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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의 서재입니다.

시험 대신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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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4:21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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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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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28,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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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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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준비

DUMMY

“지금 당장 할 일은 없어요. 단지,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에 때가 오면···제 편에 서 주실 수 있나요?”


민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저녁, 한이는 지난 중간고사 시즌 <시험 대신 서바이벌> 마지막 방송이 나오면서 최종 탈락자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기숙사 안에서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처음으로는 고병인이 보였다. 첫 희생자임에도 크게 임팩트가 없었다는 점이 컸다. 다음으로 곽한슬도 있었다. 이세경도 보였지만, 한이는 그녀의 경우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밑에, 가장 아래쪽에 있는 이름을 본 순간 그녀는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눈앞이 번쩍였다. 현기증이 났다.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어지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한참이나 주저앉아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이 되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휴대폰을 움켰다.


‘왜?’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그 단어를 시작으로 갖은 의문들이 소용돌이쳤다.


‘비중이 작았던가···? 그 정도였나? 시청자들이 불만족스러워했나?’


한이는 정신없이 이번 중간고사 회차의 리뷰들을 확인했다. 리뷰 대부분은 이름을 가명으로 바꾼 데 대한 불만이었다. 헷갈린다는 이유였다.


-근데 얜 왜 갑자기 탈락함?

-이번엔 뭐 없긴 했지만 첫 중간 때 몸 안 사리고 때려 부수던 거 생각하면 기말 좀비 기대됐는데 기대치 생각해서 탈락 안 시킬 줄

-진짜 이상함 김민선 같은 애는 계속 살려두면서 재밌는 캐릭터는 탈락시킨다고···? 무슨 임팩트 부족이야 머리 백발로 하고 다니는 것부터가 임팩트 있구만

-난 일부러 피해자 자처한 줄 알고 비하인드 풀어줄 줄 알았는데 그냥 탈락시키네 뭐 있는 거 아님?


해나령.

그녀는 이번 시험에서 첫 피해자인 병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로서 임팩트가 없었다’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한이가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영상이 하나 더 떴다. 제목은 ‘<시험 대신 서바이벌> 사상 최초 패자부활전 예고’였다.


기말고사와 3학년 졸업 시험이 모두 끝난 후, 올 한 해 탈락자를 상대로 패자부활전을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안 돼. 이번 기말 때 끝을 봐야 하는데···’


끝.


‘이것도 의도한 거겠지···이 시험으로 상황을 끝내려 하는 사람···사람들···걸리적거리는 대상은 이번 시험에서 제거하려는 거군.’


정신이 맑아진 그녀는 내용을 더 살폈다. 이상한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권도영, 잠정 휴식(탈락은 아니나 기말고사 불참).

한세현, 참가자 외 역할(임시).

이지수, 참가 보류.


그들은 모두 한이가 은빛과 만들었던 동아리 부원들이었다. 입장이 애매한 세현을 제외하면 한이와 협력하던 학생들이기도 했다.


‘정태균은 안 쓰여있군. 하긴 눈치가 보이려나?’


태균은 분쟁조정위원회까지 열어 잘못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낸 상태였다. 그까지 트집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태균과 함께 협동했던 3반과 4반 학생 중에도 탈락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이 2학년은, 겉보기에는 학생들도 모두 요한 선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이는 판타지 시험 때를 떠올렸다. 크라켄이 나오는 층에서 몇몇 학생들은 소신껏 행동하는 대신 요한의 말을 듣는 걸 택했다. 하지만 썩 내키는 눈치는 아니었다.


‘요한 선배의 말대로 하는 데에 불만을 품는 학생도 있을 거야. 단, 그 선배와 친밀한 관계인 경우는 설득하기 힘들겠지. 예를 들어 그 선배가 속해있는 신문부라든가.’


그녀는 신문부 명단을 알아내 그들을 제하고 남은 학생들을 설득하기로 결심했다. 할 일을 정하고 나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다음 날 후문 주차장, 한이가 AI 학생들을 태운 버스에서 내리는데 누군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하얀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봤어?”


나령이 탈락했다는 뉴스를 말하는 거였다. 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뭐라 더 말할 새도 없이, 나령은 단호히 못 박았다.


“이딴 학교 졸업 혜택 안 받아도 내 앞길은 마련할 수 있어. 난 돈이 궁해서 여기 온 것도 아니었고. 널 도울 방법이 있다면 끝까지 도울 거야.”


“알겠어.”


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권도영을 찾아가. 지난 여름 방학 때 지식 씨를 찾아가던 그 연구소 기억하지? 거기에 가면 행방을 알 수 있을 거야.”


“응.”


나령의 눈빛에 기뻐하는 기색이 내비쳤다.


“좋아. 기말고사 때, 쳐들어갈 수 있으면 쳐들어갈게.”


한이는 피식 웃었다. 나령이 멀어질 무렵 뒤에서 메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특별히 A-1 양이 아끼는 친구들은 밖으로 내보내 줬습니다. 이제 기말고사 시험장은 A-1 양과,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다른 학생들로 이루어지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듣자, 한이의 눈이 제멋대로 반짝이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거기로 꾀어내는 거군요. 절 여기로 내던진···”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신체는 온몸으로 기대감과 의지를 내비치고 있었다.


“맞아요.”


그렇게 말하며 메티스는 한이의 양어깨를 잡고 뒤로 돌게 한 뒤, 천천히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시간이 늦었네요. 얼른 수업에 들어가죠.”


복도로 들어와 한이가 뒤로 고개를 돌렸을 때, 거기 있던 메티스는 사라지고 다른 AI 학생 중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날 점심시간에도 세현은 민선과 함께 약간 더 늦게 교실까지 남아 있었다. 한이는 세현을 붙잡고 신문부 학생 명단을 줄 수 없냐고 물었다.

