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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 님의 서재입니다.

희귀병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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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
작품등록일 :
2021.01.12 15:12
최근연재일 :
2021.01.17 10:5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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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08

작성
21.01.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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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테러리스트#2

희귀병 헌터




DUMMY

"예상대로에요. 감시과에는 오진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헌터는 없어요."


노래방에서 두 사람과 만난 지수가 술을 한잔하면서 말했다. 재국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오진영이라는 인물은 감시과가 아니었군요."


"테러리스트와 한패일까요?"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한창수의 방식으로 볼 때 조력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그 테러리스트는 혼자서만 활동한다고 했었지? 나라면 조력자를 부를 텐데."


찬영이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범죄자가 감시과 추적을 오랫동안 피해 다녔다면 누군가가 도와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조력자라면 오진영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 안 했지? 검은 마석에 대해서 말이야."


"어. 네 말대로 말하지 않았어."


헌터 협회가 배후로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검은 마석에 대한 일은 발설하지 않았다. 지수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서 알아낸 사실을 말했다.


"협회는 오진영이라는 인물을 찾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찾으려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오진영을 찾지 않는다고? 이상하군요."


"한창수는 원래 혼자서 활동하는 놈이었으니 조력자 같은 게 없다는 게 상부의 판단인 모양이에요. 감시과장님은 오진영과 한창수가 연관이 있다고 하시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이에요."


상부에서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는 얘기였다. 재국은 그녀도 꽤 고생한다고 생각했다. 거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녀지만, 나름대로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니까. 누구보다 헌터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수를 이번에 헌터 자격을 박탈한 것도 오빠의 죽음을 추적하기 위해 또 다른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염려를 해서였다.


"감시과장님에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검은 마석 말이야."


"아니. 말해서는 안 돼. 헌터 협회가 배후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함부로 말했다가 정보가 누설될 수 있어. 이건 우리 세 사람만 알고 넘어가자고요."


"언제까지죠?"


"상대가 접근할 때까지요."


지수의 물음에 그는 바로 답했다. 상대방이 지금쯤 늑대 인간의 시신을 확인했을 거라 확신했다. 아직 검은 마석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언제든지 자신들을 찾아올 거라 확신했다.


"당분간 함께 행동하는 게 어떻습니까? 검은 마석이 사라졌다는 걸 알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헉, 그럴 수도 있겠네. 괴한이 나타나서 내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겠네."


찬영은 자신이 괴한에게 습격당에 그가 검은 마석의 행방을 물으며 협박하는 걸 상상했다. 목숨이 달린 문제라면 검은 마석의 행방을 불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가능하면 눈앞에 나타나 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저 말입니까?"


출입문이 활짝 열리며 당당하게 들어온 진영이 흐뭇한 미소를 드러냈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며 긴장했다. 진영은 천천히 문을 닫은 뒤에 친절한 어조로 사정했다.


"동석해도 괜찮을까요?"


침묵이 흘렀다. 재국은 말없이 손짓으로 그를 빈 좌석으로 안내했다. 지수와 거리를 둔 채로 앉은 그는 술잔을 들었다.


"술 한 잔 주시겠습니까?"


재국은 그를 노려보면서 조심스럽게 술을 따랐다. 한 모금 마신 진영은 상쾌한 얼굴을 드러내다가 말을 걸었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어두워요? 오해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여러분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어요."


"누구냐?"


냉소한 분위기.

진영은 세 사람을 얼굴을 보며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알게 되신 모양이군요. 네. 맞아요. 저는 감시과가 아니에요."


"그럼 어디서 왔지? 테러리스트인가?"


"그런 녀석이랑 비교하지 말아 주시죠. 혼자 독단으로 움직이는 놈과는 달리 위에서 내리는 명령을 받고 있거든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검은 마석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그 마석을 꼭 필요로 하는 분이 있어서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분위기를 읽은 그도 평온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은 마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살의를 드러냈다.


"검은 마석이 뭐길래 그런 거죠?"


"그쪽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돌려줄 수 없겠군요."


재국의 말을 들은 진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수와 찬영은 두 사람이 서로 노려보는 걸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노래방에서 충돌을 일으키다가 안에 있는 손님들이 말려들까 봐 걱정했다.


"검은 마석에 대해 말씀하시죠. 대체 그게 뭡니까?"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굳이 알고 싶으시다면, S급으로 올라오시죠. 이거 하나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전 절대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상부에서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나갔다. 순순히 물러갔지만, 그가 말한 것 때문에 세 사람이 모두 긴장했다.


"너무 빨리 왔네요."


"그가 정말로 협회 사람인지 확인해야 할 거 같습니다. 검은 마석은 전부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재국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 진영이 말한 대로 공문이 내려왔다. 손에 얻은 검은 마석을 당장 협회에 제출하라는 거였다. 재국은 협회 본부로 찾아갔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와서 그에게 인사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재국은 두 사람의 안내를 받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영과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재국은 그중 한 명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한수호 헌터님?"


대한민국 S급 헌터 서열 1위 한수호. 그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진영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나머지 한 분을 소개했다.


"헌터 협회장님이십니다."


입 주변에 수염이 나 있는 거구의 노인이었다. 그는 양손을 깍지 낀 자세로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미소를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헌터님. 협회장을 맡은 고연석이라고 합니다."


"협회장님?"


"네. 실은 헌터님에게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검은 마석은 가져오셨겠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마석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헌터 협회를 신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감시과를 사칭하면서까지 검은 마석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재국은 이현우 헌터가 마수로 변해버린 배후가 헌터 협회라고 확신했다.


