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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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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태호무
작품등록일 :
2022.05.23 19:16
최근연재일 :
2022.07.04 18:0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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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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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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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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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심어지는 씨앗들-6

DUMMY

“이곳은 무슨 유지죠?”


“1982년에 발견된 곳인데, 자네가 아는 그 옥으로 된 귀걸이를 발견했고, 대규모 주거지도 형성된 곳이네.”


“이곳이 처음입니까?”


“처음은 아니고, 연대측정으로 봐서 이곳이 가장 오래된 곳이야. 아직 더 발굴을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곳이네.”


“이 지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태훈에 말에 이 교수는 소 교수를 쳐다보다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이곳에 모든 자료는 외부로 반출 못하네.”


“아~ 그렇군요. 그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이 어디 없을까요?”


잠시 생각에 빠진 이 교수는 메모지 한 장을 가져다 무언가를 적고 접어서 건네준다.


“마을에 도착하면 이 사람을 찾게.”


메모지를 펼치려고 하지만, 이 교수가 막는다.


“어허~ 여기서 적은 것도 확인이 되는 순간 하나의 자료가 되는 걸세. 그곳에 가서 보게.”


알겠다는 듯 접힌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태훈과 선호가 일어선다.


태훈이 먼저 말한다.


“갑자기 찾아와 민폐만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소 교수가 답한다.


“갑자기는 무슨, 이미 공문도 받고 연락도 받았는데, 괜찮습니다.”


이 교수가 말을 거든다.


“소 교수 말이 맞네. 민폐는 아니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게.”


“일본으로 가기 전에 이 빚 거하게 갚겠습니다.”


“기대하게 하는군. 아무튼 조심하게 지금 분위기가 너무 안 좋으니..”


그렇게 태훈과 선호가 흙길로 만들어진 길로 내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이 교수와 소 교수가 배웅하며 말을 주고받고 있다.


“누굴 소개해 주셨길래. 그런 어설픈 핑계를 댄 겁니까?”


“엉뚱한 짓만 벌이다 그곳으로 쫓겨간 사람..”


소 교수가 곰곰이 생각하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짝~


“이 교수? 이 교수를 소개해 준 겁니까?”


“그래”


고개를 흔들며 말하는 소 교수다.


“저 사람들 고생 좀 하겠네요.”


이 교수를 보는 소 교수, 이 교수는 그런 소 교수에 시선을 외면하고 무심히 돌아서 사무실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보는 소 교수,


‘제발 그 논문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인간을 소개했다는 게 조금은 안심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2008년 12월 중순,


전국 각지에 다른 날 내린 첫눈 소식이 지나가고, 이젠 2008년 끝자락에 와 있었다. 전세거래지수가 9.8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창덕궁에서는 왕의 우물이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가 보인다.


밤 10시를 향하는 시계가 보인다. 그 아래 신문을 보고 있는 원장이다. 신문을 보고 있지만, 정신은 딴 곳으로 세고 있었다.


‘두 달이 흘렸는데 아무 진전이 없다. 그때 제대로 파악 못 한 것이 한이군. 그 실험으로 다우가 아무 문제 없어서 다행이지만, 조각상에 변화가 자꾸 신경 쓰인단 말이야.’


똑똑..


누군가 원장 방문을 두드리자 생각 속에 빠져있던 원장에 정신이 돌아온다.


“응? 누구니?”


“지은이예요.”


“들어오거라.”


문이 열리고 지은이 들어와 원장 앞 쇼파에 앉는다.


“그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애들은 다들 자고?”


“상희와 동호는 방학 숙제하고 있고, 막내들은 다 재웠어요.”


“그렇구나. 그래 무슨 일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원장 할애비 방에 왔어?”


“다우 때문에요.”


놀란 원장이 벌떡 일어서서 책상 위에 있던 노트를 들고 와 앉아 노트를 펼치며 묻는다.


“어떤 점이 이상한지 자세히 말해 보거라.”


지은이 불안한 모습으로 노트를 보며 머뭇거린다. 그런 지은을 다독이며 원장이 말한다.


