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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3.05.24 14:41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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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5
추천수 :
24
글자수 :
84,541

작성
23.05.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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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물을 찾아나서다(4)

DUMMY

사막의 밤은 예상보다 훨신 차가웠다. 낮 동안 몸에 들러 붙던 모래 먼지들은 어느세 바닥에 깊게 내려 앉아있었다.


“으으, 죽겠네. 이러다 뼈가 뿌러지는거 아니야?”


우혁은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에서 몸에 약초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사제? 많이 아프죠?”


“아, 사저. 또 약초를 구해 오신거에요? 하긴, 가져온 몽원초를 제가 다 먹어버렸으니.”


바구니에 약초를 한가득 따온 가이란을 보고 우혁이 물었다.


“네, 사막에서도 생각보다 약초로 쓸수 있는 것이 있더라고요. 물론 몽원초 만큼은 아니지만요.”


“그, 약초 너무 쓴 것 같던데.”


우혁은 가이란이 가져온 약초를 보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입에 쓴 것이 몸에는 좋다고 하잖아요. 이건 사제가 먹을 것. 이건 몸에 바를 것.”


가이란이 약초를 꺼내 분류 하기 시작하자, 곧 우혁의 몸에 붙은 약초도 눈에 들어왔다.


“그, 등쪽에는 손이 안닿아서 그런데.”


“네, 잠시만요.”


가이란은 약초를 돌로 찧더니, 우혁의 등 뒤로 가져다 댔다.


“앗, 차가워.”


우혁이 차가웠는지 몸을 움찍거리자, 가이라이 피식 웃어보였다.

“어르신이 많이 험하시죠?”


“말도 마세요. 자세가 왜이러니 뭐니, 아주 고막이 먼저 ᄄᅠᆯ어질 지경이라니깐요.”


우혁이 오늘 있었던일들을 어린애 마냥 투덜대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대단하네요. 처음 몽원에 왔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다른 사람이면 쉽게 포기 할수도 있는 일을 사제는 금세 딛고 일어서네요.”


“그런가요? 아마...”


“왜 그래요?”


우혁이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멈췄다.


‘아마, 말해도 믿지 못하겠지.’


우혁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말하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이 어느 나라인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알 리가 없었다. 괜히 말했다가 미친놈 취급이나 안당하면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육포는 아직도 많나요?”


“아, 대경신 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것을 주셨어요.”


가이란이 품속에 넣어놨던 주머니에서 육포를 한가득 보여주었다.


“히익, 뭐가 이렇게 많아요?”


“어르신 말씀으로는 가끔 요족의 땅에 몰래 넘어가신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그때 동물을 사냥해서 육포로 만들어 놓으신거 같아요.”


가이란의 말에 우혁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단백질 보충이로군. 나름 치밀하게 준비해뒀어 이 영감탱이.’


물론 대경신이 단백질 보충이라는 개념을 알 리가 만무했다. 그저 훈련후 음식을 섭취해야 힘이 강해진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겠지만 말이다.


“이놈, 지금 보니 오늘은 할만 했나 보구나?”


대경신이 입에 뭔가를 질겅 질겅 씹으면서 모닥불 근처로 다가왔다.


“아, 어르신.”


가이란은 그가 자리에 앉을수 있도록 몸을 일으켰으나, 대경신이 손을 뻗어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할만 하긴요. 이거 안보이세요?”


우혁이 몸에 붙은 약초들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할만하네?”


그러나 대경신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정도로 정직한 얼굴로 말했다.


‘미친 사람이네 그냥. 아주 사람을 잡아라 잡아.’


우혁은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좌절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대로 가다간 신물을 찾기도 전에 먼저 골병이 들게 분명하다.


우혁은 애써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또 싫었다.


“그나저나, 약초를 다 붙였으면 이만 일어나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갑작스러운 대답에 어안이 벙벙했는지 우혁이 대경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소리죠? 어디 가실겁니까?”


“가긴 어딜가. 수련 해야지 수련!”


“네에? 이밤에요? 날씨도 얼어죽겠는데.”


우혁이 불만섞인 목소리를 뱉었다.


“얌마! 낮에 했던 얘기 또 해주랴? 날씨가 춥든 덥든 상대가 움직이든 아니든 환경을 이용할줄 알아야지. 그것의 지배를 당할거냐?”


대경신이 구구절절 옳은 말만 내뱉었다.

“그래요 사제. 어르신 말씀이 옳으신 것 같아요.”


가이란 또한 옆에서 그의 의견을 거들었다.


