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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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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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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9,996

작성
24.03.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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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황제의 아들(1)

DUMMY

해씨세가는 해북지방에서 모용세가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부족이다. 광활한 초원에는 흑수말갈, 월희말갈 등 수많은 말갈인들이 부족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맹주, 먼 북방까지 오시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쉴 곳을 찾아왔을 뿐입니다. 낭자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호호. 편하게 쉬게 해드릴게요.”

해연화가 화사하게 웃었다.

목소리가 낭랑했다.


뭐야? 삼음절맥(三陰絶脈)이라 무공을 못한다고 했는데······.


부명화는 해연화의 햇살처럼 밝은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삼음절맥이라면 무공을 할 수 없고, 얼굴이 창백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우리 맹주께서 해연화까지 부인으로 삼았나? 쯧쯧······.


부명화가 속으로 혀를 찼다. 천하제일의 바람둥이로 소문난 이세옥이었다.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

해연화가 무림인들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왔다.

그녀의 뒤에서 중년부인과 기도가 범상치 않은 백발노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무림영웅 여러분! 여러분이 해북(海北, 송화강 일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해국건설군을 이끌고 있는 해연화입니다.”


해연화가 무림인들을 향해 예의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무림인들이 황급히 포권을 하고 답례를 했다.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국건설군의 해연화라고?”

“맞아. 해연화야. 해북에 새 나라를 건설하려고 한대.”

무림인들이 낮게 수군거렸다.


해연화에 대한 소문이 중원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여기 이 분은 저를 도와주시는 월화부인(月華婦人)입니다.”

해연화가 중년부인을 소개했다.

“중원 무림의 영웅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능옥입니다.”

능옥이 무림인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 분은 저의 스승인 백운거사(白雲居士) 배순문 사부입니다.”

배순문은 흰 수염이 탐스러운 노인이었다.

“영웅들을 환영합니다.”

배순문이 무림인들에게 담담하게 예를 올렸다.

그는 지팡이를 하나 들고 있었다.


“중원의 무림 영웅 여러분! 멀리 해북까지 오시느라고 얼마나 고초가 많으셨습니까? 여러분들의 고초를 위로하기 위해 제가 약간의 음식과 술을 준비했습니다. 해도 기울고 있으니 행렬을 잠시 멈추고 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해연화의 말에 무림인들이 일제히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다.


*


무림인들이 강가에서 술판을 벌였다.

해연화가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중원을 떠나오면서 거친 음식만 먹던 무림인들이었다.


하여튼 여자들이 문제야. 왜 자꾸 우리 맹주님을 쫓아다니는 거야?


백추설은 해연화에게 눈을 흘겼다.

해연화는 햇살처럼 밝다.

반대로 백추설은 눈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이세옥은 해연화와 강가를 천천히 걸었다. 그는 내상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었다. 무림인들이 왁자하게 술을 마시는 장소에서 빠져 나왔다.

“공자님,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여행 때문인가요?”

해연화가 이세옥을 쳐다보았다.

“조광의의 군대와 싸우느라고 원기를 상했습니다.”

이세옥은 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천웅산 밑에 조용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요양을 하시면 쾌차하게 될 겁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세옥이 예를 올렸다.


해연화에게 북해빙궁(北海氷宮)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북해빙궁을 가야 해독약을 구할 수 있다.

열화궁과 북해빙궁은 상극이다.


‘북해빙궁이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연화는 이세옥을 가만히 살폈다.

북해빙궁은 전설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북해빙궁을 찾지 못하면 공자님은 살지 못할 거야.’

해연화는 가슴이 저려왔다.

이세옥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열화궁의 열화장에 맞았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열화장의 장인(掌印)이 가슴에 찍혀 있을 것이다.


해연화는 이세옥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이세옥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먼 북쪽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


이튿날 무림인들은 두 패로 나뉘어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세옥은 해연화와 함께 천웅산 쪽으로 가고, 다른 무림인들은 월화부인을 따라 미타호(美沱湖) 근처에 있는 백화촌으로 가게 되었다.

“왜 맹주님은 저 여자와 함께 가는 거예요?”

백추설이 불만스럽게 부명화에게 물었다.


눈에 불만의 빛이 가득했다.

“맹주님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잖아?”

부명화가 우울한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 자신은 백추설처럼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다.

“그럼 저 여자가 부상을 치료해 준대요?”

“저 여자?”

“해씨가의 여자가 무슨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어요?”

“호호. 질투하는 거야?”

부명화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계집애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다.

제 성질대로 칼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백추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꿍한 표정이다.

“우리는 왜 중원을 떠난 거예요?”

“맹주님이 부상을 당했잖아? 열화궁의 장력에 당했으니 음한지기로 치료하지 않으면 백일을 살 수 없어.”

부명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세옥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내가 열화궁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릴 거예요.”

백추설이 분개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열화궁은 북해빙궁과 함께 무림 최고의 신비궁이다.

몇 년 전 그들이 강호에 출현했을 때 무림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열화궁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

“몰라요.”

“중원에 열화궁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부명화는 백추설의 오만한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열화궁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도 백추설은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북해빙궁도 마찬가지다.

“세상 끝까지 찾아가 열화궁을 없애버릴 거예요. 저 여자도 죽여버리고······.”

