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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로맨스 여주인공 속성을 획득했습니다. 외전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20.06.07 01:29
최근연재일 :
2020.07.26 21:2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604
추천수 :
6
글자수 :
34,793

작성
20.06.07 01:30
조회
178
추천
1
글자
6쪽

if. 만약에 남주인공이...(1)

DUMMY

멍하니 눈을 뜨자,

세상이 온통 새까맸다.


나는 멍하니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부볐다.

익숙한 천장.

아, 내 방이다.


“으으음···.”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이불을 끌어당겼다.

한참 동안 이불이 부스럭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누, 누구야!”


이불을 벗겨내며 문득 떠올렸다.

아, 이건 분명히···.


“으악! 추워!”


연신이겠구나, 하고.


“너, 언제 온 거야?”

“새벽에···. 졸려.”


작은 새는 날개로 눈을 부비부비거렸다.

저러면 눈곱이 떨어질까?


“에이씨, 눈 아파.”


푱, 하고 하얀 연기가 몽실거리더니 그 안에서 전라의 청년이 나타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연신이의 인간화 모습이었다.


한줄기 진한 분홍색 머리카락이 섞여 있는 짧은 백발.

하얀 피부.

단단한 상체.


거기까지 본 나는 재빨리 이불을 연신이에게 던졌다.


“미쳤어?”

“아, 왜!”

“어디 옷을 홀랑홀랑 벗고 다녀!”

“내가 일부러 그랬어?

새일 때 옷 입고 있으면 나중에 인간화할 때 죽어나거든?!

어차피 옷 다 찢어지거든?”

“그럼 내가 안 보는데서 하던가!”

“왜.

설레냐?”


낄낄 웃는 주둥아리를 확 틀어막고 싶다.

나는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했다.


“왜 대답이 없어?

진짠가 보네?”


슬금슬금 다가오는 연신이를 밀어내려다 움찔했다.

지금 밀어내면 맨살에 닿아야 하잖아.

망할.


소년의 모습이면 차라리 괜찮지만···.

지금 모습은 너무 자극이 강하다.


“가,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가면 어쩔건데?”

“으, 으으···.”


그새 연신이는 내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내가 덮어씌운 이불도 슬금슬금 밑으로 흘러내린다.

으아, 보이겠다!


“으아아악!”

“윽!”


결국 나는 연신이에게 발길질을 하고야 말았다.

아니, 더 다가오면 보일 것 같았단 말이다!


“미친 거 아니야?!

낭군님한테 발길질을 해?”

“누가 낭군님이야!

미쳤냐!”

“왜 아니야?

너 나랑 벌써···!”

“으아아아악!”


재빨리 연신이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망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읏.”


이때다 싶었는지 연신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타고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새빨간 혀가 하얀 손 위를 지나다니는 모습은 생각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간질간질한 감각에 시각 폭행까지.

망할.


손을 빼고 싶지만 놔주질 않았다.

오히려 손을 흔들면서 혀가 다른 손가락으로 옮겨갔다.

꽤 감각이 둔해진 손가락 대신 다른 손가락이 핥아지자,

다시 몸이 근질거렸다.


“그만···.”

“그럼 얼른 대답해.

내가 니 낭군님 맞지?”

“미쳤···, 힉.”


슬금슬금 손가락을 타고 흐르던 혀가 손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앞은···.


“마, 맞아!

니가 내 낭군 맞으니까 제발 좀 그만해!”


흠칫, 하고 붉은 입술이 멈췄다.

까만 눈동자가 생글생글 눈웃음 지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아쉽다는 듯 연신이의 입술이 내 손목에, 손가락에 쪼듯이 입맞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하, 정말···.”

“행복해?”

“···.”


나는 어이없다는 듯 연신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귀엽던 새대가리는 어디갔는지 능글맞은 아저씨 하나가 생글생글 미소짓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연신이가 귀여웠는데.


뭐, 됐나.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

무너질 것 같은 마음으로 마지막 남주인공 후보를 공략했다.

하지만 14번째 남주인공 후보조차 배드 엔딩이 떴다.


그 후로 마음은 완전히 망가져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폐인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런 내 곁을 지켜준 것이 연신이였다.


연신이는 끝없이 내게 속삭였다.


일어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생각해.

남주인공의 조건이라는 건 대체 뭐라고 생각해?


망가져 버린 나를 보고 연신이는 룰을 깼다.

내게 계속해서 힌트를 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힌트조차 주워 먹지 못할 상황이었다.


“이사를 생각해, 화아사!”


그 한 마디.

부서져 있던 내 마음을 붙이는 한 마디.

그게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이후로 뭐···.

어찌 어찌하다보니 곁을 계속 지켜주는 연신이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걸 느꼈는지, 연신이가 물었다.


“넌, 내가 좋아?”

“···.”

“난 네가 좋은데.”

“뭐?”

“화아사.

나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

너라면 수십 년 정도는 아무것도 못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중에 듣자 하니 연신이는 최후의 수단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꽁지깃 중 딱 하나 있는 분홍색 깃털을 사용하면 ‘소설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대신 그 꽁지깃이 다시 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 완성된 소설의 설정을 바꾼다는 위험을 감수하려 했다.

그 경우, 까딱 잘못하면 세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심지어 연신이가 바꾸려는 것은 클리어 조건이었다.

아마 틀림없이 그 세계는 붕괴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정도로 연신이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그게 중요해?

어쩌면 처음부터였을지도 몰라.

아니면 조금 전부터일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하나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게 고백으로 간주 되어, 나는 무사히 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왔지만···.


뭐, 보시다시피 나와 연신이의 관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행복하냐고.”


연신이가 허리에 손을 둘러왔다.

슬금슬금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배를 만지작거린다.


이 새대가리, 또 발동이 걸려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이렇게 되면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뭐···.

나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고.


“궁금해?”

“응.”

“그럼 말하게 만들어봐.”


연신이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추자 까만 눈동자가 곱게 휘었다.


“분부대로 하죠, 나의 아가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 wd*****
    작성일
    20.06.26 00:24
    No. 1

    처음 본편 읽을때부터 연신파였는데 외전에서 이어져서 너무 좋네요 ㅎㅎ 계속 재밌게읽었고 어느새 운명님 작품 모아 읽고있네요 항상 감사하고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운명님
    작성일
    20.06.26 00:27
    No. 2

    흑흑 이렇게 외전까지 읽어주시다니ㅜㅜ
    저야말로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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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여주인공 속성을 획득했습니다. 외전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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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if. 만약에 남주인공이···(9) 20.07.25 28 0 5쪽
8 if. 만약에 남주인공이···(8) 20.07.25 33 0 7쪽
7 if. 만약에 남주인공이···(7) 20.07.25 30 0 5쪽
6 if. 만약에 남주인공이···(6) 20.07.25 35 0 4쪽
5 if. 만약에 남주인공이···(5) 20.07.18 28 0 4쪽
4 if. 만약에 남주인공이…(4) 20.06.27 35 2 5쪽
3 if. 만약에 남주인공이...(3) 20.06.15 47 1 7쪽
2 if. 만약에 남주인공이...(2) +2 20.06.11 60 2 4쪽
» if. 만약에 남주인공이...(1) +2 20.06.07 17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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