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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펑크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자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헬펑크
작품등록일 :
2021.05.22 15:30
최근연재일 :
2021.06.21 21: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036
추천수 :
224
글자수 :
138,329

작성
21.05.24 22:00
조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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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8화.

DUMMY

정찬이 창문 밖으로 상체를 빼낸 상태로 총을 겨눴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우···.”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요령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머리통, 뇌로 듣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희미했던 속삭임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귀를 가득 매웠다. 바라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지구상에는 없는 언어. 하지만 정찬은 언제나 그랬듯 한국말로 해석할 수 있었다.


“멈추지 마라. 기다리지 마라. 쫒고 또 쫒으라.”


정찬이 나직이 중얼거리자 머리 뒤로 가시가 돋은 검은색 헤일로가 나타났다.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검정색이었다.


카를라는 정찬의 검은 헤일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법사였나? 그런 낌새는 없었는데.


야간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카를라의 눈으로도 검은 헤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었다. 백오십년간 밤의 일족으로 살아오며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스미스앤웨슨 M&P를 든 정찬의 팔이 심하게 흔들렸다. 너무 빠르게 흔들려서 덜덜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긴장한 사람이 총구가 떨리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그러나 정찬은 긴장해 있기 보다는 집중한 상태였다. 그의 권총 끝은 마치 전투기의 자동 조준선 같았다. 검은 헤일로가 빠르게 공회전했다.


-키이이이이잉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 정찬의 흔들리던 팔이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정체불명의 장의사가 작살을 던졌다. 이번에 작살은 차의 뒷바퀴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정찬도 마찬가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정찬의 총알이 정확하게 날아오는 작살에 명중했다. 격추라는 말이 더 정확했다. 총알에 맞은 작살은 산산조각 나며 도로에 흩뿌려졌다.


“좋아···.”


정찬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장의사는 의아스러운 듯 고개를 한번 까닥였다. 그러고는 왼손에 든 작살을 재차 던졌다. 정찬의 조준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격발.


-탕!


또 다시 작살이 격추돼 터져버렸다. 그제서야 장의사는 투척을 포기하고 차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제멋대로 공격하고 끝이라고? 안되지. 안돼. 정찬은 방아쇠를 두 번 연달아 당겼다.


정찬이 쏜 두발은 운전석이 있을 앞 유리창에 박혔다. 카를라의 투척단검 탓에 실금이 가득했는데, 정찬의 총알로 마침내 앞이 안 보이는 지경이 됐다. 캐딜락이 흔들렸다. 차가 흔들리자 차 천장에 올라온 장의사가 중심을 잡느라 작살을 던지지 못했다.


“이제 좀 가라!”


정찬이 유심히 겨눠 마지막 한발을 사격했다. 탄환은 정확히 캐딜락의 앞바퀴에 맞았다.


-끼이익!


다행히도 펑크가 나도 달리는 런플랫 타이어가 아니었다. 캐딜락은 위험하게 갈지자로 흔들리더니 가드레일을 박고 완전히 멈춰섰다. 우그러진 캐딜락의 본네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후우···.”

“수고했다.”


정찬은 몸을 운전석에 넣으며 코에서 흘러내린 피를 닦았다. 머리 뒤에 떠 있던 검은 헤일로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카를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정찬을 봤다.


“어떻게 한 거야.”


카를라가 정찬을 추궁했다. 이걸 믿고 흡혈귀 소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도발한 건가? 정찬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다시 걸고 홀스터에 끼웠다. 별로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악마와 계약했나?”


공격을 미리 예측한 감지 능력, 날아오는 작살을 쏴 맞추는 곡예와 같은 사격 실력. 모두 불가사의했다. 무엇보다 카를라의 신경을 건드는 것은 당최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뭔 소리야. 악마는 계약의 힘을 잃었어.”

“어허, 정찬 인턴. 기업 비밀이다. 입조심.”

“에? 다 아는 사실 아녔나요?”

“굳이 떠들고 다닐 필요 없다.”


마주한과 정찬은 별일 아니란 듯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악마의 힘이 아니라고? 카를라는 흡혈귀의 육감을 이용해 정찬을 봤다.


“뭔가 달라. 뭐지 이건?”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신체는 머리부터 손끝 발끝까지 정수의 빛이 핏줄처럼 뻗어있다. 게다가 검은 헤일로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일종의 성흔은 마법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찬은 없었다. 다만 알 수는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마치 심해 밑바닥 속에서 잔잔하게 울리는 주파수 같았다.


정찬은 애를 쓰며 자신을 분석하려는 카를라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너 그거 몰라? 남자는 서른 살까지 총각이면 임마. 마법사 되는 거야. 기억해둬.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니까.”


카를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찬은 분명 힘을 숨기고 있었다. 피주머니들은 영악하다. 그러니 위대한 흡혈귀 혈족의 자리까지도 빼앗은 것이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세상의 헤게모니는 변해버렸다.


