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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재 님의 서재입니다.

제7의 밀사(密使) - 조선왕조 비밀첩보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수오재
작품등록일 :
2022.12.12 15:16
최근연재일 :
2024.03.23 19: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742
추천수 :
158
글자수 :
136,109

작성
22.12.13 11:34
조회
153
추천
6
글자
11쪽

2화 7대 밀사 김만중

DUMMY

2화 새로운, 제7의 밀사


10년 후. 만중의 집.


조부(60대)와 장영실(60대)이 전략 보드게임처럼 보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


만중 모는 마당에서 나물을 말리고 있고.


전략 게임을 하다가 만중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장영실이 어처구나 없다는 표정으로 껄껄껄 웃었다.


“하하 이거 내가 또 졌네.”


그러자 만중 조부도 곰방대를 물고 웃었다.


“그래 아직도 이 놀이판 이름 안 정했나?”


장영실이 게임판을 접었다.


“이름이 뭐 중요한가. 그나저나 이거 창피하네. 내가 만든 전략 놀이인데, 날 이긴 사람은 자네밖에 없을 거네······. 역시 전략가 출신답구만. 허허”


장영실이 마당에서 일하는 만중 모(母)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만중 애민 어떤가.”


그러자 조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약조, 언제 지킬 건가?”

“그게 말일세. 영실, 자넨 운명이란 걸 믿나?”

“허허, 난 그런 거 모르네. 기술자라서.”


그때 화난 아낙네가 항아리 조각과 젓가락을 들고 나타나 만중 모(母)에게,


“여보게! 잠깐······ 나 좀 보세나···”


아낙네가 조부를 보자 화를 누그러뜨렸다.


만중 모(母)가 항아리 조각을 보더니 자연스레 속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줬다.


“번번이 죄송해요.”


아낙네가 조부 눈치를 보며 만중 모를 밖으로 잡아끌고 나갔다.


집으로 들어온 만중 모는 눈물을 글썽이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만중 조부가 장영실에게 담뱃재처럼 타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약조를 왜 못 지키는지 이제 알겠나?”

“하하, 이 사람. 개구리도 옴쳐야 뛰는 법인데, 뛰어난 인재가 어찌 준비도 없이 멀리 뛸 수 있단 말인가. 그러지 말고 내게 좋은 생각 있으니 들어보겠나.”


무언가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얼마 뒤, 얘기를 다 들은 만중 조부가 미소를 지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날 위해 그렇게 해줘도 되겠나?”

“이 사람 무슨 소릴 그렇게 하는가? 두 집안 영광을 위해서지. 5대 밀사 김대현, 자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어찌 있었겠는가.”

“선왕께서 사람보는 눈이 있으셨던 게지.”

“나도 궁에서 쫓겨난 지 이제 20년이나 됐군. 내가 만든 가마가 그렇게 쉽게 부서질지 누가 알았겠나.”


그때 만중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눈치를 보며 들어왔다.


장영실과 대화 중인 조부가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며 젓가락을 두 개 던지자,

만중의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꽂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장영실이 만중 조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만중의 굵은 팔뚝을 보며 웃었다.


“핏줄은 핏줄일세. 고놈 팔뚝 보니 아버지처럼 큰일하게 생겼네.”


만중이 발가락 사이의 젓가락을 뽑고.


뽑은 젓가락을 주변에 있는 나무에 던지면 벌레나 곤충에 꽂힌다.


그 광경을 보고 호탕하게 웃는 장영실에게 인사한다.


"오셨어요..."

"그래, 만중아!"


장영실이 조부에게 인사하고 문 밖으로 나가며,


"나, 가네! 다음에 봅세!"

"멀리 안 나가네"

"그놈 볼수록 물건일세. 큰일 할 놈이야"


조부가 근엄한 표정으로 만중에게 말했다.


“만중아, 네 에미와 함께 건넌방으로 오너라.”


가만히 서서 고개만 끄덕이는 만중.



* * *


조부의 방


정갈한 의관으로 갈아입은 조부, 근엄한 표정이다.


상복으로 갈아입은 만중 모(母)가 보따리를 옆에 두고 앉아 있었다.


피가 묻어 있는 보검 한 자루와 헌 외국어 교과서가 있고.


만중 모(母)가 꾀죄죄한 만중을 보며 다그치듯이 말했다.


“다시 씻어야겠구나.”


이에 만중이 귀찮은 표정으로 얼굴을 옷으로 그냥 닦았다.


그러자 조부가 무표정으로 괜찮다는 듯 쳐다보았다.


