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여령 님의 서재입니다.

문나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여령
작품등록일 :
2009.02.23 01:54
최근연재일 :
2008.12.09 20:1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32,989
추천수 :
53
글자수 :
23,296

작성
08.12.04 21:05
조회
21,524
추천
8
글자
10쪽

문나이트 - 제1장 과거를 끊고….

DUMMY

“이게…. 말이 되나?”

대건이 변화를 느낀 건 3일 전이다.

방의 구조가 전 날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온갖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쓰레기 소굴에서 가지런히 정돈된 방으로 변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건은 자신의 방을 나설 생각이 없었다.

방 밖의 세상은 자신과 철저하게 분리된 세상.

대건은 방 밖으로 나설 용기조차 없었다.

“나흘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나흘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똑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었으니,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그저 그 날도, 새벽 늦게까지 ‘이데아’를 했던 것만 기억할 뿐이다.

“으윽. 도저히 기억나질 않아.”

일순간 변해버린 자신의 일상.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던 부모님이 살갑게 굴며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하신다.

여동생 수민은 또 어떤가.

늘 자신을 찬밥 취급하던 그녀가 여느 여동생들처럼 애교도 부리고 환한 얼굴로 자신을 대한다.

나흘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일상. 대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괴로워했다.

“여긴 어디야!”



다시 이틀이 지났다.

여전히 가족들은 자신을 살갑게 대하고 있고 모든 것은 변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5년 전으로 되돌아왔다니. 이럴 수는 없어. 누군가 농간을 부리는 거야.”

대건은 지금의 변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꿈같은 이야기를 믿기에 그는 너무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대건은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바라봤다.

자신이 히키코모리가 되어 방안에서 은둔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핸드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대건은 모든 친구를 잃고 오로지 ‘이데아’만 하면서 살아갈 뿐이었다.

딸칵.

대건은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 액정화면에 자신과 여동생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떴다. 언제 찍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진이다.

대건은 그 사진을 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길.”

곧바로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혹시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름이 있는지 살폈다.

그리고는 익숙한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문성민.”

왠지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무려 5년이다.

5년 동안 대건은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인맥은 그 때 모두 사라졌다.

“걸어볼까?”

그와 제법 친했는지 근래에도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전화를 걸기에는 대건이 가진 히키코모리 근성이 너무도 지독했다.

띠리리링.

“헉!”

그렇게 몇 번을 망설이던 대건은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살펴보니, 성민이였다. 그가 마침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무려 5년 만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대건은 선뜻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가 누구인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데 무작정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생각에 대건은 용기를 내어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대건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 대건. 뭐하느라 전화를 이렇게 늦게 받아?]

“누-누구….”

[뭐야, 웬 장난질이야. 잔말 말고 집밖으로 나와 봐. 술이나 한 잔 하게. 지금 집 앞이니까 옷만 걸치고 바로 나와. 끊는다.]

“아, 저기!”

딸칵.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는 끊기고 말았다.

대건은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쳐 입었다.

“지금의 날 알아야 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현재의 자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대건은 알고 싶었다.

이미 잃어버린 시간들.

자신은 어째서 과거를 잃어버린 것일까?



“나왔냐?”

“그-그렇긴 한데….”

“야, 추우니까 이야기는 가면서 하자. 후우. 가을이라 그런지 꽤 날씨가 쌀쌀해졌어.”

대건은 성민의 손에 이끌려 걸어갔다.

낯익은 풍경.

집 밖으로 나선지 5년이 지났지만, 그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산 탓에 어느 정도 집 주변 풍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 오락실. 어렸을 때 자주 갔었는데. 저 편의점도.’

대건은 5년 만에 보는 집 주변 풍경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야, 뭐하는 거야. 어디까지 가려고?”

“아!”

뒤를 돌아보니, 성민이 어느 술집의 문을 붙잡고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너무 주변 풍경에 집중한 나머지, 그를 놓친 것이다.

“자식,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어벙하게 구는 거야?”

“미-미안.”

“어라? 미안하다고? 뭐야, 너! 뭐 잘못 먹었냐?”

성민의 반응에 대건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은 또 뭔데? 너 진짜 뭐 잘못 먹었냐?”

“그-그런 게 아니고.”

“흐음. 뭔가 수상해.”

성민의 예리한 눈빛에 대건은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흐를 만큼 긴장했다.

“뭐로 드릴까요?”

“오백 두 잔 주세요.”

“네.”

다행히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으로 인해 대건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너도 그거 시작할 거지?”

“뭘 시작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대건은 그를 조금씩 편하게 대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이데아.”

“이데아?”

“어라? 왜 그렇게 놀라?”

성민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오자, 대건은 마시던 맥주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판타지아를 개발한 GN 소프트에서 새로 내놓은 신작 가상현실게임 ‘이데아’ 그걸 말하는 거야?”

이데아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건이었다. 그런 대건의 반응에 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판타지아 광이었던 너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쩔 거야? 군대도 다녀왔으니까 이제 일자리 알아봐야 하는 거 아냐?”

