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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염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라그나로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신장염
작품등록일 :
2022.11.21 00:43
최근연재일 :
2022.12.20 01:2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502
추천수 :
20
글자수 :
54,284

작성
22.12.01 17:40
조회
89
추천
2
글자
8쪽

프롤로그 - 보상이 주어집니다.

DUMMY

신의 대전사(代戰士).


자신이 모시는 신(神)을 대신하여 그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싸우는 영광스러운 자리.


그 직책을 짊어진 자의 명예란, 신들의 세상인 이곳, 바벨에서는 그 무엇보다 드높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모시는 신이 얼마나 강대하느냐에 따라 대전사들의 위치가 결정되니, 흔히 한 신계(神界)를 대표하는 대신격들의 대전사라 하면 평범한 하위 신들조차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럴 지언데.


하물며, 하나의 신계 그 자체를 대신하는 대전사란 대체 얼마나 강대하고 명예로운 자리일까.


심지어 신계 중에서도 가장 이름 높은 아스가르드의 대전사라면, 그 자리 위에 앉은 자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만 같았다.


분명, 그럴 줄 알았다.


"하하······."


헛된 웃음이 나오고 시선은 아래를 향한다.


복부에 박힌 성스러운 창, 오딘의 궁니르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권리를 인정받아 직접 던져보기도 했던, 천고의 보물.


그것이 이젠 내 배를 찢고 창자를 꿰뚫고 있다.


"시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지구에서 살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탑 안에 떨어졌을 때부터?


아니면, 내 재능을 숨기지 않고 세상 전체에 뽐냈을 때부터?


그도 아니면, 토르의 대전사를 거쳐 아스가르드의 대전사 자리를 받아들였을 때부터?


"아니지, 아니야."


그딴 것들은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문제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신(神).


그 역겹기 짝이 없는 존재들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던 것 자체가, 오직 그것만이 잘못이었다.


"어리석은지고."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허리가 굽은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옥황."


동양 신화의 정점, 천계의 왕, 옥황상제.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게 오딘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말라 누누이 일렀거늘, 결국 이리 됐구나."


"지랄."


뻔뻔한 낯짝으로 뱉어내는 옥황의 말에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결국 다 똑같은 새끼들이면서, 뭐? 누누이 일러왔다고?"


"무어가 똑같다는 말이더냐. 오딘, 그 녀석은 간교하기가 짝이 없는 뱀 같은 작자인데. 그에 비하면 본좌는······."


"개소리도 정도껏 해라."


빠드득.


이가 절로 갈린다. 분노가 내 몸을 전부 채운 것만 같은데, 배에 꽂힌 궁니르가 내 움직임을 속박한다.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곤 오직 얼굴뿐.


"제우스, 오딘, 옥황, 시바, 거기에 아누비스까지. 나 하나 잡으려고 온갖 곳에서 지랄해놓고 뭐? 지는 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혀를 놀리는 것밖에 없었기에, 난 분노를 억누른 채로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이렇게 사이좋은 새끼들이 허구한 날 전쟁이나 하겠다고 기싸움 코스프레나 하고 자빠졌고, 난 또 거기에 속아 신명나게 다 쳐 죽이고 다니고. 아주 그냥 우습기가 짝이 없었겠네?"


"예끼 이놈. 우리가 사이가 좋기는 무슨."


"아스가르드의 대역 죄인이 된 날 받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죽이려고 작정들 하셨던데 뭘. 고작 인간 하나 따위에······."


평소 서로를 견제하기에 여념이 없던 신계들이 합심한 건 어쩌면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오직 나를 잡기 위해, 그 엉덩이 무겁다는 대신격들이 하나같이 나선 것이다.


내가 그 점을 지적하자, 옥황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인간 하나 따위라······. 그 말은 네 녀석이 할 말이 아닐 텐데?"


아까까지의 넉살은 어디 가고 흉신악살과 같이 일그러진 얼굴의 옥황이 입을 열었다.


"헤라, 가브리엘, 나타태자, 그리고······. 토르."


