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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나르 님의 서재입니다.

성스러운 독재자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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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나르
작품등록일 :
2023.05.11 12:40
최근연재일 :
2023.05.11 17:58
연재수 :
1 회
조회수 :
14
추천수 :
0
글자수 :
2,114

작성
23.05.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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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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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프롤로그.

DUMMY

신앙이 깊어 간절히 바랐던 건 아니었다.

그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성스러운 빛이 나를 감쌌다.

온몸을 감싼 광휘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를 신성하게 만들었다.


신의 계시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불신 하는 신념으로 매일을 살던 내게 신의 계시라니.


믿을 수 없었지만 믿어야 했다.

이 세상 온 갓 더러운 것들을 정화 시키라는.

인두겁을 쓴 악마들을 지옥으로 내려 보내라는 신의 계시가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성기사라는 걸.

천민의 삶 보단 분명히 나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성기사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밑바닥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언제나 벌레 보듯 바라보는 시선들을 감당해야 했고.

피를 부르는 현장에선 언제나 죽음을 무릅쓰는 선봉을 맡아야 했다.


다들 내가 죽기를 바랐다.

신의 오판이라 수군거리며.


그래서 일까?


주변 모든 것들이 처단해야할 악마로 비춰졌다.

어쩌면 내 몸에 악마가 스며들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문제는 숨기기 힘들 정도로 날선 살의를 읽은 교구에서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다.


“쿨럭-!”


피를 토하는 걸 보니 이제 숨 쉴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변절자 아돌프.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니 겸허히 죽음을 받아 들여라.”

“큭··· 개소리. 주교가 그러더냐? 미친 변태 같은 영감탱이 같으···”

푸욱!

“더 이상 참아줄 수 없군. 가라.”

차가운 검 날이 몸속을 더욱 파고들었다.

“크헉!!”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피부를 뚫고 들어온 검 끝이 등가죽을 뚫었다.

본능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고통의 감각마저 무뎌지기 시작했다.

죽음이라는 거.

피할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모든 걸 의심해 볼걸.’

교회는 이미 타락했다.

황금에 눈이 멀었고.

쾌락에 중독되었다.

현 세태를 비판하는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죽어나갔다.

내 차례가 오리란 거··· 예상했지만.

‘믿고 등을 맡겼던 동료에게 끝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아돌프는 옅은 숨을 내쉬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너의 숙명이 시작됨을 선언 하리라.]

고결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크크큭.”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분명 심장이 멎어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말이다.

어둠을 비추는 빛은 지난 날 온몸을 휘감았던 광휘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숙명의 시작이라니.

이제 다 끝났는데 시작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모순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죽어서도 개처럼 부리겠다는 말인가?”


날카로운 반응임에도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부디 주어진 숙명을 받들어 뜻을 이루기를··· 바라는 바다]


“후우··· 됐고요. 이제 지쳤습니다. 뒈진김에 편히 쉴 수 있게나 해주쇼.”


[명심 하라. 너의 숙명을.]

일방적 계시임은 분명했다.

대화 따윈 하지 않겠다는 심보가 확실했고.

무엇보다.

“숙명이 도대체 뭐길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따져 물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는 찰나의 고요를 깨며 머릿속을 울렸다.

[늘··· 해왔던 것. 그게 너의 숙명이리라.]

“······.”

이해 할 수 없었다.

이미 죽었음에도 늘 하던 걸 하는 것이 숙명이라니.

하지만 이내 쏟아지는 중압감 때문에 생각할 겨를 없이 의식을 잃었다.

‘후우··· 빌어 먹을 신같으니라고.’


***


응애-! 응애!

어디 선가 우렁찬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건 오로지 내 성대에서 터져 나오는 울림이 확실했다.

그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내 몸이 확실하다는 건 모든 감각 기관이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의 손에 의해 또 다른 누군가의 품에 옮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희뿌연 시야에 큼지막한 얼굴의 실루엣이 느껴졌다.

누군지 잘은 모르겠지만.

거인 같았다.

아니면 내 몸이 작아졌거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 어떤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내 터져 나오는 가냘픈 여인의 목소리에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 왕자님께서 숨을 쉬는 것이 아리아의 축복이 깃든 모양입니다! 경하 드립니다 카르누스 폐하!!”


응애-! 응애!!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폐하라니.

카르누스라니······.

30년 전 알리온 제국의 총 공세로 멸망 당한 아리아 왕국의 마지막 황제가 아닌가?!

이거 뭔가 잘못 되었다.

폭군 카르누스.

그의 하나 뿐인 황태자로 다시 태어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빌어먹을 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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