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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조심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도시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로맨스

낙엽조심
그림/삽화
낙엽조심
작품등록일 :
2015.04.15 08:28
최근연재일 :
2015.04.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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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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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9

작성
15.04.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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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1 화 - 2055년 서울

DUMMY

대한민국 서울.

40년이 지났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


전부 좀비가 되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 궁금할 것이다.

2015년 11월 7일 주말,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그냥 미사일이 아니라 대남 무력화 공학 핵미사일 즉, 러시아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만든 '좀비 핵폭탄'이었다.

핵폭탄은 서울 면적 이내 거의 모든 시민을 순식간에 좀비화 시켰다.

폭탄은 중구 미군 기지 상공에 정확히 도착해, 온 하늘을 붉게 만들었고 약 10초 만에 길거리의 사람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올림픽 대로의 차들을 멈춰 세웠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신촌 거리는 그야말로 좀비의 거리가 되었고 운 좋게 폭탄을 피한 사람들도 좀비들의 공격에 무참히 죽어 나갔다.


그렇게 천 만 명 가까이, 세계 기록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동시에 모두 죽었다. 아니 죽지 않았다.

좀비, 머리가 날아가지 않는 이상 절대 죽지 않는 좀비가 되어버렸다.


남한은 그 현실에 맞서 싸웠다. 전방에 나가 있던 군부대는 서울 외곽으로 이동해 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울 전체를 감싸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더는 3.8선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 폭탄이 터지는 순간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인과에 의심을 품을 겨를 없이 살아남은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복구된 남한 정부는 서울 수복 작전을 세운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랜 합의와 분쟁 끝에 가능했다.

그동안 서울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덧없는 희망을 기다리다 죽어 나갔다. 전 세계가 남한을 지원해줬지만 그건 외교상 구실일 뿐이었다. 정작 서울 수복 작전에 들어서자 세계는 남한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미국은 서울 수복 작전을 반대했지만 그건 단지 견해였을 뿐 한미동맹이 우습게 미국 역시 멀리서 전쟁 물자만 지원해주고 지켜만 봤다.


그렇게 서울 수복 작전은 실행에 옮기게 된다.

또다시 의미 없는 희생을 치르는 게 옳은 건지 그냥 울타리만 쳐놓고 기다리는 게 옳은 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확실한 사실은 당시 북한이 혁명에 성공한 후 약 10년이 흘러 남한보다 GDP 지수가 높아졌고 남한은 오히려 옛 북한화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는 어디에도 풀 수 없었다는 것. 그 사실 뿐이었다.


2025년, 1차 수복 작전이 시작되고 육해공 모두가 한데 모여 작전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런 단합이 문제가 아니었다.

작전상 초반은 완벽하게 이뤄졌다.

하늘에서 병력이 미리 계획된 장소에 착륙해

도시 일대를 점령하고 방어기지를 만들었다.

일제히 강은 보급로 역할을 했고,

한강에 알맞게 주조된 함선들이 병력을 계속 실어날랐다.

제일 핵심으로 삼았던 생존자 구출 역시 일사천리로,

그게 해가 뜨고 지는 시간 만에 이뤄져야 했다.

그동안 좀비를 고립된 집 안에서 관찰해온 생존자들은 매우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이 기아 형태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근데 그들은 말라붙은 입을 겨우 떼가며 좀비의 더 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인 대개는 그 말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기도 전에, 강가의 병력이 전멸하고 후퇴하고 있었다.


숫자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던 좀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각 핵심 방어기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분명 따로따로 노는 좀비들의 특성을 예측했음에도 수백만 숫자로 뭉쳐 덤벼드는 좀비 떼는 한국전쟁 때 중공군보다 압도적이었다. 갑작스러운 좀비들의 태도에 국군은 무력하게 후퇴했고 그렇게 1차 수복 작전은 실패한다.


이후 심연 속에 있던 서울 공습 작전이 힘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울 안에 남은 생존자는 죽어야 했다.

이것을 강경하게 반대한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북한이었다.

2040년, 이미 북한은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한 상태였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남한을 앞선 북한은 자체적으로 평화를 내세웠고 물심양면으로 남한을 지원해준다. 결국, 남한은 북한에 거의 모든 걸 의지하게 된다. 그 북한의 통치자는 북한의 혁명을 성공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생명공학의 새 길을 열게 해준 세계적인 한국계 미국인 대부호였다. 그는 북한의 통치를 다시 북한 자체에 맡기고 북한의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북한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당선되는 순간, 북한은 남한과 연합을 만들고 서울을 둘러싼 모든 부대에 미래 기술을 지원함과 동시에 새로운 작전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좀비가 된 인간들의 세포 연구를 시작으로 기획된 생명공학 프로젝트, 황금 여명이었다.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좀비


2020년, 북한의 혁명군을 이끈 한국계 미국인이 비밀리에 설립한 생명공학 연구 회사 황금 여명은 좀비의 생물학적 이유를 밝혀내면 인간의 수명 연장도 가능하다는 가설과 함께 쿠데타 당시 자폭해버린 인민공화국 비밀 연구소의 남은 연구 자료를 복구하는데 성공하여 죽음을 초월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세계 고위계층들에게 매우 솔깃했고 좀비가 실존하는 걸 본 그 사람들의 사고엔 불로장생의 실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었기에 그 회사로의 투자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고작 3년 만에 성공에 이른다.

서울의 좀비를 잡아다 채취한 핵심 성체줄기세포를 살아있는 사람에게 주입하는 시술로, 늙은이의 주름살을 없애고 합병증을 사라지게 하며 동시에 그 사람의 수명을 이론상 40년 이상 늘려 젊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북한은 바로 그 사기적인 과학기술을 통해 자본을 만들었고 짧은 시간 내에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구촌은 정보화 시대에서 생명공학 시대로 바뀌고 사람들의 삶은 생명공학과 밀접해진다.