“이거? 적어서 담당 의사 선생님께 상담하려고 하는 거니. 걱정하지 말고..”


다소 편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한다.


“요즘 들어서 다우 행동이 좀 이상해서요.”


긴장한 표정으로 원장은 지은에 말을 경청한다.


“원장님하고 같이 나갔다가 하루 자고 온 날이니까. 음~ 이틀 후부터 일 거예요. 학교 마치고 저랑 매일 하교하던 다우가 혼자 자꾸 시내를 가겠다고 해서 말렸지만, 한번 고집부리면 못 말리는 다우라 몰래 뒤를 따라갔어요.”


뭔가 싱거워진 기분이 든 원장이 펜을 놓고 묻는다.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런 문제는 아니에요.”


“그럼, 시내 나가서 뭐를 하기에 이렇게 지은이가 걱정할까? 혼자라서?”


“그것도 문제이긴 해요..”


“어느 날은 미용실, 어떤 날은 슈퍼에 다른 날엔 시장에서 물건 파는 아저씨, 아줌마를 하루 내내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어요.”


무언가 생각이 든 듯 원장이 묻는다.


“물건을 사고 그러지는 않고?”


“다우가 돈이 어디 있다고 물건을 사요?”


원장은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미안하다. 약속은 약속이라..“


”벌써 두 달째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놀라는 원장,


”두 달??“


원장에 좋은 리액션에 액션이 더욱 커지는 지은이다.


”네에~ 심지어 오늘은 남원까지 갔어요.“


다시 놀라는 원장,


”남원? 다우 혼자? 남원을?“


그런 원장 리액션에 이야기하는 것이 신난 지은이 마치 한 편의 서사를 읽는 듯 말을 쏟아낸다.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남원에 가서 시내에서 했던 일을 똑같이 하는 거 있죠. 공장이며, 농장에 주전 시장까지 갔다니까요.“


더욱 미안해지는 원장이다.


’그 녀석에게 5만원를 괜히 줬나? 도대체 뭘 사려고 하길래.‘


시큰둥한 원장 리액션에 지은이 액션도 식는다.


”어휴~ 그래서 요즘 집에 오는 시간이 너무 늦어져요.“


”왜 서운하니?“


원장의 의외의 말에 지은이 놀란다.


”네?“


원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녀석, 다르게 보면 다우한테는 좋은 현상일 수도 있지 않겠니?“


”...“


”생각해 보거라. 늘 지은이와 같이 행동하고 거의 한 몸처럼 지냈는데 이젠 다우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게 어쩌면 다우에게 좋은 기회 일 수 있지 않겠어?“


바로 원장에 독백이 이어진다.


’나도 걱정이다.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다우에게 큰 돈인데 어떤 결과를 만들지.‘


”... 하지.. 만.. 이렇게 갑.. 자기..“


무언가를 다 잃은 듯한 지은이 모습에 원장이 지은이 앉은 쪽으로 가 앉으며, 지은이를 꼬옥 안아준다.


”너무 걱정 말거라. 우리가 늘 바라왔던 일이잖아. 무언가 스스로 다우가 하는 모습. 기대되지 않니?“


”...“


”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다우를 데리고 세상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을 자유롭게 구경시켜 주고 싶다고..“


원장 품에 안긴 지은이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고개는 그 반대로 끄덕인다. 머리는 알겠지만, 그 마음속은 여전히 서운함과 아쉬움 등등, 알 수 없는 감정 중 하나가 서서히 그 형체를 들어낸다.


2003년 12월 말.


대설 주의보가 내려진 어느 날, 오후 5시를 알리고 있지만, 겨울 해는 빨리 진다. 그 어두운 길을 따라 봉고차 한 대가 햇빛보육원 정문 앞에 선다.


끼이익~~


바퀴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소리를 내며 멈춰서자 차 안에서 성인 여성과 인형을 꼬옥 안은 어린아이가 내려 한옥으로 된 보육원 정문을 바라보고 선다.


햇빛보육원 한옥 문이 열리며, 원장이 보이고 그 뒤로 4명에 대여섯 살 먹은 아이들이 원장 뒤로 쪼르르 따라 나온다.


