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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노트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사장에서 상위 1프로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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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로리링
작품등록일 :
2024.03.04 12:21
최근연재일 :
2024.05.13 19:42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14,270
추천수 :
1,859
글자수 :
225,989

작성
24.03.18 19:22
조회
7,650
추천
74
글자
11쪽

어쩌다 사장에서 상위 1프로 재벌 001

DUMMY

“수고하셨습니다.”


업무를 마치고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띵.


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도착해 운전대를 잡았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도로를 달리고 있으려니 오늘따라 유독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휩쓴다.


‘퇴사할까?’


한번씩 찾아오는 회의감부터 높은 실적 요구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평소에도 드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유독 더 퇴사 생각이 간절하다.


하-


기나긴 한숨소리가 차안 가득 울러퍼진다.


'견디자.'


퇴사 생각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무리 퇴사를 하고 싶다고 한들 섣불리 퇴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깐.


그저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평생을 성실하게 일해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게 다반다사니깐.


그뿐이랴, 충동적으로 퇴사를 하게 될 경우 경력단절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을 하루빨리 역전 시켜서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자 재테크로 주식을 하고 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살 때면 늘 파란 줄로 바뀐다.


그것도 주야장천...


더불어 매주 로또도 사고 있는데 어쩌다 한번 본전만 찾을 뿐 꽝이 더 많다.


아무래도 로또 번호 45개 중 6개가 당첨될 확률이 극히 희박한 것이 현실이기에 꽝이 자주 나와도 이상할 일은 없다만...


그럼에도 이 높은 퍼센트를 뚫고 여러 명의 당첨자가 나오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



어느덧 집 앞에 도착해 주차를 마칠 때쯤이었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에서 청량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꺼내어 수신자를 확인하니 오랜 죽마고우 김영수다.


“여보세요?”

-어디?

“집 앞.”

-한 잔?

“좋지. 어디서 볼까?”

-닭 한 마리 콜?

“콜.”


평소 같으면 집으로 들어갔을 발걸음은 김영수를 만나고자 돌아서서 치킨가게로 향했다.


저벅저벅.


걷던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횡단보도 앞.


가만히 초록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으려니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에 커다란 현수막이 펄럭거리는 게 보였다.


[서마을금고.

최고 금리 4.40%]


요즘 은행 금리가 올랐다.


4.40%.


우대금리 연 0.1% 포함하면 최고 연 4.5%까지 받을 수 있다.


로또도 안되고, 주식도 넣는 것마다 마이너스고.


‘그냥 은행에 적금을 붓는 게 나으려나?’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니지. 그거 받아서 어느 세월에 자리 잡아.’


은행에 적금을 붓고 만기가 되면 은행에선 세금을 뗀다.


물론 세금을 떼도 받는 이자가 있지만 그럼에도 얼마 안 되는 연봉으로 받는 돈이 그리 많지가 않다.


하물며 매달 나가는 돈이 많다 보니 받는 월급을 모두 저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를 웃돌던 그 시절이 그립네.’


저축만 잘해도 집을 살 수 있었던 그 시절.


나이를 들어서 그런가 요새는 옛 생각이 많이 난다.


어느덧 초록불로 바뀌었다.


멈춰있던 발걸음을 옮겼다.



***



딸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김영수가 보였다.


“왔어?”


영수의 질문에 맞은편으로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응. 매일 야근하는 것 같더니만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

“불금이잖냐. 이런 날까지 야근하자고 하면 꼰대 소리밖에 들을 말이 없을걸?”

“꼰대라...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냐?”

“그러게 말이다.”

“우리도 한참 파릇파릇했던 때가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고 있으려니 아르바이트생이 맥주를 가지고 테이블 앞으로 왔다.


“맥주 나왔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맥주잔을 들었다.


짠.


잔을 부딪히고 곧바로 목을 축였다.


캬-


‘시원하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감은 시원함과 동시에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언제부터인가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그토록 달달할 수가 없다.


잔을 내려놓자 멈췄던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파릇파릇했을 때가 있었지. 그땐 열정도 가득했었는데.”

“그뿐이야? 자신감도 넘쳐흘렀었지.”

“그 열정도 자신감도 다 어디로 갔냐?”

“그러게 말이다. 점점 어깨만 축 처져간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마흔즘에 결정된다고 난 내 나이 마흔이 되면 떵떵거리며 살줄 알았는데...”

“그런데?”

“마흔이 지난 지도 한참 됐건만 여전히 그 자리다.”


어느덧 우리의 나이는 씁쓸하게도 불혹의 마흔이란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다.


김영수가 씁쓸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 영수의 모습을 묵묵히 보기도 잠시 분위기를 바꿔볼 겸 웃으며 입을 뗐다.


“그 자리긴.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도 했으면서. 다시 한번 축하한다!”


오랜 고생 끝에 뒤늦게 부장으로 승진 한 김영수였다.


나팔을 불어도 모자랄 판에 어쩐지 영수의 표정은 여전히 웃음기 하나 없이 굳어있었다.


“무슨 일 있어?”


김영수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직급만 부장이지 연봉은 차장보다도 못해.”

“그게 무슨 말이야? 연봉이 줄어들기라도 했단 말이야?”


질문에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성과급이다 인사고과 평점이다 해서 연봉을 좀 많이 받았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어.”

“민원은 넣어봤고?”

