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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님의 서재입니다.

복귀헌터 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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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22.05.11 23:59
최근연재일 :
2022.05.31 23:59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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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글자수 :
41,606

작성
22.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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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2)

DUMMY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2)



은석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하게 들어맞은 쪽이었다.


“뭐 저런 양반이······.”


현승의 전투를 지켜본 은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격.


현승의 전투스타일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보다 정확한 단어는 없었다.


“흡!”

- 크엑?


낮고 짧은 기합성과 함께 오크의 가슴을 깊게 꿰뚫어 헤집는 현승의 창. 화끈한 감각을 느낀 오크게 제 가슴께를 내려다볼 때쯤이면, 이미 그의 창은 회수되어 있다.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순간 인식하기도 전에 급소를 꿰뚫는다. 이걸 저격이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할까.


머리. 목. 심장. 폐.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뻗어지는 창이 어김없이 오크들의 급소를 꿰뚫는다. 다이아 랭크 헌터인 은석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인데 C랭크의 오크 따위가 반응할 수 있을 리가.


단 하나의 낭비도 보이지 않는 깔끔한 출수와 회수는 상위 헌터들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한 수 위의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야 처음 창을 써서 사냥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 현역 때는 이능을 보조로 쓰고 창이 주력이었습니다.


은석은 문득 이곳에 오기 전 현승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삼십 년 동안 쉬었는데도 저 정도의 폼을 보이는 창술이라면, 그 좋은 전격 능력을 제치고 주력으로 쓰는 것도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대일 전투도 능숙하고.’


삼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쉬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오크 여섯을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 여섯 마리 오크들의 급소를 찌른 현승의 창술은 절로 박수가 나올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문제는······체력인가.’

“후우······.”


오크를 처치한 뒤 천천히 숨을 고르는 현승을 보며 은석은 냉철하게 그의 상태를 분석했다.


전투력만 놓고 보면 자신이 감히 평가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적어도 C랭크 이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전투의 운영에 흠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 아무리 삼십년 동안 현역으로 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각성자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지금 상태를 보면 체력 포텐셜을 최대한 끌어올린다고 쳐도 중하위권, 혹은 중위권에 간신히 턱걸이를 할 정도가 한계이리라.


‘역시 나이가 문제군······.’


입 밖으로 꺼내기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기본적인 베이스가 되는 체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저 나이에 현역으로 뛰는 헌터가 거의 없는 만큼,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선방한 수준이긴 하다.


‘역시 어드바이저 헌터에 잘 맞는 양반인 것 같네.’


파티의 후미에서 조언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에만 전투에 참여하는 어드바이저 헌터에게 체력의 중요도는 비교적 낮은 편. 현승이 헌터로 뛰고자 한다면 어드바이저 헌터만큼 잘 맞는 일도 없으리라.


물론, 남은 자격심사들을 모두 통과하고난 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후······아무래도 오래 쉬었다 보니 옛날처럼 날뛰기는 힘든가 봅니다.”


어깨가 뻐근한지 꾹꾹 주무르며 현승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큰소리를 쳐놓고는, 막상 오래 전투를 한 것도 아닌데 벌써 근육에 무리가 온 것이 조금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습을 좀 더 하고서 신청을 할 걸 그랬어.’


현승은 얼굴이 홧홧해지는 것을 애써 숨기며 괜히 저 멀리 다가오는 오크 세 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쏘아진 번개다발이 순식간에 오크들을 통구이로 만들었다.


“아닙니다. 그동안 오래 쉬셨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선방한 거죠. 창을 쓰는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은석이 눈치껏 현승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의 창술을 추켜세웠다.


“하하, 이것 참······.”


현승이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민망하지 않게 배려해준 것은 알지만, 막상 실력에 대한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예전에는······아니 이게 아니지.”

‘아차.’


저도 모르게 옛날 무용담을 꺼내려 했던 현승이 입을 다물었다. 괜히 기분이 고양된 탓일까, 젊은이들이 옛날이야기를 좋아할 리 없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미안합니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뻔 했군요.”


현승이 머쓱한 웃음과 함께 가벼운 사과를 건넸다.


그런 현승의 태도에 화들짝 놀란 은석이 전혀 아니라는 듯 양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이야기해 주시죠. 저 베테랑 헌터분들 이야기를 듣는 거 좋아합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군요.”