“됐다. 네 나이 올해 몇인고?”

“열다섯입니다.”

“그럼 이제 알 때도 됐지. 니 애비가 뭘 하던 사람인지”


그러자 만중이 갑자기 외면하며 소리쳤다.


“전 역관이 싫습니다. 외국어 배우기도 싫고 아버지처럼 객지에서 횡사하는 것도 싫습니다. 조선 사람이 조선말만 잘하면 되지, 타국서 살 것도 아닌데 왜 왕만 좋은 일 시킵니까?”

“애미야, 꺼내 보거라.”


만중 모가 눈물을 흘리며 보따리를 풀었다.


보따리를 풀자, 갈기갈기 찢겨지고 피가 흥건한 김익겸의 보라색 무사복과 칼이 나왔다.


만중이 의아한 눈빛으로 만중 모와 찢겨진 옷을 쳐다보았다.


조부가 옷을 펼쳐 보이며 목이 메는 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역관 일을 한 게 아니다. 네 애비 역시 전하 곁에서 특별한 일을 맡아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했단다.”


만중이 놀라는 표정으로 피 묻은 익겸의 보라색 무사복을 만졌다.


“······그럼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역관 일을 하신 게 아니란 말씀인가요?”


피 묻은 칼을 만지는 만중. 조부가 내력을 차분히 설명했다.


“제7의 밀사는 의정부와 여섯 개 행정 부서 외에 왕이 비밀리에 만든 첩보 부서로···

우리 집안은, 조선이 건국되기 전으로 올라간단다.

조선을 세운 태조 대왕은, 고려 말 30년 동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으셨지. 그건 태조 대왕의 뛰어난 책략과 전략도 있었지만, 비밀정보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삽시간에 수집해왔기 때문이지.”


만중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피 묻은 칼을 만졌다.


“조선이 건국되고 6조 외에 비밀리에 일곱 번째 부서인 제7의 직책이 만들어져 우리 집안은 보이지 않게 그 직책을 세습해왔단다. 또한 전국 각지를 암행하며 민생고와 관리들 비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조사해 왔단다.”


촛불 앞에서, 조부의 설명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만중.


"그러다 폭군이 왕이 되자, 선왕께서는 비밀 벼슬인 7의 밀사를 악용할 것을 우려해 폭군에게는 알리지 않았지. 우리 임무는, 궁정 내부는 물론 각 지방과 외국에서 있었던 특별한 사건들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했던 비밀 벼슬이었단다. 그리고 네 아버지도······”


만중이 갑자기 화를 냈다.


“전 개죽음 당하기 싫어요! 왕이 지금까지 우리 집에 해주는 게 뭐가 있다고!”


만중이 익겸의 피 묻은 옷과 칼을 화난 듯 팽개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 아버지나 살려내라고 하세요!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란 말 듣기 싫으니까요!”


만중 모가 뒤따라가려고 문을 나서자 조부가 말렸다.


“에미야, 냅둬라.”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만중을 계속 지켜보는 만중 모.


조부가 익겸의 피 묻은 옷을 슬픈 표정으로 만졌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지···. 아직 반정(反正)의 피도 마르지 않았거늘···”



* * *

근처 냇물


옆으로 물이 흐르고 큰 나무 옆에 만중이 돌을 던지며 울분을 삭이고 있었다.


큰 나무에 젓가락을 던졌지만 자꾸 빗나갔다.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발로 나무를 마구 찼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뒤에서 어린 여자애가 웃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만중이 뒤돌아보았다.


“그러다 새벽닭이 친구하자고 하겠어요.”


만중이 뒤돌아보자 소영(14세)이 손전등처럼 만든 등을(거울을 붙여 앞으로 반사하도록 만든) 들고 웃으며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처럼 생긴 것이 보이고.


만중이 떨어진 젓가락을 주우며 무시하듯 말했다.


“뭐야! 젓가락 던질 힘도 없는 계집애 주제에!”


소영이 나무에 엽전을 고정시켜 놓더니 만중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엽전 안에 젓가락을 꽂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만중이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넌 오늘 내 망아지 되는 거야, 내가 이기면!”


하지만 만중이 은근히 불안한 표정으로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봤다.


‘잘 안 보이는데 어쩌지, 계집한테······. 사내가 한 번 내뱉었는데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소영이 여유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짐을 가리키며,


“그래요? 그럼 제가 이기면 목적지까지 짐꾼이 돼 주세요. 이 마을은 처음이라”

“연약한 계집 먼저 던지시지”


만중의 무시에 소영은 아랑곳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사내대장부 먼저 던지세요. 불 비춰드릴 테니.”

