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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용이 님의 서재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대한민국을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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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용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7:14
최근연재일 :
2021.05.26 17: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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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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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4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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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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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 1화 : 우연과 우연, 또 우연으로 인한

DUMMY

그 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항상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던 날과 똑같았다, 단지 몸이 너무 무거웠다는 것만 빼고는. 어제 새벽에 공부하다가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치고 무리하게 야식을 밀어 넣은 탓인 걸까 평소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신히 일어났다.


“근데 보통 야식을 먹는다고 이렇게 몸이 무거웠던 적은 없었는데...”


기지개를 한 번 쭉 펴고 완전히 침대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오늘은 날이 참 화창하네. 누구는 오늘 등교해서 기분 더럽게 나쁜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창문을 열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만끽하며 여유를 즐기다가 오늘 새벽까지 하다가 결국 다 못한 남은 수학 과제가 생각나 서둘러 책상 앞에 앉았다.


“이걸 또 언제 다 푸냐... 그냥 어제 다 풀고 잘 걸.”


그래도 세 문제 정도만 풀면 끝나니까 다행이다, 라며 중얼거리고 짧은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새벽에는 풀리지 않아서 머리도 쥐어뜯고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는 눈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몰고 간 문제였는데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푸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어제 했던 수많은 그 난리들을 다 뭐가 된 거지...”


에휴. 한숨을 푹 쉬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가 내 손을 떠나버렸고 어제 했던 행동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차피 나만 손해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만 다 끝날 테니 이번만 꾹 참고 버텨보기로 했다.


‘그래봤자 또 얼마 안 가 풀기 싫다고 난리 피우고 있겠지만.’


샤프를 입술 위에 올리고 멍하니 벽을 바라보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환하게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솔솔 부는 바람은 살며시 머리카락들을 춤추게 했고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학교에 가야하는 것도 잊은 채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다가 흘깃 쳐다본 시계가 벌써 밥 먹을 시간을 가리키고 있어서 다급하게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방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쳐 부엌으로 가면 이미 만들어진지 한참이 지나 식어버린 밥과 함께 오늘도 힘내라는 굉장히 휘갈겨 쓴 쪽지 하나가 나를 반긴다.


“아까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 그리고 굳이 밥 안 만들어줘도 된다니까. 출근하기에도 바쁠 텐데.”


자리에 앉아 굳은 밥을 집어먹고 미지근하다 못해 차갑게 변한 계란말이를 케첩에 찍어 한 입 크게 넣어 오물거리면 괜히 눈물이 차올라서 앞을 흐리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흐를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눈물을 밥과 함께 꼭꼭 씹어 삼키면 어느새 밥그릇은 텅 비어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듣는 사람도 답해주는 사람도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비워낸 아침밥은 정말 맛없어 보이는 밥이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그 어떤 밥보다 맛있었다. 싱크대에 그릇들을 넣고 화장실로 들어가 대충 머리를 감고 양치도 하면 금방 시계는 등교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수행평가 까먹고 있었다.”


하필이면 제일 중요한 과목의 수행평가를 까먹다니 정말 최악이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집 안 구석구석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꼼꼼히 살펴보고 돌아다닌다.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그대로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고 문을 연다.


“...”

“오늘도 화창하구나.”


정장을 입고 뛰어가는 직장인들도,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떠들며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다 나만 빼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잠깐 심술이 나기도 했지만, 이제 이런 거에 심술부릴 나이는 아니잖아?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천천히 학교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여러 가게들을 지나치고. 매일 똑같은 풍경에 똑같은 사람들만 매 번 만나는 길이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설레는 기분은 이렇게 불어오는 봄바람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게에서 나오는 맛있는 냄새들과 봄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생명력을 뽐내는 자연의 냄새를 이끌고 와주는 아주 고마운, 그런 존재.


‘하지만 교실에 가면 아침 자습으로 어제 준비 못 한 수행평가를 준비해야하지.’


정작 고등학교 3학년은 이런 걸 즐길 여유는 없지만.


띠리링- 띠리링-


오늘 하루 중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인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다니,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인상을 팍 찌푸리며 바지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시골에 계신 할머니이었다. 순간 놀라 핸드폰도 떨어트릴 뻔 했지만 간신히 붙잡고 목소리도 음음, 소리를 내며 가다듬은 뒤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이야, 우리 손자-”

“네, 할머니. 잘 지내시고 계세요?”

