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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카페
작품등록일 :
2023.07.24 08:30
최근연재일 :
2023.08.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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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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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새로운 세상의 시작 1

DUMMY

새로운 세상의 시작








이름, 김석호.


나이, 26세.


직업, 인력대기소 철거 전문, 가끔 잡부.


이 나이에 인력대기소를 다니다 보면 나처럼 고정적으로 나오는 사람 중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나 내 또래가 거의 없다.


대신 대기소 일하는 아저씨들 한테는 인기?가 있다.


그 사람들 생각에는 어리니까 만만하거든.


물론 나라고 처음부터 공사판에서 일하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


우리집은 잘살았다. 꽤 잘살았다.


부모님이 플라스틱 가공공장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워낙 부지런하고 학구열이 풍부하신 분이라 다루는 종류가 엄청났거든.


바쁠 때는 공장이 24시간 돌아갔으니까.


그래서 나는 부잣집 외동아들 망나니까지는 아니었지만 돈 펑펑 쓰고 다니는 부러울 거 없는 그런 놈이었다.


하지만 내가 군대를 가고 상병을 달 때쯤 공장에 불이 나서 우리 공장이랑 옆에 있던 공장이랑 공장에 붙어있던 집까지 다 타버리고 사람도 3명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하고 날 안심시켜주기 위해 강원도 산골짜기 부대까지 면회를 온 부모님은 집으로 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그 자리에서 두 분 다 돌아가셨다.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나는 의가사 제대를 하고 사회로 나왔지만, 그 많던 부모님 지인들과 일가친척들은 하늘로 솟구쳤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물론 마치 형제라도 되는 것처럼 내 주위에 있었던 친구 놈들 마저 두 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니 오히려 친지들은 그나마 남은 게 있는지 자기들이 가져갈 만 한 게 있는지에만 관심이 쏠렸고 지인분들은 길거리 거지보다 못한 대우를 해주셨다.


친구들? 애써 피하려 하는데 그거 모른척 해주는 내가 더 미안하고 힘들더라.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을 산다고 했는데 3년은 개뿔.


불난 거 수습하고 공장과 부모님 앞으로 있던 빚을 정리하고 나니 서울의 조용한 동네에 그것도 지하철이랑 걸어서 30분은 떨어진 곳에 전세로 원룸 하나 얻으니 끝이었다.


학교를 자퇴하고 직장을 다녀보려고 했지만 웬만한 곳에는 이력서를 내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들어간 직장도 워낙 어릴 때부터 놀고먹는 습관이 들어 한두 달 다니다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일용직 알바였고 많은 일용직 아르바이트 중에 대기소 일이 나랑 맞는걸 알았다.


남자 일용직 알바라는 게 거의 힘쓰는 것들이라 내 허약한 몸이 버티질 못하더라고.


그런데 대기소는 하루 나가고 이틀 쉬고 처음에 그런 식으로 나갔는데 그래도 일을 계속 주니까.


그렇게 대기소 일을 하다 보니 체력이 붙어서 지금은 필 받으면 일주일 내내 내리 뛸 때도 있다.


그래서 일 년 정도 지나고 나서는 다른 걸 해볼까 했는데 안 되겠더라.


돈이 안 맞아.


인력대기소 노가다는 하루에 최소 현찰로 12만 원 이상이다.


그런데 다른 건 힘들기는 비슷하면서 최저시급 적용하니까 같은 시간 해도 8만 원 조금 넘는다.


거기다 일 년 정도 지나고는 별일 없으면 집에서 혼자 있는 게 싫어서 거의 매일 나가고 대기소도 잘 만나서 소장님이 경력자 취급 해줘서 일당 18만 원이나 23만 원짜리 나가다 보니 머리도 커졌고.


이런 식이면 조금만 더 하면 작게라도 뭔가 내 가게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 예쁜 아르바이트생 뽑아서 꼬셔서 결혼해서 알콩달콩 사는 게 내 목표다.


그런데 걱정도 된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3년을 이렇게 살았더니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은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거든.


막일한다고 사람을 무슨 아랫것 보듯 하고 막 부려먹는 사람들, 같은 일 하면서 어떻게든 등쳐먹으려는 사람들, 일 끝나고 돌아갈 때 나를 보는 사람들의 그 시선들.


그런 것들이 한 3년 쌓이니까 나처럼 유쾌, 상쾌, 발랄한 청년이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리더라고.


여기까지가 나의 짧은 인생에 대한 추억팔이였다.


이렇게 하루를 끝내고 사람들의 눈치를 받으며 지하철을 타고 대기소로 돌아가는 길은 상쾌하게 짜증 나지.


