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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란] [리뷰 030] 거울에 비친 노래

< 패스트의 서른 번째 리뷰 >

거울에 비친 노래

(Good, but not good)

 

들어가기에 앞서,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갑자기 일이 바빠서 너무 띄엄띄엄 읽은 까닭도 있겠지만, 내용이 그렇게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는 편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아직 크게 진전되지 않았고 섞여있는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약간 힘들게 읽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보겠다.




  

1. 좋은데

 

일단 문장 자체는 필자가 좋아하는 정도의 서술로 되었다는 점에서 읽어나가는데 어느 정도 무난했다. 그러나 여타 작품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즐비했다. 현재형과 과거형이 뒤죽박죽 섞여있다거나, 묘사를 시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문제들 말이다. 이런 문제들은 작법과 관련해서 제대로 파지 않으면 아무래도 고치기 힘든 문제인 것 같다.

 

뜬금포는 예전에 한 번 다른 작품에서 지적했던 적이 있었는데, 본 작품에도 종종 나타났다. 그냥 단어 하나 던져주고 독자에게 알아서 생각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은데, 이런 식으로 단어 하나만 가지고 묘사하는 작가들이 종종 있다.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그냥 석양이나 노을 같은 단어 하나만 가지고 문장을 끝내버리면 혹자는 생각할 여지를 충분히 준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문장 자체는 굉장히 안정적이라 볼 수 있겠는데, 너무 친절한 게 또 문제다. 필자는 어지간해서 단어에 괄호 열고 한자 넣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정말 한자가 없으면 읽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넣지 말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본 작품은 너무 친절하게도 별 시덥잖은 단어에도 한자를 사용해 이건 이런 단어란다하며 알려준다. 친절한 건 좋지만, 이런 식으로 친절을 베풀면 오히려 독자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한자 써봐야 독자들이 그걸 보고 아하!’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문제는 한자 사용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본 작품은 일단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해 서술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웃기는 건 3인칭임에도 1인칭 같은 서술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서술에서 한 사람의 생각을 쓸 수는 있겠지만, 독백까지 서술로 풀어버리면 이건 도대체 무슨 시점인가? 1+3인칭?

 




2. 좋지 않아

 

일단 필자가 본 작품의 1장을 읽으며 느낀 것은, 댓글에도 달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얽혀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전히 꼬여있는 실을 처음부터 풀어나가는 느낌이 강했다. 미스터리 같은 장르를 좋아하거나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면-물론 필자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왕창 꼬아놓은 이야기는 읽기를 꺼리는 편이다.

 

일단 프롤로그는 서양에서 시작하고 1장의 시작은 주인공인 카린이 동양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아미라는 시녀를 하나 데리고 함께 도망을 가게 되는데, 필자의 느낌이 본 작품에서 나오는 아미라는 시녀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겠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카린이 가자니까 그냥 따라가는 아미의 입장이 바로 필자의 입장이란 말이다.

 

서술에서는 상당히 친절한데 비해, 이야기 전개에서는 전혀 친절하지 않다. 처음부터 수많은 인물들이 카린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그 중에서 작품에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본 작품은 철저하게 카린과 아미의 탈출기다. 그 외의 인물들이 나와서 서로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런 쪽으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술이나 대화로 세계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놓긴 하지만, 그것들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냥 이래서 이렇다고 얘기해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단 말이다. 따라서 본 작품을 이해하려면 어디 노트에다 써놓기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저런 설명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메모해놔야 나중에 이래서 이래라고 얘기할 때 참고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현재 12만자 정도가 연재되어 있는데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카린이 탈출했다.’ 뿐이다. 누구와 싸우고, 누구와 또 싸우고, 벽을 이렇게 저렇게 해서 넘고, 또 잡히고, 또 싸우고, 도망가고, 도움 받고 그러다보니 갑자기 무슨 극단에 정보를 알아보러 가겠단다. 근데 거기도 별로 소득이 없고 5장에 와서야 겨우 동료로 보이는 인물 하나를 만난다.

 

주인공이 동양을 탈출해서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런 짓들을 벌이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그 와중에도 거대한 사건이 하나 터진다. 아무래도 커다란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후에 나라를 꿀꺽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 앞으로 전개될 거 같은데, 글쎄 잘 모르겠다.

 




3. 마치며

 

크게 진행된 내용이 없기에 이정도 밖에 할 말이 없다. 서양과 동양이 섞여있는 세계관이라는 것이 조금 인상적이긴 했지만, 필자가 본 내용에서는 거의 동양만 나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크게 와 닿는 게 없었다. 애초에 필자가 무협을 받지 않은 것은 동양 쪽 이야기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동양만 보고 있었기에 지루한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 자체가 지루한 것인지 모르겠다.

 

섞인 세계 자체는 크게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런데 본 작품은 판타지와 SF까지 섞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도 있고 무슨 워프 시스템도 있고 하니 말이다. 판타지 쪽에서는 이미 멸망한 고대 문명이 무슨 SF급인 것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것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엔 너무 무리하게 섞으려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세계관이야 어찌됐든 너무 많은 것을 숨기기만 하고 보여주지 않는 작품이기에 더 읽기 힘든 것은 아닐까?

 




- 점수

 

1. 캐릭터(5/20)

- 캐릭터는 카린과 아미 딱 둘이다. 나머지는 캐릭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

 

2. 전개력(9/30)

-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 숨기기에 급급한 것 같다.

 

3. 문장력(11/15)

안정적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사각형이 자주 나온다. 다만 몇몇 부분들이 아쉽다.

 

4. 독창성(12/35)

시대관을 이해할 수 없다. SF와 판타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은 그렇게 독창적인 세계관이라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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