하나같이 거대하기 짝이 없는 신격들의 이름들이 나열되었고.


"전부 네놈이 죽였잖느냐."


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수천, 수만 년을 넘게 단련해온 신들을 죽인 녀석이 고작 인간 따위라? 하하. 네놈에게 죽은 신들이 들었다면 아마 널 갈가리 찢어 놓고 싶어 했을 게다."


"······."


"그래. 네 말대로 우리의 엉덩이는 무겁기 짝이 없지. 그렇다면, 우리가 나선 까닭은 네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물론 알고 있다.


"넌 인간의 몸으로 신살(神殺)을 이뤘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내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린 빌어먹을 그 새끼, 토르를 죽인 뒤.


"하필 최강의 인간이 신을 죽일 수 있게 되다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작정하고 널 죽일 가치는 충분하지."


나는 수많은 신들에게 쫓길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좌 또한 조금은 두려웠다. 네놈이 우리와의 작은 싸움에서 보여줬던 그 위용을 잠깐이나마 떠올릴 때마다 소름이 돋는단 말이다. 그리고, 오딘이 네게 해놨던 장치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쉽게 잡을 수조차 없었겠지. "


신을 죽인 것.


그것은 신들의 세상인 바벨에서 그 어떤 것보다 위협적인 동시에, 거대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난, 그 업적을 이뤄놓고도 그 무엇도 얻지 못했다.


[보상을 정산중입니다.]


망막 한 켠에 계속 자리하고 있는 메시지, 신을 죽이고 얻게 될 보상, 그것은 두 달 동안이나 주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난 신들을 죽이고, 또 죽여도 오히려 약해지기만 했고, 결국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라그나로크를 알고는 있겠지."


옥황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모든 신들을 영면하게 만들 최후의 대전쟁······. 우린 그게 전부 오딘의 과대망상인 줄만 알았다."


그러했을 것이다.


신들은 서로 사이가 매우 나쁜 듯 굴었지만 사실은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그저 더 강해지기 위해, 더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세력전을 심화시켰을 뿐이었다. 인간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내가 신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강하게 불태우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네놈을 보니 알겠더구나."


옥황의 두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섬뜩한 그 눈동자가 내게로 향했다.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 그것은 오직, 너를 지칭하는 것임을 말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옥황. 말이 너무 길다."


너무 허황된 말에 반박하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죽여야 한다. 이대로 있다간 많은 게 달라질지도 몰라."


오딘.


내가 아버지처럼 따랐던, 그리고 동시에 그 누구보다 존경했던, 아스가르드의 왕.


그가 내 꿰뚫린 배를 바라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허허. 이런 산송장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있던가?"


"미미르의 예언이다."


오딘의 말에 옥황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그렇다면, 빨리 치워야겠군."


옥황과 오딘의 눈이 동시에 날 향한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딘을 보자 날 지금껏 속여 왔던 것에 대한, 날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것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으나, 그 분노는 때가 아니라는 듯 너무도 쉽게 가라앉았다.


대신, 분노의 빈자리를 차지한 건.


[보상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희망.


[신살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불가능한 업적입니다.]

[토르, 헤라, 가브리엘, 나타태자, 오리온······.]

[살해한 신들이 너무 많습니다!]

[살해한 신들의 격이 너무 드높습니다!]

[거대한 흐름을 찢어낸 당신에게 바벨이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 메세지들이 시야를 수놓고.


[보상이 주어집니다.]


난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곳에 소환되어 부모님과 떨어진 후.


난 오딘을 아버지로 여겼다.


존경했고 사랑했다. 날 향해 보내오던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받고 오딘이 돌려준 건.


"날 그렇게 부르지 마라."


저렇게 차디찬 눈빛과, 수많은 거짓말, 그리고 지금을 위한 함정.


믿음에 배신당하고, 세상에 속고, 모든 것을 잃은 난.


이제 와서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회귀를 시작합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세계선이 역행합니다.]


"제가 당신의 죽음이 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새하얀 빛이 세상을 잡아먹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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