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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요리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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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20.05.30 12:55
최근연재일 :
2020.05.30 23:5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79
추천수 :
7
글자수 :
8,746

작성
20.05.30 20:35
조회
73
추천
2
글자
7쪽

계란국

DUMMY

마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식사시간이 되자, 나는 요리 준비 중인 사람들 옆을 기웃거렸다.


“도련님, 앉아서 쉬시죠. 금방 식사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저도 요리는 잘하는 편입니다. 걱정 마십쇼!”


걱정 말기는 무슨 걱정을 말아! 요리사인 마크도 끔찍한 수준이다. 원래 요리사도 아닌 이 녀석들이 하는 요리는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안 된다.


“됐으니까 나한테 맡겨.”


나는 억지로라도 요리사 자리를 빼앗았다. 솔직히 요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꿀꿀이죽을 먹느니 차라리 힘든 게 낫다.


이번에 만들 요리는 계란국.


솔직히 계란이 많이 들어가서 하인들 먹이기엔 비싼데, 착한 일 한 번 하기로 했다. 평생 맛있는 거 한 번 못 먹고 죽으면 불쌍하잖아.

계란국도 간단한 요리다. 보통 멸치 육수를 넣는데, 나는 미리 만들어둔 닭 육수를 넣었다. 이 세계 사람들 입맛엔 이게 더 맞을 거다. 그 다음엔 그냥 달걀물 풀어서 끓는 물에 넣고, 소금에 양파랑 대파를 썰어서 넣으면 완성.


“오오, 아리아님!”

“이런 건 살면서 처음 봅니다! 이게 귀족의 요리인가요?”

“정말 영광입니다, 도련님!”


먹지도 않고 호들갑들이었다. 정말 내가 다 부끄럽다.

나는 하인들에게 계란국을 넉넉하게 퍼줬다.

솔직히 입에 맞을까 걱정이었는데.


“······!”

“······!”

“······!”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계란국을 후루룩 마시는 모습들을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진짜 맛있습니다, 도련님! 살면서 이런 건 처음 먹어봅니다!”

“이 계란 스프는 아리아님이 내려주신 레시피입니까?”

“계란 스프가 아니라 계란국이야.”


계란국으로 이런 반응인데, 내가 불고기를 해주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도련님, 계란국 한 그릇 더 먹어도 됩니까?”

“저도 한 그릇 더 부탁드립니다!”

“꼭 먹고 싶습니다!”


결국 준비한 계란국은 삽시간에 동이 나버렸다. 정말 싹싹 긁어먹었다. 이렇게 잘 먹어주니 해준 보람이 있네. 사실 요리사 일을 하는 게 걱정도 됐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이 길을 택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서 배불리 먹인 하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인들도 기분이 좋아져서 다들 내게 한 마디씩 건넸다.


“잘 먹었습니다, 도련님!”

“아리아님, 정말 잘 먹었습니다!”

“도련님 덕분에 황제라도 된 기분이었습니다.”


실없는 농담에 다들 웃었다.

흔들거리는 마차에 몸을 싣고 어떻게 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도적이다! 도적!”

“아아악! 도련님 도망치세요!”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원래 판타지에선 마차가 습격당하는 게 공식 룰이지만, 설마 내가 당할 줄이야.

나는 마차 안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괴물이라서 도적들을 맨손으로 찢고 7일 만에 암살술을 마스터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가 있다. 무슨 운전면허 따는 것도 아니고.


“아아악!”


내가 읽었던 소설을 생각하며 현실 도피를 하는 와중에도 상황은 점점 끔찍하게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차 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검을 찬 여자.

혹시 나를 구해주러 온 여자 용병인가, 하고 설렜는데.


“두목님! 안에는 어때요?”


시커먼 사내도 마차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참고로 시커멓다고 해서 흑인이란 뜻은 아니다.


“예쁘고 좋아.”


출가하자마자 노예로 팔릴 위기였다.

다행인 건 하인들이 다치긴 했어도 죽진 않았다는 거다. 이제부터 노예로 살아야 하기는 했지만.


“팔기 전에 구경이나 좀 하자.”


시커먼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을 주물렀다.


“······.”


이 자식, 남자인 걸 알고 주무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고 주무르는 거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자식, 가슴이 작아도 너무 작잖아!”

“······.”


남자가 가슴 작지, 그럼.


“어디, 어디 한 번 봐.”

“얼마나 작길래 그래?”

“나도 한 번 보자!”


구경 났냐! 흡사 잔치라도 열린 분위기다.


“나 남자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솔직히 어디 검투사로 팔릴까봐 무섭지만, 결국 들킬 일이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말하는 게 낫겠지.


“······뭐라고? 이렇게 예쁜데 남자라고!?”

“설마 남자였다니······.”


산적들이 기겁을 했다. 솔직히 나도 놀랄 거다. 여잔줄 알고 만졌는데 남자면.


“그럼 팔기 전에 한 번 해도 되겠네!”

“오늘은 운이 좋구만!”


나는 눈을 감고 체념했다. 설마 내가 당하겠어.


“이놈들! 감히 요리의 신을 모욕하려고 하느냐!”

“그분은 아리아님의 화신이시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진짜로 나를 요리의 신으로 생각하는 건지 어쨌는지 몰라도 배불리 먹인 덕을 봤다. 평소엔 요리의 신이란 별명이 부끄럽게만 느껴졌지만, 지금만큼은 정말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도적놈들이 감히 신을 건드리겠어?


“이 녀석이 요리의 신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산적이라고 우습게 보는 거냐?”


산적들이 코웃음 쳤다. 하지만 하인들도 지지 않았다.


“도련님은 황제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수도로 가는 중이었다고!”

“요리의 신이 아니면 수도까지 가겠어?”


그렇게 되자 산적들은 저마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녀석들 현대로 따지면 초졸이 아니라 유치원도 졸업 못한 상황이지.


“······그런가?”

“진짜로 요리의 신이면 어떡해?”

“진짜 요리의 신이면 왜 걸어 다니겠어?”

“걸어 다니진 않고 마차 탔잖아.”

“아니, 내 말은 왜 날아다니지 않느냔 이야기지.”

“날아다니면 날개가 피곤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들어도 속 터지는 대화였다. 애초에 신을 모르는데 신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긴 했다.

그때였다. 눈을 붙이고 자던 두목이 입을 열었다.


“요리의 신이면 직접 증명해봐. 요리로.”


그래도 두목이라고 부하들보단 머리가 좋았다.


“역시 두목님이십니다!”

“두목님 말씀대로 합시다!”


겨우 요리 한 번에 노예냐 아니냐가 걸린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걱정하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 세계에서 나는 정말로 요리의 신이니까.


“도련님, 도련님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그렇게 해서 내 자유를 건 요리 승부가 시작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하인들의 목숨까지 걸린 문제다.

이번 요리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식재는 귀족인 우리 집보다도 다양했다. 이것도 다 훔친 거겠지.

이 정도면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던 요리도 만들 수 있다.

나는 주어진 재료들을 보고 필승 레시피를 떠올렸다.


이번에 내가 만들 요리는 치킨.


양념 치킨이었다.


작가의말


근데 사실 저는 계란국 안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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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킨과 추억의 요리 20.05.30 74 1 7쪽
» 계란국 20.05.30 74 2 7쪽
1 요리의 신과 생선전 20.05.30 132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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