“군대? 아!”

성민의 말에서 대건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5년 전, 그날이 있던 그 즈음이구나!’

대건은 ‘그 날’을 떠올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 버린 바로 그날을!


대건은 어린 시절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다.

180㎝를 훌쩍 넘는 큰 키에 어렸을 때부터 합기도를 배운 탓에 근육도 남달랐다.

게다가 공부에는 취미가 없어 놀러 다니기에 바빴다.

그런 그가 스무 살이 되고 나서 변했다.

사회는 어린 대건에게 변화를 종용했다.

하지만, 인간은 계기가 없으면 변하지 않는다. 결국, 대건이 선택한 길은 특전사부대로 지원하는 일이었다.

일반 보병은 물론이고, 귀신 잡은 해병보다도 힘들다는 특전사. 대건은 그곳에서 무려 4년간이나 복무하며 어린 시절의 잔재를 말끔히 씻을 수가 있었다.

문제는 다시 사회로 돌아온 뒤에 터졌다.

어린 시절 방황을 한 덕에 대학조차 가지 못한 대건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공부를 하고자 해도 애초에 그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뇌 구조를 지닌 탓에 그마저도 힘들었다.

결국, 대건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푼돈이나 만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그날은, 그러던 와중에 일어났다.

‘주유소에서 만난 그 여자.’

이제는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그 여인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뒤바뀌었다. 이름 모를 그녀는 주유소에서 상당량의 시너를 사갔다. 당시, 대건이 일하던 그 주유소는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시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주유소였다.

그리고 그 여인은….

주유소 앞 대로에서 시너를 몸에 붓고 그대로 불을 붙였다.

분신자살.

그 여인은 대건으로부터 구매한 시너를 가지고 자살을 한 것이다.


“허억허억.”

“야-야! 왜 그래?”

몹쓸 기억이 떠오르고야 말았다.

기억 저편에서 잠들어 있던 바로 그 기억이.

“빌어먹을!”

“뭐야! 왜 그러는데!”

“나중에 보자. 지금은 술 마실 기분이 아니다.”

“야!”

대건은 곧바로 술집에서 나와 자신이 일했던 주유소로 향했다. 이미 오래 전 일이었지만, 대건은 금세 그곳까지 달려갔다.

저벅저벅.

“…그대로네.”

주유소가 눈에 들어오자, 대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유소는 기억 속의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윽고 대건은 고개를 돌려 그 여인이 분신한 장소를 바라봤다. 아직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곳은 그 날과는 달리, 새까맣게 그을지 않았다.

“…젠장. 기분 엿 같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은 그 사건을 잊을 수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삶은 사회성이 결여된 히키코모리가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당시의 일은 그만큼 대건에게 충격이었다.

대건은 그날 밤, 그곳에서 한참을 더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

오랜만에 연재인데도 절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는 듯하네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한 마음에 미리 한 편 연재합니다.

이 글은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만 연재를 할 계획입니다.

물론, 종종 이벤트성으로 주말에도 한 편씩 연재할 생각입니다만 그건 말 그대로 종종이 되겠네요.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는 이 챕터가 끝나고나서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 이탈하지 말아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5

  • 작성자
    Lv.38 타댜
    작성일
    09.02.04 08:52
    No. 31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Doc.T
    작성일
    09.02.14 17:03
    No. 32

    그 무섭다는 히키코모리;;;;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후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분신자살
    작성일
    09.02.16 14:43
    No. 33

    우워.... 갑작히 생각하다 쫄았어요.... 무서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 후세인
    작성일
    09.02.19 00:19
    No. 34

    근데 주유소에서 경유, 등유, 휘발유를 팔지 시너는 안팝니다. 게다가 휘발유는 신분확인, 사용목적을 확인한후에 소량밖에 안팝니다. 그것도 자동차 기름이 다 떨어져서 조금씩 사러 오는데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써비스로 근처 주유소에 갈수 있을많큼 넣어주기 때문에 여성분이 휘발유를 사러 온다면 의심부터 할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11
    작성일
    09.04.29 11:12
    No. 35

    5년지나서 다 잊어버렸다니..

    군대2년갔다와도 같다오고나면 같다오기전처럼 다 익숙한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문나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문나이트 출간합니다. +14 09.02.23 2,254 0 -
7 문나이트 - 제2장 아란 마을 +31 08.12.09 16,241 6 9쪽
6 문나이트 - 제2장 아란 마을 +32 08.12.09 15,929 6 8쪽
5 문나이트 - 제2장 아란 마을 +31 08.12.08 16,690 6 8쪽
4 문나이트 - 제2장 아란 마을 +52 08.12.07 17,686 7 10쪽
3 문나이트 - 제1장 과거를 끊고…. +45 08.12.06 18,288 7 6쪽
» 문나이트 - 제1장 과거를 끊고…. +35 08.12.04 21,525 8 10쪽
1 문나이트 - 서장 +33 08.12.03 24,703 1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