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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귀신 님의 서재입니다.

망인의 혼.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글쓰는귀신
작품등록일 :
2017.10.24 10:31
최근연재일 :
2017.11.14 15:2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71
추천수 :
10
글자수 :
58,644

작성
17.10.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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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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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망인이 된 장관의 딸.

DUMMY

목요일 22시40분.


온통 어둠으로 가득한 늦은 밤.


150평의 커다란 저택에서

개가 사납게 짓는다.


저택 안에서는

유리잔이 깨지고,

식탁과 의자들이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거실에서 우당탕탕 소리를 발생시키며

요리조리 도망치는 17살의 백화처럼 하얗게 예쁜 여학생이 있다.


여학생은 땀을 비처럼 쏟으며

식탁으로 도망가


“왜 그래요? 살려주세요!”


라고 외친다.


다음 날.


백화처럼 하얗게 예쁜 여학생은

어둡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들 수십 명과 군인들 수십 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커다란 저택에 모였다.


이 저택의 주인은 현재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의 저택으로

백화처럼 하얗게 예쁜 여학생은 국방부장관의 자녀였다.


여학생의 친부인 국방부장관은

올해 49세의 중년 남자였다.


그의 부인은 암으로 인하여

오랜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하나 뿐인, 친딸도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당하자.

국방부장관은 억울함이 가득한

피눈물을 쏟아부었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군인들이

애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경찰들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장관은 경찰 팀장에게 다가와


“팀장님.”


“예. 장관님!”


“반드시 범인을 잡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예! 당연히 제가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일주일 뒤.


아무리 경찰들이 수사하였지만,

범인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저택 마당에 있는

모든 cctv를 확인하였으나,

장관의 친딸만이 출입하였으며,

그 누구도 저택 안에 들어간 흔적이 없다.


그러하다보니, 경찰들은 물론,

검찰의 수사관까지 투입하였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기다리다가 지친

국방부장관은 자신의 부대에게

수사를 지휘했다.


병역은 반드시 국가의 안보나 군 관련 업무로만 지휘해야 한다.

국방부장관의 딸은

민간인으로 처음엔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국방부에 정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장관의 저택에 귀신처럼 침입했으나,

장관의 친딸이 저택에 있어서 살해한 것으로

장관이 상황을 주도했다.


그렇게 수사권을 국방부가 가지고 갔다.


한편, 경찰내부에서는 발칵 뒤집혔다.


관할 경찰서 서장이 숨을 거칠게 뿜으며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군부대에서 해결하면 어떻게 되겠나?”


라는 말에 담당 팀장은 고개를 숙였다.


서장은 담당 팀장을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경찰의 수사력은 군대보다 떨어진다고 듣지 않겠나?”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빠르게 해결하겠습니다.”


“3일 주겠네.”


“3일이요? 불가능합니다! 일주일이라도!”


서장은 강력 1팀 팀장에게 다가가 딱딱한 구두로

무릎을 강력하게 찍었다.


“압!”


거리며 무릎을 손으로 감싸며 고통을 호소하는 팀장에게

서장은 냉혈한 눈빛으로


“3일이야! 알았어?”


라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팀장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틀 뒤.


국방부장관은 장관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엄밀히 말하면, 해임됐다.


그 이유는 친딸을 살해하였기 때문이다.


이틀 전,


다급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하는 사태였다.


강력1팀 팀장의 오른팔인 형사가


“팀장님, 그냥 범죄자 중에 한 마리를 끼워 맞추면 안 되겠습니까?”


라는 말에 팀장은 주먹으로 가볍게 꿀밤을 주듯이

때리며


“인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무슨 수로 범인을 찾습니까? cctv는 사각지대가 없는데, 피해자밖에 안에 들어간 흔적이 없는데요!”


“스스로 자살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증거가 나올 거야!”


형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왼쪽 가슴을 오른손 주먹으로 3번 때리며


“아이고! 정말 답답하십니다! 이번 사건 못 해결하면 저희 백수 됩니다! 아십니까?”


팀장은 형사를 째려보며


“그렇다고 하지도 않는 짓거리를 뒤집어씌우면 되겠어?”