2055년, 인구는 언제나 걱정해온 노령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여기게 된다.

돈 많은 60세의 중장년층은 거의 20대의 얼굴을 하였고 빈부의 양극화는 2015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


서울은 여전히 좀비가 들끓었지만

더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2025년 당시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작전은

서울에 밀집한 군부대의 역할을

좀비 사냥에 최적화된 역할로 변형하여

핵심 성체줄기세포를 채취함을 목표로

좀비를 천천히 줄여나가는 미래지향적인 작전이었다.

그렇게 되면 좀비에 죽는 희생자도 적어지고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한시름 덜어주게 하며 일반 병사들의 월급과 복리후생이 대기업 회사원보다 좋아질 수 있었다.


그렇게 북한이 서울 문제에 개입한 뒤 순식간에 육군의 지휘계층은 북한 사람으로 바뀌었고 그 사람의 소속은 전부 황금 여명의 간부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황금 여명으로 인해 서울에서 풍겨오는 시체 썩는 냄새가 반으로 줄어들었고 군인들의 여건이 수십 배로 좋아져, 육군이 최고 직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좀비 사냥 부대라 일컫는 수도 방위 사단은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부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의 분노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당시 가장 분노하던 20대 남자들은 어느새 60대가 되었고 시대는 미래 시대로 접어들어 갔다.


그러나 2055년 현재.

여전히 서울은 죽지 않는 도시

좀비가 가득한 도시

시체 썩는 냄새가 인천까지 내려오고

2015년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채

빌딩들은 녹이 슬어 누렇게 변했으며

거리는 자라난 풀들로 인해 정글을 방불 케했다.

수많은 멈춘 차들은 짐승들의 보금자리가 됐고

좀비들은 모두, 말 그대로 좀비처럼

40년 전 서울 시민 그대로인 채 거리를 방황했다.

그런데 그 좀비의 모습은 마치

바로 가까이 대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도 이제 거의 죽지 않는 사람

서울과 똑같은 죽지 않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더 추워진 서울. 4월의 봄.


안개가 가득한 깊은 도시 내곽, 그 속에서 두 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뿌려진 화학 안개는 항균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보아하니 두 군인의 정체는 그냥 좀비 사냥 부대의 군인들일 것이다. 일단 그들의 생김새는 우주인 같다. 그들의 군복은 매끄럽고 쫄쫄이처럼 생겼으며 좀비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중세시대 갑옷처럼 부위마다 특수 소재가 붙어있고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 파워레인저 같은 동그랗고 까무잡잡한 방탄헬멧이었다.

보기엔 오토바이 헬멧 같지만, 그 능력은 시대를 초월한다.

공기 정화 필터가 있어서 구식 방독면을 사장한 장본인이며 인간의 시야 능력을 세배로 상승시켜주는 스크린이 설치되어있어 시력이 낮은 사람도 안경이 필요 없게 만들어준다.

또한, 스마트폰처럼 작은 컴퓨터가 설치되어있어 군인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고 쉽게 의사소통을 전달할 수 있는 음성 영상통화를 하게 해준다.

게다가 첨단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탑재되어있어, 구식 방탄 헬멧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이는 정말 훌륭한 방탄헬멧이다.


그들도 헬멧의 유용함을 아는지, 음성 영상통화로 긴박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중 앞서가는 군인의 헬멧 안을 들여다보니, 뒤쫓아오는 군인의 불안한 얼굴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정연! 미친놈아 이건 아예 부대 이탈이야. 너 진짜 정신 나갔냐?"

그의 이름은 정연,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짓을 하고 있었나 보다.

"시끄럽게 할 거면 가라. 내가 어떻게 되든, 내 일니까"

정연의 씩씩한 목소리가 헬멧 안에서 울렸다.

"야 이 씹새끼야 그게 분대장 달고 할 소리야 이런…."

그의 목소리가 다 닿기도 전에 정연은 스크린에 표시된 버튼을 눌러 통화를 끊었다. 이 얼마나 획기적인 인터페이스인가. 헬멧의 바깥에서 압력식 터치가 가능한 실용적인 디자인. 그게 바로 황금 여명의 기술력인 것이다.


"종석아 이번엔 진짜야. 들었어 그 목소리를"


한층 엄숙해진 톤으로 정연은 말을 이었다. 뒤따라오는 군인이 종석인가 보다. 그리고 둘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둘은 한동안 서로 마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들고 있는 총도 서서히 내렸다. 총의 모양은 한국식 소총과 비슷했으나 능력은 차원이 달랐다. 유효 사거리는 1000m가 넘게 개선되었고 그건 신소재로 개발된 총알과 총열 덕분이었다. 신소재 총알은 기존의 총알보다 운동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냈고 회전력은 99%로 안정되었으며 파괴력도 두 배 앞섰다. 그만큼의 에너지를 버텨낼 수 있게 총열도 개선되었다. 그것 또한 자랑스러운 황금 여명의 기술력 덕분이다. 저 둘은 그 사실을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지금 일일 작전 구역에서 벗어난 동작구 어딘가에 있었고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여자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연은 재빨리 내비게이션을 켜 위치를 확인했다.

아서라, 이미 좀비밖에 없는 도시에 청명한 여자의 노랫소리라니 말도 안된다. 하지만 이미 그는 그곳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주차장 건너편

좀비가 지나다니는 바로 그 길목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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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화 - 2055년 서울 +4 15.04.15 2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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