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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은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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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악동도사
작품등록일 :
2018.08.14 19:34
최근연재일 :
2018.08.23 13:27
연재수 :
5 회
조회수 :
892
추천수 :
14
글자수 :
21,701

작성
18.08.21 20:23
조회
150
추천
2
글자
13쪽

메이카의 완벽한 해결책 2

DUMMY

수련장에 새로운 허수아비들이 설치되자, 배러스는 한스를 수련장에 불러서 함께 단련을 했다. 한스도 수련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허수아비를 상대로 목검을 휘두르거나 서로 대련을 하는 등 열심이었다.


물론 근육이 우락부락한 배러스에 비해서 한스의 다부진 몸집은 오히려 왜소해 보이기까지 했기 때문에 대련을 하는 동안에는 배러스가 상당히 봐주는 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배러스에 비해서 훨씬 많이 움직이고 훨씬 힘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수련을 하다가 밤이 깊어 더 이상 수련을 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두 사람은 씻기로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욕조에서 몸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잠을 자기 위해 백은기사단 막사 건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스는 그제야 자신의 옷장이 텅 비었음을 깨달았다.


“앗, 당장 내일 갈아입을 옷이 없습니다!”

“큰일이네. 지금이라도 빨래를 해서 밤새 말리던지.”


백은기사단에는 하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도 모두 백은기사단 개인이 각자 맡아서 해야 했다. 그것을 하나의 수련으로 여기는 벨즈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원래라면 모두가 자야 할 시간이지만, 한스는 빨래를 하기 위해서 옷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스는 빨래를 하고 나서 옷을 말리기 위해 널고 있는 중에, 마침 주변을 산책하고 있던 벨즈를 발견했다. 한스는 자야 할 시간에 돌아다니는 모습이 들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벨즈를 마주쳤으니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장님, 안녕하십니까!”

“한스로군. 뭐하고 있나?”

“그... 내일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빨래를 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한스는 죄송한 마음에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벨즈는 그런 한스를 보며 낮에 행정관이 자신의 앞에서 죄송스러워하던 모습이 겹쳐보였다. 벨즈는 자신이 그 때 상냥하게 말하지 않아서 행정관이 눈물을 펑펑흘리던 모습을 떠올리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산책을 나온 것도 그 때의 일을 반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벨즈는 메이카가 그 때 자신에게 상냥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던 조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방법까지도. 벨즈는 미안해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백은기사단의 막내, 한스에게 상냥하게 말을 해보기로 했다.


“오늘 날씨 좋던데 뭐 했나?”


벨즈의 말을 들은 한스는 가슴이 철렁했다. '날도 좋았는데 뭘 하다가 남들 다 자는 시간이 되서야 빨래를 하냐'는 뜻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벨즈를 힐끔 쳐다보았다. 벨즈의 번뜩이는 눈동자가 한스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맹수 같은 그 눈동자는 당장 들어가지 않으면 사지를 찢어놓을 듯 했다. 최소한 한스에게는 그랬다.


“죄, 죄송합니다. 얼른 들어가겠습니다!!”


한스는 아직 다 널지 못한 빨래를 바닥에 버리고 막사로 뛰어갔다. 젖은 옷을 막사 안으로 들고 갈 수도 없어서 그런 것이다.


벨즈는 깨끗하게 빨아놓은 옷들에 흙이 묻은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한스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굳이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더라도, 벨즈 스스로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벨즈는 샤이트린에서 들었던 두 남자의 말을 떠올려보았다.


- 나처럼 자상하고 남들을 웃게 만드는 재치가 있는 사람이야말로 인기가 있지!


벨즈는 지금까지 했던 노력 정도면 자기가 충분히 자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무언가 잘못되는 것은 남들을 웃게 만드는 재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된다면 메이카에게 남들을 웃기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벨즈는 그런 고민을 하다가 늦게까지 산책을 하는 바람에 늦잠을 자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날, 메이카가 깨우러 올 때까지 곯아떨어져 있었다.


“단장님!!”

“음. 부단장, 무슨 일인가?”


벨즈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며 물었다. 물론 그 말투는 평온하기가 그지없었다.


“샤이트린에서 보낸 사신이 10분 뒤에 여기 온답니다!”

“음? 아, 그 때 괴물을 토벌해줘서 고맙다고 굳이 또 온다고 했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주무시고 계신 거예요? 아침에 아무도 단장님을 못 봤다고 해서 혹시 몰라서 와봤더니.”

“미안하군. 늦잠을 자버렸네.”

“얼른 준비하시고 단장실로 오세요!”


메이카는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벨즈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백은기사단의 단장실.


“저, 저, 저희 샤, 샤이트린 왕국에서는...”

“더듬지 좀 말고 말하시오.”

“히익!! 죄, 죄송합니다!”


샤이트린에서 온 사신은 벨즈의 앞에서 두려움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황제도 아니고 그저 많은 기사단장 중의 한 사람일 뿐인 벨즈에게 이 정도로 예의를 차리다니, 벨즈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됐소. 가져온 편지가 있다면 그거나 봅시다. 그게 덜덜 떨리는 당신 입술보다 백 배는 나을 테니.”


사신은 덜덜거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자기가 벨즈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당신이 용광로 속으로 걸어가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지금 사신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신은 일어나려다가 그만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휘청거리는 그를 보며 벨즈는 인상을 찡그렸고, 그것은 또다시 사신에게 자신이 벌레보다 못한 존재라는 무가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저한테 주세요.”


벨즈의 옆에 서있던 메이카가 다가가 말했다. 사신은 구원자라도 나타난 듯 기뻐하며 메이카에게 편지를 전해주었다. 메이카는 벨즈에게 그 편지를 전해주었고 벨즈는 곧장 편지의 봉인을 뜯고 펼쳐서 읽어보았다.


