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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붕(鯤鵬)의 우주

무한 레벨업 문파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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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붕(鯤鵬)
작품등록일 :
2022.05.02 02:09
최근연재일 :
2022.05.07 08:04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097
추천수 :
11
글자수 :
13,546

작성
22.05.07 08:04
조회
172
추천
1
글자
7쪽

이구오 (3)

DUMMY

“아무나?”


산적이 여인의 등짝에서 일어나며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홀딱 벗은 새끼가 뭐라고 처씨부리는 거야?”


그 말에 산적들이 구오를, 더 정확히는 벌거숭이 구오를 보며 왁자하니 비웃는다.


‘벌거벗어?’


구오는 뭔 소린가 싶어 손으로 가슴을 쓸어보았다.


사락.


손가락에 걸리는 웬 넝마, 아니 실 자락들.

들어보니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맞았다. 이젠 실낱 묶음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썩을. 이동하다가 다 삭았나 보네. 뒤지게 고생해서 겨우 구한 건데.”


[극무림]에선 방어력 끝판왕으로 불리던 신물 중의 신물이어서 천 년이 가도 삭을 리 없을 텐데.

확실히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게 큰일은 큰일이었나 보구만.

뭐, 옷이야 꺼내입으면 그만이다.


그는 즉시 [배낭]을 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동기화 오류의 향연 속에서도 대다수의 장비가 온전히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여길 떠날 때 입었던 장구류들.


척. 척.


그것들을 [배낭]에서 ‘인출’했다.

대체 얼마 만에 꺼내 보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거라 여겼건만, 이쪽 세상에 오자마자 입게 되네.

그래, 돌아왔으면 이쪽 걸 입는 게 응당 덜 어색하겠지.


“······어? 분명 벌거벗고 있었는데?”


산적들이 전부 눈을 비비며 구오를 다시 보았다.

벌거숭이가 어느샌가 쫙 빼입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옷이 천잠사복에다가, 곤갑. 거기에 만붕극궁. 간장막야의 후손들이 제련한 절세의 보검까지. 것도 두 자루나.

비록 그들이 알아볼 눈은 없었지만 척 보기에도 초고가의 무구들이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알 도리는 없지만, 구오에겐 그게 고작 초반장비였다는 것.


이내.


“크크큿.”


산적 중 한 명이 웃었다.

방금 일어난 일이 착각이었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다면 저 값나가 보이는 물품들이 산채에 제 발로 굴러들어온 것에 진배 아니었으므로.


“아무튼, 무슨 일이지? 비싼 친구?”

“아니, 뭐 별일은 아니고.”


구오가 픽 입술 사이로 웃음 바람을 흘려 냈다. 그러곤 산채 여기저기를 바늘로 콕콕 찌르듯 훑어보았다.


“물어볼 것도 있고, 겸사겸사 먹을 게 있으면 같이 좀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특히 그의 눈에 산적들의 노획물들이 들어왔다.

엄밀히는 노획물이 아닌 사람들.

주로 여인네들, 심지어 아이들까지.

족히 서른 명 이상.

하나 같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뿐이랴?


산채 한구석에는 이미 죽은 시체 무더기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몇몇은 죽은 지 한 세월은 지났는지 썩어 문드러진 채 각종 애벌레들이 잔칫판을 벌이고 있기까지 했다.


“물어볼 상황도 아니고, 먹을 것도 없네.”


아까 맡은 피비린내는 저기서 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자신의 발아래 쓰러진 여인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람들과 애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서서히 위쪽으로 상승하는 그의 입매.

웃음이었다. 어딘가 서슬 퍼런, 그런.


그런 그를 보며 대놓고 흉악하게 웃어젖히는 산적들.

놈들 또한 여인과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흉측하게 혀를 날름거렸다.


“먹을 게 왜 없어? 저렇게 많은걸?”

“먹을 게 많다라.”


슥-.


구오는 다시 한 번 아이들과 여인들을 훑어보고는 되려 산적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게. 그런 의미라면 먹을 게 차고 넘치는구만.”


그래그래 맞네 맞아.


“뭐, 다른 의미로도 먹을 게 많네.”


안 그래도 초기화돼서 이놈들이 먹을 게 많이 필요했는데 말이야.


