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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s 님의 서재입니다.

괴담 그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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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s
작품등록일 :
2015.03.27 17:07
최근연재일 :
2015.03.29 13:31
연재수 :
3 회
조회수 :
371
추천수 :
1
글자수 :
13,548

작성
15.03.27 17:07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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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방과후의 괴담

DUMMY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현관에 그렇게 말하고는 구두를 벗어 가지런히 정리한다.


문득 그녀가 말한 '실례하겠습니다'는 양해는 누구한테 말한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우리집 어딘가에 있을 가족 구성원에게 한말일까 아니면 우리집 자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한말인지 나로서는 알수없다.


적어도 나에게 한말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있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있지는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딱 이렇다 할 설명은 할수없다.


마치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았을때 작은새 한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눈은 새를 향하고 있지만 새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뭐,이런 느낌이다. 단지 느낌일 뿐이다. 짐작이지 확신은 아니다.


아,이렇게되면 내가 작은새가 되는건가.


자기비하에도 정도가 있다.


어느새 신발의 정리를 끝냈는지 그녀가 현관에 올라와있다.


당연히 신발은 벗었으니 양말만 신은 채였다.


양말만 신은채로 나의 집에 올라와있으니 왠지모를 배덕감에 휩쌓인다.


발목까지 올라와있는 하얀색의 양말이 살구색의 복숭아 뼈를 반쯤 가리고 있다.


좋네 여고생의 다리는.


현관을 보니 그녀의 여학생용 구두뿐만이 아니라 나의 신발과 항상 내팽겨쳐있던 슬리퍼 그리고 신지도 않으면서 사놓은 동생의 굽이 높은 구두까지 가지런히 짝을 찾아 놓여있었다.


"아,고마워..."


집주인의 입장으로서 고마워야 할지 부끄러워야 할지 복잡한 마음이 든다.


평소에 정리좀 잘해둘껄 이라는 후회가 마음속으로부터 피어난다.


"아뇨, 어지럽혀져 있는건 못보는 성격이라서요."


크윽, 가슴한구석이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어지럽혀져있다니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거 같았지만 그것은 직구로 나의 정중앙의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꼿혀 들어왔다.


그것에 더하여 그녀의 애교없는 사무적인 말투는 2배의 데미지의 치명타를 안겨준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집주인은 내가아니잖아? 정확히는 융자금으로 산 아빠의 소유물이자 아빠가 집주인이다.


집주인으로써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없다.


그저 얹혀사는 아들일뿐이다.


"아하하...그래 들어와"


어찌됬든 우리집에 온 첫 여자아이를 양손을 벌려 환영한다.


여자아이라면 여동생이라던가 동생의 친구라던가 몇번인가 온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내가 데려온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19년 인생동안 처음 데려온 여자아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는것이 소원이라던 엄마가 목격했다면 두손으로 눈물을 훔쳤을지도 모를 광경이었다.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그녀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나를따라 현관을 지나고 거실을 지나서 끝쪽에있는 내 방앞에 도달했다.


내 눈앞에는 내 방문이 있다.


갈색의 가로 80센티 세로 2미터 정도의 내 이름이 적힌 파랑색의 문패가 달려있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방문.


언제나의 방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금색의 손잡이를 잡는다.


금속 특유의 차가움이 긴장으로 달아오른 내 손바닥을 식혀준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있는게 느껴진다. 떨림에 맞추어 금속의 손잡이도 달각달각 거리며 미세하게 춤을춘다.


긴장하고 있는건가? 무엇 때문에?


내 뒤에서의 시선이 느껴진다.


지금 나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내뒤에 서서 나의 지령을 기다리는 충성스러운 군견마냥 오도카니 서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내 방에 여자를 데리고 오는것은 처음이다.


엄마나 여동생은 당연히 제외고 어릴적 정확히는 유치원때 몇번인가 놀러온적이 있었지만 기억도 나지않는다.


아니,애초에 집에 여자애를 데리고 오는게 처음이니 방에 들이는것도 처음이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잔챙이 몬스터들로 레벨업 하지않고 바로 마왕에게 돌격하는것과 다름없다. 그건 치특기가 아니고서야 바보일뿐이다. 있을수없다.


'꿀꺽'하고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간다.


어머니. 오늘 저는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던 남자가 되려 하고있습니다.


그리고는 '철컥'하는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방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매일 보는 방이지만 오늘 아침까지 있던 장소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기분을 만끽하며 방문을 반쯤 열었을 때였다.


