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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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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322
추천수 :
124
글자수 :
456,600

작성
24.02.24 20:00
조회
80
추천
4
글자
11쪽

[1장: 작전] 카스텔 (1)

DUMMY

<임지훈>


임지훈은 떠나가는 헬리콥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강민엽은 저 헬기에 타지 않고 아파트에 남았다.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강민엽 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임지훈은 더 이상 의문을 이어가지 않는다. 따로 불만을 제기하지도 않는다. 강민엽이 내린 결정이라면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 이유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거나 애초에 아무 이유가 없었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강민엽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믿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짝 짜증은 난다. 이유는 조금 복잡했다. 황우중 호송 임무는 사실상 성공한 거나 다름없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지대까지 인도하지는 못했다는 찝찝함,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엔 한시라도 빨리 본부로 복귀해 다른 주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 애매하긴 하지만 상부의 명령을 어긴 것으로 추후에 문제 삼아질 수도 있다는 사실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짜증을 유발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었다.


임지훈은 송예슬을 흘긋 바라본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린다. 저 여자다. 강민엽은 저 여자와 단 둘이 나갔다 온 후부터 무언가 달라졌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저 여자가 강민엽을 바꿔놓았다. 강민엽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을 내리는 건 상관없다. 근데 그 선택이 저 여자 때문에 내리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임지훈을 짜증 나게 만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임지훈은 무언가 이상을 감지한다. 그것은 어떤 소리였다. 멀어져 가는 헬기의 굉음 사이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소리를 포착해 낸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 소음의 정체를 확인해 보기 위해 소리가 들린 난간 쪽을 향해 다가간다. 고개를 뻗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곳에는 아주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대위님!”

임지훈은 즉시 강민엽을 부른다. 강민엽은 다가와 임지훈이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본다. 순간 그의 표정이 굳는다.

“14층으로, 다 14층으로 내려보내.”

강민엽은 명령을 내리고는 중앙 계단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임지훈은 그런 강민엽을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생각을 고쳐먹는다. 강민엽은 바뀌지 않았다. 그 여자와 무슨 일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강민엽은 그대로다. 여전히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과감히 행동에 나선다. 임지훈은 계속 감탄에 빠져있고 싶었지만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주민들을 인솔할 준비를 시작한다.

“이동하겠습니다. 자 따라오세요.”






















<송예슬>


떠나가는 헬리콥터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송예슬은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을 포착하고는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군인들이 모여서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강민엽은 홀로 중앙계단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임지훈은 주민들을 줄 세워 인솔하기 시작했다.

“14층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줄 맞춰서 천천히 이동하세요.”


송예슬은 문득 의문을 느낀다. 그들이 난간 아래로 대체 무엇을 봤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옥상 구석 한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슬쩍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순간 그녀는 공포에 빠진다.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염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밟으며 거대한 탑을 만들어 아파트 외벽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매우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아마 헬기의 굉음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소음에 민감한 감염자들이 헬기의 굉음을 듣고는 사방에서 몰려든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감염자들이 인간 탑을 만들어 건물 외벽을 오를 거라는 것까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사전에 아파트의 모든 입구를 차단했지만 이런 식으로 외벽을 타고 올라오게 된다면 사방이 훤히 뚫린 복도식 아파트 특성상 쉽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감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올라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벌써 바로 앞까지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송예슬은 다급하게 임지훈에게 달려간다.

“저, 저기 지금 내려가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소리 내지 말고 줄 맞춰서 질서 정연하게 내려가십쇼.”

임지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을 인솔한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옥상 문 잠그고 여기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내려가라면 내려가십쇼.”

임지훈은 단호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모두를 14층으로 인솔한다. 송예슬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인솔을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게 14층에 도착한다. 그곳엔 이미 먼저 내려온 주민들이 복도를 따라 옹기종기 서있었다. 분위기는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간혹 비명도 들린다. 하나둘씩 지금 상황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내 14층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송예슬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도 깊은 공포의 심연 속으로 빠져버린다. 아파트에 남는다는 것이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큰 사고가 이렇게 빨리 일어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파트 외벽을 오르는 거대한 감염자 무리 상대로 송예슬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압도적인 절망이다. 온몸이 떨린다.


그 순간이다. 방화문이 벌컥하고 열린다. 송예슬은 깜짝 놀라 돌아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강민엽이었다. 그는 홀로 아래층을 정찰하고 올라온 것이다.

“괜찮아요?”

