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여주인공 속성을 획득했습니다. 외전편

if. 만약에 남주인공이···(5)

“아샤.”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그것은 이를 테면 아침 햇살같은 목소리였다.

은은하고 따스하게 온 몸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지친 몸도 마음도 위로한다.

아니면 바다같은 목소리, 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의 앙금이 모조리 쓸려 내려갈 것 같은 목소리.

철썩 철썩 파도 치는 바다에 감싸인 느낌이었다.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

그 어떤 것보다도 부드럽고 따스한 남자.

“라이···.”

반짝 눈을 떴다.

눈부신 백금발이 시야를 얼쩡인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생각없이 그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겼다.

“읏.”

갑작스러운 내 손길에 그가 휘청했다.

버티고 서지 못할 리 없건만 내가 다칠 까봐 힘을 풀어버렸겠지.

그 탓에 그는 침대에 다시 한 번 드러눕는 꼴이 되었다.

“잘 잤어요?”

조금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사과하지 않았다.

내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알아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놀랐어요, 아샤.”

그가 웃었다.

차가웠던 인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예전처럼 얼음같은 날카로운 아름다움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아름다움은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오늘도 아름답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어딘지 토라져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라이의 머리카락.”

알면서 굳이 쐐기를 박았다.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꾹 다물었다.

후후.

귀엽다.

그를 놀리는 게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라이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라이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거지만요.”

달래는 목소리에 그의 눈이 살짝 풀어진다.

후후.

쉬운 남자같으니.

그게 라이의 매력이기도 했다.

사랑을 모른다던 남자는,

그 누구보다 달콤한 남자가 되었다.

이렇게 아침이 되면 식사를 차려놓고 나를 깨운다.

식탁에 오르는 메뉴는 항상 같다.

삶은 달걀과 샐러드, 그리고 구운 빵.

재미있는 건 그 구운 정도가 매일 변한다.

어느 날에는 거의 태우고, 어느 날에는 거의 굽지 않는다.

어설픈 실력은 몇 년이 지나도 늘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그것 조차도 내게는 즐거움이 된다.

오늘의 라이’s 빵은 대체 어떤 상태일까.

기대될 정도로.

매일이 기대되는 삶.

나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삶.

그것을 준 건 당신이야, 라이.

“라이.”

부드럽게 그를 부르며 얼굴을 손을 끌어당겼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

손가락 하나하나에 애정을 듬뿍 담아 입맞춤 한다.

그는 간지러운 듯 몸을 살짝 비틀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맞춤이 끝나자마자 내 손을 가져가 손 끝마다 키스를 퍼붓는다.

“아침부터 이러지 말아요.”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가 나를 올려다본다.

말은 없다.

다만 열기에 물든 눈동자만이 남아있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를 가볍게 끌어 안았다.

사랑스러운 남자.

나를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남자.

부디, 이 시간이 영원하길.

이 세계를 택한 보람이 있도록.

나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