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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이벨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의 눈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호리이벨
작품등록일 :
2018.06.07 11:51
최근연재일 :
2018.08.06 23:4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25
추천수 :
1
글자수 :
77,045

작성
18.06.07 11:59
조회
113
추천
1
글자
8쪽

ep.1 붉은 달빛

DUMMY

유난히 밝게 떠오른 보름달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 망할 자식! 아오 열 받아!”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분노와 짜증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이미 자신의 분을 풀어낸 이들과, 아직까지도 흥분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이도 존재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도 차츰 흘러, 여럿의 분노가 점차 가라앉을 즈음.


“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아니,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가만두지 않겠어. 명심해라. 퉷!”


무참해진 형체를 남기고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욕설을 마구 남발하며 하나둘 어두운 숲을 빠져나갔다.


한참을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난 뒤, 쥐죽은 듯 쓰러져 있던 형체가 슬금슬금 움직였다.


‘ 아야야야······. 빌어먹을 놈들. 눈치는 빨라 가지고.’


팔과 다리로 최대한 방어를 시도했지만 역시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었다. 말고 있던 몸을 조금씩 움직이자 모든 부위에서 다양한 고통이 몰려왔다. 특히 숨을 쉴 때마다 찌르는 듯한 가슴의 통증이 제일 거슬렸다.


‘ 그래도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네. 후읍.’


어차피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 정도로 끝나게 된 상황을 내심 감사하며 몸을 뒤집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켰다. 밝게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대자로 지면에 몸을 기댔다. 조금만 쉬다 보면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회복될 것이고, 그때까지는 꼼짝없이 누워있을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올려다본 달빛은 여전히 붉은 상태였고, 그나마 온전한 빛을 느끼던 왼편의 달도 점차 붉어지기 시작했다.


‘ 젠장, 눈은 더 이상 다치면 안 되는데.’


얼굴을 좀 더 신경 써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몸에 힘을 뺀 채,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쉬자며 감았던 눈은 예상보다 오랫동안 감겨있었고 마침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없었다면 더 긴 시간을 이대로 소비했을 것이다.


“ 부스럭부스럭”


그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다 다시 한 번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처음 느꼈던 고통보다는 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온몸이 하나의 상처 부위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무언가가 자신에게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고 두려웠다.


‘ 그놈들,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럼 설마!!!’


이런 늦은 시간에, 이런 깊은 숲에서 당연히 예상해야 했을 존재를 왜 잊고 있었을까. 이제야 무시무시한 산짐승의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자, 아까와는 무게가 전혀 다른 긴장감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흔히 말하는 ‘죽을뻔한’ 고비를 넘겼지만, 지금은 정말 ‘죽을 수도’ 있는 위기인 것이다.


수풀을 헤치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형체를 주시하며 숨을 죽이던 그 순간, 검은 형체가 왼쪽 시야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놀랐지만, 가슴의 통증 덕분에(?) 목소리까지 도달할 폐의 공기가 살짝 부족했다.


하지만 검은 형체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튀어나온 방향을 따라 일직선으로 돌진해 나갔다. 그는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랐다. 검은 형체의 진행방향에 자신의 짐 보따리가 있다는 사실만 좀 더 빨리 알아챘었다면 말이다.


“ 쿠당탕!”


늘어져 있던 보따리의 어깨끈이 보기 좋게 검은 형체의 발을 휘감아 버렸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꾸라져 버렸다.


‘ 아! 진짜 미치겠네!!!’


그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속도로, 있는 힘껏 지금의 불합리한 상황을 저주했다. 모처럼 최악은 면하나 했지만, 항상 운명의 장난은 언제나 더 깊숙한 구렁텅이로 그를 몰고 갔다.


“ 우윽. 아파.”


다행히 이번 경우는 구렁텅이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그는 헛기침하며 최대한 조심스러운 말투로 인기척을 알렸다.


“ 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내 이름은 ‘펠릭스’ 라고 해. 흔히 펠 이라고 부르지.”


조심스럽다 못해 정중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표현해야 상대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펠···. 릭스?”


들려온 목소리는 겁에 질린 듯 작고 여리게 들렸다. 최소한 그 목소리에서 위험에 대한 요소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펠이 상황을 더 유리하게 이끌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 맞아. 넌 누구야? 모습을 보여줘. 지금 난 환자라고.”


