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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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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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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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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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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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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장: 작전] 헬리콥터 (2)

DUMMY

<강민엽>


“강민엽입니다.”

강민엽이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충성. 황민섭 대위입니다. KUH-1 파견 허가되었습니다. 목적지 아라그린 아파트 109동 옥상, 예상 도착 시간 1300입니다.]”

아까 전에 요청했던 공중 지원이 드디어 허가되었다. 강민엽은 통화를 종료한다.

“수리온, 옥상, 1257에 이동한다.”


그때 송예슬이 임지훈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에요?”

“헬기입니다. 필요한 짐만 챙겨 놓으세요. 10인승이니까 그쪽도 타실 수 있을 거예요.”

“아, 네.”


강민엽은 다시 한번 시간을 본다. 헬기 도착까지 앞으로 한 시간이 넘게 남았다. 목적지인 옥상으로는 너무 이르게 올라가도 안되고 너무 늦게 올라가도 안된다. 이르게 올라가면 감염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늦게 올라가면 헬기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라갈 때는 반드시 중앙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여러 변수가 있기에 안된다. 그러면 8개의 층을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한 개의 층을 오르는데 넉넉하게 10초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총 1분 30초 정도가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여러 가지 변동 사항들을 고려하면 도착 예정시간 3분 전에 출발하는 것이 적당하다.


사실 송예슬과 황우중은 훈련받은 군인이 아니기에 8개 층의 계단을 오르는 데엔 1분 30초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강민엽은 다르다. 언제나 주변의 모든 것들을 상세히 관찰하는 습관을 가진 그는 이미 송예슬과 황우중에 대한 분석도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황우중에겐 양복 밑으로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대흉근과 광배근 그리고 대퇴사두근이 눈에 띈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몸을 가질 수 없다. 송예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어깨와 척추는 곧게 펴져있었으며 몸매는 날씬하면서도 균형이 잡혀있었다. 거기다가 신발장에는 다수의 운동화와 러닝화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해진 상태였고 무엇보다 그녀의 집에는 치닝디핑 머신과 폼롤러, 요가매트 등 각종 운동 관련 물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강민엽은 이들 때문에 계단을 오르는데 시간이 지체될 일은 없을 것이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저기 혹시..”

그때 다시 송예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임지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 아까 자리가 남는다고 하셨는데..”

“예.”

“.. 그럼 혹시 한 사람 더 태울 수 있을까요?”

“누구 말씀이시죠?”

“예? 아, 저 할머니가 계시거든요.”

“어디 계시죠?”

“아 네 바로 몇 층 아래예요.”

임지훈은 잠시 침묵한다.

“안됩니다.”

“예? 아 그게 진짜 바로 아래에 계시거든요? 제가 금방 모셔올게요.”

“죄송하지만 안됩니다.”

임지훈은 재차 단호히 거절했다. 강민엽은 임지훈의 대응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들은 여기에 중요한 작전을 수행하러 왔으며 그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작전과 무관하고 자칫 작전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행동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 헬기는 민간인들을 태우기 위해 오고 있는 게 아니다. 오직 1순위 주요 인물인 황우중을 구출하기 위해 오고 있다. 그렇기에 사실 원칙적으로는 송예슬 조차도 태울 수 없다. 그저 도의적인 이유로 비공식적인 탑승을 허가해 준 것뿐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까 사태가 해결되는데 1~2주는 걸릴 거라고 하셨는데 할머니 혼자서는 그렇게까지 버티시기 힘드실 것 같거든요. 진짜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 태워주시기만 하면 돼요.”

“죄송한데 안된..”

“몇 호죠?”

강민엽이 임지훈의 말을 끊고는 물었다.

“네? 아 그.. 잠시만요? 그.. 복도 나오자마자 바로 옆이니까.. 406호, 네 406호예요. 문 앞에 십자가 있어서 바로 알 수 있거든요?”

“몇 호인 지를 몰라요?”

강민엽은 미소 짓는다.

“아뇨, 아뇨. 406호 맞아요. 확실해요. 죄송해요. 잠깐 헷갈렸어요.”

“그럼 일단 전화 먼저 해보죠. 집에 없을 수도 있으니.”

