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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읽는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9.04.27 11:04
최근연재일 :
2019.04.27 12:3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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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
글자수 :
4,698

작성
19.04.27 12:30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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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요리의 신 1

DUMMY

웹소설 읽는 헌터로 각성한 그는 황급히 '환생좌'를 읽었다.

환생좌는 그가 알고 있는 주인공 중 가장 강력한 주인공이면서도 그가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였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분명 환생좌의 설정은 주인공의 특성 '일곱 개의 별'으로 사기 스킬 일곱 개를 모으면 가장 강하다는 설정인데 왠지 모르게 다른 애들하고 차이가 안 났지.'


웹소설이 흔히 그렇듯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설정이 막장이 된 것이다.

그는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일곱 개의 별'은 스킬 일곱 개만 배울 수 있는 특성.

자칫하다 스킬은 일곱 개로 고정됐는데, 성능이 나빠서 저주처럼 되면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환생좌'를 읽지 않고 '회귀도 13번이면 지랄맞다'를 읽기로 결심했다.

'회귀도 13번이면 지랄맞다'.

줄여서 '13지랄'은 주인공이 엄청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리디북스에 들어가 '13지랄'을 읽었다.


'탕


탕탕타타탙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탕타타타탕'


'13지랄'에서 주인공이 기관총을 연사하는 장면이었다.


'아니, 뭔데 이거. 작가 미친 거 아냐?'


하지만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생각해서 꾹 참고 읽기로 했다.


-회귀도 13번이면 지랄맞다 1권을 읽었습니다.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 정도 읽어줬으면 그냥 줘!"


그는 억울했다.


'이건 내가 아니더라도 인간적으로 이거에 몰입하는 건 불가능하잖아!'


따지고 보면 13지랄은 크게 인기작은 아니었다. 평범한 웹소설 독자들도 쉽게 몰입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웹소설 하위 1%의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그럼 우선 인기작을 읽을까 싶어 카카오페이지에서 '소설 속 엑스트라'를 보기 시작했다.


'아니, 주인공 뭔데. 왜 자기 보고 엑스트라라고 하면서 바로 다음화에 포인트로 설정 수정하는데? 그리고 왜 자기 보고 또 엑스트라라고 하는 건데? 무슨 치트키에 에디터 다 쓰고 엑스트라라고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어리숙한 순문학도는 주인공이 정말로 약한 엑스트라라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소설 속 엑스트라 1권을 읽었습니다.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류준열을 닮은 못생긴 주인공에게 다리를 못 벌려서 안달이 난 히로인들을 보니 도저히 몰입하려야 몰입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에게 몰입은커녕 작가를 향해 혐오감이 치솟을 뿐이었다.


'여자들이 하렘물을 보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자의 망상으로만 쓰여진 소설을 통해 역설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 순간이었다.

메마른 사막에서 꽃이 피어난 것이다.


'판타지가 아니라 현대물을 읽어야겠다.'


그는 그렇게 생각해서 현대물 히트작 재벌집 막내아들을 꺼내들었다.


-재벌집 막내아들 1권을 읽었습니다.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능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근데 읽고 보니 주인공은 특별히 능력이랄 게 없었다.


'하기야 얘는 그냥 총 맞았다가 눈 뜨니까 재벌로 환생한 놈이지.'


그냥 로또 맞은 거랑 똑같은 놈이었다.

그 다음에 그가 리디북스에서 읽은 건 요리의 신이었다.


-요리의 신 1권을 읽었습니다.

-능력 '요리 상태창'을 얻었습니다.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대박!"


그런대로 무난한 소설이어서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왜? 웹소설 쓴다는 거 드디어 성공했어?"


그의 여동생 하윤이 물었다.

몇 개월 전부터 웹소설을 쓰겠다고 말한 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며 백수로 지내고 있는 오빠를 한심스럽게 보고 있는 여동생이었다.


"아니. 그딴 건 이제 안 쓰기로 했어."


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여동생은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그럼 뭔데. 로또라도 맞았어?"


"로또보다 더 한 거야. 갑자기 웹소설 읽다가 헌터로 각성했어!"


"대박!"


하윤이 놀라서 토끼 눈을 떴다. 그녀는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상상을 했다.


"무슨 능력이야? 좋은 거야?"


"성장형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포텐셜만큼은 SSS급이야. 웹소설을 읽고 강해지는 능력."


"헐, 그럼 대박이네! 너 웹소설 쓰는 작가였잖아."


그렇긴 한데, 사실 자기가 쓴 건 주인공이 여동생 괴롭히는 소설밖에 없다는 사실은 말할 수 없었다.


"그게 문제야. 나 웹소설 별로 안 좋아하거든."


"뭐야 그건. 그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쓴다고 했어?"


"돈 때문이지 뭐."


"흐음. 안 좋아해도 그냥 읽으면 되잖아? 판타지 소설 읽는 게 힘든 것도 아니고."


"힘든 게 문제가 아니야. 몰입을 못하면 내가 능력을 못 얻어."


"그럼 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일단 요리의 신 읽어서 요리는 할 수 있는데."


"그럼 요리의 신의 요리를 먹어볼 수 있는 거야?"


하윤이 기대하는 눈치로 말했다.


"그 정돈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 해볼게."


그는 주방에 가서 재료들을 주섬주섬 찾았다.


"기대되는데?"


그런데 재료랄 것도 딱히 없었다.

결국 그가 손에 든 것은 신라면 두 봉지와 대파 그리고 계란이었다.

하지만 그는 요리가 라면이라고 해서 허투로 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라면을 끓이는 것뿐이지만, 요리의 신을 통해 얻은 '요리 상태창'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끓이는 라면들과는 차원이 다른 라면을 끓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는 우선 물의 양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했다.

라면 하나를 끓일 때 권장하는 물의 양은 550cc.

그리고 라면 두 개를 끓일 때 권장하는 물의 양은 880cc였다.

그 물의 양은 라면을 연구하는 석학들이 최적의 양을 발견해낸 것이고, 문외한이 섣부르게 고쳐서 쓴다고 해서 좋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문외한이 아니라, 요리의 신이었다.


'880cc는 아니야.'


그는 상태창의 효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880cc라는 것은 결국 어림잡아서 낸 수치다. 그렇지 않으면 딱 10 단위로 끊어질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물의 양이 880이든 875이든 885이든 일반인들은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니까.

하지만 서준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는 고작 물 1cc의 차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미각, 절대미각을 지닌 괴물이었다.


'879? 878? 877? 876? 아니, 그것도 아니다.'


그는 계속해서 고심했지만 도저히 최적의 물의 양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위가 그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높은 단계로 가야함을 깨달은 그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의 집중력은 한없이 고조되었고.

그는 인류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못한 소수점의 영역(Zone)에 도달했다.


'물의 양은··· 878.359!'


순간.

그는 감았던 눈을 반개하며 물을 잠갔다.

냄비에 받아진 물의 양은 정확히 878.359.

누군가 보았다면 생활의 달인에 제보할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도 깨닫지 못할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물 받기 달인으로만 방송에 출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그가 만들 라면은 삼라만상을 통틀어도 그보다 더 맛있는 라면이 없는 세계 최고의 라면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프냐 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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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성한 순문학도 +1 19.04.27 456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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