“어차피 그 새끼들은 나쁜 짓만 하는 놈들입니다! 이참에 사회랑 격리시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닙니까?”


팀장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이며


“뭐야? 말 다했어?”


“저도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면 방법이 있습니까? 어차피 범죄자들은 사회에서 하는 짓거리가 똑같습니다. 어차피 저지르는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한 마리 잡아넣으면 서로 좋지 않습니까?”


“이 새끼가?”


“생각해보십시오! 국민들은 범죄자 하나 없어져서 평화가 유지되고, 우리는 실적 쌓아서 좋고! 유가족들은 그나마 마음 달랠 수 있어서 좋고!”


“그러다가 진범이 나오면?”


“.........................”


“생각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팀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할 수 없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네? 불법이요?”


“그래 인마!”


“팀장님! 원칙을 준수해야하는 우리가 불법적인 방법이란요?”


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형사를 바라보며


“인마! 네가 하는 짓거리보단 낫다!”


라고 말하더니 의자에 걸친 외투를 입으며


“나갔다 올게.”


라면서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언론에서는

무능력한 경찰과 검찰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검찰에서는


“경찰들이 제대로 조사를 못하는 것 같아서 저희도 답답할 따름입니다.”


라고 미궁에 빠진 수사의 책임을 경찰들에게 돌렸다.


경찰들은 동네의 북처럼 대중들의 비난과 검찰의 비난을 동시에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안 되면, 물러나기라도 하든지!”


라면서 국방부에도 치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경찰조직은

담당 팀원과 팀장에게 화풀이하기 시작했고,

팀장은 하루라도 빨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다음 날.


동부경찰서 강력 1팀 5명의 경찰들은


사건이 발생한 국방부장관의 저택에 모였다.


마침 국방부장관도 개인 비서와

운전병과 함께 귀가하던 도중이다.


국방부장관은 경찰들을 바라보며


“참으로 무능력들 하십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습니까?”


라고 말하더니.


어깨를 피던 국방부장관은 저택의 대문을 바라보며

소리치듯


“어서 체포해!”


라고 말했다.


그러자 저택 안에 숨어있던 군인 13명이 나와서

장관의 비서를 체포했다.


21살의 어리바리하게 생긴 공관병은


“네? 장관님! 왜들 이러십니까?”


라고 자신의 손과 발을 제압하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국방부장관은 그를 바라보며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라고 말하자. 공관병은 억울한 표정으로


“장관님, 제가 뭘 어쨌다는 것입니까?”


“내가 내 딸에게 호감 있는 건 알았지만, 그걸 혼냈다고 딸을 죽일 필요까진 있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닥쳐!”


국방부장관은 공관병에게 다가가 침을 뱉었다.


그러곤


“생각 같아서는 너를 죽여버리고 싶지만, 요즘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관병에게 보복할 순 없지.”


라고 말하더니.

강력1팀 팀장을 바라보며


“저희가 밥상 차려드렸으니, 숟가락만 들어서 드십시오.”


라고 말했다.


강력1팀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게 아닌데?”


라고 말하자. 국방부장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예? 이게 아니라니? 그게 무슨?”


“저자가 범인이 아닙니다.”


“뭐라고?”


“제가 듣기론 저자가 범인이 아닙니다.”


“무슨 헛소리야?”


팀장은 잠시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피부가 두부처럼 하얗고, 짙은 쌍꺼풀과

높은 콧대와 세련되게 각진 세모형의 턱을 지닌

30대 초반의 잘생긴 얼굴에 빵모자를 뒤집어 쓴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때 한 형사가 팀장에게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팀장님, 이 자식은 누굽니까?”


라고 물었다.


팀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꾸가 없다.


모든 경찰과 군인들은 빵모자를 쓴 잘생긴 청년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 당시 나의 나이 29살에 동부경찰서로 배정받은 김완규 형사였다. )))


나도 선배처럼 팀장님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말 저분은 누구십니까?”


라고 물었다.


보통 경찰이나 검찰, 국정원, 감식반 등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증빙하는 신분증을 보여준 뒤에

소속을 밝힌다.


그러나 빵모자를 쓴 청년은 잘생긴 외모만 자랑하고

그 어떠한 신분증과 소속도 밝히지 않았다.