사실 강민엽은 알고 있다. 그녀가 전화번호를 모를 거라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몇 호에 사는지도 잘 모르는데 전화번호를 알리가 없다. 송예슬은 머뭇거리다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예? 아 그게.. 전화번호는 몰라요..”

“아는 사람은 맞아요?”

“아 네 저번에.. 그.. 장바구니 한 번 옮겨드렸었어요.. 아니, 저.. 그러지 말고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

송예슬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강민엽은 그런 그녀를 한참 말없이 빤히 쳐다본다. 그녀는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겠다고 이렇게까지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그것도 집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그리고 집에 있어도 과연 헬기를 타겠다고 집 밖을 나설지도 의문이 가는 상황에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애초에 그녀는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대피시켰다.


사실 강민엽은 송예슬이 경찰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각종 경찰행정 서적들과 안 방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 사이에 있는 오래된 경찰대학 점퍼 그리고 무엇보다 거실 한쪽에 소중히 놓여있는 액자들 중에는 경찰대학 졸업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녀가 경찰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찰이라고 해도 그런 행동들은 쉽게 할 수 없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민엽은 그런 그녀에게 흥미가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강민엽은 말없이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서 406호에 다녀올 생각이다. 그러나 송예슬이 그런 강민엽의 의도를 깨달았다는 듯이 따라붙는다.

“잠.. 잠깐만요! 제가 갈게요.”

“있으세요.”

강민엽은 단호히 답했다. 밖은 위험하다. 그녀를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그러면 저도 같이 가요.”

강민엽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밖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같이 가요. 처음 보는 사람만 있으면 문 안 열어주실 수도 있잖아요.”

강민엽은 멈춰 선다. 그리곤 돌아서서 송예슬을 쳐다본다. 꽤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처음 보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총을 멘 상태로 초인종을 눌렀을 때 쉽사리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는 더욱 말이다.

“대신 조용히 따라와요.”

“네 알았어요.”























<강민엽>


“여기 맞아요. 406호.”

송예슬이 십자가가 걸린 현관문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강민엽은 초인종을 누른다. 초인종은 누를 때마다 집 내부에서 벨소리가 한 번씩 띵하고 울리는 단순한 구조였다. 오래된 아파트에 걸맞은 구식 초인종인 것이었다. 덕분에 외부에서는 벨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감염자의 이목이 끌릴 걱정이 없었다.


이내 문이 열리고는 할머니가 나온다.

“아유 누구시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송예슬이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젊은 처자가 웬일이요.”

“할머니 저희 가야 돼요.”

“아이구 어딜 가요?”

“헬리콥터 타야 돼요.”

“헬리콥타?”

“네 저희 구조하러 온 거예요.”

“어이구 테레비에서 나가지 말랬는데.”

“여기는 위험해서 가야 돼요. 구조 헬기예요. 할머니. 여기 군인 분이 저희 구조하러 오신 거예요.”

송예슬은 강민엽을 손짓하며 말했다.

“아이 그랴요?”

“네 진짜로 가야 돼요, 할머니. 가요, 저희.”

“아이구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할머니는 그대로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짐을 챙기러 들어간 것일 테 였다.


“다행이네요.”

송예슬이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강민엽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준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다. 4층까지 내려오는 동안 감염자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할머니는 걱정과 달리 쉽게 설득되었다. 이제 할머니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그때 송예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 혹시.. 아까 헬기가 10인승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강민엽은 질문을 듣고도 아무 말 않고 그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다음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 같은 분들이 더 계실 수도 있잖아요. 저희는 지금 할머니까지 6명이니까, 혹시 4명 더 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요?”

“네. 그.. 혼자서 버티긴 어려우실 분들이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찾죠.”

“네? 아.. 제가 한 번 집집마다 돌아다녀볼게요.”

“안됩니다. 위험해요.”

“.. 최대한 조심해 봐야죠.”

고집이 세다.


“좋아요. 그렇게 집집마다 돌아다녀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무사히 데려오는 게 가능하다고 칩시다. 근데 이 아파트는 꽤 커요. 할머니 같은 분들은 생각보다 많을 거란 뜻이죠. 그런 사람들을 다 데려오면 헬기 자리가 모자라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땐 어쩔 거죠? 자리를 양보하기라도 할 겁니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 네.”

