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육감으로 역대급 축구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주룩비
작품등록일 :
2020.03.22 04:15
최근연재일 :
2020.04.10 12: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310
추천수 :
71
글자수 :
99,459

작성
20.04.02 11:45
조회
158
추천
4
글자
11쪽

#4. 돼지들 - 3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과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녹음기를 가지고 왔는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물어보는 여진수 회장.



고단수다.

하긴 기업인이 대부분이었던 연맹 회장 자리에 축구인 출신으로 당선된 사람인데.

땅따먹기로 자리를 얻은 건 아닐테니까.



“네, 지금 녹음 중입니다.”



이럴 때는 정공법으로 나가야지.



“녹음해도 소용 없을 건데.”



재수 없게 웃는 여진수 회장.

뭔가 단단히 준비했나 보네.



“선배, 일단 한 잔 받으시죠.”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는 서민수 감독.

꼬리가 있었으면 기가 막히게 흔들었을 거 같다.



“소용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래, 내가 명색이 기잔데.

네가 아무리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야.



여진수 회장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녹음이란 게 법적효력이 있던 시기는 지나 갔다네. 음성 변조라고 주장하면 되거든. 판례도 충분하고. 설사 공개 된다해도... 아”



잠시 말을 끊고는 재수 없는 미소를 짓는 여진수 회장.



저런 미소는 어디 학원 가서 배운 건가?

정말이지 더럽게 재수 없네.



“공개할 수가 없겠구만. 오늘부로 자네는 짤렸으니까.”

“무슨 말입니까?”

“여기 오기 전에 자네 회사 사장이랑 전화했네. 곧바로 자르겠다 하더군. 작년 근태 관련해서 엮으면 명분도 충분하다 하면서.”



뭐 그 정도야.

충분히 예상한 건데.



이 정도밖에 준비 안했으면서 그렇게 재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고?



“아직 표정이 안 굳은 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느 보구만.”



그래, 믿는 구석 있지.

우리나라가 헬조선, 헬조선, 해도 인터넷은 세계 1위인 국가다.

그리고 나는 그 인터넷에 오늘 있었던 일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올릴 거고.



“있긴 한데 굳이 가르쳐 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노파심에 이야기하는 건데 인터넷에 올릴 생각은 하지 말게나.”

“제가 올리지 않아야 될 이유가 있습니까?”




내 글 내가 올린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니.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데.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걸세. 변호사를 여럿 붙여서. 또 해명문을 써서 주요 언론사에 뿌릴 걸세. 우리가 기름칠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알고 있겠지?”

“...”

“자네 지금 심증만 가득한 상태겠지. 그러니까 물증을 위해서 오늘 서감독을 만난 거고.”



굳어질 수 밖에 없는 내 얼굴.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나가린데 완전.



여진수 회장은 내 표정을 보고는 신나게 말을 이어나간다.



“자네를 특종에 미쳐 선량한 감독과 연맹을 매도한 사람으로 만들 걸세. 대중들은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가?”

“... 뭡니까?”



술잔을 들고 내 앞에서 흔드는 여진수 회장.



술 한 잔 따라보라는 말이구나.

내가 만만해 보이나... 라고 하기엔 상황이 상황이니까 따라야지.



두 손으로 따르는 건 술 병이 무거워서다.

... 진짜.



그리고 이어지는 건배.

술맛이 참 쓰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씹을거리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상관이 없어. 그리고 매일같이 터지는 관리자들의 비리보다는 관리자들을 괴롭히는 기레기가 더 신선한 소재겠지.”

“하지만 재판의 결과는 다를 겁니다.”



그래, 임마.

나도 변호사 살 거야.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비싼 변호사 살 거야.

어차피 이번 생에 결혼을 못 할 거 같으니까.



“그 게 무슨 상관인가? 판결이 나오려면 일 년 정도 걸릴테고, 항소를 진행한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 그 때까지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억할 거 같은가?”

“...”

“세상은 정의감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네. 박기자.”



무어라 말을 해야 되는데 할 말이 없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건가.



“사람들은 전혀 기억을 못 할 거네. 그 때 되면 다른 거 씹는다고 정신 없거든. 재판 결과에 대해 기사라도 한 줄 나면 다행인 거 겠지.”



아니, 내가 도대체 왜 지금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

그냥 멋있는 척 하지 말 걸.

적당한 특종 거리만 기사화 시켰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을 건데.



“표정이 왜 그런가? 젊은 사람이 그런 표정으로 다니면 안 돼지.”



