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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목숨무한 버그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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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유리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3
최근연재일 :
2024.05.09 15:3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35
추천수 :
5
글자수 :
23,948

작성
24.05.09 15:31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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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에너지 드레인

DUMMY

4화.



어스 온라인은 이차원의 침략에 맞써 발동한 지구의 방어 기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근간은 지구의 문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말인 즉슨, 다양한 게임, 소설, 만화 등 문화 컨텐츠의 클리셰가 녹아 들어가 있단 거다.


[스킬, 에너지 드레인]


만화나 소설에서 흔히 악마, 흑마법사, 뱀파이어 등이 사용하는 스킬.

효과는 간단하다. 접촉한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시전자의 힘으로 삼는 것.

그런 스킬을, 강한은 스스로의 왼팔뚝을 대상으로 발동시켰다.


"크윽!"


프로 보디빌더만큼이나 잘 발달되어 있던 근육이 순식간에 쪼그라든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격통.

뭐랄까, 생명의 근원을 진공청소기로 흡수당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힘만 있으면.'


왼팔을 제외한 전신에서 느껴지는 미증유의 힘.

스스로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이능의 자원으로 삼는데 성공한 것이다.


'예상대로 됐어. 이제 나도, 이능을 쓸 수 있다.'


뿐만 아니었다.


[직업 특전 1: 음차원의 에너지 흡수를 통해 마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직업 특전 1의 음차원 에너지에는 아무래도 고통 또한 포함되는 모양이었다.

정확히는 통증으로부터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이 마력으로 화하는 느낌.


'어차피 체내에 쌓을 수는 없겠지만······.'


[마력 제어 스탯: 1]


대신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것만은 가능할 것 같다.


-오크르르! 인간, 죽여!

-먹자! 먹는다!


군침을 줄줄 흘리며 달려드는 최하급 오크병 다섯 마리.

강한은 사납게 입꼬리를 올리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마나 스트라이크]


이름에 마나가 들어가긴 하나, 꼭 마나나 마력이 아니어도 발동이 가능하다.

1레벨따리 신세를 10년간 견디며 알아놓은 사실 중 하나.

강한의 전신에 맴돌던 미증유의 힘이 오른 주먹에 모조리 모여들었다.

그러곤.


빠악!


가장 앞에서 돌격하던 오크병의 대가리가 사라졌다.

산산이 부서져서 폭발하며 푸른 피를 사방에 뿌렸다.

그 사이 강한은 오크병의 손아귀에서 글레이브를 빼앗고 반대쪽 손을······.


'아참. 에너지 드레인 써서 안 움직이지.'


손 대신 입으로 오크의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혓바닥으로 느껴지는 지독한 맛의 피.

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에너지 드레인]


생명체는 머리가 사라졌다고 즉사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릴 뇌가 없어져도 짧게는 몇십 초, 길게는 몇 분동안 생명력이 남아있는 것이다.


쭈우우욱!


흡수된 오크의 생명력이 전신에 서렸다.


'오크의 생명력으로 왼팔을 회복시킬 수는 없는 모양이네.'


하긴, 에너지 드레인이 힐링 스킬은 아니니까.

본래 에너지 드레인은 제물의 힘을 흡수할 때나 쓰는 스킬이다.

마법진 스킬과 연계하여 사용하는 정적인 흑마술이랄까.


'뭐, 애초에 본래 용도대로 쓰려고 에너지 드레인을 고른 건 아니긴 하지.'


평범한 흑마술사마냥 뒤에 처박혀서 저주나 날리고 언데드를 부릴 생각?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건 효율적이지 못하니까.


'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스타일이야.'


10년의 시간 동안 근접전을 위해 신체를 단련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원거리 직군인 마법사라니.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며, 특성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도 없다.


'에너지 드레인은 딱 이능 자원 수급용이야.'


근접전을 벌이며 에너지 드레인으로 스킬 자원을 획득한다.

계속된 적 사살로 자원의 수급하며 전투를 지속한다.

이른바, 근접 흑마술사!


'아니다. 좀 구린 것 같으니 흑마투사나 흑마검사라고 할까.'


급박한 와중에 이런 잡생각이 떠오르다니.

그만큼 전보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도 강한은 오크 다섯 마리를 상대하면서도 그닥 어렵지 않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능 자원만 있으면 전투가 이렇게 쉬워지는구나. 이렇게나 쉬운 거였어.'


"다 들어와 이 돼지 새끼들아!"


강한의 포효성과 함께 오크병들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오크르르! 동족을 죽였다!

-복수! 복수!


좌우 양쪽에서 동시에 휘둘러지며 자신을 노리는 글레이브.

찰나의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사고 능력이 가속된다.


'바로 뒤에서 세 번째 오크까지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 셋 다 피하는 건 무리겠군.'


그렇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스킬, 마나 스트라이크]


오른발에 힘을 불어넣고 땅을 박찼다.