잘생긴 젊은 남자는 앞으로 나와서

국방부장관을 바라보며


“범인은 당신입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 경찰들과 군인들도 말도 안 된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나

팀장님은 그의 말을 믿는 것처럼 보였다.


국방부장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치듯


“당신 뭐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빵모자 쓴 남자 옆에 있던

팀장님께서 모두의 흥분을 진정시키며


“자자, 일단 들어보시죠.”


라고 말씀하셨다.


빵모자를 쓴 젊고 잘생긴 남자는


“10월 12일 목요일 18시경에 당신은 저택에 도착했습니다.”


라는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의 빛나는 입술에 집중했다.


그는 투명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저택에는 당신의 딸이 있었고, 당신은 딸을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방부장관은 몹시 화난 표정을 지었고,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큰 목소리로


“미쳤습니까?”


“당신의 딸은”


빵모자를 쓴 남자는 공관병을 바라보며


“저자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저분 역시 당신의 딸을 사랑했습니다.”


“이 새끼! 정말 미쳤구먼?”


“그러나 명색이 국방부장관의 딸이 고작 여자처럼 비서일이나 하는 공관병을 사랑하는 것에 분노한 당신은 딸의 사랑을 비난하며 막으려고 하였죠.”


“닥쳐!”


“그런데 당신을 닮아서 고집이 강한 딸은 당신에게 덤볐고, 당신은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결국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시발 놈아! 시끄럽다고!”


국방부장관이 흥분하여 쌍욕까지 하자,

모든 군인들과 경찰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국방부장관을 의심하는 눈빛으로 봤다.


빵모자를 쓴 청년은 주눅 들지 않고 계속 조잘거렸다.


“칼로 정확하게 8번을 찔렀죠.”


“............................”


“아랫배에 3번 심장에 2번 오른쪽 가슴에 3번.”


국방부장관의 눈은 초점을 잃고,

흔들리기까지 했다.


빵모자를 쓴 남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낭창하게 말을 이었다.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여 친딸을 살해한 뒤에 당신은 깨달았죠.”


“.........................”


“자신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헛소리야!”


“그러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모든 사건을 공관병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계획했습니다.”


모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따가운지.

장관님께서는 우리를 두루 살피며


“아니야. 난 그 시간에 총리님을 만나고 있었어!”


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우리에게 건네주면서


“못 믿겠으면, 총리님께 전화해서 확인해봐!”


빵모자를 쓴 청년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사건을 조작하기 위하여 알리바이를 조작했으며, 딸을 살해한 칼을 공관병의 것으로 둔갑시켰습니다.”


“개소리 하지 마! 당신 도대체 누구야?”


국방부장관님은 빵모자에 하얀 피부가 빛나는 청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분을 밝혀, 라고 다그쳤다.


그때 옆에 있던 팀장님께서

빵모자를 쓴 청년을 바라보며


“증거가 있지요?”


라고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무슨 증거?”


라고 말했고,

빵모자를 쓴 남자는

분홍색 모양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걸 본 국방부장관은 놀란 표정으로


“그걸 네가 어찌?”


분홍색 스마트폰은 장관님의 따님의 휴대폰이었던 것이다.


빵모자를 쓴 남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빛으로 장관님을 째려보며


“딸의 휴대폰이 잠겨있자. 여러 번 패턴을 풀기위해 시도했겠지. 그러나 끝내 풀지 못하자. 당신은 이것을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렸습니다.”


장관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꿀꺽! 삼키셨다.


청년은 최후의 일격을 날리듯이

스마트폰의 패턴을 오른쪽 검지로 터치하면서


“세상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긴 한가봅니다. 종량제봉투를 수거하던 아저씨가 새 것처럼 보이는 스마트폰을 ‘산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며 봉투에 꺼내서 따로 챙겼고.”


옆에 있던 팀장님께서 국방부장관님께 한걸음씩 다가가면서


“그 덕분에 저희가 중요한 증거물인 따님의 스마트폰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국방부장관님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곤

비장한 표정으로 국방부장관을 째려보면서


“한석고씨 당신을 한미정양 살해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을 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때 운전병이 팀장님을 바라보며

따지듯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저희 장관님께서 따님을 살해하였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때 빵모자를 쓴 남자가 들고 있던 휴대폰에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는


“아.. 아버지 살려주세요!”


