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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이형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만 평생 1레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삼이형
작품등록일 :
2020.12.18 21:21
최근연재일 :
2021.01.08 22:49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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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2
추천수 :
73
글자수 :
82,198

작성
20.12.18 22:08
조회
627
추천
5
글자
9쪽

각성자 훈련소

DUMMY

“무조건 진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상처를 막아보겠다고 그렇게 크게 움직이면 당신에게 뒤를 맡긴 조원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어요.”


날카로운 교관의 말에 강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젠장! 방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칼날을 피하지 말고 몸으로 받으라고?’


던전 안은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치열한 전장이다.

이런 곳에 들어가겠다고 했으니 그 정도 각오는 하라는 뜻이겠지만 이번건 정도가 심했다.


처음 각성자가 됐을 때만해도 마침내 비참한 바닥인생을 끝내고 훨훨 날아오를 일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각성자의 70%가 F등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는지 결과가 나오고 보니 우스웠다.


“김군 인상 풀어. 다 우리 죽지 말라고 해 주는 소리잖아.”


제1 거점까지 진입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인상 좋은 박씨가 건네는 위로가 그나마 강찬의 마음을 위로했다.


“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물론 다섯 명의 교관들이 입소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살기를 품은 몬스터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실전훈련이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조원들이 위험해졌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강찬은 팀원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래요. 강찬씨! 이런 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몇 년 전만 해도 각성자들이 정말 많이 죽었데요.”

“그럼요. 특히나 우리 같은 F 등급들은 열에 두, 셋은 죽어 나갔어요.”


각성자가 된 것만으로 이미 부자가 되었다고 착각하던 시대였다.

인터넷이나 방송에 나오는 각성자들의 화려한 삶을 보고 각성자가 되면 일단 던전부터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각성자 훈련소는 말 그대로 낮은 등급 때문에 길드로부터 소외된 잉여들이 무모하게 도전해서 덧없이 죽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급하게 만든 기관이다.

D등급의 교관들이 F등급의 던전을 같이 돌아주며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하고 안전한 공략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

따라서 3일 동안의 훈련을 통해 각성자들은 가장 보편적인 유형의 몬스터들을 안전하게 체험하면서 3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김강찬 : Lv. 1

랭크 : F

체력 : 15

근력 : 12

마력 : 1

민첩 : 12

물리방어력 : 5

마법방어력 : 5

스탯포인트 : 0


힘 좋은 일반인보다 못한 보잘 것 없는 수치들이다.

기초 훈련을 끝내고 3레벨까지 올라가서 얻게 될 6개의 스탯을 감안하더라도 각성자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능력치.


하지만 아무리 멀어지려고 노력해 봐도 결국은 자신을 따라다닐 가난때문에 강찬은 헌터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남들처럼 쉽게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F등급 중에서도 기본 스탯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에게 헌터생활이 쉬울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하루를 버텨내면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인생이 펼쳐질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강찬은 그런 희망조차 사치였던 비참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자. 이제 준비들 합시다.”


꿀맛 같은 휴식이 끝나고 괴수들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했다.

강찬도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몸을 풀었다.


“다음 몬스터는 여러분들이 당분간 지겹게 만나게 될 점박무늬 들개입니다. 근접 전투형 몬스터로 특별한 무기는 없지만 이빨에 치명적인 부식독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는 독이기 때문에 항상 체력에 여유를 두고 공략하는 게 좋습니다.”


“자. 출발합시다. 다들 아시겠지만 무조건 생존입니다.”


무모한 짓을 하려거든 훈련소를 퇴소하고 하라는 뜻일 거다.

5명이 한조로 원형진을 짜고 3개의 조가 품자 대형을 만들었다.


강찬의 조원들은 반나절 손발을 맞췄을 뿐인데도 제법 합이 잘 맞았다. 교관들의 말대로 방어에 집중하고 확실한 기회가 오면 착실하게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다른 헌터들처럼 제대로 된 스킬하나 없는 만큼 그냥 진영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별것 아닌 거 같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1시간쯤 전투를 이어가자 신이 난 박씨의 함성이 들렸다.


