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혜교 님의 서재입니다.

오류로 살아가겠습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정혜교
작품등록일 :
2021.07.26 21:42
최근연재일 :
2021.08.06 04:1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5
추천수 :
4
글자수 :
27,013

작성
21.07.26 22:30
조회
30
추천
2
글자
14쪽

1화

DUMMY

“이건 아니잖아. 제발 한번만 봐줘 한번만.”


“그러게 누가 뒤에서 돈을 빼돌립니까. 저도 원하지 않는 결말이었어요. 저도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이래서 돈이 문제에요.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돈 때문에 목에 칼을 대네요.”


어두운 저녁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도로 한 가운데서는 빗물과 핏물이 섞여 흐르고 있었고 한 남자는 빗물에 젖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아,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지. 쯧, 왜 이런데서 만나서 그래.”


얼마 뒤 한 남자의 시신으로 한 트럭이 가까이 다가갔다. 손에 피를 흥건히 묻힌 젊은 남자는 멀리서 다가오는 트럭의 빛을 발견하고는 도로 옆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트럭 운전사는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길을 가던 도중 한 남자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차를 멈춰 세워 남자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가 시체라는 것을 깨닫고 숨이 가빠져 오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범죄현장의 첫 번째 목격자가 된 것이었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여...여기 사람이 죽어있어요... ”


이 모든 것을 옆에서 한 남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의 생명을 앗아간 잔인무도한 사람은 일이 귀찮아졌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째 하는 일인데도 뒤처리가 왜 이리 짜증나는지 모르겠어.”


그는 트럭 운전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트럭에 가까워질수록 트럭 헤드라이트에 그의 검은 머릿결은 점점 빛났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얼굴에 생기하나 없어 보이는 그의 표정과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져 있었다. 트럭 운전사가 벌벌 떨며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동안 그는 빠른 속도로 휴대폰을 뺏어 땅에 떨어뜨린 뒤 발로 밟았다.


‘우직’


“아니 그니깐 왜 일을 더 크게 만들어요. 아저씨. 그냥 쟤만 죽이면 됐잖아.”


트럭 운전사는 공포에 질려 도망을 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짜증나는 표정을 짓는 그 남자는 이미 트럭 운전사의 얼굴 앞에 서 있었다.


“아저씨 미안해요.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원치 않는 상황이에요.”


*****


그는 두 시체를 트럭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혀놓고 돌맹이로 트럭의 액셀을 밟아 절벽 밑으로 떨어지게 하였다. 굉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계속해서 비는 멈추지 않았다. 경찰은 트럭 운전사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수색대를 보냈지만 이미 살인사건은 일어난 후 였다. 그렇게 뉴스와 신문기사는 한 새벽에 발생된 살인사건에 열중이 되어있었다. 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인 한 남자는 그의 집으로 돌아가 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류, 오늘은 학교 안 와? 왜 연락을 안 봐 너.’


친구의 메시지에 오류는 그의 문자를 읽고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 뒤 전화가 울렸다.


“오류, 왜 내 연락에 대답 안하냐. 우리 우정이 여기까지였던 거야? 너 좀 실망이다!”


그리고 오류가 대답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났어. 곧 나가니깐 우리 집 앞으로 와.”


오류는 태연하게 말을 끝낸 뒤 피투성이인 자신의 얼굴을 거울 앞에서 살피며 씻기 시작했다.

오류의 목과 허리에는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핏물들을 보며 오류는 괴로운 듯이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제기랄, 내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꼬인거지?”


오류는 23살로 현재 대학생이다. 그는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항상 학교에서 전교 3등 안에 들었고 그 결과 현재 누구나 이름 알만한 대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오류는 그의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인이 된 후로는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낸다. 그에게는 유일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방금 연락을 한 ‘루히’이다. 루히는 중학생 때부터 오류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내기 때문에 그 둘은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로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류는 나갈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왔다. 오류 앞에 서 있는 루히는 키가 작지 않은 편이지만 오류 앞에만 서면 작아 보이기도 하였다.


“오류, 너 너무 늦었어. 왜 이제야 나와.”


“...”


그 둘은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듯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둘은 주변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류만이 잠깐 귀가 먹먹해진 느낌을 받았다.