사람들이 막 인상 쓰는 게 보이거든, 자기들 근처로 오지 말라고.


일 끝나고 아무리 옷이랑 안전화를 털어도 그게 털리냐, 내가 생각해도 걸어 다니는 먼지, 모래 인간인데.


대기소 가서 일당 받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은행 ATM에 들러서 쓰는 통장에 5만 원 넣고 나머지는 다 모으는 통장에 넣으면 일과 끝.


세탁기에 옷 넣고 돌리고, 저녁으로 배달음식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사 온 소주 냉동실에 넣고.


일하면서 술은 거의 안 먹는데 다음날 쉬면 한 잔씩 한다.


내일은 금요일이지만 9월 1일.


매월 1일은 쉬는 날로 정했거든.


소장님도 이제 그거 알아서 오늘 좀 빡쎈데 넣으셨다. 일당은 많이 받았으니 뭐.


그렇게 술 한잔하면서 영화라도 한 편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일할 때는 더럽게 안 가는 시간이.


다 먹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는 깨끗이 씻어서 한쪽에 잘 쌓아두고...


내일 좀 버려야겠다.


내 키만큼 쌓였네... 거짓말 쬐금만 보태서...


그리고 가볍게 게임 한판 돌린다는 게 몇 판을 한 것인지.


뭐 어때 내일 쉴 건데.


아, 계곡에서 미쳐 날뛰었더니 출출해 지네.


역시 야식은 라면이지.


냄비를 윗 선반에서 꺼내고, 라면은 아랫 선반에서 꺼내고, 노트는 옆으로 치워두고...


노트?


난생처음 보는 하얀색 표지의 얇은 노트가 싱크대 위에 놓여 있었다.


일반적인 노트의 반 정도 크기의 노트.


노트의 표지에는 ‘알림 노트’ 라고만 쓰여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거 산 기억이 없는데...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싼타 할부지가 왔다 가시지는 않았을 거고.


도둑이 들었다가 ‘넌 거지처럼 사는구나? 이거라도 쓰렴. ’하고 놓고 갔을 리는... 그럴 리가.


노트를 들고 앞, 뒤를 살펴보았지만 표지의 알림 노트라는 글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메이드인 차이나도 없다. 국산인가...


엄청 얇다, 한 열 장쯤 되려나?


표지를 펼쳐보니 표지 안쪽에 네모로 사각형 칸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사용법이라고 쓰인 글씨가 있다.



알림 노트 사용법


1. 소유자가 노트를 지니고 있을 경우 등급이 오르면 알려준다.


2. 노트를 펼친 상태로 신체 일부를 접촉한 후 궁금해 하는 것을 생각하면 허용 한도 내에서 해답을 알려준다.


3. 소유자가 의지를 가지고 훼손하지 않는 한 노트는 훼손되지 않는다.


4. 내용이 다 채워지면 노트는 소멸한다.


5. 현재 사용할 수 없음.



데스노트는... 아니지? 이름 쓰면 죽는다는 말은 없으니까.


5번은 뭔데? 현재 사용할 수 없음?


이 노트를 쓸 수 없다는 거야 아님, 저 5번 항목을 지금 쓸 수 없다는 거야?


한참을 노트를 들고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 보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궁금해 하는 것을 생각하면 해답을 알려준다고 했지?


노트를 펼쳐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 누가 이 노트를 준거야? ’


킥킥킥 내가 드디어 외로움에 미쳐 가는 구나.


자, 이제 어떻게 답을 알려 줄 건데?


아오! 썅! 한밤중에 소리 지를 뻔했네.


노트의 첫 장 첫 줄부터 시작해서 글씨가 또박또박 한 글자씩 써졌다.


마치 컴퓨터에 글씨가 입력되는 것처럼.


‘ 당신의 등급 허용 한도를 넘어선 질문입니다. ’


머릿속이 하얘지며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자동으로 글씨가 써지는 노트라고? 그것도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설명서에 적힌 그 사용법 이라는 게 진짜라고?


아니, 아니지, 이 노트가 진짜라고?


멍하니 노트를 바라보았다.


꿈인가? 꿈일지도... 너무 생생한데?


‘ 진짜냐 꿈이냐. ’


이 뭔 병신같은 질문을...


‘ 사실입니다. ’


조용히 노트를 내려놓고 인터넷 창을 열고 알림 노트라고 검색을 했다.


화면에는 벌써 관련된 많은 글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빠르기도 하셔라.


벌써 영상도 나왔어?


하지만 역시나 내용은 다 같았다.


자동으로 글씨가 써진다는 거.


이 정도면 복사 붙여넣기 수준이다.


그나마 영상 중에 좀 산뜻한 게 있었다.


