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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의 정령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0.04.20 20:44
최근연재일 :
2020.05.13 16:06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5,498
추천수 :
342
글자수 :
138,605

작성
20.04.24 19:40
조회
984
추천
17
글자
12쪽

이에는 이, 눈에는 눈 (2)

DUMMY

“여기인가.”

“그렇습니다.”


테세르 공작은 직속 기사단을 포함해 가용 병력을 모두 이끌고 스포닝풀 영지로 진격했다.


갑자기 나타난 군대에 스포닝풀 영지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저, 저거 뭐지······!”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났다!”


아무 사정도 모르는 가운데 혼란은 커졌고, 급기야 사람들은 이리저리 흩어지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영지민은 괜히 건드리지 마라. 귀찮게 방해하는 녀석들만 본보기를 보여주면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영지를 침략해 약탈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하게 영지를 인계받는 게 목적이다.

그러면서 건방진 애송이를 혼내주는 건 덤이다.


테세르 공작은 군대를 단속하면서 나아갔다.


“저, 저건 테세르 공작가 문장이잖아. 무슨 일 때문에 이런 곳까지······.”

“역시 전쟁이 일어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기에는 너무 조용한 것 같기도 하고.”


전쟁이라고 한다면 벌써 난리가 나고도 남았다.

하지만 나타난 병사들은 약탈 없이 조용히 진군할 뿐이었다.


혼란에 빠졌던 영지민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면서 사태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조금의 혼란이 있었지만 테세르 공작의 군대는 아무 문제 없이 스포닝풀 가문의 저택 앞까지 도착했다.


“흠,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군.”


몰락 귀족답게 저택은 몇십 년 동안 다녀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을씨년스럽다.

어디서 날아온 까마귀가 불길한 울음소리를 냈다.


테세르 공작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이만한 군대가 나타났다면 응당 어떤 반응이 있어야 할 터다.

하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택은 고요하기만 하다.


“공작님, 어떻게 할까요.”

“흠.”


낡고 조용한 저택을 보며 테세르 공작은 작게 침음성을 냈다.


즉각 돌격해서 녀석을 끌고 나오는 건 일도 아니다. 설사 도망쳤다고 해도 하루 만에 도망칠 수 있는 거리도 뻔하다.

고민할 건 없다.


그런데도 테세르 공작은 한 줌의 불안감을 느꼈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그때였다.


“뭐야. 한판 벌이려고 찾아온 거 아니신가. 왜 멀뚱멀뚱 서 있으십니까.”


저택의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름 귀족다운 구색은 갖췄지만 딱 봐도 낡아 보이는 옷을 입었다.


테세르 공작은 바로 알아봤다.


“네가 스포닝풀 가문의 가주인가.”

“그렇습니다만. 그럼 그쪽은 어제 찾아왔던 멍청한 귀족가 도련님의 아버지이신가 보군요. 이거 처음 뵙겠습니다. 스포닝풀 가문의 케일이라고 합니다. 고명하신 테세르 공작님께 인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케일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다.


태도와 말을 어디까지나 정중하지만 이상하게 비꼬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테세르 공작의 눈썹이 살짝 떨렸다.

하찮은 도발인 걸 알지만 그의 아들이 멍청하게 박살 난 건 사실이다.


“흠. 내 아들이 그대에게 꽤나 폐를 끼쳤더군.”

“하하, 폐라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네 행동은 과했다. 작게는 내 아들과 나를 욕되게 했고, 크게는 테세르 가문을 물로 보고 그리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군. 변명할 말이라도 있나.”


테세르 공작은 이렇게 된 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이상, 녀석의 도발에 순순히 응해주기로 한 거다.


“뭔가 오해가 있으시군요. 어찌 저와 같은 게 대귀족 가문이 테세르가를 업신여기겠습니까. 오해이십니다.”

“그렇다면 이상하군. 듣기로는 그대가 내 아들을 반쯤 죽여놓았다고 하던데.”


‘반쯤 죽여놓긴, 너무 오버가 심하네. 하여간 귀하게 자란 귀족가 도련님이 엄살은.’


케일은 저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물론 어제 찾아온 알베인 도련님과는 좀 다툼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정당한 결투였습니다. 혹시 단순히 결투에 지신 것에 복수로 이리 찾아오신 겁니까?”

“결투라? 지금 그걸 내가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테세르 공작은 기가 찼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정당한 결투였으니 결과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한다.


‘이런 빌어먹을 몰락 귀족가의 애송이가!’


누굴 바보를 아는 건가!


테세르 공작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작님. 저자의 태도가 너무나도 무례합니다. 공작님께서 오셨는데 먼저 나와 반기지도 않았을뿐더러 어제의 무례에 대한 변명을 뻔뻔스럽게 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참긴 힘듭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당장 공작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게 만들겠습니다.”


호위하던 기사들이 호기롭게 외쳤다.


