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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마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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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비
작품등록일 :
2024.09.13 10: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6:1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04
추천수 :
11
글자수 :
22,658

작성
24.09.13 14:50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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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출발.

DUMMY

2화.



대대장실에 들어가니 웬 문어 머리 장년인이 심오한 표정을 지은 채로 회중시계를 닦고 있었다.

꽤나 애지중지 닦는 게 아끼는 물건인가 보다.


대대장이 한 오 분쯤 시간을 끌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혹시 주로 먹는 게 굼벵이인가? 그래서 이리 늦게 온 거야?”


비린 미소 속에 담긴 날 선 눈빛.


탁-!


나는 군화를 부딪쳐 경례한 뒤,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하얀 레이스 달린 빨간 벨벳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열중쉬어를 풀고 소파에 앉자 대대장이 서류 하나를 툭- 하고 던졌다.


“상급 부대에서 자네 발령지에 대한 명령이 내려왔어. 이제 최종 결재만 남았지. 어디로 가고 싶은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겁니까?”


서류를 들어 훑어본 나는 고개를 갸우뚱 꺾었다.

아랍어와 몽골어가 섞인 듯한 글씨는 잘 읽혔으나, 지명이 어디인지 통 모르겠다.


대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가리키며 총 세 군데를 찍어 보였다.


“본 대대장이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대체 마법 사관학교는 어떻게 졸업한 거지?”

“죄송합니다. 저는···.”


최전방으로 보이는 곳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 대대장이 피식 웃으며 내 손을 탁- 하고 쳐냈다.


“그렇게 최전방을 싫어하던 자네는 다시 최전방으로 배치될 거야. 왜 물어봤냐고? 헛된 기대라도 했으면 해서.”


그의 비릿한 미소가 주름살에 더욱 깊게 파묻혔다.

얼굴에 나를 향한 경멸이 가득 담긴 게 아마 나를 싫어하는 놈인가 보다.

뭐, 아군 학살자라는 이명이 있는 놈을 좋아하는 게 이상한 것이긴 하지만.


그가 말을 이었다.


“마도 군단장님의 전언이 있었다.”

“예, 말씀하십시오.”

“전선에서 홀로 도망친 자네는 군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니라고 그리 말씀하셨지. 나 역시 군단장님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전우를 내다 버린 네놈은 군인도 뭣도 아니야.”

“···.”

“그러니, 최전방에 가서 반드시 죽도록. 그게 군단장님의 명예를 드높여주는 길일 테니까.”


대대장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 향을 음미했다.


“그리고 이건 아쉬워서 하는 말인데···. 내가 네놈의 신분이었다면 절대 그리 살지는 않았을 거다.”


대대장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엔도르핀이 발끝에서부터 쫘르르 돌며 이내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아드레날린이 피와 함께 혈관 곳곳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전쟁입니까?”

“왜? 두렵나?”


대대장이 날 장난감 보듯 바라봤다.


두려움 따위는 첫 전투 때에도 들지 않았다.


“아니요. 오히려 흥분되어서. 저에 대한 모든 게 바뀔 테니까요. 완전 기분 좋습니다.”

“지랄. 아군을 버리고 도망친 무능력한 지휘관에게 배웅할 생각은 없으니 그만 꺼져.”

“네네. 저도 배웅은 딱히 뭐. 예쁜 여자가 배웅해 주는 것도 아니고.”

“뭐···라? 지금 나랑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건가?”

“그냥 그렇다고.”

“뭐···뭣?!”

“오는 말이 예뻐야 나가는 말도 예쁘지 않겠습니까. 저보고 죽으라면서요? 사람한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내가 나한테 지랄하는 놈까지 대우해줄 그런 여유는 없어서 말이야.


내 말에 대대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대대장과 더는 말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나는 최전방에 배치받았고.

그곳에 가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기회이기도 했다.