그림자 속의 검은 형체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결심한 듯 살며시 달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거대한 후드를 뒤집어쓴 상태였고, 어림짐작으로 펠의 키와 비슷할 정도였다. 자그마한 나무작대기를 두 손으로 쥐고서 한 발짝 씩 나설 때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깊게 눌러쓴 후드 탓인지 얼굴은 밝은 달빛 아래에서도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다.


“ 정말이네. 너. 다쳤구나.”


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형체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그의 짐 보따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 뭐하는 거야! 그건 내꺼라고!”


보따리 주인의 거친 반항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뒤적거린 끝에 겨우 말라빠진 비스킷 하나를 발견하고서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 혹시 너 배고프냐?”


다른 이유 없이 그저 먹을 것을 찾고 있는 형체에게 펠이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는 짐 보따리 옆에 달려있는 작은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 그걸 너한테 줄게. 대신 날 좀 도와줘.”


물음에 대답 없이 작은 주머니를 뒤지자 그 안에서는 잘 말려진 육포가 잘게 잘려져 있었다. 아마도 최후의 비상식량이거나 자신만 먹으려고 숨겨둔 것이리라. 역시나 아무런 대답 없이 깊은 후드의 그림자 속으로 두 조각 째의 육포가 사라져 갈 때였다.


“ 루나.”


위아래로 들썩이며 바삐 움직이던 후드에서 말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세 조각째의 육포가 사라졌다.


“ 루나? 그게 너 이름이야? 멋진걸.”


펠은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버릇처럼 굽실거리며 이름을 칭찬했고, 그 칭찬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루나에게 먹혀들었다.


“ 그럼. 누가 지어줬는데! 훌륭한 분이야. 그분은······.”


신이 난 채로 이야기하던 루나는 갑자기 말을 아끼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주변을 바쁘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 난 이럴 시간이 없어!”


소리를 지르며 다시 어두운 방향으로 달려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엉망진창이 된 발바닥은 자잘한 상처로 인해 찢어지고 갈라져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한번 취하게 된 달콤한 휴식은 긴장감 풀린 육체에게 끝없는 나른함을 선사해 주었다.


“ 어차피 그쪽도 당장은 못 움직이게 돼버렸으니, 지금은 서로 도와주는 게 어때?”


펠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짐을 추스르고 있었다. 사라진 건 없는지 다시 살펴보는 꼼꼼함까지 보여주는 모습에서 자신의 물건에 많은 애착이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그나저나 넌 어째서 이런 숲을 헤매고 있던 거야? 설마 나처럼 끌려온 건 아니겠지? 킥킥.”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펠이 말했다. 그러자 그 웃음을 뚫고 루나 역시 조용히 말했다.


“ 아니. 난 도망친 거야.”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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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2 레티놀
    작성일
    18.07.03 17:06
    No. 1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고 한듯 합니다 필력 좋으시네요ᆢ제가 주제 넘게 1ㆍ2화 감평 소감 드립니다ㆍ혹시라도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ㆍ작가님 묘사 잘하시는듯 합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보입니다 만ㆍ이게 좀 독 같아 보입니다ㆍ초반에는 어는 정도 빠르게 진행 되고 사건들이 벌어져야 호기심이 드는듯 한데 묘사와 상황 설명이 지나쳐서 아주 지루 하게 느껴 집니다ㆍ뭐 고작 1ㆍ2화 보고 무슨 감평이 되겠습니까만ㆍ앞부분에서 호기심과 재미를 줘야 뒷부분도 연독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ㆍ과한 상황 설명과 묘사 말고 조금 빠르게 전개 시킴이 어떠실지 싶습니다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호리이벨
    작성일
    18.07.07 23:10
    No. 2

    대게의왕 님. 애정어린 의견 감사합니다.

    저로서도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라, 많은 부분 공감이 됩니다.

    말씀해 주신 의견 참고하여 더 나은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리며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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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6 결심 18.06.21 9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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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4 뜻밖의 사실 18.06.16 87 0 7쪽
4 ep.3 그들의 관계 18.06.14 77 0 8쪽
3 ep.2 달빛 아래에서 18.06.11 92 0 8쪽
» ep.1 붉은 달빛 +2 18.06.07 114 1 8쪽
1 프롤로그 18.06.07 101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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