많이 참고 들어줬다.

더 이상 저 경박한 입을 놀리게 두는 건 대귀족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좋다. 당장 저 녀석을 내 발 앞에 끌고 와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단을 중심으로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오, 드디어 시작이네.’


수백에 가까운 군대가 자신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눈앞에 두고도 케일은 태연했다.

오히려 조금 두근거렸다.


‘첫 실전이니만큼 할 수 있는 거 전부 다 해보자고.’


살짝 손짓했다.

곳곳에 모습을 감춘 드론에 작은 불이 들어왔다.


“저 무례한 자를 먼저 잡아끌고 오는 자에게 큰 포상이 있을 거다!”


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외치자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즉시 진형을 갖추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먼저 왔던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무작정 돌입하지 않았다.


“상대가 하나라고 방심하지 마라. 녀석은 독특한 사역수를 사용해서 공격한다. 주의해라!”


병사들을 이끄는 건 이전에 찾아왔던 기사 중 하나다.

실전 경험이 있는지 꽤나 날카롭다.


‘물론 그래봤자 한계는 명확하지만.’


철장 형태의 담벼락을 방패로 있는 힘껏 밀어 넘어뜨리고 병사들이 진입한다.


“시작하자.”


<삐릭!>


근처에 있던 ND-2가 바로 반응했다. 이윽고 주위로 명령들이 퍼졌다.


“윽······ 뭐, 뭐야 이것들은?!”

“조, 조심해! 녀석의 사역마다!”


아무 문제 없이 담벼락을 넘은 건 좋았으나 정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곳저곳에서 대기 중이던 드론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병사들이 긴장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DD-1을 중심으로 하는 저택 보안 임무를 맡은 드론들이다.


“걱정하지 마라. 녀석의 돌격만 피하면 문제없다!”


방패를 앞세우고 겹겹이 작은 진을 만들고는 움직이기 시작하다.


‘호오, 생각보다 훈련이 잘되어 있네. 역시 왕국 안에서 잘 나가는 귀족이라 이건가.’


알베인만 봤을 때는 겉만 번지르르한 귀족인 줄 알았는데.

역시 대귀족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날 건드린 건 잘못한 거지만.’


케일은 병사들이 만든 진형을 조금 높은 위치에서 보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가늠했다.


“시작은 위력정찰이지. DD-1 돌격.”


<삐빅!>


ND-2가 내 명령을 확인하고 명령을 전송했다.


ND-1 이후 성능을 개량하면서 케일은 성능적 밸러스가 훌륭한 ND-2에는 드론을 통합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명령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드론 강화]

└ 원격 조종 시스템(중급) : 기본적인 명령과 명령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움직입니다.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드론 무리 기동 : 5기를 기준으로 하는 드론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5기의 드론을 무리로 편성해야 합니다.


[드론 강화] 스킬을 사용하여 ‘원격 조종 시스템(중급)’을 ND-2에 부여하고, 드론 무리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그러면 다른 드론 무리, 이를테면 DD-1 드론 무리의 경우에는 ND-2가 명령 프로세스를 대신하기에 ‘원격 조종 시스템(중급)’에 따로 강화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각 드론에는 최대 강화 수치가 생산 포인트에 맞게 설정되어 있어 필수적인 강화 수치를 적게 쓸 수 있으면 성능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었다.


퍽!


“크헉!”

“젠장! 겁나 단단하잖아!”


기사는 방패를 앞세워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DD-1의 충격은 방패를 넘어섰다.


동료가 쓰러진 걸 보고 다른 기사가 도끼로 쳤지만 무심하게 튕겨 나온다.


“그런 어설픈 공격으로는 안 되지. 내 드론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야?”


남은 강화 포인트는 드론 내구력과 스피드에 투자했다.

고로 빠른 이동과 DD-1 특유의 단단한 내구성을 앞세운 몸통 박치기는 위력이 향상됐다.


기세 좋게 들어오던 기사단과 병사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강한 DD-1의 저항에 막힌 것이다.


“뭐야. 꽤나 기세 좋게 들어온 것 치고는 별거 없잖아.”

“에잇! 뭣들 하고 있는 거냐!”

“그, 그게······.”


테세르 공작의 고함에 지휘하던 기사는 말을 잇지 못한다.

큰소리 탕탕 쳤는데 상황이 이러니 입이 있어서 할 말이 없을 테지.


‘첫 공격은 무난하게 막긴 했는데······. 이대로 끝날 리가 없겠지.’


아들인 알베인이야 아무 생각이 없다지만, 상대는 대 귀족가를 이끄는 사람이다.

설마 이 정도로 끝일 리는 없다.


예상대로 병사들이 돌격하고 있는 가운데도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소매가 넓고 긴 옷을 입은 수상한 자들이다.


“알베인 님. 저희들에게 맡겨주시지요.”