구오는 아귀가 입을 벌리듯 쌍검을 양손에 나눠 쥐며 산적들을 향해 혀를 날름 내밀었다.


뭐, 아무튼 좋다.

세계를 바꿔도 이 빌어먹을 무림의 근본은 똑같아서.

쳐죽일 새끼들은 그냥 쳐죽이면 되겠다는 판단이 서서.


스르릉-.


그에 기분이 나빠진 매화채의 산적 하나가 어깨에 메고 있던 도를 한 자루 뽑아 들었다.

납작하고 넓은 도신을 가진, 제대로 찍으면 멸치 같이 마른 자도 소 모가지를 따낸다는 소리까지 듣는 남만도(南蠻刀)였다.


“여기까지 어떻게 살아서 올라온 건지는 몰라도 재수 없는 새끼로세.”


뒤에 있던 다른 한 놈이 음흉하게 뺨을 씰룩이며, 뒤따라 철퇴를 움켜쥐었다.


“클클. 그러게나. 다른 산채 녀석들한테 안 걸리고 여기까지 운 좋게 살아서 올라왔으면 고운 경치나 곱게 구경하고 갈 것이지. 일부러 우리 산채까지 왕림해 껍데기까지 털리다니. 멍청한 놈.”


하지만.


끼릭끼릭.


그 ‘멍청한 놈’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롭게 허공 여기저기를 미친놈처럼 찔러보며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허공서기 이 새끼 진짜 다 털어갔구만.’하면서.


“뭐, 아무렴 어때? 그딴 게 없어도······.”


구오는 산적들을 향해 희게 웃었다.


“네깟 것들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그때.


“야야, 나와들 봐.”


여태껏 방에서 노예들을 끼고 놀고 있던 매화채의 두령이 언제 나왔는지 앞으로 나섰다.

두령답게 부리부리한 호목(虎目)에 칠 척은 됨직한 장신.

그가 가만히 구오의 아래위를 훑었다.


“비싸디 비싼 장비에 홀로 산채에 들어서 있는 데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딱 봐도 상대의 ‘견적’을 뽑는 것이었다.


“생긴 걸 봐서는 스물 남짓으로밖에 안 되어 보이니······ 크큿. 아무리 지 애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련했어도 빤하지.”


판단을 마친 그는 눈짓으로 수하들을 부려 포위망을 형성하게 한 후 물었다.


“어딘가의 도련님께서 협객놀음이라도 하시려나 본데, 아무리 믿는 구석이 있어도 여기선 안 통해.”

“도련님에 협객놀음? 그것도 모자라, 믿는 구석이라······.”


슥.


구오의 눈이 삽시간에 두목을 비롯한 앞쪽으로 나선 산적들의 머리 위를 낱낱이 훑는다.


“넌 4.”

“저 새낀 7.”

“이놈은 9.”


마지막으로 매화채 두령에게로 돌아온 그의 눈썹이 비스듬히 호선을 그렸다.


“에게? 보스가 18?”


구오의 한쪽 입매까지 자연스럽게 눈썹과 같은 각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에 기분이 나빠진 걸까?

두령의 관자놀이에 징그러운 핏줄이 도드라졌다.


“사, 칠, 구, 십팔? 그게 뭔데?”

“뭐긴.”


씨익.


“믿는 구석이지.”


산적들 머리 위의 숫자들 또한 살짝씩 일그러져 보였지만, [심안(心眼)]은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었다.

지지직- 거리는 게, 좀 고장은 난 것 같지만서도.


“크크, 그게 뭔지 몰라도 이제 그만 죽-.”


음성에 살기를 띤 두목이 손을 들어 일제공격을 명하려는 순간.

구오가 선수를 쳤다.


서걱-.


[Lv.4 산적]의 목이 떨어졌다.


[산적(속성 사(邪))을 죽였습니다.]

[명예가 상승합니다.]


그 순간.

구오의 몸에서 기이하고 신비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부처의 후광(後光)이라해도 좋을 만큼 성스러운 빛.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Lv. 2 이구오]

[Lv. 3 이구오]


구오는 희게 웃었다.


“역시 되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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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오 (3) 22.05.07 173 1 7쪽
3 이구오 (2) 22.05.04 162 3 11쪽
2 이구오 (1) 22.05.03 256 2 7쪽
1 서(序) +1 22.05.02 507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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