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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님의 서재입니다.

복귀헌터 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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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22.05.11 23:59
최근연재일 :
2022.05.31 23:59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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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06

작성
22.05.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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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3)

DUMMY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3)



“마흔여덟?”


진짜로? 은석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드바이저 헌터들을 관리하는 헌터협회의 신규헌터지원부서.


그 자신도 어드바이저 헌터이자 신규 어드바이저 헌터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관인 은석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운 채 직원에게 되물었다.


“서른여덟이 잘못 적힌 거 아니야?”

“마흔여덟 맞아요. 생년월일 확인까지 다 했다니까요? 듣기로는 프론티어 헌터라던데.”

“아직 현역인 프론티어 헌터가 있다고?”

“아뇨. 은퇴했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거라던데요.”

“아-. 그런 건가.”


은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끔 있다. 은퇴 후에 돈이 떨어져서 다시 헌터로 복귀하는 경우가.


목숨보다 돈이 더 무거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위해 복귀하는 일 정도는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어드바이저 헌터의 경우는 위험성이나 노동 강도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연금도 나오니 기량이 떨어진 은퇴헌터들에게는 썩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상만사가 그렇게 쉬울 리는 없다. 어드바이저 헌터가 되기 위해선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니까.


전투능력 심사는 물론 헌터지식검증, 활동이력열람, 인성면접까지 다양한 심사를 거치고, 거기에 6주간의 교육 겸 평가까지 받아야만 어드바이저 헌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격심사는 자기관리를 소흘히 한 은퇴헌터들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이력체크 해 봤어? 뭐 하던 양반이래? 콥이나 길드? 군대 출신? 아니면 그냥 프리랜서?”

“이사요.”

“엉? 뭐?”

“이사였대요. 회사 경영진에서 무슨무슨 이사님 할 때 그 이사.”

“그게 무슨 소리야?”


은석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이 타이밍에서 갑자기 기업 경영진 이야기가 왜 튀어나오는 거지?


은퇴 후에야 무슨 일을 했든 자유지만 지금 자신이 묻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직원은 그런 은석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모니터를 돌려 그에게 향했다.


대략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깐깐한 인상의 남자. 도현승이라고 적힌 이름아래 활동이력 목록에 달랑 ‘기타: YS건설 경영이사“라고 적힌 것을 본 은석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30년 동안 기업을 하나 운영했대요. YS건설 아시죠? 거기 이사였다나.”

“잠깐만, 나 지금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그러니까 그 양반이 건설회사 경영진이었다고? 30년 동안? 헌터였다며?”

“그게 또 희한해요. 열일곱부터 3년동안 헌터로 뛰다가, 스무 살 때 은퇴하고 친구랑 사업을 했대요. 그게 YS건설이고요. 그냥 경영진이 아니라 공동창업주죠.”

“스물에 은퇴? 무슨 경력이 그래?”

“뭐, 사정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그런데 왜 활동 이력이 달랑 이것밖에 없어?”


은석이 기타 외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활동 이력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무리 일찍 은퇴했다 해도 헌터 활동 때의 기록은 남아있어야 하는데, 헌터 등록날짜 외엔 정말 아무런 기록도 없었다.


“30년 전 일이잖아요. 그땐 제대로 된 전산 시스템도 없었으니까 아마 기록이 거의 없을걸요.”

“아 그럼 좀 골치 아픈데. 활동 이력이 있어야 뭐 하던 양반인지 감을 잡을 텐데.”


은석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래도 협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일이니만큼, 어드바이저 헌터를 임명할 때는 활동 이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범죄 이력 등이 있으면 협회 이미지에 타격이 크기도 하고, 아무래도 헌터의 전체적인 역량 수준을 가늠하기엔 어디어디 토벌에 참가했다거나 하는 경력 등을 참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활동 이력이 깨끗한 경우는 전적으로 교육관의 판단으로 자격심사를 하고 등급을 매기는데, 문제는 이렇게 통과시킨 헌터가 사고를 친 경우 교육관도 빡센 감사를 당한다는 게 문제였다.


“뭐라도 건져볼 만한 거 없어?”

“글쎄요. 어쩌면 전산화가 덜 돼서 누락된 걸 수도 있겠죠. 옛날 기록부 보면 뭐라도 있지 않을······아.”


은석의 말에 커피를 홀짝이며 건성건성 대답하던 직원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곰팡내 나는 옛날 기록부를 뒤지는 일을 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으래?”


물론, 이미 늦어버린 뒤였지만 말이다.


은석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4번 기록실 가면 2000년도 이전 기록부 있는 거 알지? 가서 그 양반 기록 되는대로 찾아와.”

“······농담이시죠?”


직원이 울상을 지었다.


굵직굵직한 내용들 위주로 기록되어 있지만, 대한민국 헌터업계 전체의 기록이다. 그것도 온갖 사건사고들이 즐비한 개척시대의.