“오. 저 방금 레벨업 했습니다. 하하하.”

“저도 방금... 이야. 이거 기분 좋은데요.”


“모두. 집중하세요. 다른 사람의 집중력을 흐리는 말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상태창 확인이나 스탯 분배는 절대 전투 중에 하지 않습니다.”


거창한 축하를 바랬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생에 첫 레벨업인데 축하 한다는 말쯤은 해줄 줄 알았다.


‘거참.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네.’

‘하긴. 초짜들 레벨업 시켜주는 게 일인데 별 감흥이 없겠지.’


레벨업은 우리에게나 특별하지 저들에게는 일상인 것이다.

감정변화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또, 꼭 필요한 충고이기도 했다.


“다들 죄송합니다. 끝까지 집중합시다. 으싸! 으싸! 2조 파이팅~”


괜한 수선을 떨어 소란을 일으킨 박씨가 사과했지만 특별히 미안한 표정은 없었다. 그렇게나마 첫 번째 레벨업을 조원들과 자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워낙에 안전에 만전을 기한 훈련이라 사고 없이 마지막 실전훈련도 끝이 났다. 다만 강찬은 분위기로 보아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 번째 레벨업은 조금 빨리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강찬군. 수고했어.”

“네. 아저씨도 수고하셨어요.”

“히히히. 그런데 연락처 좀 부탁해도 될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당분간 같이 던전에 나가는 게 어떨까 해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따돌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특별한 고문관이 아닌 이상 훈련소 생활이 끝나면 조원들끼리 모여 던전에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강찬은 훈련에서 평균 이상이라고 자신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있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훈련에 다들 피곤했는지 별다른 뒤풀이 없이 연락처만 나누고 모두 집으로 향했다.


-----------------------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기억들이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또렷하게 떠올랐다.


‘김강찬. 용케 여기까지 왔네. 너도 이제 헌터다. 돈 많이 벌자 우리.’


스스로에 대견한 마음이 컸다. 아버지의 길어진 투병생활로 생활고가 심해지자 한 푼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시작된 고시원 생활이었다. 그나마 착한 사장님을 만나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할 수 있었지만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해서 몸의 고단함이 덜하지는 않았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을 나이에, 아침 8시부터 식당에 나가 재료 손질하고 하루 종일 일에 치여 휘청이다가 집에 오면 새벽이었다. 그나마 월급날만 기다리며 힘들어도 참고 일했지만 월급날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건 없었다. 고시원 방값과 빠듯한 생활비를 제하고 고향집에 송금하면 어김없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오고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 했다. 그 짧은 통화가 한 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무미건조했는지 알만했다.


‘자. 레벨 3의 위용을 한번 감상해 보실까?’


훈련소 입소전에 수십 번도 더 열고 닫았던 상태창 이었지만 오늘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김강찬 : Lv. 1

랭크 : F

체력 : 15

근력 : 12

마력 : 1

민첩 : 12

물리방어력 : 5

마법방어력 : 5

스탯포인트 : 6


캬! 여섯 개의 스탯포인트.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다 할 스킬이 없는 이상 당분간 마력은 쓸모가 없었다. 모든 각성자들이 초반에는 근력과 민첩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단은 근력과 민첩에 3스탯씩 투자하고, 오오오... 기분 좋은데?”


스탯을 올리자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서 기분 좋은 고양감이 찾아들었다.


“이야. 이 맛에 다들 그렇게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던전에 들어가는 구나.”


그런데 상태창을 꼼꼼하게 살피던 천성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라. 이게 왜 레벨 1이지?”


분명 레벨업 안내를 받았고 스텟도 1업당 3개씩 챙겼다. 그런데 다시 한 번 확인해 봐도 레벨은 역시나 1이었다.


‘일종에 버그인가?’


강찬은 서둘러 스마트폰을 들었다.


“뭐야? 없는데?”


혹시나 똑같은 사례가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스탯은 챙겼으니 딱히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에이. 뭐 조만간 고쳐지겠지.’


일단 허기부터 채워야겠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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