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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 깨부수고 탑등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무선악
작품등록일 :
2020.05.15 20:12
최근연재일 :
2020.06.02 19:0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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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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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원숭이 사원 (2)

DUMMY

<7화. 원숭이 사원 (2) >


무덤 지킴이가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묵직한 할버드를 공중에서 돌리면서 내리찍었다.

정면 승부 해줄 필요는 없다.

절묘한 타이밍에 옆으로 피했다.

바닥을 내리칠 거 같던 할버드가 꺾어서 쫓아왔다.

힘으로 무식하게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근력도 좋고 몸놀림도 빠르다.'


오래 끌수록 불리하다.

검으로 할버드를 막았다.

마력으로 몸을 강화했는데도 역부족이다.

튕겨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옆으로 쳐냈다.


쾅!


무덤 지킴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할버드를 바라봤다.

힘이 약한 거 같아서 인간을 통째로 날려버리려고 했다.

할버드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있는데 인간이 검을 움직이자 갑자기 힘의 흐름이 바뀌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할버드는 땅에 처박혀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었다.


'잘 먹히는군.'


성지욱이 속으로 웃었다.

무덤 지킴이는 할버드를 계속 휘둘렀다.

성지욱은 그때마다 받아주는 척하면서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힘만 무식하게 센 원숭이 문지기였다면 통하지 않을 수법이다.

무덤 지킴이는 지금껏 수많은 침입자들을 격퇴했다.

수십 대 일도 겪어봤고 뛰어난 소수를 상대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인간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무술 솜씨로 찍어 눌렀다.

결정적으로 6층의 인간들이 갖고 있는 수준의 공격 스킬로는 무덤 지킴이의 방어력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인간은 그런 무덤 지킴이를 압도하고 있다.

불리한 신체 스펙까지 뛰어넘고서.

무덤 지킴이는 깨달았다.

이 인간은 봐줄 필요가 없다고.


"인간. 너는 자격을 증명했다."


원숭이라고 믿기 힘든 또렷한 발음.

원래라면 1단계, 2단계 차근차근히 힘을 높이면서 상대해야 한다.

그게 관속에 잠들어있는 자신의 주인이 정한 규칙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무덤 지킴이가 봐주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상대라면 모든 규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

눈앞의 인간은 그 자격을 증명했다.

할버드의 날이 붉게 빛났다.

인챈트 스킬. 버닝 웨폰.


"뜨거우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할버드가 허공을 갈랐다.

바람이 스치고 간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보니 가죽 갑옷이 녹아내렸다.

그냥 스치기만 했는데도 이 정도다.

만약 정통으로 맞았다면 가죽갑옷은 제 기능도 못하고 내장이 녹아내렸을 거다.


'불 속성 공격인가.'


할버드에 깃든 불꽃이 거세졌다.

붉게 빛나기만 하던 아까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많은 등반자들을 불태운 버닝 할버드가 성지욱을 향해 매섭게 타올랐다.

검을 부딪쳤다.

할버드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체력이 빠른 속도로 소진된다.


"지욱님!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도망가요. 보상도 좋지만 목숨이 더 중요하잖아요!"


아루넬이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성지욱은 검만 계속 휘둘렀다.


팅!


또 다시 검과 할버드가 부딪치며 소리를 냈고 성지욱은 열기에 지쳐갔다.

누가 봐도 무덤 지킴이가 유리해 보이는 상황.

성지욱은 웃었다.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정말 즐겁구나."

"인간. 그건 만용이다. 너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제 끝내도록 하겠다."


무덤 지킴이는 인간이 가망 없는 상황 앞에 실성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어진 일격에 깨졌다.


팅!


지금까지와 같은 금속음.

결과도 같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할버드가 튕겨나갔다.

감정이라곤 없던 무덤 지킴이의 얼굴에 경악이 들어찼다.

단순히 자신이 밀려서? 아니다.


팅!


다시 할버드가 밀려났다.

성지욱의 검은 할버드 뿐만 아니라 거기에 깃든 불꽃까지 베고 있었다.

버닝 웨폰이 캔슬됐다.


"나의 스킬을 베다니!"


무덤 지킴이가 애써 부정하면서 다시 버닝 웨폰을 사용했다.

타오르는 불꽃.

