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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lliver
작품등록일 :
2020.12.25 19:44
최근연재일 :
2020.12.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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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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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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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편_해귀

DUMMY

“일명은 해귀(海鬼)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머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磻桃)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바다 밑에 잠수하여 적선(賊船)을 공격할 수가 있다.

또 수일 동안 물속에 있으면서 수족(水族)을 잡아먹을 줄 안다.

중원 사람도 보기가 쉽지 않다.” 

- <조선왕조실록> 선조 31년 5월 26일



어두운 밤

달빛만이 조용한 바다에 비치고 있었다.

펄럭이는 왜군의 깃발

바다위에는 수십 척의 왜군의 배가 있었다.

흔들리는 배위에선 왜군들이 잠들어 있었다.

왜군들 주변으로 술병들이 구르고 있었다.

거듭된 승리에 도취된 왜군은 경계병마저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었다.

땅에 내려서 잘 수도 있었지만

가끔 나타나 게릴라전을 펼치는 의병들 때문에

자신들이 승리를 거듭한 바다 위에서 편히 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왜군들은 모르고 있었다.

어두운 물속에서 눈만 내놓고 그들을 노리고 있는 시선을


어두운 바다에 둥둥 떠 있듯이 있던 하얀 눈동자는

곧 물속으로 잠기었다.


물속에서는 힘을 쓰기가 힘들다.

땅위에서라면 도끼로 쉽게 자를 수 있는 나무도

물속이라면 그 몇 배의 힘으로도 자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물속에 있는 존재는 그런 기존의 상식을 뒤집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존재는

물속에서

한 손으로 배의 연결부분의 돌출되어 있는 나무를 잡고

몸을 회전하여 머리가 바다의 바닥을 향하게 하곤

두 발에 힘을 주어서 움직이지 않게 굳은 자세를 잡았다.

흡사 박쥐처럼 배에 거꾸로 매달린 거 같아 보였다.

그리곤

남은 한 손인 오른 손으로는 작은 도끼로 배의 바닥을 빠르게 쳤다.


얼마가지 않아서 배에는 구멍이 뚫렸다.

배의 하단은 어느새 물로 가득 찼지만, 배위에 있는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였다.

물이 어느새 배의 갑판까지 올라 찼을 때,

왜군들 중에 민감한 몇 명이 깨어났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잠들어 있었다.


“ 起きて !!!!”


먼저 깨어난 왜군들이 일어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먼저 배 밖으로 뛰어 내렸다.

배 위에 있다가는 배가 가라앉으면서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익사할게 뻔 할터 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었다.


물밖에는 야차와도 같은 해귀의 존재가 기다리고 있음을...


아까는 분명 2개의 흰 눈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배 주변으로 수 십개의 흰 눈동자들이 하나 둘 떠올라 있었다.

배를 둥글게 둘러싼 그들은 가라 앉는 배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 아니었다.


배위에서 뛰어내려서 물위에서 퍼덕이는 왜군들에게

소리도 없이 스윽~ 다가서는 검은 존재들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들은 한 명씩 물귀신에게 잡히듯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명이 뛰어 내릴때마다,

검은 존재들은 한 명씩 물속으로 잠수해서

방금 물로 뛰어내린 왜군의 아래나 뒤로 다가갔다.


배 위에서 뛰어내린 왜군들이 하나씩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도,

왜군들은 어쩔 줄 몰라 할 뿐 대책이 없었다.


적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해야 대항할 수 있는지?


배 위나 땅 위 라면 어떻게든 해 볼 만 하겠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투경험으로 똘똘 뭉친 살인기계들

전국시대를 겪으면서 수 십 년 동안 온갖 살육극 속에서 살아 남은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들은 오늘 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옆에 있던 동료가 상어에 낚여 채이듯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 볼 뿐이었다.


이 일방적인 상황을

지상에서 지켜보는 양반복장의 도포를 입은 두 남자가 있었다.

둘은 모두 기골이 장대 하였다.

둘 모두 키는 6척(182cm정도)는 넘었으며

몸의 둘레는 보통 장정의 2배는 되어 보였다.

그 중에 한 명은 특히 더욱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옷을 입었음에도 바람이 펄럭일때마다 드러나는 근육은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장군님 어떠하신지요?”