“······큭. 젠장, 겨우 몰락 귀족에게 너희들을 내보내야 한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끌고 온 건 귀족가에서도 쉽게 거느리기 힘들다는 마도기사단이다.


마법을 주축으로 하는 이들은 하나의 부대가 한 나라의 군세에 버금간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유지비가 상당해서 국가 단위에서도 쉽게 구성하지 못한다.


테세르 공작가는 카이로니아 왕국을 넘어 대륙 안에서도 내로라하는 유력 귀족이기에 딱 1부대의 마도기사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은 테세르 공작가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크흠. 어쩔 수 없군. 너희들의 힘을 빌려야겠다. 이왕 나서는 거 철저하게 밟아라.”

“맡겨주십시오.”


고개를 숙인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일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살폈다.


기사와 병사들이 물러나기 시작하고 마도기사단이 일렬로 정렬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내 신호에 맞춰 공격한다.”


제일 앞선 마법사가 화염구를 던졌다.

날아간 화염구가 DD-1의 근처에 착탄. 직격은 아니라서 대미지는 없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착탄 확인. 마력치를 수정하여 일제 공격.”


첫 공격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공격을 위한 예비 공격이다.

이윽고 일렬로 선 마법사들에게 연속적으로 화염구가 쏟아져 날아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화염구의 세례.


그 앞에서 아무리 방어력과 이동속도를 높인 DD-1이라고 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한 구역을 탄막으로 쳐대니 방법이 없다.


‘게다가 마법 저항력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쾅! 쾅! 쾅!


DD-1이 하나씩 깨져나갔다.


케일은 괜히 더 버텼다가는 피해가 커질 것 같아서 살아남은 드론들을 뒤로 후퇴시켰다.


“어떠냐 몰락 귀족 애송이. 이게 우리 가문이 자랑하는 마도기사단의 실력이다. 네가 자랑하던 하찮은 기술도 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가문의 자랑인 기사단의 활약에 테세르 공작은 기세를 다시 찾았다.

톤은 아까와 같아도 기분 좋은 기색이 절로 느껴진다.


기분 좋아 보이는데, 그걸 깨야 하는 게 케일은 절로 미안해진다.


“아저씨, 겨우 하나 이겼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고. 세상에 어떤 바보가 대결에 나설 때 패를 하나만 가지고 나가나.”

“뭐?! 이, 이 자식이······!”

“거기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라고.”


설마 이곳에서 꺼낼 줄은 몰랐다.

후일에 좀 더 위험할 때 꺼내려고 했던 건데, 생각보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뭐, 그래도 첫 실전으로 나쁘지 않을지도.’


케일은 미리 준비해 놓은 드론들을 불렀다.


“SBD. 너의 능력을 보일 시간이다!”


한 주먹만 한 드론이 수십 대가 일제히 나타났다.


작가의말

받은대로 준다.


알면서도 하기 힘든 것 중 하나죠.


그게 은혜이든 복수이든 말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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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정령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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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제목 변경 공지 20.05.04 71 0 -
공지 원고 수정 일지 공지 2020. 05. 13 20.04.24 533 0 -
25 적 속에서 만난 아군 20.05.13 177 6 12쪽
24 제국군 20.05.12 171 8 13쪽
23 공작가 도련님 마린 +2 20.05.11 198 7 14쪽
22 예상외의 동행 +2 20.05.09 250 9 12쪽
21 드론 vs 몬스터 20.05.08 263 7 12쪽
20 키메라 +2 20.05.07 282 10 12쪽
19 기습 +2 20.05.06 296 9 14쪽
18 단서 20.05.05 354 9 12쪽
17 엘프 자매와 한 인간 (2) +2 20.05.04 386 10 12쪽
16 엘프 자매와 한 인간 (1) 20.05.03 425 10 12쪽
15 오우거 (2) 20.05.02 478 14 13쪽
14 오우거 (1) +2 20.05.01 494 12 13쪽
13 고인 곳을 휘젓다 +2 20.04.30 495 14 13쪽
12 사고 +2 20.04.29 526 11 13쪽
11 환대와 경계 +4 20.04.28 553 15 12쪽
10 세계수 원주민 조우 (2) +2 20.04.27 552 17 13쪽
9 세계수 원주민 조우 (1) +4 20.04.26 616 17 12쪽
8 UP +10 20.04.25 697 22 13쪽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2) +2 20.04.24 985 17 12쪽
6 이에는 이, 눈에는 눈 (1) +6 20.04.23 994 22 12쪽
5 반갑지 않은 손님 (2) +4 20.04.22 1,020 16 13쪽
4 반갑지 않은 손님 (1) +6 20.04.21 1,146 21 13쪽
3 제일 잘하는 걸 하자 +2 20.04.20 1,258 20 13쪽
2 유산에서 찾은 꿈 +2 20.04.20 1,389 19 12쪽
1 프롤로그 +4 20.04.20 1,485 2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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