“아이고 나야 뭐 항상 잘 지내고 있지-, 우리 현재는 좀 어때? ... 요즘 통 연락을 안 했잖니. 걱정되어서 이 할미가 농사일이 잘 안 잡혀.”


내가 그렇게 연락을 안 드렸나. 좀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고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을 안 드리긴 했지. 죄송스러운 마음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연락 안 드려서 죄송하다고, 앞으로는 더 자주 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나에게 농담도 못하겠다고 한참을 껄껄 웃으셨다.


“할머니 농담은 아무리 들어도 다 진담처럼 들린단 말이에요...”

“그래? 이게 다 어릴 적부터 생긴 습관이야. 하도 부모님이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게 하니 농담으로나마 했었지.”

“... 진짜요?”

“이것도 농담이지-!”


우리 손자는 매 번 속여도 맨날 속아 넘어가니 너무 재미있어서 농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시며 웃으시는 할머니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그래도 잘 지내시고 있으셔서 다행이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웃으시다가 갑자기 웃음소리가 뚝 끊겨 고개를 갸웃거리며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근데 현재야... 네 어미랑 아비는 안 보고 싶냐?”

“... 아.”

“오늘은 어미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날이었지? 아비는 오늘 일하다가 해외로 나가고.”

“네, 맞아요.”

“뭐가 그리 부족하다고 느끼길래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몰라.”

“... 그러게요.”


우리 집안이 그렇게 잘 사는 집안도, 못 사는 집안도 아니었는데 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까 갑자기 부모님의 일이 많아져서 거의 전국을 다 돌아다니셨다. 아버지는 거기에 더불어 외국까지 나가셨고. 어린 마음에 한 번은 부모님께 찾아가 이제 일을 좀만 덜 하시면 안 되냐고 여쭈어봤었지만... 부모님은 날 끌어안으시더니 나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주고 싶으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것보다 난 그냥 가족끼리 외식이나 나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멍하니 기억도 잘 안 나는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살펴보다가 할머니와 전화를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 할머니. 농사는 요즘 어때요?”

“농사? 그게 말이지-, 요즘 비가 통 안 오더라고.”

“비가 안 온다구요? 그거 큰일이잖아요.”

“하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아 요번에는 비가 좀 없어도 살아남을 것 같으니 안 주시는 거 아니겠어?”

“그게 뭔...”

“그래! 그런 반응을 원한 거야. 그런 반응이 훨씬 더 재밌거든. 그러게 말이다, 이놈의 망할 비가 언제쯤 내리련지-. 이놈들도 비를 맞고 그래야 더 싱그럽게 돋아날 텐데.”


한숨을 푹 쉬며 이러다가 비가 더 안 올까 걱정하시는 할머니가 나는 더 걱정되었다. 세상만사가 모두 내 탓은 아니고 자연현상은 더더욱 한낱 인간이 관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괜히 내 가족에게 근심걱정이 생기면 그게 막 내 탓 같은 그런 기분.


“제가 비구름 끌고 시골 내려가서 할머니 농장에다가 비 뿌려드릴까요?”

“아이고 우리 손자가 나랑 조금 통화했다고 벌써 농담이 늘었어-!”

“저 반은 진담인데.”

“됐어요, 됐어. 우리 손자님은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살면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그래도 걱정된단 말이에요.”

“할미가 너보다 한참 오래 살았다. 이걸로 넘어질 인간이었으면 진즉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너희가 차려주는 제사상이나 받아먹고 있었겠지-.”

“아이 참, 할머니. 그런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할머니와 서로 웃으며 다 묻지 못한 안부를 묻고 언제 내려가서 무엇을 하고 먹을지도 계획을 짜보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꽈르릉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소나기 온다고 그랬나? 그런 말도 없었는데. 라고 말씀하시더니 발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릴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셨다.


“저, 할머니. 이만 끊어볼게요. 할머니도 이제 비 오시니까 해야 할 일들 하셔야하지 않아요?”

“그래그래. 우리 현재가 먼저 끊어!”

“네, 할머니. 곧 찾아뵐게요.”

“그래 오늘도 학교 잘 다녀오렴-.”

“네. 끊을게요.”