“어허 장군이라뇨. 이제 일개 백성에 불과합니다. 그냥 편히 덕암(德巖)이라 불러주십시오”


왼쪽에 서있던 서생의 얼굴을 한 남자가 오른쪽에 서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자,

오른쪽에 서있던 덕암이라는 남자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에 난 수많은 칼자국은 이 남자의 과거를 보여주는 듯 했다.

딱 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기운이 풍기는 남자


그 둘은 말을 섞는 중에도 시선은 바닷가에 계속 두고 있었다.


말을 건 남자는 깨끗하게 도포를 차려 입었지만, 역시 기골이 장대하고 말끔한 피부에 눈빛이 형형한 남자 ‘홍판서’ 였다.


“역시 듣던 대로군요”


오른쪽에 서있던 선비 덕암이 약간의 놀람과 더불어서 기쁨의 말을 하자,

홍판서는 도포를 한번 들어 수염을 매만지곤 그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을 뿐이었다.


“더 지켜보시지요”


바닷가에선 수 없이 많은 비명들이 들려 왔다.

반 시진(1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삐이~

하고 귀를 괴롭히는 퇴각 피리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덕암과 홍판서가 해안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덕암이 움직일때마다 거대한 발소리가 바닷가를 울렸고

홍판서의 도포가 바닷바람에 파르르 소리를 내었다.


바다와 모래사장이 만나는 끝

덕암과 홍판서가 섰다.


어두운 바닷가에서 희번뜩한 눈들이 나타났다.

아마 다른 날 밤에 그 것을 봤더라면 물귀신을 봤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물속에서 모래사장으로 걸어 나오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얼굴

상반신

하반신

근육질의 검은 피부를 가진 일명 ‘해귀’라고 불리는 흑인용병들이었다.

한 명씩 한 명씩 연 달아서 물 밖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해귀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홍판서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이면서 무릎을 꿇었다

홍판서는 옆에 있던 덕암을 의식하고 잠시 쳐다보고는, 해귀를 일으켜 세웠다.

홍판서는 만족한 표정으로 해귀의 오른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해귀의 손은 덩치가 큰 홍판서 손의 2배는 되어 보였고, 심지어는 손가락 사이가 마치 물갈퀴처럼 넓었다 .

홍판서는 한 손으로 해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해귀의 등을 스다 듬었다.

홍판서는 그렇게 애정을 담아 그들을 맞이 했다.


덕암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바다는 조용했다.

떠 있는 배도 없었고,

그저 바다 위에는 수많은 왜군의 사체만이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왜군의 사체들이 떠 있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 같이 조용한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덕암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소리가 바닷가에 널리 퍼졌다.

이 둘은

이 날의 만남이 앞으로의 벌어지는 거대한 사건의 시작임을

이때는 알지 못하였다.




20년 뒤


왜관

일본인들이 주로 사는 지역으로, 항구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구역은 일종의 자유무역 지역으로

일본인외에 중국인, 아랍인, 서양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있어서

너무나 화려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조선의 모든 규율에서 벗어나

모든 면에서 자유로웠지만

단 하나의 제약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지역을 벗어나 외부로 나갈 수 없다 라는 것이었다.



화려한 번화가 옆

어두운 골목으로

옷이 찢겨진 체로 달리는 한 여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망치고 있었다.

딱 봐도 10대 후반 많아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맨발이었고

달리면서 수시로 뒤를 살펴보고 있었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찢어졌지만 최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걸로 봐서

평범한 여인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 여인이 골목을 지나 회전하려는 찰나

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막아섰다.


여인의 얼굴의 근육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탄력이 가득한 볼의 떨림은

곧 그녀의 눈빛으로 갔고

그녀의 눈빛은 공포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어두운 골목에

거대한 존재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곧 그 존재는

스릉~하는 소리를 내며 허리에 찬 칼을 꺼냈다.

칼이 하늘로 드리워졌다.

달빛이 그 칼날에 비치었다.


순간

빠른 발걸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를 정도의 아주 작은 소리

하지만 아주 잘 훈련된 발걸음이었고

여러 명이 분명했다.

빠르게 달려오던 발걸음들이 한꺼번에

골목의 벽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그들이 날린 표창들이

휙~휙~휙~휙~휙~

소리를 내며

어둠속 존재로 날아들었다.



1편 끝.

흑길동전_600_600.jpg


작가의말

흑길동전_1편_해귀

https://cafe.naver.com/gulliverpictures/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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