“뭐라구요?”

“양보할게요.”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강민엽은 어쩌면 그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기에 말을 쉽게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라면 별말 않고 여기서 논쟁을 중단시켰겠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연다.

“지금 젊고 건강한 나라면 1~2주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다, 이런 생각하고 있죠?”

“네?”

“황우중 교수가 말한 대로 흘러갈 일은 없을 겁니다. 정부는 절대 그런 선택을 내리지 않을 거예요.”

군대를 투입해 감염자들을 쓸어버려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황우중 교수의 계획은 매우 극단적이면서도 동시에 낙관적이다. 감염자는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곤하지만 사실 표면상으로는 그저 전염병에 걸린 시민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런 시민들을 학살한다는 선택을 내릴 리가 만무하다.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불리한 선택이다. 잘못했다간 역사에 길이 남을 수도 있다. 정부는 그런 큰 리스크를 쉽게 무릅쓰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한 달, 1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오고 있는 헬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심이세요?”

순간 그녀는 공포에 질린듯한 표정을 짓는다. 당연하다. 이런 얘기를 듣고도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망설임 없이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흔하지 않다. 더구나 이런 얘기를 듣고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이내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

“.. 그러면 더 남아야죠..”

“제 말이 거짓말 같습니까?”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는 알잖아요. 저는 이게 무슨 일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어느 정도 알잖아요. 그러니까 분명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집 안에 갇혀만 있을 거예요.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말이에요. 그런데 그냥 못 본척하고 떠날 수는 없어요.”


강민엽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녀는 처음부터 헬기를 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도 그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 강민엽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강민엽에겐 항상 가슴속에 지니고 다니는 오래된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다. 과거에 그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호해야 했던 존재를 지켜내는데 실패했었다. 그리고 그 과오를 오랜 기간 자책해 오며 살아왔다. 그런데 강민엽은 오늘 송예슬을 처음 봤을 때 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송예슬은 그 사람과 닮았다. 외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까지 말이다.


원래 강민엽이라면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그가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러지 못한다. 가슴속의 그 아픈 기억이 그리고 눈앞에 있는 송예슬이란 존재가 그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내리지 못하도록 틀어막는다. 그렇게 강민엽은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나지막이 말한다.

“14명.”

“네?”

“정원 10명은 완전군장 군인 기준입니다. 민간인은 14명까지 태울 수 있을 겁니다.”

“예? 그럼..”

강민엽은 고개를 들고는 다시 그녀를 바라본다.

“네. 구해보죠, 사람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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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생존] 105호 (2) 24.02.29 75 1 14쪽
19 [2장: 생존] 105호 (1) 24.02.29 65 3 12쪽
18 [2장: 생존] 감옥 (3) 24.02.28 65 3 10쪽
17 [2장: 생존] 감옥 (2) 24.02.28 64 3 11쪽
16 [2장: 생존] 감옥 (1) 24.02.27 72 3 9쪽
15 [1장: 작전] 요새 (3) 24.02.27 73 3 15쪽
14 [1장: 작전] 요새 (2) 24.02.26 70 3 13쪽
13 [1장: 작전] 요새 (1) 24.02.26 75 3 10쪽
12 [1장: 작전] 카스텔 (3) 24.02.25 76 3 15쪽
11 [1장: 작전] 카스텔 (2) 24.02.25 88 3 12쪽
10 [1장: 작전] 카스텔 (1) 24.02.24 86 4 11쪽
9 [1장: 작전] 헬리콥터 (4) 24.02.24 98 4 14쪽
8 [1장: 작전] 헬리콥터 (3) 24.02.23 94 4 11쪽
» [1장: 작전] 헬리콥터 (2) +2 24.02.23 111 3 13쪽
6 [1장: 작전] 헬리콥터 (1) 24.02.22 109 4 13쪽
5 [1장: 작전] 특수부대 (4) 24.02.22 116 4 16쪽
4 [1장: 작전] 특수부대 (3) 24.02.21 151 4 11쪽
3 [1장: 작전] 특수부대 (2) 24.02.21 149 4 10쪽
2 [1장: 작전] 특수부대 (1) 24.02.20 219 4 11쪽
1 [프롤로그] 유민준 24.02.20 371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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