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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공김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무협(武俠), 열등 의식이 불러온 정신 승리의 끝판왕

어렸을 때 보았던 사명당전이라는 만화가 생각난다. 사명대사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였다. 말이 일대기지 사실은 무협지다. 난 그 만화를 보고 또 보았다. 아직까지 사명당의 이름이 임응규이고 직지사에서 출가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할 정도다.

만화의 내용은 소설 사명당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장풍을 쓰고 훗날 왜란이 끝난 후엔 일본에 가서 도술로 일본인들을 혼쭐을 내주고, 끌려갔던 조선인들을 데리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사명당이 왕명을 받고 일본에 가서 끌려간 조선인들을 데리고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도쿠가와 막부가 조선인들을 돌려준 건 사명당의 도술에 겁에 질려서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세키가하라 전투로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연속되는 전쟁과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사회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큰 교역국이었던 조선과의 국교 회복이 절실했다. 그래서 그는 사명당이 방문했을 때 극빈하게 대접하고 납치해간 조선인들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소설은 왜 그렇게 썼을까? 그 이유는 사명당전이란 소설이 쓰인 시기에 있다.

소설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쓰였다. 비단 사명당전뿐 아니라 서산대사전, 충무공전 등 당시엔 여러 편의 소설이 나와서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백성들의 기분을 위로해주었다.

어디 임진왜란뿐인가? 정묘호란이 끝난 후에는 임경업전’, - 정작 임경업은 청나라와 한 번도 싸움을 벌인 적이 없다 - ‘박씨전같은 소설이 나와서 영웅적인 활약을 한다.

 

사실상 그 내용으로 보면 무협지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소설들이 등장하는 시기가 언제인가. 바로 국난을 당한 후다. 임병양란(壬丙兩亂)을 거친 후 패배감에 쌓여있던 민중들 사이에서 이런 무협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무협지는 이런 식으로 외적에게서 국난을 겪은 후에 패배의 열등의식을 지우기 위해 탄생되었다.

 

그러면 중국의 무협지는 어떠한가?

최초의 무협지라고 평가되는 작품은 당나라 때 두광정(杜光庭)이 지은 규염객전(虯髥客傳)’이다. 당시에는 기이한 내용을 다룬다고 하여 전기(傳奇)라고 불리던 시대였다. , 전기라는 말에서 보듯 주인공인 규염객은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실력의 고수이다. 그는 천하를 차지하려다 이세민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중국을 포기하고 부여로 가서 왕을 죽이고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등장 역시 정신 승리를 위해 탄생된 소설인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 시대는 바로 당태종 이세민의 시대이다. 당황제 이세민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라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무슨 열패감이 있을까 하겠지만 그는 고구려 원정에서 수모를 겪고 목숨이 경각에 놓인다. 물론 이세민의 목숨이 위기에 처했는가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있다. 하지만 민간의 전해오는 설화나 전설로 보건데 나는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본다. 규염객전이란 소설의 등장만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 염성(鹽城)에는 몽롱탑(朦朧塔) 혹은 몽롱보탑(朦朧寶塔) 이라는 탑이 있다. 이 탑에는 전설이 있다.

이세민이 연개소문에 쫓겨 잡히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우물로 숨었다. 그런데 그 위에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바람에 고구려병사들이 쓰지 않는 우물이라 여기고 그냥 돌아가 버려서 이세민이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설은 어떠한가?

겨우 열세 살 나이에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통틀어 최연소 과거 합격자였던 천재이자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명인 목은 이색의 시 <정관貞觀 연간의 노래-유림관에서 짖다>에는 那知玄花落白羽(하얀 깃털에 검은 꽃이 떨어질 줄 어찌 알았으리!)”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당태종이 안시성에서 화살(白羽)에 맞아 실명(玄花落)했다는 내용이다.

 

그 외에도 <독목관(獨木關)>, <분하만(汾河灣)>, <살사문(殺四門)>, <어니하(淤泥河)> 등의 중국 경극이 있다. 당태종이 연개소문에 쫓겨 죽기 일보 직전에 설인귀가 나타나 물리친다는 내용이 있다.

 

, 중국 최초의 무협지 <규염객전>은 당태종의 패배에 대한 열등의식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신승리인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무협지들을 보자.

이제는 현대 무협지의 고전이 되어버린 김용의 <영웅문>이나 <의천도룡기> 내용은 어떠한가. 몽골에 패한 중국인들이 정신 승리를 하고 있는 내용이다.

 

무협지의 고수들의 실력은 어떠한가?

하나 같이 요즘 마블이나 ‘DC’에서 나오는 슈퍼 히어로 급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무협지에 나오는 그 고수들과 같은 고수들이 있었다면 중국이 이민족들에게 그렇게 수없이 나라를 빼앗겼겠는가?

실제로 명나라 때의 명장 척계광이 이른바 무림 고수라는 자들을 데려다 군인으로 쓰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데려와 보니 실력이 그저 시정잡배에 불과한 터라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요즘의 무림 고수는 어떠한가?

아마 유튜브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종 격투기 강사가 이름난 선수도 아니다 각종 무술의 고수입네 하는 사람들을 박살내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무림 고수들의 현주소다. 과거든 현재든 무림의 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하늘을 나는 경공술을 갖춘 무림 고수들이 등장하는 것일까? 난 그것이 중국인들 특유의 허세와 과장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 물론 이 역시 열등의식과 정신승리와 관련이 있다.

 

혹시 우구왕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 우구왕이란 축구왕 우레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축구 선수 중에 우레이라는 선수가 있다. 그는 중국 축구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이 축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실제로 우레이 역시 손흥민이나 호날두는 자신의 적수가 못 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래서 우레이는 중국인이 구단주로 있는 스페인의 에스파뇰이라는 프리메라리가 팀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그의 기록은 처참했다. 작년에는 16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으며 올해에는 벤치만 달구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이 선수를 가리켜 축구왕이라고 부른다. , 중국인들은 그 특유의 허세와 과장으로 지렁이를 용으로 둔갑시키고, ‘고양이를 호랑이로 변신 시켜 버린다.

 

중국 영화를 보자.

<엽문>이라는 영화가 있다.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영화 속에서 엽문은 절대 고수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실제 엽문은 홍콩으로 오기 전에 일본인 혹은 일본군들과 싸웠다거나 한 적이 없다. 그는 아주 체구가 작고 왜소하다.

황비홍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엄청난 고수에다 영웅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그는 유가휘를 비롯해 홍콩의 여러 배우들에게 무술을 가르친 사람이다. 그의 제자들이 홍콩 영화계에서 액션 스타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히 그의 위상도 높아졌고 결국 그의 일대기가 포장돼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무체육회를 만들었다는 곽원갑 역시 그 기록은 엄청난 고수처럼 묘사되지만 그 역시 중국인들 특유의 허풍으로 인해 과대 포장 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 거꾸로 보면 실력도 없는 자, 혹은 능력도 없는 자일수록 허풍이 세다는 뜻일 것이다.

바로 이 허풍이 중국인들의 대표적 특징이다. 이렇게 허장성세가 중국인들의 민족적인 특성이 된 데에는 열등 의식을 정신 승리로 극복하려고 하다 보니 생긴 습성이지 않을까 한다. 루쉰은 아큐정전을 통해서 중국인들의 이 정신 승리를 중국병으로 묘사했다.


그 열등 의식을 정신 승리로 이겨내려는 그 끝판왕이 바로 무협지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피아>에선, <네이버 웹소설>에선 <카카오페이지>에선 무협지가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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