세현은 눈을 한 바퀴 굴리더니 대답했다.


“아아, 잘 생각했어. 거긴 죄다 걔 끄나풀들이야. 그 외에도 황요한을 사랑해 마지않는 애들이 꽤 여럿 있지. 2학년 중에는 거기 속해있지 않은 게 누군지 내가 대략 알고 있어···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 애들도 있고. 걔네 리스트를 적어주면 되겠지.”


그는 한이의 휴대폰에 명단을 적어준 뒤 마지막으로 말했다.


“난 이제부터 교실에 안 들어올 거야. 너도 봤겠지만 내 역할이 이번엔 평범한 참가자가 아니라는 것 같거든.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널 죽여야 할 수도 있겠어.”


“괜찮아. 나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거니까.”


한이는 무심코 반말을 썼다가 멈칫했다.


“아, 뭔가 판타지 시험 때 분위기가 나서 저도 모르게···”


세현은 픽 웃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는 진짜 나이를 모르겠네.”


“그래도 나이가 엄청 차이 나진 않을걸요.”


“그렇겠지. 그럼, 시험 때 봐. 어떤 꼴로 마주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세현이 떠난 뒤 한이는 점심시간 동안, AI 학생에게 주어지는 기본 노트를 찢었다. 그러곤 그 위에 요한을 탐탁지 않아 하는 학생들에게 보낼 쪽지를 적었다.


[학교의 비밀

모든 AI 학생은 사람이다. 이 사실을 다음 시험에 폭로할 것이다]


그녀는 구태여 필체를 조심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필체를 아는 사람은 동아리 부원들 말고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속한 동아리에 관해 언급하며, 이 쪽지 내용을 발설할 시 그 동아리 부원들처럼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가만, 기왕이면 이 학생들이 뭘 해야 할 지도 써놓는 게 좋겠어.’


고민 끝에 한이는 맨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시험 도중, 때가 되면 동조할 것]


다른 반으로 가는 쪽지는 민선이 전달했다. 한이는 휴대폰을 통해 힌터 사이코를 거쳐 태균에게도 쪽지 내용을 전달했다.


쪽지가 전해진 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한이는 역시나 힌터 사이코를 통해 바깥 동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페리온은 정말로 움직일 것이다. 그들과 한이가 세운 진짜 계획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소식을 끝으로 보건교사로부터 연락이 끊겼어. 3일 째야. 무사했으면 좋겠군.”


힌터 사이코, 아니 조지 캐넌은 말했다.


어느덧 기말고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기말고사 날짜는 2035년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였다.


‘어떤 역할을 맡든, 죽지 않고 죽이지도 않을 거야.’


한이는 다짐했다.


‘다른 AI 학생도, 적어도 내 눈앞에서 희생당하는 일은 없게 하겠어···어렵겠지만 그건···은빛 선배가 바라던 일이기도 하니까.’


그녀는 은빛의 인격을 실제로 지니고 있던 참가자가 있었다는 조지의 말을 되새겼다. 어쩌면 한이가 초기에 목숨을 건진 건 은빛의 덕택이자, 은빛에게 부여한 원래 인격의 소유자 덕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궁금증을 품은 채 그녀는 AI 학생을 싣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번에 버스는 기숙사로 가지 않았다. 판타지 시험 때와 마찬가지였다.


‘지난번에는 한참 전에 미리 가 있었는데, 이번엔 대체 뭐지?’


한이는 의자에 앉아서 희미하게 들리는 바깥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로 보아 차는 한 대가 아니었다. 단체로 이동 중이라는 의미였다.


‘지금 가는 건가? 촬영장으로···?’


이번 이동은 역대 최장 거리였다. 중간에 장기 이동용 버스로 갈아탄 후, 휴게소를 여러 번 들려 가며, 장장 일주일을 이동했다. 이 버스에서는 한이를 위한 특식이 나오지도 않았다. 큐브와 물 외에 다른 건 없었다.


‘버텨야 해···하지만 어디길래 이렇게 멀리 가는 거지?’


처음에 한이는 위치를 가늠해 보려 했으나 오랜 기간 앉아서 이동하며 그마저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고 말았다. 일주일 후 버스에서 내릴 때, 한이를 포함해 여러 AI 학생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상태가 멀쩡한 다른 AI 학생이 한이를 부축해 옮겼다. 중간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발버둥 쳐서 내려왔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한이의 두 눈에 그들이 도착한 촬영장의 이름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촬영장이 아니었다. 다른 장소를 촬영을 위해 통으로 빌린 거였다. 한이는 그 이름을 읽었다. 그녀의 심장 주위가 따끔거리며 아파 왔다.


‘지금 오고 싶은 장소가···아니었는데.’


입구 위쪽에 아치 장식이 있었다. 거기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스사이드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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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 준비 23.12.26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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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접촉 23.12.18 10 0 10쪽
162 만나야 할 인물 23.11.29 7 0 10쪽
161 새 아지트에서의 추리 23.11.25 7 0 9쪽
160 탈출 23.11.21 9 0 10쪽
159 인내 23.11.19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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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행동의 방향 23.11.1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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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가짜 재판(1) 23.11.06 8 0 10쪽
154 준비 23.11.02 15 0 10쪽
153 조사 23.10.29 9 0 10쪽
152 드러난 계획 23.10.28 11 0 11쪽
151 구출 23.10.27 8 0 10쪽
150 마찰 23.10.25 14 0 10쪽
149 확인 23.10.22 18 0 12쪽
148 추적 23.10.21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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