영상 속의 스트리머가 노트의 페이지를 쭉 찢어 내니까 노트 페이지가 먼지처럼 변해서 흩어져 사라졌다.


스트리머는 재미가 들렸는지 결국 10장의 노트를 모두 찢어냈고 페이지가 다 사라지자 노트 자체가 스르르 먼지로 변해 사라지며 영상도 끝이 났다.


결국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은 없었고 가끔 종말이네 뭐네 하는 글들이 있는데 그거야 심심하면 나오는 말들이니 못 본 척 하자.


이 노트가 정말 영적인 뭔가가 있고 내가 궁금해 하는 걸 정확하게 답을 해 준다면 그걸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지.


‘ 이번주 로또 1등 당첨번호 알려줘. ’


그래, 이거지.


‘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


뭐래냐, 당장 내일 모래가 추첨일인데.


‘ 이번주 로또 추첨 안 해? ’


‘ 그렇습니다. ’


‘ 왜 안 해? ’


‘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


...?


한글인데 해석이 안된다.


‘ 그게 무슨 말이지? ’


나 노트랑도 대화를 잘하는 구나.


‘ 앞으로 4시간 38분 후에 새로운 환경이 시작됩니다.

인간은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을 시작합니다.

기존의 사회 활동은 멈추게 됩니다. ’


앞으로 4시간 38분 후면 아침 6시?


무슨 새로운 환경이 시작된다는 거야?


‘ 새로운 환경이 뭐지? ’


‘ 이계종이 이 세상에 이주하기 위한 첫 번째 변화가 이루어 집니다. ’


이계종이 이 세상에 이주를 한다라... 판타지네.


다른 세상의 종이면 뭐 에일리언이나 그런 건가. 아니지 그건 외계 종이지.


‘ 이계종은 어떤 거고 환경의 변화는 어떻게 변한다는 거야? ’


‘ 현재 당신의 등급 허용 한도를 벗어난 질문입니다. ’


아놔, 결정적인 건 항상 노코멘트네.


좋아 그럼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자, 뭐 좀 이상하다 싶은 건 허용 한도 어쩌고 하니까 나랑 관련된걸 물어보면 되겠지?


‘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뭐지? ’


설마 뭐 피곤할 텐데 어서 잠이나 자라 이런 건 아니겠지?


‘ 생존을 준비 해야 합니다. ’


‘ 어떻게? ’


‘ 당신의 능력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


그래, 내 능력을 잘 사용할 수 있게 준비를 하란 말이지.


내 능력은... 100미터를 20초대에 헉헉 거리고 주파하는 스피드.


아 힘은 좀 쓴다. 노가다 한 삼 년 하면 힘이 세지기 싫어도 좀 붙거든.


특히 오함마질은 예술이지. 그걸로 1년 만에 경력직의 반열에 올라섰으니까.


그리고 또... 음... 하늘은 당연히 못날고...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역시, 아다만티움 손톱은 안 튀어나오는군.


모르면 물어 보라고 했다.


모르면서 안물어 보는 건 죄다.


‘ 내 어떤 능력을 준비해야 하지? ’


‘ 당신의 기본 능력은 플라스틱의 지배입니다.

능력의 숙련도를 올리고 능력이 가진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당신은 플라스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수시로 사용하여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


아, 네 그렇군요.


네... 그래요...


음...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 게 모르면서, 어설프게 알면서 이해하는 척, 잘하는 척 하는 거다.


‘ 기본능력이라는 게 이해가 안되, 나한테 그런 능력이 언제부터 있었다는 거야? 수시로 사용해서 능숙하게 쓸 수 있게 숙련도를 올린다는 건 문장 자체로는 이해가 가는데 플라스틱의 이해도를 높이라는 건 뭐야? ’


‘ 지금 이 시점에서 답을 한다면 당신은 플라스틱을 자유자재로 변화, 변형 시킬 수 있습니다.

변형은 당신에게 접촉이 있는 플라스틱이라면 모두 가능하지만 변화는 당신이 모르는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변화가 불가능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당신이 변화를 원하는 플라스틱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 ’


첫 장의 마지막 줄 끝까지 글씨가 써지고는 끊겼다.


다음 장을 넘겨보니 앞장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 합니다.

당신은 당신 차원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의 종류와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페이지 뒷면에는 글씨가 새겨지지 않는다.


거 낭비가 심한 노트일세, 한 면만 쓸 수 있는 노트라니.


그런데 니가 생각 못한 게 있는데, 나 네가 말한 그 플라스틱 이해도는 만랩이야.


우리집 플라스틱 가공공장 했거든, 그리고 나 그거 재미있어 했었고.


나 MBTI ISTP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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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세상의 시작 1 23.08.27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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