“응. 보전은 해줄 것 같은데 그래봤자 차장 때랑 같은 연봉. 직급만 부장으로 바뀐 셈이다.”


대게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장이 될 때는 고과를 잘 받는 편이다.


연봉이 역전되는 일 역시 없다.


허나 차장에서 부장이 될 때는 연봉이 역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일이 지금 내 친구 영수에게 일어난 것이다.


“... 힘내라.”

“힘내야지. 매달 나가는 돈은 뻔한데 연봉이 줄었다고 생각하니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나마 회사에서 보전해 주면 애들 학원은 줄이지 않아도 되겠네.”

“아휴... 한잔해라.”


짠.


잔을 부딪히고 맥주를 들이켜자 영수가 말했다.


“너는 나처럼 연봉 줄어드는 이런 꼴은 나지 마라.”

“그래...”


언제나 하하호호 웃기 바빴던 친구와의 대화는 어른이 된 후로는 가끔씩 이렇게 씁쓸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남의 돈을 버는 게 제일 어렵다는 어릴 적 어른들의 말이 그토록 체감이 되곤 한다.


물론, 회사를 다니는 내내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대화를 나눌 때면 더더욱 말이다.


술잔을 기울이며 우리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요새도 주식해?”


주제가 바뀌었는데 오랜만에 나누는 주식 이야기였다.


“하는데 팔지도 못하고 갖고만 있다.”

“나도 그런데. 이번에 공모주 했어?”

“했지. 그걸로 한 6만 원 벌었나?”

“잘 팔았네.”

“넌?”

“나도 당연히 했지. 난 5만 원 정도 벌고, 수진이는 7만 원.”


수진이는 영수 와이프 이름이다.


"제수씨 잘하네.”

“그치? 나보다도 잘 한다니깐.”


어두웠던 영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런 영수를 보고 있으려니 계속 울적해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내라.’


이런저런 주식 이야기를 나누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기도 어느덧 아르바이트생이 치킨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아주었다.


뜨끈뜨끈한 닭 다리 하나를 들어서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사삭.


이어서 맥주도 한잔 들이켰다.


꿀꺽.


‘기가 막히네.’


맛을 본 영수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잠시 입을 뗐다.


“어릴 땐 전기구이 통닭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름에 튀긴 게 그렇게 맛있더라.”


영수와 내가 어렸던 학창 시절엔 아버지들이 월급을 받을 때면 돈 봉투를 들고 가서 전기구이 통닭을 황색종이에 싸서 오시곤 했었다.


생각해 보면 난 그날을 가장 좋아했었던 것 같다.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통닭 한 마리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화기애애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그날이 말이다.


그때는 많이 가난하고, 힘겹던 시절이었지만 반대로 따뜻하고, 정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


질문에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어.”

“그러게 말이야. 이런 치킨을 원할 때마다 먹을 수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한 번씩 씁쓸한 대화를 나눌 때 가 있는 것처럼 추억 이야기 또한 술 한 잔 걸칠 때면 늘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는데 그럴 때면 난 팍팍한 삶 속에 지쳐서 잠시나마 향수에 젖고자 나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게. 밥을 먹어도 보리밥 또는 보리밥에 쌀을 섞어먹곤 했었지. 무엇보다 지금처럼 하루 세 끼가 웬 말이야.”


전기구이 통닭을 시작으로 우리의 대화는 점점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그때 생각하니깐 기생충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횟배앓이 했던 게 떠오르네.”

“아... 생각난다. 가득이나 먹지 못한 몸 기생충과 나누느라 더 기운이 없곤 했었어. 그때 비하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그러게. 나이 들었나?”

“갑자기 왜 나이를 들먹여?”

“아니, 이렇게 발전한 세상에 사는데도 옛날이 그리워서.“

“나도 그런데. 요즘은 부쩍 더 옛 생각이 많이 나더라. 옛날이 먹고살기 힘들고, 부족한 시절이었도 참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어."

"맞아. 꿈도 많았고.”

“세월 참 빠르다.”



***



“나중에 또 보자고.”

“그래, 조심히 가.”


영수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빌딩 군데 군데에는 불이 켜져 있는 곳들이 보였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많네.’


밤이 아름다운 이유는 불빛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불빛은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불을 켜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 또한 있다.


누군가에게는 빛나는 아름다움이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밤이 되는 것이다.


‘그냥 6시가 되면 일을 할 수 없게 회사의 모든 전기가 끊겨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야근을 할 일도 또 하자는 말 역시 안해도 될텐데.’


저벅저벅.


걷던 발걸음은 잠시 뒤 횡단보도 앞에 도착하자 멈춰 섰다.


가만히 초록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아까 영수가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인 것 같다고 말을 했을 때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으니깐.


나이가 든 내 모습은 분명, 만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번듯한 집 한 채가 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며 말이다.


그런 행복한 상상과 함께 꿈을 꾸며 정신없이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려왔건만...


나 역시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띠 띠 띠-


생각에 잠겨있던 나머지 신호등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빨간불이었던 신호등은 어느새 초록불이 되어 깜박이고 있었다.


빠르게 뛰어서 건너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어느덧 횡단보도 중간에 다다를 즘이었다.


트럭이 나를 향해 라이트를 깜빡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놀란 나머지 내 발은 그대로 얼어버렸고, 죽을 때만 보인다는 주마등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기도 잠시 큰 빛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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