원장이 갑자기 멈춰 선다.


”아야~:

“아~ 내 발..”

“아파~ 나 머리 꿍했져.”


맨 뒤에 있던 아이 하나가 세 명의 아이들 뒤에서 감싸 안는다. 원장은 세 명의 아이들에 머리를 쓰다듬고는 차를 타고 온 여성 앞으로 간다.


“잘 오셨습니다. 형수님!”


성인 여성은 가볍게 목례하고, 옆에 있던 꼬마 아이에 등을 밀어 인사를 시킨다.


“얘가 케빈 아이예요.”


여성 소개에 원장은 그 자리에 앉으며 아이와 대화를 시도 한다.


“이름이 뭐니?”


아이는 여성 뒤로 숨는다. 여성은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하려 하지만, 아이가 강하게 거부한다.


“괜찮아요. 누가 봐도 낯선 곳인데 당연한 반응이죠.”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아 들며, 아이에게 원장을 소개한다.


“지은아! 이 분이 아빠 친구분이야. 어렸을 적에 지은이를 엄청 이뻐 하셨는데 몰라?”


고양이 모양의 얼굴에 몸통은 검은색에 발은 빨간 신발을 신고 있는 하봇 빅사이즈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피하고 있는 아이다.


“그 인형도 저분이 사주셨는데 몰라?”


그말을 듣자, 아이의 눈이 원장을 바라본다.


뒷짐을 지고 있던 원장 손이 앞으로 나오며, 또 하나의 인형을 내민다. 같은 모양의 인형이지만, 원장이 내민 인형은 오렌지색 모자를 쓰고 있고 표정은 아이의 인형은 눈을 감은 표정이고, 원장의 인형은 눈을 뜨고 있는 표정 인형이었다.


“동생이 여기 있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는다. 여성은 그 인형을 잡을 수 있게 원장에게 다가가고 아이가 원장이 들고 있는 인형을 받고 품에 꼬옥 안으며 말한다.


“고맙쯥니다. 히이~”


애교 섞인 아이의 모습이 너무 이뻤다. 하얀 얼굴에 날이 추워서인지 통통하고 불그스레한 얼굴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원장실 안, 아이의 엄마인 여성과 원장이 마주 보고 앉아있는 분위기는 엄청 무겁게 느껴진다.


“언제 출발이죠?”


차를 마시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말을 이어간다.


“모레쯤 출발이에요.”


“지은이와 돈 걱정은 마시고, 수술 잘 받고 오시면 됩니다.”


대답 대신 찻잔을 들고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원장을 무표정하게 팔짱을 끼며 바라보고 말을 이어간다.


“왜죠?”


“..”


“이곳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이해하는데, 왜 저와 제 아이까지 도와주시는 거죠?”


“그렇게 약속했고, 계약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단순히 약속? 계약 때문이에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야 하는 건가요?”


“저와 아이를 통해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닌가요?”


고개를 흔들며 여성의 말을 부정한다.


“누굴 인질로 사람 찾을 만큼 능력이 모자라지 않아요. 제법 탄탄한 정보망도 있고, 능력자도 좀 있어요.”


원장의 표정을 여전히 팔짱을 끼고 살피는 여성이다. 무언가 북받쳤는지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다 갑자기 일어서다 말고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말을 한다.


“죄송합니다. 흑흑~ 그 사람의 잘못 모두 제가 안고 갈게요. 흑흑~ 그러니 지은이 잘 부탁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여성의 행동에 멍해진 원장이 정신을 차리고 여성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지만,

여성은 그런 원장의 손을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있다.


“흑흑~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딜 것 같아요. 죄스러운 맘으로 평생 살아도 못 자라요.


남에게 거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분유도 기저귀도 사지 못해 이곳, 저곳에 구걸하며 살아도 그게 다 벌 받는 것이겠거니 하며 살았죠. 흑흑~~”


원장은 여성을 말을 끊으며,


“알았으니까. 일어나 앉으세요.”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저처럼 바짝 말라가는 지은이를 보니 내가 겪어야 할 지옥이 아이에게까지 겪는 게 제 병보다 가난보다 더 아팠어요.


