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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륜 님의 서재입니다.

더 빅토리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홍선수
그림/삽화
홍프로
작품등록일 :
2023.05.14 12:02
최근연재일 :
2023.05.14 15:0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6
추천수 :
0
글자수 :
4,060

작성
23.05.14 15:00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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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1. 검군(儉君)

오늘 하루의 시작이 행복 하시길~




DUMMY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한 중년여인이 궁에 문 앞에 서서 문앞으로 들어설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인들의 눈빛과 같이 맑고 깨끗했으며 특히 손이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얗고 가늘고 긴 손은 여리여리 하여 붓조차 들지 못할 것 같은 가녀린 손가락이었지만 그 손에 닿은 모든 것이 치료가 될 것 같은 아름다운 손이었다.


위서진 그녀가 자신의 치맛 자락에 핏빛 얼룩이 채 지워지지 않은 것을 알아 차린 것은 이미 궁 문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문제는 이제와서 다시 되돌아가 옷을 정갈 하게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옷차림새로 들어가기에는 궁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또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들어가는 곳은 왕궁이었고 만나기로한 사람은 궁 안에 있었다. 늘 그를 만나기 전에는 옷매무새에 많은 신경을 쓰는 그녀였다. 하지만 지난 몇일 동안 휘몰아친 일들이 그녀에 정신을 빼 놓았었기에 자신에 외모를 챙길 여유 조차 없었다.


한달전, 비바람이 세차게 내려치는 밤이었다. 그녀가 머무르는 한송정가에 문이 세차게 흔들리고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정이 넘은 시간 이런 야심한 밤에 누구든 한송정가를 찾을 이는 없었다. 비바람이 섞인 천둥소리에 그녀는 잠 못 이루고 있었으나 그녀를 깨운 소리가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소리가아닌 사람에 의한 소리임을 알아차렸을 때 그녀는 두려움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누구세요?"

"원술 입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그녀가 잘 아는 목소리에 주인이었다. 하지만 불길함과 불안함이 엄습해와 그녀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무..무슨일이어요?"

"급한 환자입니다. 문을 열어 주십시오!"

"환자....호...혹시 아버님께서..."

"네..아버님하고 함께 왔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까지 벌벌 떨렸다.


'그..그이가...다쳤단 말인가...?'


원술이 아버지와 함께 왔다는 말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뛰쳐 나갔다. 문이 열리고 먼저 들어선 사내는 원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원술의 뒤이어 들어온 사내에게 머물렀다. 김유신! 원술의 아버지이자 신라의 대장군이자 현 신라국의 권력 정점에 서있는 최상위의 권력자! 하지만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달랐다. 연인을 바라보는 그러한 눈빛이었다. 그런데 김유신의 모습은 부상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전장에서 바로 나선 듯 갑옷을 입은 채였으나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발이 맨발임을 알아차렸다.


"잘 있었느냐?"

"네...그런데...어디 다치신 것인지요?"

"아니다. 난 괜찮다. 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한명 데려왔다."

"아..아니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대장군께서 직접 오셨는지요? 혹시 가족분이신지.."


이제 김유신의 가족이면 왕족임을 뜻했기에 물었다.


"아니......잘...모르는 사람이다."

"네? 잘 모르는 사람이라구요?"

"사실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장군에 목숨을 구해 주었다구요?

"음....이상한 일이었어...매우 긴 이야기 인데 짧게 얘기 한다면....갑자기 함정에 빠졌고...나 조차도 어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절체절명에 순간이었는데 이자가 불쑥 나타나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위서진은 그제서야 그녀의 시선이 원술에 등에 업혀있던 사내에게 옮겨졌다. 사내의 몰골은 처참해 보였다. 온몸에 부러진 활과 부러진 검이 밖혀 있었다. 끔찍한 모습이었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피먼지로 범벅이 되어 헝클어져 있었고 온 몸을 천으로 둘둘 감아 응급처치를 한 듯 해 보였으나 흘린 피로 인하여 온통 붉은 빛이였다.


위서진은 마음을 추스리고 사내의 혈을 찾아 진맥을 해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처참한 몰골과는 다르게 환자의 맥은 안정적으로 뛰고 있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듯 하였다.


"우선 별채로 옮길게요!"


별채 뒤뜰에는 온갖 진귀한 약초들이 심어져 있어, 별채에 드는 순간부터 향기로운 약초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모든 약초들이 보관 되어있는 약 창고이기도 하며 이곳에서 의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귀족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기도 하였다.


"어떠 할 것 같은가?"