누구 때문에 표정 굳었는데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다 못해 기름까지 부으시려고 하시네.



“그래도 좋은 소식이 한가지 있네.”

“좋은 소식이요?”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있을가 싶지만 일단 한 번 들어나보자.



“내가 자네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거지. 이런 젊은 친구는 오랜만이거든. 안 그런가 서감독?”

“그러니까요. 요즘 청년들과 다르게 아주 패기가 넘칩니다.”



때리는 시누이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더니.



여기서 사용할 속담은 아닌 거 같지만.

서민수 감독 참 얄밉다.



더도말고 한 대만 때리고 싶다.



그리고 요즘 청년들 패기가 없다니.

패기 있게 행동하면 이렇게 눌러버리는데.

안 그래도 취업난인 세상에 패기같은 건 폐기할 수 밖에 없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릿 속에 잔뜩 불만이 쏟아지지만 별 수있나.

지금 아쉬운 건 난데.



“어차피 회사도 짤렸는데 연맹에서 일 해볼 생각 없는가? 원하는 부서에 넣어 주겠네. 물론 이번 사태 관련한 것들을 싹 다 잊어버린다는 전제하에.”



갑자기 스카우트 제의?

지금까지 계속 나 엿먹이다가?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가지다.

육감도 똑같은 말을 원하고 있고.



***



“커피 여기있습니다.”

“고맙네.”



커피를 받아든 여진수 회장은 통유리 창 너머 풍경을 바라봤다.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건 여진수 회장의 아침 일과 중 한 가지였다.

빌딩숲 아래 열심히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들.

높은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우월감이 생겨서 참 좋았다.



“축구회관에서 나오길 잘 했어.”



원래 여자축구연맹 사무실은 축구협회가 지은 축구회관에 있었다.

셋방살이였기에 눈칫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여진수 회장은 당선된 이후 가장 먼저 여자축구연맹 사무실을 여의도 빌딩으로 옮겼다.

재계에 끈끈한 연줄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었다.

축구협회와의 업무 공조가 힘들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가뿐히 무시했다.



“참 재미있는 놈이었어. 이제는 영영 못 보겠지만.”



커피를 마시며 어제 만난 박용식 기자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재미있는 친구라서 친히 스카우트 제의까지 했다.

하지만 거절을 한 뒤 곧장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젊음에 취해 바보 같은 짓 한 거지. 지금은 분명 후회하고 있을 거고.”



정의?

참 멋진 단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정의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여보세요?”



커피를 다 마실 무렵 전화가 왔다.

서감독이었다.



“선, 선배님 큰일 났습니다.”



서감독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진수 회장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통화를 이어갔다.



“무슨 일인가? 아침부터.”

“그게... 어제 그 기자가 글을 올렸습니다.”



박용식?

어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정신을 못 차렸나보다.

현실은 정의보다는 돈이라는 걸 단단히 알려줘야겠다.



“그 게 무슨 대수인가? 어차피 그 놈은 물증하나 없이 글 쓴 게 분명할텐데.”

“아닙니다... 그게...”



이어지는 서민수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여진수 회장은 커피잔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었다.



***



나는 내 머리를 때렸다.

한 대로는 안 되지 더 때리자.



한 대, 두 대, 세 대... 아파!



“하... 미친 새끼...”



여진수 회장의 말에 곧장 거절을 표시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진짜 멋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택했으니까.

그리고 육감도 그렇게 이야기했으니까 뭔가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



“반전은커녕 이제 뭐 먹고 사냐...”



김진혁 대기자 당신은 대체...

육감이 아니라 육갑...



다시 한 번 육갑이란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부장의 전화가 왔다.



“부장. 무슨 일이에요?”

“용식아, 어디냐?”



걱정 가득한 목소리.

사장한테 벌써 이야기를 들었나보다.



“그냥 혼자 맥주 한 잔 하고 있죠.”

“우리 자주 가는 곱창집으로 빨리 와. 택시타고.”

“네? 택시 이야기하셨습니까? 조금만 가도 금새 오천원 내야되는 택시 말입니까?”



부장.

나 이제 백수에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백수.



“내가 택시비 줄게. 빨리 와. 임마.”

“옛썰.”



그래.

일단 오늘은 술이나 진탕 마시자.





“다들 뭡니까?”



내 눈앞에 보이는 부장.

그리고 권대리.

그리고 하철수 감독.



왜 저 세 사람이 우리 회사 근처 곱창집에 모여있는 거야.



“뭐 해. 일단 빨리 앉아.”

“알겠습니다. 부장.”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자리에 앉았다.