‘띠딕. 성인입니다.’


교통카드를 들고서는 지하철로 향하였다.

그들의 앞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날뛰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계단을 내려간 순간이었다.

오류와 루히는 지하철이 다가오는 순간 맞은편에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는 괴물을 보았다.


괴물은 입이 볼까지 찢어져 있었고 눈알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다들 겁에 질려 지하철 밖으로 나가기에 바빴다. 오류는 그 괴물을 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그가 살아왔던 환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한 것이다.


‘우지직...우직...’


괴물은 히죽거리며 사람들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한 손에는 사람들의 팔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또 다른 사람들을 잡으려는 듯 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나가려고 혼비백산이었다.


“오류, 저... 저게 뭐야...?”


오류는 루히의 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루히는 이곳에서 나가는줄 알고 오류의 발걸음에 맞추어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괴물이 지하철 맞은편의 사람들에게 정신이 팔린 동안 오류와 루히는 지하철 화장실로 들어갔다.


“왜 여기로 들어와? 괴물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우리 바깥으로 나가자.”


“이 바보야 밖에 상황이 어떨 줄 알고, 일단 경찰이 올 때 동안 여기서 기다리자. 밖에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나가는 탓에 무사히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너 같이 몸집이 작은 애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너를 밟고 지나갈 수도 있잖아.”


루히는 자기를 걱정해주는 듯한 오류의 담담한 얼굴에 볼이 발그레해졌다.


“너 어디 아프냐?”

오류가 루히에게 물었을 때 루히는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쨍그랑’

불길한 소리였다. 그 거머리같이 생긴 괴물이 반대편 지하철 정거장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듯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한번밖에 들리지 않았으니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는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하철 노선을 따라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와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빠아아아앙-!’


지하철이 괴물을 향해 돌진하는 듯했다. 잠시 후 귀를 강타하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은 귀가 아플 정도로 고요에 휩싸였다.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의 루히는 벌벌 떨고 있었고 오류는 밖으로 나가려는 듯 했다.


“오류, 절대로 나가지마. 일단 여기 숨어있자.”


“아니야 내가 상황을 보고 올 테니 넌 여기서 있어.”


루히는 오류에게 가지 말라며 울먹이고는 손을 뻗었지만 오류는 이미 화장실을 나가고 있었다.


오류는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경악하였다.


“이게 뭐야...”


...


오류는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마치 지옥에 온 듯한 이 광경을 두 눈 뜨고 보기가 힘들었다.


“살...살려주세요...”


오류는 입을 틀어막았다. 거머리 같이 괴물은 지하철을 집어 삼킨 것처럼 어쩌면 지하철에 갈기갈기 찢긴 것처럼 사방에 검은 액체들이 널브려져 있었다. 지하철과 괴물의 충돌 충격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지하철 객실 안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있었다.

오류는 정신을 차리고 아까 소리가 난 곳을 향해서 달려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으헉!”

오류는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얼굴의 괴물이 입꼬리를 올리고서는 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괴물의 눈은 지하철의 충격으로 인해서 날아간 것만 같았다.


오류는 지하철 객실 안의 사람들 중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119에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통화 가능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반복되는 불길한 소리에 오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루히 얼른 나와 얼른!”


루히와 오류는 급하게 지하철 밖으로 나갔다. 평상시와는 확연히 다른 이 분위기와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그 둘은 다른 세계로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밖에는 온갖 괴상하게 생긴 괴물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난 것일까. 오류와 루히는 일단 괴물들을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류, 여기서 너희 집이 몇 분 거리지?”

“뛰어서 3분이면 가.”

“일단 이 괴물들을 피해서 너희 집으로 가자. 얼른!”


루히는 좀 전과는 다른 대담함을 보여주면서 오류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도 오류는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때 그들 앞으로 한 명의 직장인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직장인을 감싸고 있는 괴물은 그 사람의 손을 물어뜯었다. 그 순간 그 직장인은 몸이 축 늘어지더니 몸이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물어 뜯겼던 그의 손목은 으스러지는 몸 사이에서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듯 하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오류와 루히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매섭게 노려봤다.