“필요 없어. 눈감고도 던지지 이깟 걸··· 오히려 반쪽 달빛이 원망스럽군.”


만중이 힘차게 던지자 어둠 속에서 탁탁탁 소리가 들렸다.


소영이 불로 비추어서 보면 3개 모두 엉뚱한 곳에 꽂혀있다.


만중이 창피한 표정을 짓다가 소영에게 큰소리를 치고 돌아섰다.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만중이 돌아서자, 뒤에서 나무에 짧은 야광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만중이 혹시나 하고 뒤돌아보고 놀라며.


소영이 손전등으로 나무에 비추고 두 번째 대나무 통 특수 화살을 가늠자에 맞추고

발사하자 엽전 가운데 꽂힌다.


웃는 소영을 말똥히 쳐다보는 만중.



* * *


만중의 집 앞. 저녁


짐을 들고 오는 만중을 소영이 웃으며 멈추더니 뒤돌아보았다.


“다 왔어요.”


만중이 짐을 내려놓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영이 짐 밑에서 나무 바퀴(여행용 가방처럼)를 꺼내더니 쉽게 끌고 조부의 방 앞으로 갔다.


“할아버지! 소영이 지금 왔습니다.”


조부가 문 열고 나왔다.


“오, 그래! 왔구나”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일단 들어오너라.”


조부가 만중을 쳐다본 뒤 소영에게 물었다.


“길 안내는 잘 하더냐”


소영이 웃기만 하고.

만중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


"저희 할아버지가 제 걸음 길이를 자와 척(尺)으로 계산해서 만드신 지도를 통해서 잘 찾아왔습니다. 집의 위치와 나무의 모양이 자세히 적혀있으니 찾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산 모양과 나무, 집 방향이 있는 종이들을 보여주었다.


그 말에 만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 조부의 방 *


소영이 정중히 조부에게 절을 한다.


만중은 밝은 데서 소영의 얼굴을 보고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는 슬쩍 자신의 지저분한 얼굴을 닦고, 더러운 옷도 슬쩍 감추려 한다.


소영이가 과학 서적을 꺼내서 똘똘하게 설명한다.


이 모습에 만중은 눈을 떼지 못한다.


얼이 빠져 있다가 소영과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하며.


소영은 웃기만 하고, 만중은 관심 없는 척 젓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때가 낀 자신의 손을 숨기고 주변에 있는 청동 거울로 얼굴을 슬쩍 본다.


조부가 이 모습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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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협공 3 +1 23.02.20 36 5 12쪽
25 24화 협공 2 23.02.18 33 6 12쪽
24 23화 협공 1 23.02.13 38 6 12쪽
23 22화 제7의 밀사의 위기 23.02.11 31 6 12쪽
22 21화 왕의 반격2 23.02.10 41 6 12쪽
21 20화 왕의 반격1 23.02.08 34 6 12쪽
20 19화 일촉즉발 2 23.02.06 33 6 12쪽
19 18화 일촉즉발 1 23.02.03 39 6 12쪽
18 17화 기호지세(騎虎之勢)2 23.02.02 32 6 12쪽
17 16화 밀사의 잠입 23.01.31 37 6 12쪽
16 15화 기호지세(騎虎之勢) 1 23.01.30 37 6 12쪽
15 14화 비밀 자금책과 조보(朝報) 23.01.26 39 6 11쪽
14 13화 피의 역사와 두 보검 22.12.24 45 6 10쪽
13 12화 첫 번째 수확 22.12.21 51 6 10쪽
12 11화 잠입 22.12.20 55 6 10쪽
11 10화 비밀 약초와 암행 임무 22.12.19 54 6 10쪽
10 9화 국고와 포도대장 22.12.18 52 6 10쪽
9 8화 두 자루의 보검 22.12.17 57 6 10쪽
8 7화 비밀 문서 22.12.16 63 6 10쪽
7 6화 비밀창고 22.12.15 63 6 10쪽
6 5화 작당과 비밀장부 22.12.14 80 6 10쪽
5 4화 훗날을 기약 22.12.14 83 6 11쪽
4 3화 첫 번째 임무 22.12.13 98 6 12쪽
» 2화 7대 밀사 김만중 22.12.13 154 6 11쪽
2 1화 우레여 쳐라! 22.12.12 186 5 10쪽
1 0화 프롤로그 : 조선왕조 비밀첩보원 22.12.12 22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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