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월검™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만두가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청월검™
작품등록일 :
2024.09.18 23:38
최근연재일 :
2024.09.19 06:5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57
추천수 :
1
글자수 :
51,962

작성
24.09.18 23:39
조회
63
추천
1
글자
11쪽

천마

DUMMY

소림사 앞 작은 골목에 위치한 만두 가게, ‘천마의 조용한 만두집’은 하루가 다르게 입소문을 타며 번창하고 있었다. 천마는 과거에 악명을 떨쳤던 강호의 지존, ‘천마 이현우’였다. 세상을 두려움에 몰아넣고 천하를 휘어잡을 수 있었던 그였지만, 더 이상 피로 얼룩진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칼을 내려놓고 소림사 앞에 가게를 차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만두를 빚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가게 안에선 뜨거운 증기가 피어오르고, 손님들은 천마의 손끝에서 빚어진 만두를 맛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부님, 만두가 정말 맛있습니다. 오늘도 잘 먹고 갑니다.”


단골 승려가 만두를 먹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원래는 시주라고 해야 하는데 사부님이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승려도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였다.


천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님들을 배웅했다. 하루하루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길 바랐다. 더 이상의 싸움도, 피도, 권력 다툼도 없는 삶.


그러나 그의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어느 날, 어딘가 허름한 복장을 한 삼류 무사 한 명이 가게 문을 쾅 열고 들어왔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거만한 자세와 대충 착용한 검이 천마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천마는 잠시 그의 행동을 관찰하며 다시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여기, 만두나 좀 내놔라!"


삼류 무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가게 안의 손님들은 갑작스런 소리에 모두 놀라 무사를 바라보았다.


천마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만두를 찌던 솥의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몇 개를 접시에 담아 무사 앞에 놓았다. 무사는 한 입 베어 물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게 뭐야? 이딴 맛없는 만두를 내놓다니, 대단한 솜씨라고 해서 왔는데 별것 없군. 공짜로 먹어도 되는 거 아니야?”


천마는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는 그 무사의 무례한 태도를 귀찮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답했다.


"공짜는 없습니다."


무사는 코웃음을 치며 테이블을 쿵 하고 치면서 말했다.


"무슨 만두값이야? 내가 누구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나, 천하의 용이한검 호진이다! 이 근방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 내 명성 정도면 이 만두쯤은 그냥 먹어도 되는 거 아니야?"


천마는 여전히 고요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모두가 만두값을 내고 가는 게 내 규칙입니다. 용이한검이든 누구든 말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호진은 화가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이놈,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도 만두값을 받겠다니! 감히 나를 무시하는 거냐?”



그는 벼락 같은 손짓으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가게 안의 손님들은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를 느끼며 모두 움츠러들었다.


천마는 한 손으로 만두 반죽을 하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호진의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피비린내 나는 강호의 지배자였던 ‘천마 이현우’의 흔적이 스쳤다.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고 다시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검을 쓰지 마십시오. 여기서는 싸움도 없고, 피도 흘리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만두를 먹고 가십시오.”


호진은 그런 천마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네놈이 감히 날 얕보고 있구나! 내가 어떻게 천하의 무사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었는지 보여주마!”


그는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고, 모든 손님들이 숨을 죽였다. 하지만 그 순간, 천마의 손끝에서 뭔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도 보지 못할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호진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손목에 기가 가해진 것이다. 호진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천마는 다시 반죽을 하던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내 가게에서는 검을 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두를 드시고 싶으면, 그냥 드십시오. 싸움은 필요 없습니다."


호진은 그 말에 잠시 당황한 듯 서 있다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천마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다시 싸움을 걸지 않고 조용히 가게를 나갔다. 주변의 손님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마는 손님들이 떠난 후 문을 닫으며 혼잣말을 했다.


"피를 묻히는 삶은 이미 끝났다. 더는 싸우고 싶지 않다."


그는 다시 만두 반죽을 만지며,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호진 같은 이들이 계속 찾아온다면, 천마의 조용한 만두집이 언제까지나 평화로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이상 피를 묻히지 않겠다고. 만두 가게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대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호진이 가게를 나가고 난 후, 천마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소림사 너머로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었고, 그 빛이 만두 반죽 위에 아련하게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의 손끝에서 익어가던 만두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시 이렇게 찾아올까? 아니면 다른 자들이 더 큰 소란을 부릴까?'


