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찬의 고개가 오른편으로 확 꺾였다.
주먹에 얻어맞은 얼굴이 화끈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복부에 한방, 옆구리에 킥, 다시 얼굴. 계속해서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으억···.”
신음을 흘릴 새도 없었다. 안면을 향해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정찬은 퉁퉁 부은 눈을 치켜뜨며 겨우 몸을 비틀어 주먹질을 피했다. 자세를 취할 힘도 없었다. 반격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누군가 뒤에서 등을 걷어찼다.
정찬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그 위로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무리들이 무자비하게 삼단봉을 휘둘렀다. 수많은 경호원들이 정찬을 둘러싼 채 일방적인 구타를 퍼붓고 있었다.
넓은 복도에 타격음과 고함소리, 그리고 욕설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
정찬은 두 팔을 들어 머리를 가린 채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소용없었다. 누군가가 삼단봉으로 정찬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아, 이건 부러졌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했다. 저 멀리 정찬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는 동료, 마주한이 보였다. 광포하게 두 팔을 휘두르며 야수처럼 날뛰었으나, 서서히 힘이 꺾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결국 마주한도 잇따라 내려치는 경봉 세례에 못 이겨 바닥에 쓰러졌다. 못해도 삼사십 명은 되는 경호원들이 마주한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정찬의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누군가 자신의 몸을 두드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간간히 고함소리와 타격음이 귓전을 때렸다.
‘이야, 이러다가 죽겠는데.’
아무리 거지같은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정찬은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더라.
정찬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사건의 시작’을 떠올렸다.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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