죽으려고 해도 번개탄 하나 못 사는 신세라 냉골 단칸방에서 그냥 죽음만 기다렸어요. 그 어떤 도움도 다 지옥이라고 느꼈기에 그렇게 표독스럽게 원장님을 내쳤습니다. 흑흑~~”


원장은 폭풍처럼 쏟아내는 그 여성의 말을 듣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낯선 남성의 낮게 변조된 음성이 들리며,


‘어차피 죽어서 갈 지옥인데 미리 걱정하는 건 시간 낭비네.’


원장의 독백이 답을 한다.


‘봤습니까? 지옥이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다시 여성을 내려다보며,


“형수님과 아이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몸에 안 좋습니다. 어서 일어나 앉으세요.”


원장이 천천히 여성에 양팔을 감싸 안아 여성의 몸을 일으켜 세워 앉히지만, 너무 흐느꼈는지 몸에 진이 다 빠진 듯 힘없이 쇼파에 눕다시피 앉는다.


여성을 앉히고, 원장은 맞은 편 쇼파로 가서 앉아 말을 건넨다.


“오늘은 여기서 지은이와 주무시고 가시죠.”


쇼파에 기대던 여성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아니에요. 내일 대설 주의보가 내려서 일찍 가 봐야 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원장이 대답한다.


“오후쯤 내릴 것 같은데, 그냥 주무시고 가세요. 그렇게 확 끊는 거 지은이에게 안 좋아요.”


“일곱 살이지만, 아이가 어른스러워요. 제가 아프면 미리 알고 보채지도 않고, 깨끗하게 씻지 못 하지만, 늘 혼자 세수하고 손 닦고 했죠. 간간이 들어오는 알바를 다녀와도 혼자 밥에 간장을 비벼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들고 했어요.”


안타까운 표정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그건 늘 엄마는 올 꺼야라는 믿음 때문이지, 지은이가 어른스러워서가 아니죠.”


“...”


“일찍 철들었다고 대견스럽게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에 대한 마음속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 그 무게로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해야죠.”


여성에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홀로 앉아 훌쩍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 지은이 보인다.


‘작은 소반에 차려진 단출한 밥상이 보인다. 작은 밥공기에 간장을 잔뜩 넣은 밥을 눈물과 콧물로 인해 훌쩍거리며 먹고 있는 지은이가 보인다.


눈물을 먹는 건지, 콧물을 먹는 건지 눈물 젖은 밥을 먹고 있는 어린 지은이에 모습, 불빛 하나 없는 방안에 오들오들 떨며 문과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놀라 인형을 꼬옥 안고 소리 없이 우는 어린 지은에 모습이 보인다.’


티슈를 건네는 원장이다. 지은이 엄마는 고개를 숙인 체, 눈물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답을 한다.


“그럼 지은이가 잠들 때까지만 있을게요.”



모든 방에 불이 꺼진 햇빛보육원 전경이 보인다. 주위로 오렌지빛 조명만 켜져 있고, 모든 방은 불이 꺼져 있는데 유독 동쪽 사랑채 방만 불이 커져 있다.


그 방에 두꺼운 이불과 요 위에 성인 지은이 엄마와 지은이가 서로를 꼬옥 안은 채, 누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만 불 끌까?”


한쪽 겨드랑이에 원장이 준 인형 하나를 끼고, 다른 하나의 인형은 품에 안고 여성에 품에 안겨 있는 지은이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든다.


“얼른 자야 내일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만 흔들고 있는 지은이다.


“아야~”


지은이 엄마가 내는 앓는 소리에 지은이 깜짝 놀라 두 개의 인형을 던지듯 버리고, 지은이 엄마 이마와 자신에 이마에 온도 차이를 확인하고 여성에 이마에 입을 가져간다.


“호오~”


이마에 작은 바람을 불어주고, 두 개의 인형을 다시 원래 들던 모습으로 잡고 누워 눈을 억지로 감는다.


그런 지은이 행동에 지은이 엄마 눈에서 또, 다시 눈물 흘리고 있다.