천마는 과거 강호에서 이름을 떨쳤던 자신이 이제는 한낱 평범한 만두 장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때론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결심을 지켰다. 싸움 없이 조용한 삶을 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가 다시 만두를 찌기 시작하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이번엔 호진이 아닌 젊은 승려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승려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님, 괜찮으십니까?”


승려는 소림사에서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천마가 호진과 대치하는 모습을 봤던 모양이었다.


천마는 고개를 들어 승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저 소란이었을 뿐입니다. 큰일은 없었소."


승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앉았다.


"저희 사부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최근 이 지역에 강호의 삼류 무사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 그들 중 일부가 무례하게 행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그 삼류 무사도···."


천마는 승려의 말을 가로막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 그는 여전히 승려와의 대화에서 평화로운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알고 있소. 하지만 그런 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오. 그들이 진정한 위협이 되기 전에 잘 타이르면 될 것이오.”


승려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과거의 명성이 아직도 남아있을 텐데, 이렇게 평화롭게 살기를 선택하시다니요. 저희 사부님도 항상 말씀하시길, 진정한 무사의 길은 검을 내려놓는 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천마는 승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은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그가 검을 휘두르며 강호에서 수많은 적들과 맞섰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전투가 그의 삶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진정한 강함은 검에 있지 않소. 마음에 있소. 하지만 그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승려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언젠가 사부님처럼 검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천마는 미소를 지으며 승려를 바라보았다.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그대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음을 단단히 갖는 것이오. 그리고 그 마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


그때였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호진이 아닌,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의 복장은 호진처럼 허름하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이 그를 평범한 손님으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가게 안을 둘러보고는 천마에게 다가왔다.


“이 가게가 바로 소문난 ‘천마의 조용한 만두집’인가?”


남자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며 천천히 말을 건넸다.


천마는 그를 바라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무엇을 드시겠소?"


남자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손가락을 퉁기며 말했다.


“만두 한 접시. 하지만 내 돈을 내고 먹으러 온 게 아니오. 이야기를 하러 왔소.”


천마는 남자의 의도를 가늠하려는 듯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만두를 찌던 솥을 열어 증기를 내뿜으며 만두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그 접시를 남자의 앞에 조용히 놓으며 말했다.


“이야기라면 듣겠소. 하지만 만두값은 받고 있소.”


남자는 만두를 한 개 집어들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 천마라 불리던 이현우,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소?”


천마는 잠시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요하게 대답했다.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자들이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 이름은 나와 상관없소. 나는 그저 만두를 팔 뿐이오.”


남자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왜 그 칼을 내려놓았소? 그 이름이 아직도 강호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오?”


천마는 미소를 지었다.


“검을 내려놓는다고 이름이 사라지는 건 아니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이름을 가지고 살지 않겠소. 이제는 피를 묻히는 삶을 버렸소.”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천천히 만두를 씹으며 천마의 말을 음미했다.


“그렇다면 내게 검을 들고 싸우라고 할 생각은 없소. 하지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소. 만약 오늘 다시 피를 묻히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도 검을 들지 않을 것이라 맹세할 수 있소?”


천마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렀다. 그는 여전히 싸움을 거부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과연 무언가가 그를 완전히 몰아붙일 때도 자신이 검을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아직도 전쟁과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천마는 굳은 결심으로 말했다.


“내가 피를 묻히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상, 그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오.”


남자는 잠시 천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의심과 흥미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소. 그 결심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지켜보겠소.”


그는 자리에 일어나 만두값을 내려놓지도 않고 천천히 가게를 나갔다. 천마는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다시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만두가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천마 24.09.19 10 0 17쪽
7 천마 24.09.19 7 0 16쪽
6 천마 24.09.19 6 0 16쪽
5 천마시 24.09.19 7 0 15쪽
4 천마 24.09.18 12 0 14쪽
3 천마 24.09.18 18 0 13쪽
2 천마 24.09.18 34 0 14쪽
» 천마 24.09.18 6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