“해연화를 죽인다고?”

“내 남자를 빼앗아가는 여자를 왜 살려둬요?”

“그럼 나도 죽일 거야?”

부명화가 얼굴을 찡그렸다. 부명화나 백추설 모두 이세옥의 여자들이다.


백추설은 사람들을 파리 죽이듯 한다.

오죽하면 소악마라는 별호가 붙었을까.

“어, 언니는 예외예요.”

“나는 왜 예외야?”

“어, 언니가······.”

백추설이 얼굴을 붉혔다.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부명화는 언니나 이모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드는 여자다.

“맹주님은 불행한 분이야. 너와 다른 고귀한 신분이야.”

“고귀한 신분······.”

“저 분은 황제의 아들이야.”

“황제의 아들이라고요?”

백추설이 입을 딱 벌렸다. 백추설은 이세옥의 과거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지금부터 대략 30년 전의 일이다.”

부명화가 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왔다.


무림맹주 이세옥의 과거지사······.


*


화염이 충천하고 군사들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5호16국시대 후한(後漢)의 도읍, 대량성(大樑城)의 황궁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불화살이 날고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와아!”


안락궁(安樂宮)의 궁녀 구완아는 함성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안락궁 주위를 샅샅이 찾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반란군이 황궁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금위군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으나 위태로웠다.

황궁이 반란군에 점령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황자님, 황자님······.”


궁녀 구완아는 안락궁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황자의 모친인 해귀비가 왕자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황자가 보이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인데 어린놈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다.


아유, 이 말썽꾸러기··· 대체 어디를 간 거야?


완아는 머리에서 쥐가 나는 기분이었다.

황자를 만나면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었다.


“황자님!”


완아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불과 한 시진 전에 안락궁의 누각에 올라 반란군과 금위군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황자를 데리고 왔었다.

그런데 또다시 달아난 것이다.

제 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황자님!”


완아는 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댔다.

“나 여기 있다.”

머리 위에서 황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아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황자가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황자님!”

완아는 짜증을 부리며 발을 굴렀다.


미쳤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한가하게 나무위에 올라가 있다니!

단단히 미친 게 아니면 뭐냐?

완아는 두 눈에 쌍심지를 돋구었다.

“황자님, 거기서 뭘하세요?”

“구경한다.”

“뭘 구경하세요?”

“싸움하는 거 구경한다. 반란군이 불화살을 쏘고 있다.”

태평도 하구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야?

반란군이 금위군을 돌파하여 황궁으로 난입하면 가장 먼저 창칼에 찔려 죽을 것이다.

어린아이라고 사정을 봐줄지 알아?

“황자님, 빨리 내려오세요. 위험한 것도 모르세요?”

“소리 지르지 마라. 어차피 죽을 거 아니냐?”

“예?”

“반란군이 황궁을 빽빽하게 에워쌌다. 너와 내가 살 방법은 없다.”

완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황자는 알고 있었구나.

열 살밖에 안 된 어린 아이가.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냐?

불구경을 하는 게 제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제가 살고 있는 황궁이 불에 타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니.

“반란군은 양심전을 제일 먼저 공격할 것이다.”

양심전(良心殿, 정전)은 황자의 이복형인 황제가 정사를 보는 곳이다.

금위군도 양심전에 몰려들어 방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뚫리고 말 것이다.

“황제폐하께서는 방어군에 난도질되어 죽겠지.”

“황, 황자님······.”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걸핏하면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나보다 먼저 죽겠구나.”

완아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황자의 말은 마치 저주를 하는 것 같았다.


귀신도 아니고······.


황자가 총명하기는 해도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니.

“완아야.”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 황자가 정색을 하고 그녀를 불렀다.

“네.”

“네가 나를 살려줄래?”

완아는 눈을 깜박거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황자를 살려?


잘못 들은 기분이었다.

“소인이 무슨 재주로 황자님을 살리겠습니까?”

“내가 너를 부인으로 삼을 것이다. 약조하마.”

“호호. 황자님······.”

완아는 웃음이 빵 터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 어린 황자가 실성을 한 거냐? 황궁에서 신동이라는 소문이 나돈 것도 더 헛소문이었구나.


씁······.


어쩌다가 이런 아이가 황자로 태어났을까.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아무튼 너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내가 만약에 살아나서 천명을 얻어 황제가 되면 너는 황후가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으냐? 히히······.”

완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웃고 있을 상황이냐?

황자의 말이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게 열 살짜리 황자가 할 수 있는 말이야?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아지는 거지?

내가 황후가 된다고?


크크··· 하루를 살고 죽어도 황후가 된다면야······.


그러나 금세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헛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황자만 미친 게 아니라 나도 미쳤구나.

“잘 생각해 봐라.”

황자가 나무위에서 내려왔다. 싱글벙글 웃고 있다.

“내 너를 아낄 것이다.”

황자가 안락궁의 본전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완아는 멀뚱멀뚱 황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황자가 이상한 종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여라!”

반란군의 사나운 목소리가 양심전 쪽에서 들려왔다.

“아악!”

궁녀의 처절한 비명이 이어졌다.

“황자님!”

완아는 빠르게 황자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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