“감사의 표시로 보석을 주겠다고?”

“그,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지. 오히려 우리가 고마워할 일 아닌가.”

“죄송합니다!!”

“또 뭐가 그리 죄송한가.”


벨즈는 쯧하고 혀를 찼다. 사신은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아무튼 고맙소.”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용무가 끝났으면 썩 나가시오.”


사신과 그를 따라온 병사들은 곧바로 도망치듯이 뛰어나갔다. 사신은 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중간에 한 번 넘어져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벨즈는 한손을 이마에 턱 댔다.


“미치겠군.”


단장실의 문이 닫히고, 문 너머에서 사신이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벨즈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단장님, 더 상냥하게 말씀하실 순 없겠습니까?”


메이카가 벨즈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상냥하게 말하지 않았나. 입술 떨리는 걸 얘기할 때도 천 배라고 말하려다가 백 배로 줄였고. 게다가 내 앞에 있기가 힘들어 보이기에 용무가 끝났으니 어서 나가라고 배려도 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왜 저렇게 무서워하는 건가?”


그렇다. 벨즈의 마음씨 자체는 이렇듯 상냥했다.


“후유.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날이 올 겁니까. 그리고 오늘 루트리에 제 3기사단 사열이 있는데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 그게 벌써 오늘이군.”


벨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 3기사단에 사열을 갈 때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벨즈는 자신이 어젯밤 생각했던 대로, 해답은 남들을 웃기는 재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병사들이 잔뜩 쫄아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긴장을 풀어줄 수 있겠나?"


메이카는 벨즈가 그런 것에 대해 묻자 조금 놀랐다. 상냥하게 말하려는 노력이 그래도 벨즈 나름대로 아주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음. 글쎄요.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 그들은 상태가 너무 좋아진 나머지 일어나서 춤을 추더군요."


벨즈는 가만히 메이카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벨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재미있군."


그렇게 말하는 것과 달리 벨즈는 여전히 무표정하고 담담한 억양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성공을 빌겠습니다."

"그래. 걱정 마라. 원리는 파악했다."


메이카에게 용무가 있어 찾아왔다가 우연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한스는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감에 차 있는 벨즈와 그런 벨즈에게 신임의 눈빛을 보내는 메이카를 보며 이번에는 괜찮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잠시 후, 벨즈는 홀로 제 3기사단의 사열을 갔다. 메이카도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었지만 처리해야할 행정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루트리에 제 3기사단은 이른 아침부터 훈련을 실시하는 혹독함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정은 설사 벨즈가 직접 사열을 온다고 해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벨즈가 제 3기사단의 병영을 찾았을 때에는 병사들이 모두 힘든 수련을 마친 다음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지친 기색 없이 절도 있게 갑옷을 입은 채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수백 명의 기사들이 그런 식으로 도열해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장관이었다.


"흠."


벨즈의 옆에는 제 3기사단의 단장인 보거스가 보좌하고 있었다.


"벨즈님, 어떻습니까? 이것이 제가 가르친 루트리에 제 3기사단의 모습입니다. 매일 고된 수련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낙오되지 않고 착실하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보거스는 병사들이 도열해있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도 그들에게선 수련을 하던 열기와 땀이 식지 않은 상태였다. 생생하게 번뜩이는 기사들의 눈빛은 제 3기사단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벨즈에게는 그런 것보다도 자신의 등장으로 인해 잔뜩 긴장한 병사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터질 세라 창을 붙잡고 있는 병사. 무릎에 힘을 지나치게 빡 주고 서 있는 병사.


벨즈는 아무래도 자신이 농담을 해서 긴장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벨즈는 메이카에게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는 기술을 전수받은 상태였다. 벨즈는 지체 없이 농담을 구사했다.


"형편없는 기사단이로군."


벨즈의 말이 떨어지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예?"


보거스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전투에 내보내봐야 금방 궤멸되겠군. 수련이 형편없으니 그렇겠지."


보거스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는 제발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기를 바라며 벨즈를 쳐다봤지만 벨즈는 차가운 표정으로 병사들을 보고 있었다.


보거스는 절망했다. 벨즈는 백은기사단의 단장이기도 했지만, 명실상부 최강의 실력을 가진 기사였다. 그런 그가 형편없다고 평가한다면 그것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벨즈도 제 3기사단이 뿜어대는 위용에 감탄한 상태였다. 비록 자신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뿜어대는 패기는 벨즈에게도 충분히 흡족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금방 궤멸되겠다'거나 '수련이 형편없다'는 말은 벨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벨즈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랍시고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한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이보다는 더 따뜻할 만큼 냉혹한 분위기였다.


'흠. 아무도 안 웃는군.'


보거스가 보았던 차가운 표정의 벨즈는, 사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벨즈는 머쓱해서 발걸음을 돌려 제 3기사단의 단장실로 걸어갔다. 벨즈 나름대로의 부끄러워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제 3기사단의 기사들과 보거스에게는 '너무 형편없어서 더 이상 볼 가치도 없으니 자리를 뜬다'는 식으로 보였다. 보거스는 울음이 날 정도였지만 벨즈를 보좌할 의무가 있었기에 얼른 벨즈의 뒤를 쫓아갔다.


그 날 이후, 제 3기사단의 훈련 강도는 더욱 강화되었다. 일어나는 시간도 1시간 당겨졌고 훈련 강도도 올라갔다. 제 3기사단의 병사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잠을 자다가 벨즈의 이름을 소리치며 벌떡 깨는 기사들이 생겼다는 소식도 들렸다. 물론 벨즈는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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