‘미안해. 엄마 딸!! 건강하게 수술받고, 치료해서 건강하게 지은이한테 돌아올게. 그러니 착하고 예쁘게 엄마의 딸로 기다려 줘.’


얼마 후, 지은이에 일정한 호흡 소리가 들린다.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지은이 옆에 다시 눕는다.


“맘 같아선 진짜, 외면하고 싶네요.”


김기사에 한탄 섞인 말이 들린다.


“쉿! 듣겠어.”


원장과 김 기사가 맞은 편, 사랑채 마루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저 모녀가 무슨 잘못이 있지?”


“그 핏줄인데 다를 게 있을까요?”


“그런 건 핏줄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야. 저 모녀가 무슨 잘못을 했지? 그 잘못을 설명할 수 있나?”


“..”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야.”


“어쨌든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이 맘.. 이 맘이 이해 못합니다.”


가슴을 강하게 두드리는 김 기사다. 가슴을 치는 손을 원장이 잡으며,


“쪼옴~ 조용히 해. 듣겠어.”


“아후우~ 진짜..”


답답해하는 김 기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은이 얼굴 봤나?”


고개를 끄덕이는 화난 목소리에 김 기사다.


“네에~ 귀엽...”


말을 급히 멈추는 김 기사, 그런 김 기사를 보고 웃는 원장이다.


“하하~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인간이 반응은 빠르네.”


“..으흠~”


“다행히 그 인간을 닮지 않고, 엄마를 닮아서 아이가 참 이뻐. 그러니 자네도 좀 다르게 보게.”


서서히 일어나며 원장에게 귓속말로 한마디하고 냅다 뛴다.


“저 미친놈이.. 새.. 읍!”


입을 급히 막는 원장이다.


‘그렇게 이쁘면 새 장가 들어서 딸 삼으시지?’


김 기사의 환청이 들리는 원장이다.


“저 자식이 진짜.. 너 이리 안 와? 뭐? 새.. 읍.”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듣고 있다. 지은이 엄마는 뭔가 편안해지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또 한 사람이 그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생각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뜨고 있는 다우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서는 다우의 손에 코가 막혀 입을 크게 벌리고 몸을 뒤척이는 영호도 보인다.


새벽 4시, 이른 새벽.


두꺼운 코트를 입으며, 지은이 엄마가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향한다. 그런 지은이 엄마를 맞이하는 원장과 김 기사다.


원장이 먼저 말을 건넨다.


“하루 더 있다가 가도 됩니다. 대설 때문이라면 남원으로 가서 지은이와 하루 더 보내도..”


좌우로 흔드는 고갯짓으로 원장의 말을 막는다.


“그러면 더 떼어놓기 힘들어져요.”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수술 잘 마치고, 쾌차해서 오세요.”


허리를 깊게 숙이는 지은에 엄마다.


“감사합니다.”


천천히 몸을 세우고 다시 말을 전한다.


“우리 지은이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못되더라도 늘 웃고 지낼 수 있게만 해주세요. 그럼 죽어서도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원장과 김 기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말이 없던 김 기사가 갑자기 화를 낸다.


“뭡니까? 살려고 발악해도 힘든 뇌종양 수술인데, 벌써 그런 마음으로 뭘 하겠다는 겁니까?”


원장이 화를 내는 김 기사를 말리려고 하지만, 지은이 엄마에 표정을 보고 멈춘다.


“죽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원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하하하, 정답이네요.”


화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퉁명스러운 김 기사다.


“정답은 무슨? 뭐! 됐습니다. 가시려면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지은이 엄마가 다시 김 기사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저희 모녀 모르게 물심양면 도와주신 일 잊지 않을게요.”


얼굴이 붉어져 머리를 긁적이는 김 기사다.


“하~ 것 참, 사람 부끄럽게. 먼저 차에서 기다릴게요.”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가는 김 기사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원장과 지은이 엄마다. 원장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저래 보여도 정 많은 인간이에요. 지난 일 때문에 감정이 많이 남았어도 할 일은 잘하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당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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