라는 대사와 함께

숨을 헐떡이며, 칼이 몸속 깊숙하게 찔리는 “푹~” 소리도 함께 휴대폰에서 들렸다.

그리고 여성의 신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철퍽!” 거리며 쓰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정확하게 휴대폰에서는 8번 정도의 “푸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력반에 있었던 형사라면

저것이 칼로 사람의 신체를 찌르는 소리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운전병이 다급한 표정으로


“아닙니다! 저것은 단지 범인에게 공격당하기에 ‘엄마 도와줘!’ 라는 것처럼 ‘아버지 살려주세요!’ 라고 외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라는 말이 끝나자.


휴대폰 녹취에서 또 다른 음성이 들렸다.


“미정아! 미정아! 내가 무슨 짓거리를?! 미정아!”


누가 들어도 국방부장관님의 목소리였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아마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나도 통화가 끝나고 실수로 앱을 잘못 누르면 녹음버튼이 눌러지거든.”


빵모자를 쓴 남자는


“그 외에도 당신이 범이라는 증거는 2개나 더 있습니다. 읊을까요?”


장관님께서는 모든 걸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땅으로 떨구며

힘없는 목소리로


“아니요. 됐습니다. 제가 딸을 죽였습니다.”


장관님의 고개 아래에 땅은

햇볕이 쨍쨍함에도 검은 물방울들이 얇게 적셨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가 됐다.


운전병은 장관님을 진심으로 존경하였는지,

끝까지 빵모자를 쓴 자가 누구냐고 따졌다.


대한민국 법률상

수사권이 없는 사람이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수사권은 오로지 검찰만이 가지고 있고,

담당 검사는 수사지휘권으로 경찰에게 수사를 지휘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빵모자를 쓴 남자는 경찰도 검사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민간인이 사설로 수사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때 팀장님께서는


“야! 그렇게 따지면, 너희도 무효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공관병인 운전병과 비서는 개인적인 일을 지시할 수 없잖아?”


라는 말에 운전병은 시선을 회피했다.


원칙적으로 공관병은

군복무를 하는 시간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하루 일과가 끝난 시간에도 개인적으로 장관이 활용할 경우

군대 규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팀장님께서는 운전병을 타이르듯이


“자네가 장관님을 얼마나 존경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서로 짐을 얻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운전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모시던 장관님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가뜩이나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장관이

공관병을 사적으로 이용하였고, 누명까지 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장관은 더욱 가중처벌 될 것이고,

국민들의 비난은 극에 다다르기 때문에

운전병은 빵모자의 신분을 문제 삼지 않았다.


팀장님도 장관님과 거래하여

딸의 살해혐의를 제외한 모든 일은 눈감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경찰조직인 우리는

여론이 주목하는 사건만 해결하면 되지.


괜히 소란스럽게 장관님을 깎아내리는 죄목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서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눈감아 줄 부분은 감아주기로 협상했다.


나는 빵모자를 쓴 청년의 정체가 궁금하여

꼬치꼬치 알아보았다.


그 결과 빵모자를 쓴 청년은

대한민국에서 불법적으로 민간 탐정사무소를 운영했다.


즉, 탐정이다.


대한민국은 사설탐정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은 사설탐정이 합법이다.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의 인력으론 감당이 안 될 많은 사건들이 천지라서 경찰과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해결이 다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경찰 및 검찰 등의 수사기관을 보고


“느려 터졌어! 세금이 아깝다!”


라고 비판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시험에 겨우 합격한 나는

올해 28살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대학교는 아니지만,

지방의 4년제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현역으로 육군 군대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 복학하여 4학년을 마쳤다.


그렇게 26살이 되던 나는

대학생들이 흔하게 하는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지 않았고,

오로지 부모님의 조언을 참고하여 무작정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부모님께서 끊어주신 경찰공무원학원을

여러 곳을 다니면서 2년간 악착같이 공부한 덕에

경찰공무원시험에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했다.