아무리 2년이라고 해도 그 양은 어지간한 백과사전 몇 권에 달하는 분량. 그걸 다 보고 기록을 뽑아 정리하려면 하루 이틀 야근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은석은 조금이라도 책임을 덜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자자, 어차피 일도 별로 없는 부서인데 그 양반 데리고 자격심사 다녀올 때까지 며칠만 고생 좀 해라. 응? 다녀와서 술 한 잔 살게.”

“아니 교육관님,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기록 중에서 이 사람 걸 찾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럼 문제 생기면 너가 나 대신에 책임져 줄래?”


직원은 입을 다물었다. 공무원은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책임질 일은 피해야만 했다.





은석이 현승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첫인상은, ‘인텔리’같은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도현승 씨의 어드바이저 헌터 자격심사관 겸 교육관을 맡게 된 정은석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한때 헌터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적인 분위기가 난달까.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매섭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깔끔한 인상과 더불어 무테의 안경이 더해지니 오히려 남자가 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큼 신사적인 느낌을 주었다.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겉보기로는 삼십대 중반 정도. 눈가에 패인 주름만 아니었다면 더 젊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자기관리를 소흘히 하지 않았는지, 매끈한 정장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체형이 돋보였다.


정말 이런 사람이 그 살벌한 개척시대의 헌터라고? 은석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현승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가 봐온 개척시대의 헌터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이젠 몇 남지도 않은 개척시대의 헌터들은 나이도 현승보다 훨씬 많거니와, 업계의 원로로서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수많은 사투를 넘어선 그들은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같은 헌터조차도 믿기 힘들 정도로 위압적인 분위기가 몸에 배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는 없는 법. 살짝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낸 은석이 차트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1차 시험인 전투능력심사부터 치르겠습니다. 어드바이저 헌터는 기본적으로 분류되는 등급 중 D급 이하의 몬스터를 한번에 10마리까지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초보헌터들이 들어가는 던전이 E등급이니 그 정도는 되어야 돌발상황에 대처가 가능하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음, 원래는 D등급의 던전에서 심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오늘 근처 던전들은 전부 예약이 차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C-등급 던전으로 예약을 잡았는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심사도 던전 등급을 감안해서 점수를 매길 거고, 위험한 상황에선 제가 나설 테니까요.”


사실 굳이 등급을 따지자면 다이아5 등급인 은석과 플래티넘1 등급인 현승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힘들었다.


물론 현승은 은퇴한 지 30년 가깝게 지난 상태이니만큼 등급을 논하는 게 큰 의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던전이라고 하면······그러니까, 클리어 보류중인 균열을 말하는 거였죠?”

“예. 동굴형 균열인데, 중심에 대형 고블린 부락이 있어서 클리어가 까다로우면서도 대규모로 몬스터가 뭉칠 일이 없어서 던전 판정을 받았죠. 종합적인 평가로 따지면 C-급이라기엔 애매한데 핵이 좀 불안정하다는 판정을 받아서 상향 판정을 받았어요.”


불규칙하게 생성되는 균열은 그대로 방치하면 게이트로 변해 주변을 침식하므로 반드시 클리어를 해줘야만 한다.


하지만 균열들 중에서 안정성이 높고 얻을 게 많은 곳은 클리어를 하지 않고 핵만 손상시켜 두고두고 사냥터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던전이었다.


산업기라고 불리는 현대 헌터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게 바로 이 던전들로, 몬스터로부터 나오는 마석이나 부산물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네요.”


현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회사를 굴릴 적에 TV에서 던전이란 게 있다고 듣긴 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신기했던 것이다.


사냥을 위해 균열을 일부러 클리어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니. 예전엔 상상도 못하던 발상이지 않나.


그가 현역일 때는 균열이 생기면 일단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투입해 최대한 빨리 클리어를 하는 데 집중했었다.


적어도 그때는 균열이란 그저 세계멸망의 전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개척시대의 헌터들에겐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가만히 차트를 넘기던 은석의 눈이 한 가지 항목에서 멈칫했다.


창.


주무기 지급 신청란에 적혀있는 무기의 이름을 본 은석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주무기로 창을 신청하셨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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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2) +9 22.05.31 474 36 10쪽
9 3. 실력은 죽지 않았다 (1) +2 22.05.30 372 25 9쪽
»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3) +4 22.05.21 430 22 10쪽
7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2) +3 22.05.19 416 23 10쪽
6 2. 헌터 자격을 갱신하다 (1) +6 22.05.18 451 24 11쪽
5 1. 회사를 나오다 (4) +4 22.05.17 454 24 10쪽
4 1. 회사를 나오다 (3) +6 22.05.16 481 25 10쪽
3 1. 회사를 나오다 (2) +5 22.05.13 508 31 10쪽
2 1. 회사를 나오다 (1) +5 22.05.12 565 28 9쪽
1 0. 나이는 속이기 힘들다 +6 22.05.11 930 4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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