"그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가셨으니 저도 한 가지 말씀드려야겠군요. 제일 먼저 궁금하실 겁니다. 인간이 마수가 되는 이유가 말이죠."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왜 늑대 인간으로 변한 거죠? 제가 보기에는 인체실험으로 느껴지는데요?"


"네. 테러리스트 한창수가 저지른 짓입니다. 한창수가 혼자 독단으로 활동하면서 헌터들을 마수로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가진 능력은 사람과 마수 구분 없이 생명체를 감염시키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이현우 헌터님이 늑대 인간으로 변해 검은 마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검은 마석은 일반 마석과는 다르게 인간을 감염시키는 특성이 있는 위험한 물건입니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마석이라고요? 무슨 말이죠? 저희 세 사람이 한 번씩 만져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감염물질이 마석 내부에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그걸 가지고 있다가 마석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공기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겁니다."


재국은 검은 마석에서 흘러나온 바이러스들이 사람들을 감염 시켜 단체로 늑대 인간으로 변하는 상상을 했다. 사실이라면 테러리스트 한창수를 꼭 막아야 하는 일.


"한창수도 희귀 능력자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인간을 마수로 만들어서 감염시키는 능력을 갖춘 게 바로 한창수입니다. 감시과 요원들이 잡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왜 지금까지 저는 모르고 있었죠? 길드에 통보는 하신 건가요?"


"네. 하루 전에 이미 통보했습니다. 이제 C급 헌터분들도 전부 개별 통보했으니 앞으로 놈을 상대할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재국은 협회장의 말을 들으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직접 마석을 깨서 확인하고 싶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에 수호가 입을 열었다.


"한창수는 S급에 버금가는 실력자다. 마주하게 된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자네 능력도 알고 있어. 그 녀석은 머지않아 조력자를 구하려고 할 거다. 우리가 계속 압박할수록 혼자 활동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을 거야."


"저를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의미는 혹시?"


"자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 아무튼 조심하게."


한창수는 혼자서 활동하고 있다. 감시과와 S급 헌터들이 나서서 쫓고 있으니 혼자서는 어려울 거라 판단해 조력자를 얻으러 갈 거라고 확신했다. 재국은 문득 생각했다. 창수의 감염 능력이 자신에게 먹힐까? 온갖 마수의 DNA를 가진 자신에게?



* * *



숙소로 돌아온 재국은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뒤에 뉴스를 시청했다. 테러리스트 한창수가 헌터 협회 인천지부 건물에 폭발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감시과 요원들이 찾고 있지만,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감염만으로 감시과 요원들을 따돌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감시과 요원들도 그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감염대비책을 마련하고 추적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잡지 못하는 건 그가 가진 희귀 능력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과 협회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재국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해? 나도 좀 알려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걸 본 찬영이 심심하다는 듯이 재촉했다.


"테러리스트 한창수는 조력자가 있을 거야. 인간을 마수로 만드는 능력만으로 추적을 따돌릴 수 없어. 아마 숨겨진 해커라던가 그런 존재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데 해커라면 헌터 협회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지 않아?"


"해커가 만약에 희귀 능력자라면?"


"아!"


재국의 말에 찬영은 박수를 한 번 치고 감탄했다. 헌터 협회 기관은 높은 수준의 보안을 자랑했다. 해커가 침투했다면 당연히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재국은 전에 협회장과 대면할 때 대화를 기억했다. 한창수가 단독으로 행동한다고 언급했을 뿐, 해커에 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침투 기록도 없이 침투할 수 있는 귀신같은 능력을 갖춘 헌터라면 충분히 전 세계 네트워크에 들어가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


"야,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희귀 능력자는 원래 고정관념을 깨는 존재잖아. 내 능력부터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냐?"


"어, 물론 정상이 아니지. 인간이 마수로 변하는 능력이라는 게 좀 황당하긴 했었지."


찬영은 재국이 처음 각성했을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국은 잠시 침묵에 잠기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테러리스트 한창수를 잡도록 하자."


"우리가? 말도 안 돼. S급과 감시과 요원들도 잡지 못할 정도라고."


"어차피 그 헌터는 우리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 안전하지 못해.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위험에 뛰어드는 게 낫잖아. 안 그래? 그리고 우리가 한창수를 잡아들인다면, 협회에서 특별히 우리를 승급해줄지도 모르잖아."


"어, 그럴 수도 있겠네."


헌터가 승급하는 단계는 일반 승급과 특별 승급으로 되어있다. 일반 승급은 마수를 사냥하면서 쌓은 공적치로 승급 심사를 받는 것이고, 특별 승급은 국가 재난급 수준의 문제를 해결한 헌터에게 주어지는 특별 승급이었다. 빠르게 S급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바로 S급으로 안 올라가겠지만, 목표 단계에 한 발자국 미리 나아가는 게 좋잖아."


여동생을 되살려내기 위해 S급으로 올라간다. 재국이 단 한 번도 잊지 않은 목표였다. 찬영도 마찬가지였다. 한창수는 국제적으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국가 재난급 범죄자였다. 그를 잡아들인다면 단번에 S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S급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그녀를 살려낼 단서를 협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야. 한수호 헌터님이 말했거든. 한창수는 조력자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언젠가는 나한테 접근할 거로 생각했거든."


재국의 말에 찬영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결정하는 일은 항상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했다. 테러리스트 조력자가 되는 걸 거부한다면 위험인물로 판단되어 제거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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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테러리스트#1 21.01.13 29 0 13쪽
3 늑대 인간#2 21.01.12 37 0 14쪽
2 늑대 인간#1 21.01.12 39 0 13쪽
1 마수로 변하는 헌터. 21.01.12 9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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