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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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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802
추천수 :
124
글자수 :
456,600

작성
24.02.27 20:00
조회
77
추천
3
글자
9쪽

[2장: 생존] 감옥 (1)

DUMMY

<송예슬>


송예슬은 옥상에 강아지들을 데려와 산책을 시키고 있다. 저 멀리에서는 이시온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옥상에는 그녀와 이시온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사실 애초에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당연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집을 나선다는 건 섣불리 내리기 어려운 결정 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와봤자 할 것도 딱히 없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집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예슬은 밖으로 나왔다. 강아지들을 산책시켜줘야 한다는 대의가 있긴 했지만 그것도 사실 핑계였다. 그녀는 조금 간절했다. 집 안에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할 정도로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의 그녀가 이미 이틀이나 넘게 꼼짝 않고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하루하루가 더 길게 느껴졌었다. 아이와 동물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그녀는 얻어낸 자유를 마음껏 만끽한다.


“잘 지냈어요?”

갑작스레 들린 인사소리에 송예슬은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 서있는 것은 유민준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줘보세요.”

유민준은 가까이 다가와 송예슬로부터 목줄을 받아간다. 그러더니 송예슬의 손을 잡고는 줄을 능숙하게 감아쥐어준다.

“리드줄은 이렇게 잡는 거예요.”

“아, 네.”

유민준은 쭈그려 앉아 강아지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하네스가 잘못 채워져 있었는지 위치를 교정한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열심히 착용시켰던 건데 무언가 잘못됐던 모양이다.


“이제 됐네요.”

“아, 감사합니다. 강아지 키우시나 봐요? 되게 능숙하시네요.”

“네, 어렸을 때 키웠었어요. 이게 그 빈 집에 있던 아이들인 건가요?”

“아 네. 맞아요.”

“조금 의외네요.”

“네? 뭐가요?”

그 순간이었다. 강아지들이 서로 엉겨 붙어서 줄이 당겨진다. 송예슬은 강아지들을 달래며 엉킨 줄을 풀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때 유민준이 다가와 강아지들을 진정시키고는 이내 엉킨 줄을 손쉽게 풀어낸다.


“감사합니다.”

“원래 산책은 한 번에 한 마리씩 해주는 게 좋아요. 애들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요.”

“아 그래요?”

“네. 혹시 다해서 몇 마리예요?”

“강아지만 여덟 마리예요.”

“그러면 혼자서는 무리겠네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정말요? 그럼 감사하죠.”

능숙하게 개를 다루는 유민준을 보고는 송예슬은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녀가 인터넷 영상을 보고 따라 하며 하루종일 애썼으나 실패했던 그것이 말이다.

“저 혹시 배변 훈련도 할 줄 아세요?”
























<허진우>


“밥은 잘 나와?”

허진우는 TV를 틀어놓고 아내와 통화하고 있다.


그는 아라그린 아파트 109동 1206호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사태 발생 날, 대기업 엔지니어인 그가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었음에도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순전한 우연 덕분이었다. 임산부인 아내가 그날 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곁에서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오전 반차를 사용했는데 그 덕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응. 생각보다 잘 나와. 맛있어.]”

아내는 임산부였기에 헬기의 좌석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헬기를 타고 떠난 주민들은 현재 임시로 지정된 숙소에서 잠시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네.”

“[자기는 밥 먹었어?]”

“응 먹었지.”

“[뭐 먹었어?]”

“반찬이랑 남은 거랑 이것저것 해서 먹었어.”

허진우는 군인들이 일러준 대로 최대한 먼저 상하는 음식 순서대로 소비하고 있다.


“[잘 챙겨 먹어.]”

“응 잘 챙겨 먹지. 아무튼 그보다 그 담당자한테 예정일 다시 한번 말해서 꼭 조치해 달라고 해.”

“[응 알았어.]”

“한 번 말하면 안들을 수 있으니까 여러 명한테 계속 말해야 돼.”

“[응 그렇게 할게.]”

“어. 혹시 예정일보다 빠를 수도 있으니까..”

허진우는 순간 TV에 시선을 빼앗겨 말을 잇지 못한다.


“(..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해서 감염병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자택에서 나오지 말고 자가격리하여...)’

TV에서는 서울이 봉쇄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허진 우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군인들이 했던 얘기가 진짜였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조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서울이 봉쇄된다는 얘기는 너무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허진우는 마음 한 편으로는 크게 안도한다.

“[여보세요?]”

“어, 어.”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거 아니야. 아무튼 담당자한테 확실하게 말하고 컨디션 잘 체크해. 푹 쉬고.”


이전에 허진우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다. 헬리콥터에 아내만 탑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어쩌면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것보단 안전한 집에서 함께 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허진우는 고민 끝에 아내를 헬기에 태웠다. 그리고 그 선택을 내렸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천만다행이다.

“[알았어. 사랑해.]”

“응 나도.”



