그때 팟! 하고 내머리속을 무엇인가 강타한다.


정확히 1분전의 현관에서 그녀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어지럽혀져 있는것은..."


어지럽혀져 있는!


그러고보니 내 방은 장대하게 어질러져있었다.


오늘 아침만해도 입던 팬티라던가 아무곳에다 던져놓았을 만화책이라던가 어지럽혀져있을 책상위라던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문은 이미 반이상이 열려 있었고 나의 몸은 열려진 문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좀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나는 쓴 눈물을 삼키며 방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생각보다 깔끔하네요."


그녀는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로 방안을 둘러보며 평가한다.


어...방안이 깨끗했다.


만화책도 책상위도 정리되어 있엇고 내 팬티도 사라져있었다.


누구지? 그러고보니 가끔 내방이 청소되어 있을때가 있었다. 별로 신경은 쓰지않았지만.


엄마는 사생활을 존중해주어서 내방에 일절 들어오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물어본적이 있었지만 대답은'아니'였다.


누가 내방을 치웠을까. 방안의 요정님이신가요?


게다가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그,그러네?"


아하하 웃으며 그녀의 말을 흘려넘긴다.


그녀에게 처음들어본 칭찬에도 도저히 당당해질 수가 없다. 그야 내가 한게 아니니까.


나의 어정쩡한 반응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우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일단 편하게 앉아있어"


그녀의 무언의 질문을 묵살하고는 침대를 가리키며 말한다.


내방은 상당히 좁다.


내방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우리집의 구조에 대해 말하자면 중앙의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이 옆에 붇어있고 그 옆에는 엄마방이있고 반대편 복도에는 여동생의 방이 있다. 여동생의 방이 나있는 복도 좀 더 깊숙히에는 창고가 위치해 있다.


유일하게 있는 2층은 아빠의 방으로 커다란서재와 그위에 노트북이 놓여있다. 어릴때부터 그곳엔 들어가면 안된다고 배웠기에 거의 가지않는 곳이다.


내방은 어디냐고?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내방은 창고다. 창고를 청소하고 벽지를 붇여 만든게 나의 방. 지금 내가 여자애와 마주하고 있는 좋은 의미로는 작고 아담한 나쁘게는 좁아터지고 어딘지모르게 싸늘한 이곳이 하나뿐인 나의 안식처이자 흔히들 말하는 방이다.


초등학교때까지 복도에 나있는 방을 같이써 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매가 한방을 쓰는것은 무리라고 부모님은 생각했는지 창고를 개조하기로 했고 여동생을 창고로 보낼수는 없었기에 물론 내가 갔다.


창고란게 보일러가 있을리 만무했고 겨울의 창고라는 이름의 방은 너무나도 추워 이불속에서 꿈적도 하지않던게 생각난다.


"...제말 듣고 계신건가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정신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너무나도 차디찬 기억이라 머리가 순간 얼어붇은 걸지도 모른다.


"아,미얀. 무슨 얘기중이었지?"


책상앞 의자에 앉아있는 채로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다.


침대위에서 무릅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그녀는 '하아-'하고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을 보는듯한 젊은 여선생의 얼굴을 하며 말한다.


"그러면 다시한번 말할께요. 이번엔 집중하고 똑바로 그리고 제대로 들어주세요"


라고 말하고는 그녀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워낙 표정변화가 워낙 미미해 진지한 표정은 나의 기분에 따른 착각일지도 모른다. 정정하여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하고있을 뿐이다.


"저 보고말았어요. 어젯밤 길을 걷다 우연히 말이에요."


그녀의 엉덩이로부터 푹 꺼져있는 침대에 자꾸만 눈이가는것을 참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저기...또 제말 듣고있지 않으신거죠? 도데체 어딜 보고 계시는 건가요."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는듯 했다.


그치만 내 침대위에 여자아이가 앉아있다면 누구라도 집중을 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특히 집중을 못하는게 아니다.


"노력중 입니다."


"노력중인가요...에..그러니까 뭐라고 부르면,이름이 뭐였죠?"


"너...내 이름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거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러면 제 이름은 알고 계시나요?"


"아니..."


충격에 충격이 더해져 공포로 물들었다.


나는 지금 이름도 알지 못하는 만난지 1시간밖에 안된 여자아이와 내방이라는 이름의 밀실에서 단둘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굳게 닫혀있는 방문만이 우리의 관계처럼 안과 밖을 나누어 놓은듯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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