내륙부대에 있어봤자 내 평판은 바뀌지 않는다.


제국 수도에 눌러앉으면 죽을 때까지 마도 군단장의 하나뿐인 개차반 아들이라는 별칭이 계속해서 따라오겠지.


나는 이를 견딜 재간이 없었다.

최전방이라 불리는 위험한 곳에 가더라도 내 평판을 바꾸고 싶다.


내 꿈은 예나 지금이나 전군을 통솔하는 장군이니까.

그리고 내게는 전생에 없었던 한 가지 무기가 추가되었다.


바로, 마도 군단장의 아들이라는 혈통.

이곳은 신분제가 존재하는 곳이고 대개 자식들이 아비의 직업을 물려받는 곳이었으니.


최전방에 가서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적을 무찌른다면 다시금 훈장을 받고 새로운 날개를 펼치지 않겠는가?


위국헌신 군인본분.

세상에 나라를 사랑하는 군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저 한국인이니 당연하게 국군에 충성한 것뿐이고.

나 역시 그랬다.


이제는 페르세포네 제국 인이니 그저 제국군에 충성할 뿐.


명예를 위해.

찬란히 빛날 내 평판과 위업을 위해.


그런데···.

마도사는 또 뭐지?

마법사와 마도사···.


빙의한 이후로 주구장창 술만 마셔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궁금함을 뒤로한 나는 대대장에게 다시금 군례를 올렸다.


“그래서, 저는 언제 발령지로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내일 당장!”


당장이면 지금이지 어떻게 내일이 당장이야.



#



대대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제국 귀족 도서관에 들은 나는 이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했다.


마법사와 마도사의 차이점은 별것 없었다.

마법 연구하고 진흥 발전시키는 사람이 마법사.

나라에서 공인한 전투마법사가 마도사.


‘마법···.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


살아생전 마법이라는 걸 본 적도 없었고, 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어림짐작해보자면 영화에서 보여준 아브다카다브라 정도.


마도 중대장이라면 당연히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할 텐데,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단 말이지.


대충 [기초, 기본]이라고 적힌 마법서를 고른 나는 대여를 하기 위해 데스크로 향했다.

데스크에는 말끔한 드레스를 입은 도서관 사서가 책을 읽으며 앉아있었다.


꽤 집중을 하고 있는지 인기척을 내어도 미동이 없다.


“저기.”

“아! 예, 예. 죄송합니다.”


사서가 황급히 책을 덮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제국 마법 학회 가입증과 신분증 좀 보여주실래요?”


그녀의 말에 나는 제복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가죽 지갑을 꺼냈다.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 마도사이신가봐요?”


벌그레 진 얼굴에 묻어나오는 호의.


“예? 예. 뭐.”

“검은색 제복이 참 잘 어울리세요.”

“신분증 좀 받아주시겠습니까?”

“아, 내 정신 좀 봐.”


제국 마도사 제복은 내가 봐도 멋있었다.

아니, 밀리터리 덕후들이 보면 환장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빨간 셔츠 위에 귀족적인 검은색 프록코트.

거기다 마도사임을 상징하는 오망성 견장까지.


어깨에 은색 다이아 세 개가 박혀있는 건 전생과 똑같았지만, 뭐랄까···. 조금 더 세련돼 보인달까.


“카디스 폰 에르네포제.”


신분증을 확인하던 사서가 침을 꼴깍 삼켰다.


“예, 제가 카디스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 아니요. 반납 일은 오늘로부터 일주일입니다. 연체 시 일정 금액이 월봉에서 깎이실 거고요. 한 달 연체 시 책값이 자동 결제될 겁니다.”


내게 호의를 내보이던 사서의 목소리가 사무적으로 변했다.


왜 그런지는 단번에 알아챘다.


부하를 버리고 혼자 도망친 아군 학살자.

그 위명이 전 군을. 아니, 제국 전역을 휩쓸었으니까.