아까는 모든 것을 지져버릴 것만 같았지만 이제는 위태로운 촛불을 보는 듯 하다.


"스킬 따위에 기대니까 그렇지."


성지욱의 일검에 버닝 웨폰의 불꽃이 잘려나갔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 많은 불꽃이 소실되자 스킬이 캔슬됐다.

무덤 지킴이가 빈틈을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 성지욱의 찌르기가 들어갔다.


푹!


왼쪽 어깨. 깊다.

검을 뽑자 피가 울컥 쏟아진다.


'방어구도 그렇고 가죽도 그렇고 단단하군.'


마력을 검 끝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뚫지 못했을 것이다.


'속성 공격은 강력하지.'


다른 등반자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속성 공격을 쓰는 몬스터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놈의 공격 앞에 알량한 방어구 따위는 강렬한 불꽃에 타들어갈 것이다.


'거기에 방어력까지 이 정도면······. 이건 애초에 깨라고 만든 게 아닐 지도 모르겠어.'


무덤 지킴이가 재차 달려들었다.

놈의 오른쪽 허벅지에 구멍이 났다.

비틀거리며 할버드를 횡으로 긋는다.

할버드가 땅에 처박혔다.

이번엔 왼쪽 팔뚝 살이 잘려나갔다.


"이, 이럴 수가······."


한 번 덤빌 때마다 무덤 지킴이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열두 번째 공격 시도.

검이 무덤 지킴이의 심장을 꿰뚫었다.

선명한 검기가 검신을 감싸고 있었다.


털썩.


무덤 지킴이가 꼬꾸라졌다.


[원숭이왕의 무덤 지킴이를 처치하였습니다.]


'약해져서 좋은 점도 있네.'


어느 순간부터 느낄 수 없었던 전투의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위가 고요했다.


"더 안 나오나?"

"또 나오면 진짜로 죽어요!"


실제로 성지욱은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마력도 간당간당하다.

갑자기 느껴지는 갈증에 야자수 열매 하나를 따서 마셨다.


"크으. 달다 달아."


과육까지 흡입하듯이 먹고 나니 좀 살 거 같았다.


"이제 올라가볼까."


계단을 올라갔다.

혹시나 함정이 있거나 새로운 지킴이가 등장하지 않나 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관 앞에 섰다.

화려한 장식보다도 관에 새겨진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생전의 원숭이 왕의 모습을 표현한 듯 했는데 대부분이 싸우는 모습이었다.


"이 안에 대체 뭐가 있을까요?"

"열어보면 알겠지."

"끄응. 유령 같은 거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죠?"

"너 영체잖아. 어떻게 보면 너도 유령인데."

"전혀 달라요!"


성지욱이 보기엔 그게 그거였다.

관 뚜껑을 잡았다.

무게가 상당하다. 힘껏 들어올렸다.

꿈쩍도 안 했다.


"대체 뭐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무겁지? 잠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이게 단순히 무게 때문이 아니라면.

성지욱이 관 뚜껑을 잡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드드드.


꿈쩍도 않던 관 뚜껑이 마술처럼 열렸다.

황금빛이 터져나왔다.

눈이 부시다.

안에는 온갖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원숭이 왕의 보검]

-공격력: 50

-설명: 생전에 원숭이 왕이 가지고 다니던 보검이다. 실용성보단 장식에 치중했다. 원숭이 왕의 애검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을 지도.


"나쁘지 않아."


보검이라서 그런지 검의 균형이 살짝 맞지 않지만 성지욱에겐 상관없었다.


"지금 상점에서 살 수 있는 무기 중에 가장 공격력 높은 게 20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21이에요."

"기억력도 좋구만."


이 검만 있으면 최소 20층까지 무기 장만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관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두근. 두근.


원숭이 왕의 가슴 부근.

심장이 뛰고 있었다.


"헉! 살아있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


손을 갖다 대자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육체는 죽었고 심장만 뛰고 있다."

"아침은 먹었지만 밥은 안 먹었다. 뭐 이런 헛소리하는 거예요?"


심장이 뛰면 그건 살아있는 것 아닌가.

아루넬의 의견은 타당했다.


"이건 그냥 심장이 아니거든."


그 이상은 굳이 말로 할 것 없었다.

금은보화를 인벤토리 안으로 넣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넣는데도 한참 걸렸다.