정말 이상했다. 준비성이 철저하기로 소문난 우리 할머니께서 그깟 소나기 하나를 대비하지 못했을까?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미치도록 화창한 날씨에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인데도 곧 비가 올 테니 우산을 챙기라고 하셨던 분이 바로 우리 할머니이셨다. 그리고 실제로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도착하니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고. 이런 일이 있을 정도로 철저하신 분인데.


‘... 뭐지.’


그래도 뭐 한동안 내리지 않았던 비가 내리니 마음은 편해졌다. 할머니도 아마 한 시름 놓으셨겠지. 오랜만에 할머니와 한 통화는 오늘 아침에 가라앉았던 기분을 올려주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덕분에 금방 지치는 등굣길도 즐겁게 올 수 있었고 뭔가 오늘 하루는 특별하단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핸드폰이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내가 제일 먼저 와서 아무도 없는데 잠깐 핸드폰으로 세상 돌아가는 꼴이나 구경하려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살펴보는데 다 하나같이 매일매일 올라오는 이야기들 밖에 없었다. 세상 돌아가는 게 어떻게 이리 한결같을 수가 있나.


‘좀 뭐 색다른 거 없나.’


예전 같았으면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기사들을 찾아보기라도 했겠지만 요즘은 그냥 눈에 바로 들어와야지 볼 맛이 난다.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만 움직이며 화면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는데 되게 시선을 확 끄는 제목과 사진을 가지고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단독, 마법과 같은 능력을 쓰는 아이를 발견하다...?”


평소라면 기자들이 이젠 이런 것까지 기사로 내냐며 비웃고 넘어갔을 테지만 이상하게 그 쪽으로 손가락이 움직였다. 적은 조회수와 들어본 적 없는 신문사. 어차피 들어가봤자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겠지, 영웅적인 이야기를 가져다 써놓고 마법과 같은 능력을 썼다고 했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 에라이.”


그래,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들은 적 없는 신문사와 적은 조회수는 우선 넘기고 봐야하는 기사들 중 하나였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기사는 가관이었다. 무슨 판타지 소설을 써놓은 것처럼 이 아이는 초능력을 쓰고 있다, 이 아이는 이러이러한 능력으로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사진과 동영상도 올려놓았지만 요즘은 이런 거 편집이나 합성하면 끝 아닌가?


“이런 것도 기자들이라고... 부럽다. 나도 이런 거 쓰라고 하면 잘 쓸 수 있는데.”


누구는 대학교 제대로 갈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하는 시기를 겪고 있는데 누구는 개도 웃고 갈 소리들을 써도 돈을 받네. 아이고, 서러워라.


이미 핸드폰을 해버렸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조용하게 자습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서 3교시에 있을 수행평가를 준비하려고 교과서를 꺼냈는데 교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아이들이 들어왔다.


‘핸드폰 하지 말걸.’


누구인가 한 번 쓱 훑어보니 전교권에서 지내는 친구도 보이고, 학교 안에서 좋지 않은 취급을 받는 친구도 있고. 마지막으로 연예인 활동을 해 바빠서 자주 못 온다는 친구도 있었다. 진짜 흔치 않는 조합이네. 라고 생각하며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다가 빠르게 다시 그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친구는 연예인 활동을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저 둘은 너무 머리가 튀는 거 아닌가? 전교권이라 머리 염색에는 전혀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게다가 저 친구는... 저런 머리색을 하고 오면 놈들에게 또 뭔 일 당하는 거 아니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전교권인 친구가 나를 보며 눈짓으로 살짝 경고를 했다. 미안하다고 손짓과 입모양으로 사과하고 시선을 교과서로 돌린 다음 조용하고 서먹한 공기 속에서 아침 자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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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6화 : 폭풍전야 21.05.25 15 1 13쪽
6 # 5화 : 첫 인명구조. 21.05.24 20 2 13쪽
5 # 4화 : 돌아옴과 동시에 다시 외출. 21.05.23 28 2 14쪽
4 # 3화 : 긴 기다림과 짧은 검사. 21.05.18 32 3 13쪽
3 # 2화 : 이게 무슨 일이야. +1 21.05.16 41 5 14쪽
» # 1화 : 우연과 우연, 또 우연으로 인한 21.05.14 68 9 14쪽
1 # 프롤로그 : 살짝 봐보는 그들의 삶 +1 21.05.12 130 1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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