사서가 내민 신분증을 회수한 나는 곧장 마법서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차라리 클럽에서 군복 입고 춤추는 게 덜 눈치 보이겠어.”


책을 들고 있는 채로 터덜터덜 대로를 걷자,

수많은 무리가 나를 쳐다보며 가지각색의 눈빛을 보냈다.


내가 카디스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서.

귀족 아가씨들은 호의와 애정의 눈빛을.

소년들은 동경의 눈빛을.


“뭐, 기죽을 필요는 없나.”


카디스가 행한 일이 내가 행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또, 나는 내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지 않은가.

나는 패배한 적이 없었고, 여전히 영웅이었으며.

한국에서는 작전을 완벽히 수행하고 죽은 중대장으로 기록되어있을 테니.


집 앞에 다다른 나는 기지개를 쫙 켜고 대문을 열어젖혔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나 자신의 당당함으로부터 나올지니.

그저 나아갈 뿐.



#



카디스의 저택은 거대한 궁궐과 같았다.

제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귀족이라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하게 지어졌으며 경비병만 수십에 하녀만 수백이었다.


카디스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

군문, 에르네포제 후작가의 장자이자 독자.


“그럼 뭐해. 마법 하나 쓸 줄 모르는 무능력한 중대장이라 불릴 것 같은데.”


마법···.

이놈의 마법.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말이나 돼?”


맨 처음에는 라이트, 파이어볼로 마법을 연습하려 했다.

누구나 들어본 적 있고 기초 중의 기초라 불리는 마법이니까.

하나, 이 나는 지금 이 기초적인 마법조차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발현···. 발현을···.”


전생이나 지금이나 참고서나 기본서는 참 예의가 없다.

모름지기 ‘기본’이란 독학해도 깨우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기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진데···. 아니.


각설하고.


더 쉬운 마법으로 간다.

발현보다 더 쉬운 마법.


발현 전 단계의 마법.

귀족 유아생이나 볼법한 형상을 움직이는 마법.


파이어볼보다 쉬운 마법이 어딨어! 라고 묻고 싶겠지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현보다 당연히 눈앞에 존재하는 걸 다루는 게 쉽지 않겠는가?


[마법 유아들을 위한 형상 다루기.]


[목차]

[공기 장난감 마법! 공기에 색을 주입하여 색깔 놀이를 해 보아요.]

[공기 밀어내기, 당기기 마법!]

[염력으로 물건을 옮겨보아요.]

[손 안 대고 모래성 쌓기.]


유아틱 하구만.


나는 곧장 저택 밖으로 나가 정원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가장 쉬워 보이는 모래성 쌓기부터 간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하고 모래를 움직이기 위해 정신력을 집중시키고 있을 때.

멀리서 하녀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아 마법? 혹시···. 도련님 애 낳으셨어요?”

“어머머. 그런가 봐, 그런가 봐! 아까 보니 도서관에서 유아 마법서와 초등 마법서를 빌려오셨던데, 정말 그런가 봐!”

“후작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에요?”

“쉿! 끼어들면 괜히 피만 보니까 가만히 있어.”


나는 귀를 꾹 닫은 채 다시금 모래성 쌓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게 1분.

2분.

3분.


3분간 집중하니 무언가가 느껴졌다.

단전이라 불리는 곳에서 좁쌀만 한 알갱이가 움직이더니, 이내 혈관을 따라 재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한다.


알갱이가 손끝에 멈췄다.


“샌드홀.”


이게 맞나 싶은 주문을 외우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역시는 역시. 세상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


그 순간이었다.

이내 손끝에 무형의 기운이 맺히더니. 빛과 같은 속도로 모래 알갱이를 때렸다.


“콰아아아앙!”


···.


정원에 우뚝 서 있던 후작의 동상이 땅 아래로 꺼지고.

꽃과 나무가 지면 속으로 숨어들었다.


정원 한 중앙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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