“감독님, 권대리님 왜 다들 여기 계시는 겁니까?”



나는 권대리와 하철수 감독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왜 모였겠냐?”



대답을 한 건 부장.

설마...



“김나은 선수 사태 내부 고발하려는 거에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아니, 진짜 이 사람들이...

나 혼자만 죽으려고 오늘 어떤 수모를 당했는데...



“다들 제 정신이에요? 내부고발하면 다 죽어요. 저만 죽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부장은 왜 이 자리에 같이 있는 거에요?”

“나도 죽으려고. 빨리 술 잔이나 채워.”



태연한 표정으로 소주병을 드는 부장.



“무슨 말이에요. 형수님은 어떡하고요. 그리고 애들은요.”

“기자가 기자다워야지. 인마. 왜 진작에 이야기 안 했어. 건배나 하자.”



부딪히는 네 개의 술잔.

모두 다 원샷이다.



“박기자,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번에 입을 뗀 건 하철수 감독.

곱창을 입에 넣은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기자 혼자 멋있는 척하게는 못 두겠더라고. 내가 명색에 감독인데.”

“감독님... 그래도...”

“그리고 김나은 선수 걱정은 안 해도 돼. 내가 아까 통화했어. 철저히 응징해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이어지는 권대리의 이야기.



“기자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시작한 일이잖아요. 제가 끝을 봐야죠.”

“대리님...”

“이번 사태 관련한 서류 모두 챙겨왔어요. 살면서 멋있는 짓 한 번 해봐야죠.”

“아니, 다들 먹고 사는 건 어떡하려고요.”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너스레 떨면서 대답을 했다.



“박기자, 나 이래보여도 WK리그 명장 감독이야. 어디 불러줄 자리 없겠어?”

“저도 능력 꽤 괜찮아요. 최근까지 스카우트 제의 줄을 섰어요. 걱정마세요, 기자님.”

“아니, 다들 진짜...”



잠시나마 변절을 생각을 했던 나에 대한 후회와 이 세 사람에 대한 감동이 동시에 몰아친다.



세상은 정의로만 돌아가지 않는다고?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그래.

아직 정의는 안 죽었어.



“용식아, 우냐?”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이야기하는 부장.



절대 우는 거 아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간 거 뿐이다.



미세 먼지가 왜 이렇게 많은지.

참... 문제다, 문제.



“아니에요.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빨리 건배나 해요.”



오늘 술 진탕 마신다는 말 취소.

밤 새 할 게 산더미다.



기대해라, 여진수 회장.


작가의말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육감으로 역대급 축구기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오늘 업로드가 조금 지연 될거 거 같습니다. 20.04.10 35 0 -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0.04.07 26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12시 45분입니다. 20.03.23 122 0 -
20 #6. 라이키컵 서바이벌 – 4 +2 20.04.10 119 3 12쪽
19 #6. 라이키컵 서바이벌 – 3 +2 20.04.09 127 0 11쪽
18 #6. 라이키컵 서바이벌 – 2 20.04.08 109 2 11쪽
17 #6. 라이키컵 서바이벌 – 1 20.04.07 120 3 12쪽
16 #5. 때로는 존버가 답이다 – 4 20.04.06 177 2 13쪽
15 #5. 때로는 존버가 답이다 – 3 20.04.05 142 2 12쪽
14 #5. 때로는 존버가 답이다 – 2 20.04.05 170 2 12쪽
13 #5. 때로는 존버가 답이다 - 1 20.04.03 140 3 11쪽
» #4. 돼지들 - 3 20.04.02 159 4 11쪽
11 #4. 돼지들 –2 20.04.01 143 3 11쪽
10 #4. 돼지들 –1 +1 20.03.31 153 3 12쪽
9 #3. 잠시 쉬어갈 줄 알았는데 – 2 20.03.30 140 4 11쪽
8 #3. 잠시 쉬어갈 줄 알았는데 –1 20.03.27 151 3 11쪽
7 #2. 특종에도 상도덕이 있습니다-4 20.03.26 165 7 14쪽
6 #2. 특종에도 상도덕이 있습니다-3 20.03.25 159 4 11쪽
5 #2. 특종에도 상도덕이 있습니다-2 20.03.24 165 4 11쪽
4 #2. 특종에도 상도덕이 있습니다-1 20.03.23 228 7 11쪽
3 #1. 기자는 기자답게 -2 +1 20.03.22 197 5 11쪽
2 #1. 기자는 기자답게 –1 20.03.22 243 5 11쪽
1 프롤로그 20.03.22 300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