“뭐, 좋아. 그래봤자 잔재주지.”

“그래. 그래. 원숭이 재롱 잔치 잘 보셨나.”


마주한은 깨진 앞 유리창을 주먹으로 쳐서 걷어냈다. 큼지막한 구멍이 두 개나 나서 어차피 제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작살을 몇 대 더 맞았으면 차는 기능을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너덜너덜했으나 주행은 가능했다.


“뭐하는 놈들이죠?”

“검은 양복에 캐딜락 운구차. 프레게토리에서 그런 놈들. 단 하나다.”

“뭔데요?”

“브라더후드 오브 코르부스(Brotherhood of Corvus).”


마주한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건 들어도 모르겠다. 그러나 카를라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저승사자···야.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게 대답하는 카를라의 표정이 어두웠다. 지금 보니 그녀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그게 어쨌는데요? 아니, 왜들 갑자기 무게 잡아?”

“멍청하긴! 너 저승사자에게 쫒기는 것이 뭔지 알긴 알아? 하아···. 보스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내뺐는데···.”

“에이, 괜찮아. 우리 듬직~한 주임님과 함께라면···. 어라, 주임님?”


마주한의 얼굴에도 음영이 짙게 드리웠다. 악마도 겁에 질린 듯 했다.


“아가씨 말이 맞다. 보통 일 아니다. 매우 심각.”


차 안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정찬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주한과 정찬은 보통 문두스의 사람이라면 오줌을 지리고 혼절 할 정도의 존재와 잘도 맞서 싸워왔다. 그런데 고작 저승사자한테 쫓기는 것에 이렇게 두려워 할 줄 이야.


“말 그대로 죽음에게 쫓기는 거다. 필멸자는 물론 우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


이제서야 정찬에게도 심각성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이 천성이었다. 과장된 제스처로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걱정들 마십쇼! 나 사나이 정찬. 코르부스인지 코돈부르인지 요래, 요래 엉덩이 걷어차서 쫒아 내버리죠! 두렵지 않슴다!”


정찬이 호기롭게 외치자 마주한이 고개를 돌려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아니다. 정찬 인턴. 앞길 창창. 벌써부터 풀코쓰. 이르다···.”

“그래, 피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마주한은 물론이고 카를라까지도 정찬을 말렸다. 정찬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그런데 도대체 왜 우릴 쫒는 거죠?”

“코르부스. 프레게토리 담당 일진. 도 넘은 존재 잡아간다. 어딘가로.”

“아니, PMC가 그런 역할 아녔어요?”


정찬의 질문에 카를라가 고개를 저었다.


“PMC는 목줄 걸린 개새끼지. 코르부스와 달라. 뚜렷한 기준은 우리도 몰라. 다만, 그들만의 규칙을 어긴 자는 유령이든 흡혈귀든 잡아가.”

“아가씨. 하나만 안다. 둘은 모른다. 정찬 인턴. 예전에 게임 기억난다? 질병으로 미국 정부 무너진다. 그때 잠복한 비밀요원들. 짜잔. 사람 돕는다.”


마주한이 설명하자 정찬은 옛날 기억을 되살렸다. 쉬는 날에 콘솔게임을 할 때 종종 마주한이 찾아와 같이 놀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했던 게임을 말한 것이 분명하다. 대충 무슨 의민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프레게토리가 개판나서, 나름 문제 있는 녀석들을 혼내주고 다닌다는 거죠? 아니 그런데 당초에 비밀요원도 아니잖아요. 그놈들은.”

“개떡 말한다. 찰떡 듣는다. 오케이?”


실업자가 될 바에 알아서 역할을 찾아 갔다는 건가.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왜 공격한 걸까?


“코르부스가 이번 사건. 문젯거리로 생각한다. 단순 살인사건 아니다.”


마주한이 정찬의 생각을 읽었는지 홀로 중얼거렸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의문만 늘어났다.


“제기랄. 일이 끝날 기미가 안 보여. 오늘은 여러모로 정말··· 힘드네요···.”

“침대 그립다. 씻고 눕고 싶다. 맥주 마시고 싶다.”


마주한과 정찬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징징거렸다.


그도 그럴게 근래 이런 대사건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악성 스토커를 협박하거나, 가출한 연습생 어르고 달래서 데려오는 것이 전부였는데···. 마주한과 정찬은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카를라도 머리가 복잡했다. 문두스에서 온 불청객들은 생각보다 더 능력이 많았다. 코르부스를 때어내기까지 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바노 보스는 마주한과 정찬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각자의 복잡한 심경이 정리되지 않았으나, 어느새 차는 목적지인 낙원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요양병원 건물의 도로 건너편에는 창경궁이 보였다. 짙은 안개 속 창경궁과 요양병원의 모습이 상당히 압박적으로 느껴졌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셨는지요. 

힘차게 월요일을 시작하자는 의미로 두편을 올립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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