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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곡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오해의 깊이

오해의 깊이

 

 

  어느 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앞바다의 깊이를 재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배에 올랐습니다. 인근에서 제일 큰 어선 '청해호'도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엔 너무 비좁았습니다. 며칠 전 500미터 깊이까지 잴 수 있는 줄자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먼저 부두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을 재보니 15미터였습니다. 좀더 확실히 해 두기 위해 왼쪽 지점과 오른쪽 지점을 재어보아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들을 실은 배는 150미터 지점을 향해 물살을 갈랐습니다. 줄자는 50미터쯤 내려가더니 멈춰 섰습니다. 왼쪽은 52미터, 오른쪽은 50미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에는 마을에서 500미터 떨어진 지점의 바다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한참 동안 풀리던 줄자는 250미터쯤에서 멈췄습니다. 왼쪽은 253미터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쪽으로 옮겨 줄자를 내렸습니다. '주르륵' 줄자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속도가 빨라지는 듯하더니 곧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먼 바다에 살던 새끼고래가 마을 앞바다까지 왔다가 줄자에 매달린 추를 물고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 깊디깊은 골짜기가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대대로 아무 탈 없이 지나온 뱃길이건만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이 지역을 피해 다녔습니다.

   

(오해란 누구의 잘못도 아닐 때가 많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골이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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