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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에 관하여


[소설 쓰기에 관하여] 2018 공모전 후기 - 드라켄

안녕하세요. 가이브러쉬입니다. 문피아 2018 공모전 기간이 끝나고, 수상작 발표까지 모두 마쳤네요. 많이 늦긴 했지만 기록을 위해 공모전 후기를 남겨 봅니다. 나중에 제가 그때 어떻게 글을 썼나 되새겨 보기도 좋고, 저나 혹시 다른 작가분들이 다음 공모전을 준비할 때 혹시 참고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주 간략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10년 정도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글을 쓰기 위해 때려치고 나왔습니다. 이런 저런 글쓰기를 하다가 아, 일단 소설로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2018년 2월말 즈음 이었을 겁니다. 문피아에서 공모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웹소설은 처음이었지만, 소설은 독립출판이지만 경험이 있던 터라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문피아의 두둑한 상금도 상금이었지만, 수상을 못해도 유료화를 통해 곧장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이 크게 끌렸습니다. 사실 문피아나 웹소설의 존재 자체를 2017년에야 알게 되었는데, 당시 산경 작가님의 <재벌집 막내 아들> 매출액을 대충 계산해 보고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런 수익은 0.01%의 극소수 작가님들만 낼 수 있는 매출이지만, 아직 쓰고 있는 소설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작가의 마음 속에서는 모두 긁지 않은 복권이죠 ㅎㅎ 그저 잘 될거라는 믿음과, 그래도 글 좀 써봤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할 기간이 한 달 조금 넘는 정도여서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생각해 두었던 드래곤 스톤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갔습니다. 급하게 중세 관련 책을 읽으면서 중세 기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공부했구요.


맨처음 의도는 짐머만의 감옥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온갖 분위기와 풍자를 넣겠다고 문체에 힘을 잔뜩 주고 써 내려 갔습니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썩 시원치 않았습니다. 저역시 문체는 둘 째 치더라도 웹소설과 연재의 특성상 초반에 독자를 잡아둘 사건을, 정 안되면 이게 앞으로 뭘하는 소설이다 정도는 확실하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앞으로 가서 사건을 이어갔습니다. 데이몬이 드라켄을 잡아야 하는 더 강력한 동인을 주기 위해서  이때 그레고리라는 캐릭터가 만들어 졌지요.


그러면서 네이버 등에서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를 눈팅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처음이라 3천 자를 써서 하루 두 번 올릴지, 그냥 5천 자를 써서 한 번 올릴지 정하기도 쉽지 않았죠. 그런데 유료연재를 하게 되면 기본이 5천 자라는 소식을 듣고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유료 연재 기준에 맞추자는 생각에 어렵게 모든 회를 5천 자 이상으로 어떻게든 맞추며 써나갔습니다. 다행히 출판 계약까지 이루어진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전부 5천 자 이상을 해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회차를 조정하려면 그것도 엄청난 일이 될테니까요.


4월 9일 공모전 첫날 오전 10시가 되자마자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완전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신인이니 처음에는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자. 최소 20회 이상 쌓이기 전까지는 별 볼일 없을 거다. 기대하지 말자. 계속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 아니 한 시간에도 몇 번 씩이나 들락날락 거리며 새로 고침하면서 조횟수와 선작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흘 째 되던 날, 첫 댓글이 달렸을 때 뭐랄까 약간 한 시름 놓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대로 영영 댓글이 달리지 않을 것만 같았거든요. 쓰면서 느끼고는 있었지만 공모전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특히 탑10을 왔다갔다 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저는 "아, 드라켄은 완벽하게 종이책 문법의 소설이구나."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웹소설에 도전한다고 하면서, 그냥 웹소설 플랫폼에 올리는 것만 생각했던 거죠. 그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 공모전에서 몸으로 부딪혀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은 해버렸고, 중간에 방향 수정을 하기에는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의 문제 였기에 어려웠습니다. 글쓰는 스타일이 하루 이틀 사이에 뚝딱 변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끝까지 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갔습니다.


사실 공모전 시작하자마자 수천 개의 작품이 등록되는 것을 보고 질려버리긴 했지마, 막상 그날그날 공모전 순위를 보면 50위 정도까지는 일일 조횟수가 700~1천 이상이지만 그 밑으로는 뚝뚝 떨어졌습니다. 왠지 하다보면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끔 그 날 운이 좋으면 100위권을 왔다갔다 하는 날도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쓰다보니 이번에는 비축분이 문제 였습니다. 처음에는 2주 분량의 비축분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진행하면서 캐릭터가 어색한 행동을 보이거나, 장면이 영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많아 갈아 엎고 다시 쓰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주 비축분이 반토막 1주 비축분으로 줄어드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글을 쓴 경험은 적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5천 자를 원하는 밀도만큼 심지어 재미있게 써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정신없이 5월 초가 되어 공모전을 마감일이 다가왔죠. 대충 조회수에서 적어도 30~50위 권 안에 들어야 수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드라켄은 물론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한 분이 중간에 추천글에 올려주시면서 고작해야 20~30을 왔다갔다 하던 선작수가 200대로 올라간 것도 천운이었습니다. 가뭄에 단비같은 추천글 마져 없었다면 훨씬 힘들게 연재를 이어갔을 겁니다.


그래도 결과야 어찌됐든 공모전 중간에 쉬지 않고 달려서 공모전 기준을 달성하고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하나의 마일스톤이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그정도로 단 기간에 그정도로 많은 양을 써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한 단계 한 단계 써내려 가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성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기적같이 동아 출판사로부터 드라켄을 출판하고 싶다는 쪽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출판사 컨택은 내심 기대를 하면서도 또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순되는 마음이었죠. 워낙 트렌드에 맞지 않는 작품이다 보니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컨택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출판 계약을 했다고 해서 글쓰기의 어려움이 힘든 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에 더욱 부담과 책임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잘 쓰기만 하면 결과물은 나온다는 안정감은 지금까지 드라켄을 쓰면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매회 빠짐없이 소중한 댓글을 주시는 분들과, 말없이 보고 가시는 독자분들 역시 그러하구요.


간략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모가 이리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에 드라켄을 써야 하는데;;; 작가 게시판이 있는데 작품만 있는 게 너무 썰렁한 듯 하여 뭐라도 의미있는 기록을 남겨볼까 하여 이렇게 2018년 공모전 후기를 씁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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