“하아, 어쩔수 없구만.”


우혁은 목욕탕에 끌려가는 강아지마냥 대경신의 손에 이끌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커헉.”


밤부터 낮까지 이어진 훈련.


우혁의 몸이 대경신의 발길질을 맞고 그대로 뒤로 날아가며 모래 바닥으로 쳐박혔다.


“이놈, 집중 안하지. 다시 덤벼오너라.”


“끄응, 저 망할 할아버지 왜케 강해?”


우혁이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어내면서 대경신에게 다시 한번 달려나갔다.


파앗!


대경신과 우혁의 팔이 서로 엉켜붙으며 둘의 시선이 강하게 충돌했다.


“감각을 느껴라. 상대의 움직임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상하는것이야!”


“그게 말이 쉽지. 대체 어떻게 느끼라는거에요?”


우혁이 말하면서 어깨를 들썩 거리자 대경신의 손바닥이 그대로 어깨를 후려쳤다.


“어깨! 어깨! 어깨를 들추면 안된다니깐!”


콰앙.


들쳐진 어깨가 그대로 손바닥으로 밀리더니 우혁이 다시 한번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더럽게 어렵네 진짜.”


“말할 기운 있으면 당장 일어서라.”


대경신의 명령에 무릎을 부여잡고 우혁이 몸을 일으켰다.


“자 다시 와라.”


대경신이 손바닥을 까닥거리자 우혁이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대체 어떻게 감각을 익히라는거야?’


이번에도 팔이 뒤엉킨 상황에서 우혁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벌써 열 두 번도 넘은 시도. 그때마다 우혁은 감은 개뿔이고 단 한번도 공격을 방어해 낸적이 없었다.


‘흐음, 이놈 봐라. 내가 볼때는 조금씩 감을 찾는 듯 보이는데.’


대경신은 그런 우혁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감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잠깐, 네놈 활을 쏠 때 어떻게 쏘느냐?”


“갑자기 그건 왜요?”


“이유는 묻지 말고 대답이나 해!”


대경신의 윽박지르는 모습에 우혁이 움찔거렸다.


“아니 그냥 감으로 쏘는데요.”


“아니 그렇게 말하지말고 어떤 과정을 거치냐고!”


‘뭐라는거야.’


우혁은 대경신의 말이 굉장히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에게는 대뜸 감을 익히라고 하더니, 이번에 반대의 입장으로 설명하자 자세히 설명하라고 한다.


“그냥 시위를 턱 까지 당기고 최대한 호흡을...”


따악!


대경신의 주먹이 우혁의 머리를 내리쳤다.


“끄아악!”


우혁은 가까스로 팔로 얼굴을 방어해 냈지만, 막기가 무섭게 무거운 돌덩이로 내려쳐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무릎을 숙였다.


“그래 이것였구나. 흐흐흐. 알았다. 네놈을 어찌 훈련 시켜야 할지.”


비릿한 웃음을 보이는 대경신을 보고 우혁은 전의를 상실한 듯 보였다.


“젠장, 막는것도 못하고 때리는 것도 못하고 억울해 죽겠네 진짜.”


우혁이 모래를 털어내며 다시 바로 섰다.


“자,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것을 한번 느껴보거라.”


“뭔데요.”


“골반을 살짝 트는 것이 골반으로 움직이는게 아닌 척추를 이용한다고 생각해라.”


‘그게 뭔 개소리래.’


우혁은 속으로 이해가 안된다며 욕을 뱉었지만, 그대로 따라 하지 않다가는 불벼락을 맞을게 뻔했기에 대경신의 말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리고 이어서 밑에서 끌어 올린 힘을 손을 뻗어서 내질러 봐라.”


이번에도 역시 우혁이 말 잘듣는 아이처럼 그대로 손을 뻗었다.


파앙.


“응? 방금...”


우혁이 이상한 감각을 느꼈는지 멀뚱멀뚱 그대로 가만히 멈췄다.


“그래, 뭔가 알아챘느냐?”


대경신은 우혁의 모습에 옳다쿠나 말을 건넸다.


활을 쏠때의 과정. 그리고 방금 힘을 이용한 과정. 두가지 방법이 서로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활을 쏠때와 비슷한데요?”


“그래, 바로 그거다.”


대경신이 바로 맞췄다며 처음으로 칭찬아닌 칭찬을 했다.


“방금전 느낀 감각을 토대로 어디 한번 다시 공격을 막아보아라.”


대경신과 우혁의 팔이 다시 한번 서로 엉켜 붙었다.