<임지훈>


1410호.

임지훈은 잠에서 깬다. 일어나자마자 손목시계를 본다. 시간은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복을 입고는 집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저 멀리 복도 끝에 있는 강민엽을 발견한다. 그는 난간에 양팔을 올리고는 커다란 달이 떠올라 있는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임지훈은 그런 그에게 다가간다.

“무슨 생각하십니까?”

“그냥.”

강민엽은 무심히 답했다. 그때 임지훈은 문득 지금 강민엽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것은 사탕일 게 틀림없었다. 강민엽은 항상 사탕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원래 임지훈은 이 사실을 오랜 기간 동안 눈치채지 못했었다. 이강혁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는 믿지 못했다.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하는 완벽한 모습의 강민엽이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할 만한 사탕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이강혁의 설명을 듣고는 납득하게 되었다. 높은 당을 포함하고 있는 사탕은 순식간에 체내에 흡수되어 높은 각성 효과를 준다고 한다. 따라서 고강도 체력 활동을 할 때엔 사탕을 입에 물고 있으면 기력이 바로 충전된다는 것이다.


임지훈은 감탄했다. 강민엽은 높은 수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탕까지 구비해 놓는 프로페셔널 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임지훈은 포도당 사탕을 구해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지금도 주머니에 한 개 있다. 그러나 작전 중에 사탕을 먹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사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게 일상이었고 또 사탕을 입에 넣으면 텁텁하고 거슬려서 집중이 흐트러지기까지 했다. 기력을 충전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임지훈은 포기하지 않고 연습할 생각이다. 언젠간 강민엽처럼 되기 위해서 말이다.


“지훈아.”

“예?”

“미안하다.”

강민엽은 나지막이 말했다. 아무래도 아파트에 남게 된 것 때문에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임지훈은 사과 따윈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그가 원해서 따라 남은 것이다.

“안 깨워주신 거 말입니까?”

임지훈은 능청스럽게 답했다. 군인들은 지금 교대근무제를 편성해서 아파트를 순찰하고 있다. 그리고 오전 4시가 야간 불침번 교대 시간이었다. 하지만 강민엽은 교대자 임지훈을 깨우지 않고 계속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쉬십쇼. 이제부터 제가 대신 사색에 잠겨 있겠습니다.”

강민엽이 미소 짓는다.

“그래.”

강민엽은 임지훈의 어깨를 탁 치고는 집으로 향한다. 임지훈은 그가 들어가는 걸 지켜본 뒤 난간에 양팔을 걸치고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전히 무수히 많은 감염자들이 바닥을 덮고 있었다. 임지훈은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아라그린 108동이 있었다. 새벽임에도 많은 집들의 불이 켜져 있다.


‘저기도 사람이 많네..’

임지훈은 한숨을 쉰다. 저들은 집 안에 갇혀서 오로지 그들이 갖고 있는 물자만으로 버텨야 한다. 그리고 분명 그 물자들은 겨울까지 버티기엔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따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타깝지만 저들에겐 저들뿐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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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장: 생존] 105호 (4) 24.03.01 67 1 9쪽
21 [2장: 생존] 105호 (3) 24.03.01 67 1 11쪽
20 [2장: 생존] 105호 (2) 24.02.29 80 1 14쪽
19 [2장: 생존] 105호 (1) 24.02.29 70 3 12쪽
18 [2장: 생존] 감옥 (3) 24.02.28 70 3 10쪽
17 [2장: 생존] 감옥 (2) 24.02.28 69 3 11쪽
» [2장: 생존] 감옥 (1) 24.02.27 78 3 9쪽
15 [1장: 작전] 요새 (3) 24.02.27 77 3 15쪽
14 [1장: 작전] 요새 (2) 24.02.26 74 3 13쪽
13 [1장: 작전] 요새 (1) 24.02.26 81 3 10쪽
12 [1장: 작전] 카스텔 (3) 24.02.25 81 3 15쪽
11 [1장: 작전] 카스텔 (2) 24.02.25 93 3 12쪽
10 [1장: 작전] 카스텔 (1) 24.02.24 90 4 11쪽
9 [1장: 작전] 헬리콥터 (4) 24.02.24 102 4 14쪽
8 [1장: 작전] 헬리콥터 (3) 24.02.23 99 4 11쪽
7 [1장: 작전] 헬리콥터 (2) +2 24.02.23 115 3 13쪽
6 [1장: 작전] 헬리콥터 (1) 24.02.22 113 4 13쪽
5 [1장: 작전] 특수부대 (4) 24.02.22 121 4 16쪽
4 [1장: 작전] 특수부대 (3) 24.02.21 158 4 11쪽
3 [1장: 작전] 특수부대 (2) 24.02.21 158 4 10쪽
2 [1장: 작전] 특수부대 (1) 24.02.20 225 4 11쪽
1 [프롤로그] 유민준 24.02.20 379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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