현승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 없어보이는 현승의 태도에 은석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진짠데······.”


현승은 알지 못했지만,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과거 활동에 대한 전산기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현승과 같은 케이스에서 과거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사실 굳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베테랑 헌터의 과거 이야기는 제법 들을 가치가 있긴 하다. 노하우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헌터 교육과정으로는 배우지 못하는 귀중한 정보들을 얻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 규정 때문에 직접 물어보기도 뭐하고 참······.’


활동이력을 포함해 헌터의 개인정보들은 심사관이 직접 캐물을 수 없는 게 규정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정보는 전산기록으로 다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현승의 케이스가 워낙 특이했을 뿐.


“이쯤 되면 꽤 심부까지 들어온 것 같긴 한데, 다음 지역까지만 돌아보고 복귀하도록 할까요.”

“시간은 좀 남긴 했는데······혹시 무리하신 거라면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심사관인 저한테 알려주세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요.”


먼저 돌아가자는 의사를 꺼낸 현승의 말에 은석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심사관 앞이라고 괜히 괜찮은 척 무리를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현승이 무리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놓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승은 은석의 반응에 괜찮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체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전투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이 일이 한번 컨디션이 무너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일이니 가능하면 안전한 게 좋겠지요.”


괜찮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정석적인 판단이다.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러시다면 다행이긴 한데요.”


혹시 어디 아픈데 숨기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은석은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현승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겠다 다짐하며 던전의 지도를 확인했다.


“다음 지역은······제 1코어 홀이네요. 코어 홀이니 몬스터가 그렇게 많이 모여있지는 않을 겁니다.”


제 1코어라는 말에 현승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코어도 있습니까?”

“네. 세 개의 코어가 있는 코어 분리형 던전이에요. 핵이 불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게 그것 때문이죠.”


코어 분리형 균열은 낮은 확률로 이상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련이 없다고 증명된 것도 아닌 만큼 던전의 등급이 상향 판정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은석이 어깨를 한 차례 으쓱였다.


“뭐, 너무 걱정하시진 않으셔도 됩니다. 코어 분리형 균열이라는 게 반드시 이상현상을 일으킨다는 게 증명된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이 던전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된 적은 없거든요.”

“······흐음. 경험상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면 꼭 일이 터지던데요.”

“하하, 설마요. 그리고 어지간한 이상현상은 괜찮습니다. 제가 이래 뵈도 다이아 등급 헌터인걸요.”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이상현상이라고 한다면 던전의 구조 변화, 혹은 상위종 몬스터의 출현 정도가 있다.


던전의 구조변화야 몬스터들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닌 이상 그다지 위험한 건 아니고, 강화형 몬스터의 출현도 은석과 현승을 상대로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어차피 C-랭크의 던전에서 나오는 강화형 몬스터라고 해 봐야 오크의 상위종 정도잖는가.


그 정도는 은석 혼자서도 상대하기 어렵지 않고, 여차하면 이상현상을 감지한 대응팀이 올 때까지 전투를 피하며 도망다니기만 해도 그만이다.


그러니 은석의 입장에선 자신만만할 수밖에.


하지만 다음 지역에 진입하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은석은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던전의 핵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오크들과 그런 오크들의 중앙에 서 있는 유달리 큰 몸집의 오크를 본 은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일반 상위종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가 이상증식한 일반 몬스터들을 이끌고 던전 밖으로 터져나오는,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가 극히 적은 이상현상.


몬스터 버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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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2) +9 22.05.31 474 36 10쪽
9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1) +2 22.05.30 372 25 9쪽
8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3) +4 22.05.21 429 22 10쪽
7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2) +3 22.05.19 416 23 10쪽
6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1) +6 22.05.18 451 24 11쪽
5 1. 회사를 나오다 (4) +4 22.05.17 454 24 10쪽
4 1. 회사를 나오다 (3) +6 22.05.16 481 25 10쪽
3 1. 회사를 나오다 (2) +5 22.05.13 508 31 10쪽
2 1. 회사를 나오다 (1) +5 22.05.12 565 28 9쪽
1 0. 나이는 속이기 힘들다 +6 22.05.11 930 4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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