‘방금 느낀 감각을 이용하라고?’


우혁은 지긋이 눈을 감고 방금 이용한 힘의 원리를 느껴보기로 했다.


밀어내는 힘. 유혹하듯 힘을 받아내려는 움직임.


방금 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팔을 타고 빠르게 전신으로 퍼졌다.


“그럼...”


대경신이 준비를 마쳤는지 주먹을 빠르게 뻗어 보였다.


“흐읍!”


천천히 호흡을 뱉던 우혁의 전완근이 팔을 타고 들어오는 무언가를 느끼고 재빨리 반응했다.


처음으로 막아낸 공격.


대경신의 주먹이 우혁에게 닿기전 차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양한 공격들.


머리, 허리 아래, 팔꿈치. 여러 가지의 단어들이 우혁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곧 생각한 단어에 맞게 공격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타다닥.


“호오, 이거 재능이 있는 녀석이로군.”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두 막아선 우혁의 모습에 대경신이 감탄을 내 뱉었다.

“오, 뭐야 이거. 어르신 제가 공격을 다 막았는데요?”


우혁 또한 기뻤는지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이놈, 고작 그거 한번 막아가지고 되겠느냐? 앞으로 보법도 배워야 하고 활 쏘는 것도 연습해야 한단 말이다.”


“에헤이 그건 좀 쉬다 하면 안될까요?”


“어림 없는 소리!”


대경신의 호통에 우혁의 기쁨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뭐, 그래. 노력해야지. 아무것도 없는 놈이 여기서 만족하면 안되지.’


우혁은 어쩔수 없는 운명은 그저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 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곧 요족의 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이 앞에서 부터는 요족들의 땅이다. 눈에 딱 봐도 다른 것이 보이지?”


“네, 그렇네요. 요족의 땅은 처음 봐요.”


가이란이 옆에서 신기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놈은 어디...”


쐐액.


빠르게 날아온 화살이 대경신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오호, 한참을 반응을 안하더니 이제야 움직였나보구나.”


“사제에게 너무 뭐라고 하진 마세요.”


“걱정말아라, 그녀석도 나름 잘 성장했으니.”


대경신이 땅을 박차자, 몸이 곧 공중으로 떠올랐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것 아니냐!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줄 알았더 요 녀석아!”


대경신의 호통에 이번에도 화살이 연달아 날아오기 시작했다.


“읏차.”


박투술의 달인이라고도 불린 대경신이었기에 화살이 날아오는 것 쯤은 아무렇지 않게 피할정도였다.


“이 영감님 진짜 괴물이네.”


오로지 박투술 하나라만 자신을 상대해 내는 대경신의 모습에 우혁이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이건 막기 힘드실겁니다.”


어느덧 기묘한 보법을 익히 우혁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활을 쏴대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대경신은 날아오는 활을 아무렇지 않게 쳐 내면서도 우혁의 성장에 흐믓한 미소를 보였다.


원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쓸수 있는 박투술. 단련된 육체에 깃든 움직임은 곧 생존과도 직결되었다. 대경신은 경지가 높은 사람이라 원력 또한 강했으나, 이상하리 만큼 박투술 하나에 모든 것을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완성해 놓은 박투술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제자를 길러냈으니 기쁘기 그지 없었다.


“자, 그간 고생했다.”


“으으, 한번도 맞추지 못하다니.”


“그게 어디냐 이제 움직이면서 활을 쏴도 원하는 대로 쏘게 되지 않았느냐.”


우혁은 분한 듯이 고개를 떨었으나, 대경신은 그런 모습마저도 흡족해 했다.


“사제, 이제 떠나죠?”


가이란이 새로 수선한 옷을 우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사저. 제가 좀 늦었네요.”


야수처럼 흩으러진 머리를 정돈한 우혁이 옷을 갈아 입었다.


“자, 요족에 땅까지 안내했으니, 난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다.”


“어르신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한번 더 뵐께요.”


“그래, 볼수 있으면 보도록 하고. 네 녀석은 강해졌다고 사고 칠 생각 하지말고 이란이나 잘 돌봐주거라.”


“네, 그러죠 뭐.”


대경신은 그렇게 말만 남겨놓고는 미련 없이 사막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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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물을 찾아나서다(2) 23.05.15 84 2 19쪽
7 신물을 찾아나서다(1) 23.05.12 96 2 14쪽
6 몽원의 제자 23.05.12 105 2 15쪽
5 멸마대 23.05.11 112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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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연 23.05.11 12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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