"아직 확신 하긴 어렵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아요"

"서진! 치료를 부탁한다"

"네...알겠어요."


언제나 그랬다. 그녀는 김유신의 갑작스런 부탁을 거절 하지 못했다. 둘의 관계는 늘 그런식이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그는 갑자기 찾아와 부탁하고 그런 그녀는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드리고 또 기약 없이 떠나고, 다시 기다리고 늘 그런 식이었다.

그러데 이번은 달랐다. 그가 다음 만남을 기약 하였다.


"한달 후 경과를 나를 찾아와 알려주시게."

"네? 이 사내의 치료 경과를요? 대장군께서 직접이요?"

"그러하네. 다른 사람 통하지 말고 자네가 직접 나에게 알려주시게"

"네 알겠어요"


이후 그녀는 사내의 치료에 전념 하였다. 그녀가 그동안 해오던 약초연구와 의술교육을 뒤로 미룬채 사내의 치료에만 온 힘을 쏟았다.


위서진이 사내를 둘둘감고있는 천들을 하나씩 풀어 사내의 상세를 자세히 살폈다. 퀴퀴하고 역한 피비린내가 코에 훅 들어왔다. 역한 냄새로 미간을 가득 찌푸렸던 그녀의 눈이 크케 놀란 감탄의 눈으로 바뀌었다. 몰골은 거지 꼴이였지만 사내의 몸은 탄탄함을 넘어 단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수천번 담금질을 한 강철검 처럼 구릿빛 몸 자체가 검과 같이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그 단단해 보이는 몸에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것을 증명 하듯 상처 투성이였다.


활과 창, 그리고 검으로 찌져진 몸에서는 피와 고름이 차있어 서둘러 치료가 필요했다.

서진은 상처부위 하나하나 고름을 짜내고, 썩은 살을 도려내고, 약초물로 씻어내었다. 상처 부위마다 약을 바른 후 한땀한땀 바늘로 상처를 꿰맨 후 약으로 감싸고 붕대로 감았다. 실로 어려운 치료였다. 한군데의 상처만 해도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드는데, 수백 군데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일일이 잘라내고 약 바르고 꿰매고 하니 엄청난 힘이 들었다. 마지막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서진은 탈진하여 쓰러져 사흘동안 기력을 잃어 누웠을 정도였다.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사내의 상처는 아물고 새 살이 나기 시작 하였다. 경이로는 회복력이었다. 마치 영약을 많이 복용한 것 처럼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었다. 열흘 이 지났을 때 사내는 눈을 떴다. 사내와 눈을 마주친 위서진이 안도의 한숨과 기쁨에 눈빛을 보냈다.


"깨어 났군요!"

"아....여기가.."

"한송정가라는 곳이어요."

"모..몰라요."

"네? 무엇을 모른다는 거여요?"


그녀는 자신이 묻지도 않았는데 몰라요 라고 대답하는 사내가 이상 했다. 하지만 어째든 그녀는 김유신의 부탁을 해 냈다는 기쁨이 더 컸다.


"여기 오기 전에 기억이 없어요?"

"...몰라요."

"그럼 그쪽 이름은 알아요?"

"몰라요"

"자기 이름도 몰라요? 나이는요? 사는 곳은요?"

"모, 몰라요"

"휴."


위서진은 다시 사내의 손목을 잡아 진맥을 해 보았다. 분명 그의 몸상태는 정상이었다. 아니 정상인 이상 건강한 맥이 잡혔다. 그런데 이 사내와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진짜 자기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김유신에게 들려 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그쪽을 어떻게 불렀으면 좋겠어요?"


사내의 시선이 방안 이곳저곳을 훑었다. 그리고 시선이 머문 곳은 맡은편 벽위에 걸려있는 검(劍) 있었다. 한송정가는 화랑들의 수양장소였기에 방마다 무(武)를 상징하는 검이 걸려있었다. 실전용 처럼 살상용 칼이 아닌 날이 무딘 장식용 검이었다.


"거..검......."

"거검 이라구요?"


그녀의 시선이 사내의 시선을 따라가 벽에 걸려 있는 검을 보았다.


"검! 이름이 검이어요?"

"........"


사내의 침묵이 그녀를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사내가 이제 깨어났으니 정신이 없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한숨을 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일단 임시로 검군(儉君)이라 부를게요. 천천히 생각 해 보고 생각 나는 것들이 있으면 알려줘요"

"....."


사내는 더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가 아직 누군가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상태라 생각 하여 그를 좀더 잠을 자도록 두었다. 그녀가 방을 나가자 사내는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모두에게 멋진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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