가속된 움직임으로 오른쪽 오크의 글레이브를 피하고.

동시에 무릎을 턱주가리에 꽂아 넣었다.


-꾸웩!


"이제야 좀 돼지새끼 다운 소리를 내네!"


그 사이 허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왼쪽 오크의 글레이브.

손에 든 글레이브를 마주 휘둘러 막았다.


깡!


강한 반탄력 탓에 손아귀가 찢어지고 글레이브가 날아갔다.

스테이지 1에서부터 느낀 거지만, 오크의 근력은 종족 한계에 달한 신체 스탯으로도 감당이 불가능했다.


'쳇, 나가면 수련 좀 빡세게 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재차 에너지 드레인을 발동, 턱주가리가 깨진 오크의 머리통을 쪼글쪼글하게 만들어주었다.


"자, 죽여라."


말을 마치는 순간 배를 뚫고 들어오는 세 번째 오크의 글레이브.

대신 놈의 머리통에 발길질을 꽂아 뇌수를 터뜨려주었다.


"쿨럭, 큭, 쿨럭!"


복부를 관통한 글레이브가 횡격막을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근육이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폐에 가해지는 압박이 더 고통스러웠다.


"큭, 킥, 킥킥."


피를 줄줄 흘리며 웃음을 터뜨린 강한은 그대로 죽었다.


-오크르르, 죽었다.

-인간! 동족을, 셋이나, 죽였다!

-찢어서 먹자! 배를, 채우자!

-모든 것을, 우리의 피와 살로!


살아남은 오크 두 마리가 강한을 포식하기 위해 다가올 때였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특성이 발동합니다.】


푸욱!


시체가 움직여 동료를 공격하는 것을 본 최후의 오크병이 눈을 꿈뻑거렸다.


-오크르르, 인간, 되살아, 났다?


"음, 그래그래. 형은 목숨이 여러개야."


[스킬, 에너지 드레인.]


퍼억!


글레이브가 오크병의 목에 꽂혔다.

날이 무딘 지라 도끼로 나무를 패듯이 여러번 반복해야 했다.

강한은 마지막 오크병의 대가리를 완전히 몸통에서 떼어내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휴우. 한 번으로 끝났네."


솔직히 말해 이능을 쓰는 건 처음이라 한 대여섯 번은 죽어야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이 정도인 거구나, 스킬의 위력이.


[최하급 오크병 다섯 마리를 사살했습니다.]

[공략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공략률: 20%]

[스테이지 2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마석 0.7Kg이 주어집니다.]

[스테이지 3에 도전하겠습니까?]


'생존이 조건인 스테이지에서 적을 모조리 몰살시켰는데도 공략률이 20%라.'


시스템 메시지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훑어봤다.

저 멀리 보이는 오크 부락 하나.

딱 봐도 오크가 최소 200마리는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저 부락을 몰살시켜야 100%일 것 같은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상태에서 공략에 도전하는 건 효율적인가?


'아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무한히 살아날 수 있으니 언젠가는 100%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가서 충분히 수련을 하고 아이템과 스킬을 구한 다음에 재도전하는 게 공략 속도 면에서 더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공략률 랭킹은 도전 횟수에 제한도 없고.'


결정했다. 그만 나가 보기로.


"로그아웃."


[어스 온라인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천천히 스러지는 숲의 풍경.

강한은 마지막까지 저 멀리 보이는 오크 부락을 바라봤다.


'다음에 올 땐, 반드시 다 죽여주마.'




***




좁디좁은 단칸방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강한은 곧장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으아아아아!"


몰랐는데 그동안 피로가 쌓이긴 쌓였나 보다.

하긴 한 달 넘게 그 고생을 했는데 안 피곤하면 그게 사람인가.

그대로 잠들었다 눈을 뜨니 12시간이 지나 있었다.


'휴식은 이 정도면 됐고.'


강한은 곧장 상태창을 켜고 당장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정리했다.


'일단 육체 단련부터 재개해야 해. 아니, 그보다 먼저 공략청에 버그캐 각성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지원을······.

받을 수가 없네?


"아. 흑마술사 전직. 까먹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린 결정이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이능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하지만, 크나큰 문제가 하나 있다.


'흑마술사는 주로 약탈자들이나 멸망주의자들이 선택하는 직업이지.'


약탈자. 멸망주의자.

흔히 초능력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빌런 같은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다.

약탈자는 공략자를 속여서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고.

멸망주의자는 세상의 멸망은 순리라며 멸망을 가속화시키려고 하고.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을 강화하는 흑마술사는 이 두 부류에게 더없이 적합한 직업인 셈이다.


'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어지만, 이럴 때는 빠르게 적용해주는 게 좋다.

강한은 정부 지원을 배제하고 다시금 성장 계획을 짰다.


'당장은 육체 단련부터 하는 게 좋겠어.'