강민엽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마치 송예슬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송예슬은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괜찮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안전해요. 걱정 마요.”

강민엽은 송예슬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내 부하들을 이끌고는 어디론가 향한다. 송예슬은 그런 강민엽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어느덧 떨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여유로운 강민엽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안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자 송예슬은 뒤늦게 깨닫는다. 강민엽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모두를 14층으로 내려보낸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겁에 질려 가만히 있었다면 그대로 옥상에 갇히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없는 옥상에서는 1~2주는커녕 단 3일도 버티기 힘들다. 그렇기에 강민엽은 단 한 층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른 판단을 내렸던 것이었다.





























<강민엽>


“진짜 나가시게요?”

송예슬이 물었다.

“네.”

강민엽은 자리에 앉아 조립식 철제 행거의 끝자락에 식칼을 테이프로 단단히 붙이고 있다. 강민엽은 내부에 침입한 감염자들을 처리할 생각이다. 사태는 심각했지만 그래도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감염자들은 헬기의 굉음을 쫓아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미 내부로 들어온 감염자들만 제거하면 다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총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헬기의 굉음이 이런 어마무시한 사태를 유발했는데 큰 소리를 내는 총을 썼다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총을 사용하지 않고 감염자들을 처리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민엽은 전투에 사용할만한 물건들을 찾아내기 위해 빈 집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물건 중 하나가 철제 행거와 식칼을 합친 수제 창이다.


“그래도 여기서 어떻게든 1~2주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네. 그럴걸요.”

“그러면 왜요?”

“말했잖아요. 1~2주 안에 안 끝날 거라고.”

“그러면 그때 해도 되지 않아요?”

“안 돼요. 늦어요.”

강민엽은 답했다. 물론 당장 다음 날에 기적적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아니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사태가 장기화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상 하루라도 빨리 아래층을 탈환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때다. 현관문 밖에서 임지훈이 신호한다.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뜻이다. 강민엽은 작업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완성한 창들을 들고는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송예슬은 그런 강민엽을 졸졸 따라온다.

“그럼 저도 할게요.”

“괜찮습니다.”

“저도 싸울 수 있어요.”

송예슬의 말에 강민엽은 멈춰 선다. 그리곤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알아요. 근데 여기 남아서 주민들 지킬 사람도 있어야죠.”


강민엽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는 박준과 임지훈이 매우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철제 책상을 맞들고 있었다. 송예슬은 그 모습을 보고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저 책상이 대체 어디에 필요한 건지 궁금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강민엽 일행은 장비들을 들고 복도를 가로질러 간다. 주민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수군대기 시작한다. 강민엽은 방화문 앞에 도착해 장비를 내려놓고는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다. 그때 뒤따라온 송예슬이 입을 연다.

“.. 저기.”

이에 강민엽은 멈칫하고 송예슬을 돌아본다.

“.. 분명 다음 헬기는 없을 거라 하셨잖아요.”

“네.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그럼 왜 안 타신 거예요? 헬기..”

강민엽은 잠깐 아무 말 없이 송예슬을 바라보다 이내 미소 지으며 나지막하게 답한다.

“구하기로 했잖아요, 주민.”


강민엽은 송예슬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는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문고리를 돌려 방화문을 연다. 조심스럽게 밖을 살펴본다. 안전하다. 강민엽은 책상을 들고 있는 임지훈과 박준을 먼저 방화문 밖으로 내보낸다.

“돌아오기 전까지 절대 열지 마요.”

“.. 네.”

강민엽도 밖으로 나간다. 그대로 방화문을 닫으려고 한다. 그때 송예슬이 그를 다급하게 부른다.

“저, 저기요.”

이에 강민엽은 다시 멈칫한다.

“제발 조심하세요.”

송예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강민엽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네. 그럼.”

그렇게 강민엽은 송예슬을 뒤로하고 방화문을 닫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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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장: 작전] 헬리콥터 (3) 24.02.23 9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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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장: 작전] 헬리콥터 (1) 24.02.22 105 4 13쪽
5 [1장: 작전] 특수부대 (4) 24.02.22 112 4 16쪽
4 [1장: 작전] 특수부대 (3) 24.02.21 147 4 11쪽
3 [1장: 작전] 특수부대 (2) 24.02.21 145 4 10쪽
2 [1장: 작전] 특수부대 (1) 24.02.20 213 4 11쪽
1 [프롤로그] 유민준 24.02.20 36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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