쓸데없는 게 없어지자 원숭이 왕의 시체가제대로 보였다.

미라가 되거나 하지도 않았고 살점도 다 그대로 있다. 관의 영향일까.

왕의 실물이 눈에 들어왔다.

왕의 옷만 입었을 뿐 그냥 원숭이다.

아루넬이 원숭이 왕에게 손을 갖다 댔다.


"어라? 정말 맥박이 안 뛰어요."

"내가 말했잖아. 살아있는 거 아니라고."


성지욱이 검을 들었다.

원숭이 왕의 옷을 젖힌 뒤 가슴을 절개했다.

심장 방향으로 한 번 더 잘랐다.

실시간으로 뛰고 있는 심장이 보였다.

심장을 조심스레 도려냈다.


"그럼 진짜 보상 잘 받아가마."


[원숭이 왕의 마력심장]

-설명: 원숭이 왕의 마력심장이다. 주인은 죽었지만 작동은 멈추지 않았다.


성지욱도 마력 기관으로 마력 심장을 만든 상태다.

원숭이 왕의 심장을 이식받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


'내 마력 심장으로 흡수한다.'


강인한 존재들의 마력 심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진짜로 식사하듯이 먹어치워도 체력증진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것보단 천천히 녹여가지고 마력화해서 흡수하는 게 낫지.'


한 점의 손실도 없이 모조리 흡수하리라.

관 안에 남은 잡동사니까지 모조리 챙겼다.

심장마저 도둑질 당한 원숭이 왕이 보였다.

왠지 미안해서 뭐라도 챙겨주고 싶었다.

등에 메고 있는 야자수 열매가 보였다.

관 안을 야자수 열매로 채웠다.

훔쳐간 재물은 돌려줄 생각이 아예 없었다.


뚜껑을 닫았다.

들어온 길로 나려는데 문득 바람이 느껴졌다.


"방금 바람 불지 않았어?"

"지욱님의 양심에 난 구멍에서 불어온 거 아닐까요?"


성지욱이 바람이 불어온 쪽으로 걸어갔다.

벽 틈새에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벽의 문양이 뭔가 독특하다.

톡톡 두드리자 문양이 쑥하고 들어갔다.

벽이 열리고 비밀통로가 드러났다.


"거봐. 내 말 맞지?"

"끄응."


아루넬은 아무 말 못하고 잠자코 성지욱을 따라갔다.

통로를 쭉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출구가 보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 사람 키만 한 수풀 한가운데였다.

비밀통로니만큼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만들어놨으리라.


수풀을 헤치고 나왔다.

저 멀리 거대한 야자수가 눈에 들어왔다.

원숭이 왕에게 다 주고 수중에 남은 야자수 열매는 딱 10개였다.

이거면 원숭이 문지기도 통과할 수 있었다.


"근데 아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원으로 쳐들어갔는데 순순히 지나가게 해줄까요?"

"안 되면 죽이고 가야지."


방금 무덤 지킴이를 쓰러뜨리고 온지라 전혀 농담 같지가 않다.


거대 야자수 근처에 도착했다.

다른 파티가 야자수 열매를 주고 있었다.

원숭이 문지기는 까닭 없이 화를 냈다.

정확히 개수대로 줬는데도 짜증을 부린다.


"되게 화난 거 같은데요."

"그래도 공격하진 않잖아."


그래도 임무에는 충실한지 별다른 말썽 없이 인간들을 보내주고 있다.


"혹시 모르니까 대비는 해야겠지."


인벤토리에서 얼굴까지 가리는 투구를 꺼내서 섰다.

가죽 갑옷도 바꾸고 안에 입는 옷도 갈아입었다.

완전 딴사람이다.


원숭이 문지기 앞에 섰다.

야자수 열매 10개를 건네주니 씩씩대면서도 할 일을 다 했다.


똑똑해도 원숭이는 원숭이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거대 야자수에 달린 문을 연 채로 뒤를 돌아봤다.

원숭이 문지기가 노려보고 있다.


"불만이 많은가 본데."

"누가 사원에 무단침입을 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투구를 벗었다.

원숭이 문지기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불같이 화를 낸다.

알아본 모양이다.

놈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굳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

괜히 놈을 잡으면 다른 사람들이 6층을 탈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성지욱은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7층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쾅!


커다란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다.

성지욱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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