그렇게 난 28살이 되어서야 사회 첫 출근을

동네의 파출소로 하게 됐다.


친구들은 나를 바라보며


“부럽다!”


라고 외쳤다.


친구들은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고 아부를 떨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구걸하는데 인생이 허무하고 더럽게만 여겨진다고 말했다.


친구 중에 한명이 비아냥거리듯


“너는 밥그릇 걱정은 없잖아?”


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밥그릇 쟁탈전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입을 모았다.


그에 비하여 공무원은 안정적으로 봉급이 보장되고,

퇴직 후에도 공무원연금으로 노후까지 든든하다.


그에 비하여 회사원들은

밑에서는 신입들이 올라오고,

위에서는 선배들이 짓밟는다.


그렇기에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무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는 행복하다는 눈웃음으로


“뭘, 그래봤자 짭새지.”


라고 겸손을 떨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하늘꼭대기에 닿을 정도로 좋았다.


그렇게 다음 날.


첫 출근을 하게 됐다.


기대도 컸고,

나름 경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첫 출근부터 선배들의 텃세와 진상들에 의하여

야근을 해야만 했다.


순경으로 막내인 나는 위의 경장과 경사계급에

짓눌려 하루 종일 고생만 했다.


파출소에 일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화려한 경찰세계가 아니다.


각종 술 취한 아저씨나 사소한 부부싸움과

노상방뇨신고나 별로 대수롭지 않지만, 처리하기는 곤란한 싸움에 불려간다.


취객들 중에는 오바이트는 기본이고,

심각한 경우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보거나

대변을 보는 행위들도 있다.


심지어

영업을 하는 식당에 바지를 벗고 대변을 보는 취객이 있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도 많다.


그러다보니 파출소에 경찰들은

‘경찰 같지 않는 일’들을 도맡았다.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파출소는 화장실 청소부보다 못한 거야.”


라고 할 정도다.


처음에는 그 말에 실감하지 못했으나,

내가 직접 일주일만 경험해보니,


“고작 이런 것이나 하려고 피땀 흘려 공부했나?”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오늘은 바바리맨이 여자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사건이 접수됐다.


노출증을 가진 40대 남성이 여학생들에게는 물론,

어린 남자아이들에게도 징그럽게 털이 달린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삽입시켰다.


그렇게 나와 파트너인 30대 남자선배가 함께 출동해서

진압하는 도중에

바바리맨이 자신의 성기를 오른손으로 세우더니 나와 선배에게 조준하여

오줌을 발사했다.


우리는 바바리맨을 진압하느라 바로 코앞에 있었기에

날아오는 오물들을 피할 경황이 없었기에 그대로 노란색 줄기에 공격을 당했다.


“시발!”


이라고 선배가 바바리맨의 팔을 꺾어서 넘어트렸고,

나 역시


“아! 시발! 진짜!”


라고 험악한 욕이 나왔다.


온몸에 지린내가 났고,

경찰복은 노란색으로 변질됐다.


이 외에도 노래방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하니,

술집여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손님을 신고했던 적도 있었고,

반대로

술집여자가 자신에게 덤터기를 씌웠다고 신고한 사례도 빈번했다.


이러다보니

파출소는 경찰관들이 가장 기피하는 장소일 것이다.


친구들이 나에게 충고하기를


“경찰들은 왜 이렇게 사건에 소홀하냐?”


라고 말했지만,

자신들이 파출소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하루에도 벼래 별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만 두 시간정도 걸린다.


그것도


“서로 합의하세요. 어차피 증거도 없고, 고소해봤자, 서로 법정에서 속만 시끄럽습니다.”


혹은


“합의 안 하시면, 서로 힘들어요.”


라는 식으로 신고자와 상대방을 좋게 합의시키는 것으로 끝냈을 경우다.


경찰들이 피해자의 편이 아닌,

가해자의 편을 들면서 합의를 유도하는 이유가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고소하겠다고 결정하면

일이 4배는 많아지기 때문이다.


합의한다면 손쉽게 서류를 정리하고 신고 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이유로 고소장을 접수하게 되면,

조사기록을 남겨야만 하고,


고소인은 물론,

피고소인에게 세밀한 질문과 답을 꼼꼼하게 기록하여야만 한다.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증인 및 참고인들과 대질조사는 물론,

증거물까지 확인하여야만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끝내고 검찰에 의견을 작성하여 송치해야만 한다.