마력을 다루며 육체 자체를 강화하는 공략자들은 본래 1레벨부터 신체 스탯을 종족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즉, 지금까지 가해졌던 단련의 한계가 사라진 셈이다.


'다만 문제는··· 운동장 돌면서 대놓고 에너지 드레인을 쓸 수는 없단 점인데.'


만약 들켰다간 그대로 공략청에 끌려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온갖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게 뻔했고.


'최악은··· 다른 흑마술사에게 들키는 거네. 난 말 그대로 무한재생 배터리나 마찬가지니까.'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친다.

아무래도 현실에선 에너지 드레인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충분한 일신의 무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그럼 이능의 도움 없이 종족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말인데.'


순간 번쩍거리며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

음. 가능하려나?

몰라, 일단 해보지 뭐.


강한은 계좌 잔고를 확인했다.

체질 극복을 위해 여러모로 돈을 쓴 탓에 여유 자금이 고작 2천만 원뿐이다.

거기에 마석 1kg까지 더하면 총 3천만 원 정도.


'마석은 당장 처분할 수 없지만. 가진 돈으로도 충분하니까 뭐.'


신체 단련을 위해 필요한 식품들을 500만원 어치 정도 구매했다.

그러곤 바로 인근의 체력 단련장으로 나갔다.


"후, 결국은 또 체력 단련장인가."


공략자 전용의 신체 스탯 증가용 훈련장.

10년간 신세를 졌는데 기껏 버그캐가 되고도 여길 벗어나질 못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매직으로 가슴팍에 글자를 썼다.


[쓰러져도 신경쓰지 마세요. 예정 상의 수련 과정입니다.]


탁 하고 매직 뚜껑을 닫은 강한.


"자··· 가볼까!"


상체를 숙이고 곧장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슬슬 호흡이 가빠졌다.


"후욱!"


하지만 강한은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10분.


"후욱! 후욱! 후욱!"


무려 20분 내내 이어진 전력질주. 저절로 속도가 느려진다.

정신은 원하지 않지만, 한계에 부딪힌 육체가 최고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평소였다면 여기서 멈췄겠지만.'


"후우우욱!"


심기일전하여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속삭였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더 달릴 수 있어."


타다다닷!


다시금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폐는 타는 것 같고, 다리 근육은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아니, 실제로 폐포가 과로에 시달리고 근섬유가 끊어지고 있었지만.


'응, 안 멈춰.'


절대. 결코.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아. 기절했었네.'


퓨즈가 나가듯이 의식이 픽 끊겼던 바람에 쓰러지는 걸 인식조차 못했다.

정신을 차린 강한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서너명을 발견했다.


"괜찮아요?"

"갑자기 쓰러지시던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 예정된 수련이니 걱정들 마세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곧바로 다시 전력질주를 시작, 이번엔 고작 10분만에 널부러졌다.

30분 뒤 깨어나서 다시 한 번 전력질주. 그리고 2시간의 기절.

전력질주 5분. 세 시간의 기절.

전력질주 1분. 다섯 시간의 기절.


"허어억, 허어억, 허어억, 허어억."


근육이 녹는 게 느껴진다.

이른바 횡문근융해증.

근육이 괴사하고 있단 뜻인데, 이건 최소 포션이 아니면 못 고친다.

물론 포션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 비싼 걸 고작 근회복에 쓰다니, 사치지.'


일어나서 발걸음을 뗀다.

의학적으로 뛰는 게 불가능해졌지만, 걷기라도 했다.

툭. 기절.


'우와, 이런 게 운동하다 죽는 기분이구나.'


느껴진다. 조금 뒤에 죽음이 찾아오리란 게.

하지만 강한은 다시금 일어섰다.


'이대로 죽으면 초기화잖아. 최소한 죽기 전에 가능성은 확인해야지.'


전력질주? 절대 불가능. 걷는 것도 안 돼서 굼벵이처럼 기는 게 행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1분에 10센티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블랙아웃.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더 이상 뇌까지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다.

죽는다. 이대로 죽는다.


'가만. 이렇게 죽으면 사인이 뭐지?'


과로사? 질식사? 뇌사?

뭐, 셋 중 하나라고 치자.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테스트는 실패인 것 같은데.

계획을 바꿔야 하는······.

그 순간이었다.


[한계를 초월한 단련으로 체력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전 서버 최초로··· 업적··· ]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메시지.

강한은 딱 한 마디만을 입밖으로 내뱉고.


"개이득!"


그대로 죽었다.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린 채로.


"꺄아아아악!"


그런 강한의 근처로 달려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작가의말

일단 데이터 하나를 얻었네요.

'나혼자 목숨무한 버그캐'라는 제목은 어그로가 끌리지 않는다....

회심의 제목이었는데 아쉽습니다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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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드레인 24.05.09 24 2 14쪽
3 흑마술사 24.05.08 34 1 13쪽
2 직업 선택 24.05.08 35 1 12쪽
1 각성 24.05.08 4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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