그 근육투성이로 생긴 괴물은 오류와 루히를 보고는 사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속도로 무섭게 따라잡기 시작했다.


“루히!! 조심해!!”

괴물이 루히에게 가까워졌고 절체절명의 순간 오류는 옆에 있던 쇠막대기를 들어서는 괴물의 머리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깡!!!!!!!!’

쇠막대기를 내려치는 순간에 오류는 새끼손가락을 괴물에게 물어뜯기고 말았다.


“으윽... 달려...!”


오류와 루히는 오류의 집 앞에 있는 큰 건물 모퉁이를 돌아 1층 주택인 오류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둘은 완전히 지치고 놀라서 말없이 현관에 주저앉아있었다. 그들은 지금 들리는 소리가 자신의 심장소리인지 괴물이 뛰는 소리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땅이 울리는 소리가 잠잠해지고 루히는 말했다.


“오류, 너 손 괜찮아?”

아까 전의 괴물의 습격으로 인한 오류의 부상에 루히는 계속해서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루히는 급한대로 연고와 반창고를 찾았다.


“난 괜찮아 우리집에서 반창고를 찾아도 나오지 않을걸.”


루히는 오류의 말을 들은 뒤 옷장으로 향해 검은색 옷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옷을 찢은 뒤 오류의 상처를 지혈했다.

“으윽...”

오류는 신음했다.


오류는 아까 직장인의 모습을 보고 자기 자신도 곧 있으면 그 사람의 모습처럼 몸 전체가 으스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루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직장인의 모습 그리고 지하철에서 루히가 보지 못했던 장면들 까지. 루히는 울며불며 나를 안았다.

“나만 아니었어도! 넌 괜찮았을 텐데!”

나는 급격히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루히, 난 너랑 친구여서 정말로 행복했어. 난 방에 들어갈 테니깐 들어오지 말아줘. 험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거든.”

정말 내 자신이 추하다고 생각했다. 점점 몸에서 열이 나고 머리가 지근거려오기 시작했다.

정말 끝인가 보다. 인생이 이렇다면 난 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인지.


“루히, 정말 안녕”


끼익거리며 닫히는 문 뒤로 루히는 울고 있었다.


*****


나는 희미해지는 시야에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아, 근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올까 평상시에는 슬퍼도 괴로워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기랄, 이 모든 일은 나의 잘못으로 인한 벌들인가? 내가 쓰레기 같은 일만 안했더라도...아니지 애초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 모든 것은 세상이 변하고 나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영원할 것 같던 일상도 모두 무너져버렸고 내 인생의 마침표도 이곳에서 찍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세상은 모두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그래야만 했다. 점점 잠은 오고 분통한 마음은 커져갔다.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오류는 죽을 줄 알았던 자신이 눈을 떠서 천장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두워진 방 안에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새벽 2시였다. 아침 10시에 루히를 만났으니 14시간 정도는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루히가 생각이 났다. 집 안에서 안전하게 있었을지, 밥은 먹었을지 궁금했다.


‘끼이익’

오류는 머리에서 가벼운 통증을 느꼈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류가 예상했던 대로 루히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밤 새 울은 듯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지쳐 잠들어있었다.


‘부스럭’ 오류가 인기척을 내자 루히는 깜짝 놀라며 깨어났다.

“누...누구세요?”

“루히...나야...”

“오류...? 너 정말 오류 맞아? 나 정말로 두 번 다시 너를 못 볼까봐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다행이야... 살아 돌아와 줘서 너무 고마워 흑...흑..”

어린아이처럼 우는 루히에게 오류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류는 루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까 괴물에게 물어뜯긴 새끼손가락이 다시 자라난 것 같았다. 루히가 묶은 매듭 사이로 새끼손가락이 보이고 있었다. 헛것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어서 루히가 말했다.


“그런데 오류...너 얼굴이...얼굴이..!”


오류는 뭔가 이상해진 루히의 반응에 화장실 앞의 거울로 달려갔다.


“무슨...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작가의말

<1화>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류로 살아가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5화 21.08.06 6 0 11쪽
4 4화 21.08.03 7 0 11쪽
3 3화 21.07.28 14 1 11쪽
2 2화 21.07.27 18 1 12쪽
» 1화 21.07.26 31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