즉,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파출소에 근무하는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은

고소장을 접수받아 정식으로 수사할 권한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대다수 경찰서로 이송한다.


다만, 경찰서에 무작정 이송시키면,

경찰서에서 화를 내기 때문에 우리가 대략적인 테두리를 만들어서 이송시켜줘야만 한다.


이러하다보니,

파출소의 경찰들은 일을 확대시키면 자신만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축소키기 위하여 가해자의 편을 들고,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유도한다.


회사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환영하는 등신은 없듯이,

경찰들도 자신들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법.


그렇기에 대다수 경찰들은 칼퇴근과 자신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하여

배우는 노하우가 가해자의 편을 들어서 일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는 것이 우리에겐 좋다.


가장 일을 빠르게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국민들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작은 동네에서도 많은 사건들이 사소하게 발생한다.


법률로만 따지자면, 가해자들은 모두 법적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경찰들은 자신들의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많은 사건들이 허무하게 합의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가끔씩 똑똑한 시민들이 존재한다.


국민의 권리라면서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덤비면

할 수 없이 경찰서로 이송시켜야만 한다.


즉, 우리의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경찰서에서도 일이 넘어오면 짜증을 낸다.


회사원들이 자신이 오늘 하던 업무를 마무리하였는데,

갑자기 퇴근시간 2시간 남기고선 다른 곳에서 일을 더하라고 넘긴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런 경찰문화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짭새’ 라는 단어가 탄생했고,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해야만 하는데,

기소는커녕 수사권조차 없기에 무능력한 경찰관들을 비하하듯이 부르는 것 같다.


나도 경찰이 되었던 첫날은


“나는 열정적으로 피해자의 편에서 가해자들을 응징해야지!”


라고 다짐했으나,


현실을 전혀 달랐다.


이주 만에 나의 신념은 뭉게구름들 사이로 뭉개졌으며,

다른 경찰들처럼 치졸하게 생존하는 것에 매달렸다.


1년 뒤.


남들은 ‘고작 1년’ 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지긋지긋한 파출소생활을 졸업하고,

경장으로 진급하여 동부경찰서 강력 1팀으로 발령받았다.


나는 생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선


“드디어! 제대로 된 일을 하겠구나!”


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동부경찰서는 강력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경찰서였고,

실적도 다른 서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기에 동부경찰서는 경찰대 나온 엘리트들이나

근무할 수 있는 경찰들에게 ‘꿈’ 같은 장소다.


타 경찰서보다 실적이 높은 탓에

그곳에서는 진급이 빨랐다.


현재 경찰의 최고봉이신

청장님께서도 동부경찰서 출신이시다.


그렇기에 경찰동기들은 나를 부러워했고,

선배들 역시


“너는 삼대가 덕을 쌓았구나!”


라고 부러운 눈빛을 퍼부었다.


나는 겉으로는


“에이~ 뭘요. 운이 좋았죠.”


라고 말했다.


빽도 없고, 학력도 우수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뛰어난 수사력을 지닌 것도 아닌 내가

동부경찰서로 그것도 순경에서 경장으로 빠르게 진급하여 발령받은 나는


누가 보더라도 ‘운이 참 좋은 친구야.’ 라고 말할 법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노력 없는 운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파출소에서 평생을 보낼 자신이 없었고,

죽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진급시험에서 당당하게 경장이라는 계급을 차지했다.


단, 진급하였다고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발령받지는 못한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실세로 볼 수 있는

동부경찰서에 발령받는 것은 0.0001%에 해당할 수 있다.


진급하면서 동부경찰서로 발령받은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운이 참 좋았다.’ 라고 인정한다.


경찰조직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동부경찰서의 새 출근을 기대하며

파출소 생활을 마무리했다.


작가의말

다음 2부에 이어집니다. **다음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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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악의 시체. 17.11.07 193 2 28쪽
2 여자의 약점. 17.10.30 228 2 21쪽
» 망인이 된 장관의 딸. 17.10.24 380 2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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