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탑 등반에 실패하면 죽는다. 그리고, 탑에는 보상이 있다.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탑에 오르라.
그곳에는 그대가 바라는 모든 것이 있을 것이다.
***
서기 뭐시기 년. 대충 갑자기 생겨난 세계 전역에서 보이는 탑에 인류는······.
여타 탑 등반을 소재로 하는 웹소설들이 그렇듯, 이 세계도 똑같다. 탑이 나타나고, 탑에는 어마어마한 보상이 있고, 뭐 무슨 무슨 기간 안에 탑을 클리어 하지 못하면 인류가 통째로 멸망하고.
[오늘부터 행성 'AM-240918'은 탑에 편입됩니다.]
다만, 조금은 다른 것은 탑이 이 세계를 통째로 먹어 치웠다는 것. 그리고 30년이라는 기간 안에 탑을 클리어 하지 못한다면 세계가 통째로 '소화'라는 과정에 빠져 모든 생명체가 절멸한다는 것과.
쿠와아아아!!!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는 판타지와는 다르게 괴물들이 좀 뭣같이 강하다는 것 정도?
그렇게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르고, 탑 클리어 기간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1위 파티가 50층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편입된 행성 '지구'가 소화됩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탑 공략에 실패했다.
"그래. 딱 그 정도지. 머저리 같은 자식들."
허름한 단칸방. 커다란 컴퓨터 하나와 최소한의 식량만 비축된 초라한 단칸방의 창문 사이로, 나는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에 뚫린 검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위액 같은 액체. 저 액체에 닿으면 소멸된다는 사실을 시스템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경고! 소화가 시작됩니다.]
거 참, 세계가 망한다는데 '소화'라니. 참 악취미라고 생각한 나는 동료에게 배신 당해 잃어버린 두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오늘따라 날 배신한 동료에 대한 분노가 더욱 셈 솟는 느낌이다.
'흐흐흐. 개자식들. 지옥에서나 보자고.'
날 배신하고 아티팩트를 앗아간 동료 놈들은 그 큰 꿈이 무색하게도 20층에 도달하지 못한 채로 탑의 보스에게 끔찍하게 찢겨 죽었다.
'이걸로, 끝인가?'
허공에서 분사된 위액이 내 몸을 녹였다. 흐려지는 의식. 그것을 끝으로 내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어라.'
위액의 유속이 서서히 느려졌다. 몸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느리게 움직였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느려진 시간은 결국, 완전히 멈췄다.
무언가 강한 힘이 시간을 멈춘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멈춘 시간 속에는 내가 그토록 바랬던 '그녀'가 내게 손을 뻗고 있었다.
-살아, 주세요.
배신한 동료들의 발을 묶고, 나만 탈출했던 그 날의 기억을. 나는 전혀 잊지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호의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서있었다.
"마지막, 기회에요. 부디."
고오오오오!!
떨리며 뻗어진 그녀의 손과 내 손끝이 맞닿았을 때, 눈부신 빛과 함께 의식의 흐름이 무언가에 막혔다.
그리고,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으아아아!! 이게 뭐야!!!'
익숙한 형태를 가진 하얀 빛깔의 올챙이가 되어있었다.
- 작가의말
본격 정자부터 시작하는 회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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