일행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것은 통로 위에 걸린 명판. 이레시아인들이 쓰던 문자로 뭐라고 빼곡히 적혀 있고, 그 밑에는 설명이 달려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제12호 사원의 내부 공간에 대한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


“이 안으로 들어가면 뭐가 있길래 저렇게 조심하라고 써 놓은 거지?”


“그러게. 뭔가 엄청난 걸 숨겨놓은 건가...”


다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미켈을 따라 통로를 걷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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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5화 - 불길 속으로(3) 21.12.01 17 1 11쪽
162 164화 - 불길 속으로(2) 21.11.26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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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160화 - 사원을 나가는 길(4) 21.11.12 14 1 11쪽
158 159화 - 사원을 나가는 길(3) 21.11.10 16 1 11쪽
157 158화 - 사원을 나가는 길(2) 21.11.05 9 1 11쪽
156 157화 - 사원을 나가는 길(1) 21.11.03 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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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 키릴의 오기(2) 21.10.08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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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7화 - 소니아와의 내기(1) 21.09.29 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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