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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 님의 서재입니다.

신들 권능 유물 다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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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
작품등록일 :
2023.06.20 01:27
최근연재일 :
2023.07.16 10: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0,945
추천수 :
924
글자수 :
143,453

작성
23.06.20 08:00
조회
3,438
추천
64
글자
11쪽

1.

DUMMY

신은 죽었다.


철학가 니체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신이 죽은 걸 알았을까?

아, 상관없다.

어떻게 알았든지,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니까.


[필멸자는 머리를 숙여 경배할지어다! 위대한 신들의 올림포스에 전심을 다해 경배하라!]


어느날, 우리집 뒷방에 들어갔더니 이런 정신나간 문구가 떴었다.

그날도 허드렛일을 하는 짐꾼으로 던전에 가서 죽어라 막노동을 하고 들어왔던 차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나는 여느때처럼 갈아입을 옷을 찾으러 뒷방에 들어갔는데 배경이 바뀌면서 저런 오글거리는 문구를 접했다.

뭐 배경이 바뀌는 건 수많은 던전을 겪어봤으니 그럴 수 있다.

문구가 뜨는 것도 대(大) 헌터 시대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뭐냐? 왜 아무도 없냐?”


거창한 문구와는 달리, 이 거대한 산의 신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나를 맞아주는 것은 커다란 식탁 위의 화려한 만찬과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기이한 꽃과 풀들, 그리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식탁 앞의 열 한 개의 대리석 의자에는 오랫동안 아무도 앉지 않았는지 세월의 때가 묻어 있었고, 다른 열 한 개의 의자보다 훨씬 큰 상석의 대리석 의자는 화려하였지만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올림포스라고? 우리집 뒷방이 아니라?”


나는 그곳을 둘러보았다.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인류는 이미 던전이라는 엄청난 격변을 겪었고,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왜 여기가 올림포스가 맞는다면, 왜 신들이 없는 거지?

아니 신들이 있어줘야 내가 뭐라도 빌던가, 바짓가랑이를 잡던가 하지.

이 지긋지긋한 막장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애걸복걸이라도 하지.

신들이 왜 없냐고!


휘이잉-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할 신들은 죽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니체와 완전히 의견을 같이 했다.

신은 죽었다.

그런데 니체와 의견을 달리한 부분이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뭐야, 저거?”


각 의자에 이상한 것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한 의자에 하나로 크게 짜인 튜닉 아래, 기이하게 생긴 하프를 발견한 나는 그것을 들어보았다.


디리링-


손에 딱 맞게 생긴 하프는 불어오는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황홀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피곤이 극에 달했던 나였지만, 하프의 음을 듣자마자 그 피로가 순식간에 풀리는 것을 느꼈다.


[위대한 헤르메스의 리라에 손을 대는 자, 저주를 받아 영원히 귀가 멀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그럼 이 하프처럼 생긴 리라라는 게 헤르메스가 들고 다녔던 ‘그’ 리라라고?

아니, 그건 그렇고 이 저주는 뭐냐?


“파리 방귀 같은 저주잖아?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데?”


뭔가 엄청나게 살벌한 문구치고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리라를 한 번 튕겨 보았다.

어차피 저주받은 몸. 리라 한 번 더 연주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디리링-


‘와...!’


순간 나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던 나였지만, 이건 그 어떤 음악보다 사람의 혼을 빼놓는 음색이었다.


<‘신의 노래’ 효과로 피로가 완전히 회복됩니다>

<‘신의 노래’ 효과로 10분간 정신력이 15 상승합니다>

<‘신의 노래’ 효과로 10분간 근력이 15 상승합니다>

...


“뭐냐, 이거!”


신의 노래라고?

아니, 그냥 이 작은 리라를 한 번 튕겼을 뿐인데?

어, 맞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니체와 의견을 달리했다.

신은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를 남겼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생전에 그들이 즐겨 썼던 장비들이라든지...


“응?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야? 와, 죽이는데?”


그때, 나는 너무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뭐냐, 이 샐러드는?”


요새 유행하는 샐러드가 커다란 식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만찬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한 지금 나는 미친 듯한 식욕에 사로잡혔다.

정확하게 말하면, 샐러드의 향기를 맡은 순간부터.


와구- 와구-


이후,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샐러드를 두 손으로 집어 입속으로 미친 듯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맛은...

정말 미쳐버릴 정도였다.


‘더 먹고 싶어! 더더더!’


아니, 평범하게 생긴 샐러드가 이렇게 미친 맛이라니!

단언하건대, 내가 이제까지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더욱, 아니 이 샐러드에 그 음식들을 비교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내가 이제까지 먹은 음식들은 음식 재료 조합물이라면, 이 완벽한 샐러드는...


“꺼윽!”


얼마나 퍼먹었을까, 나는 배가 터져나가기 일보직전인 것을 깨닫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의 극한이 어느 정도일까?

마약?

아니면 종족 번식을 위한 행위?

아니면 도박에서 승리할 때의 짜릿함?

아니, 그 모든 것도 이 샐러드 앞에서는 부질 없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금잔에 있던 물을 마시자, 그 쾌락은 더욱 더 극대화가 되었다.


[필멸자가 존귀한 신들의 음식,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욕심내는 순간 영원한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또 무시무시한 경고가 떴다.

하지만 그 경고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암, 암브로시아? 이게? 이건 넥타르라고?’


어릴적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았던 내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신들의 ‘불노불사’를 만들어준다는 두 음식이 바로 암브로시아와 넥타르가 아닌가!


<‘천상의 음식, 암브로시아’를 섭취하여 공복도가 회복되었습니다>

<‘천상의 음식, 암브로시아’ 효과로 수명이 3년 증가합니다>

<‘천상의 음식, 암브로시아’ 효과로 신체 능력치 한계가 각각 10씩 증가합니다>

<‘천상의 음식, 암브로시아’ 효과로 온몸의 질환이 치유됩니다>

...


<‘천상의 음료, 넥타르’를 섭취하여 갈증이 해결됩니다>

<‘천상의 음료, 넥타르’ 효과로 이후로 갈증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천상의 음료, 넥타르’ 효과로 수명이 1년 증가합니다>

<‘천상의 음료, 넥타르’ 효과로 만병불침(萬病不侵) 상태가 됩니다>

<‘천상의 음료, 넥타르’ 효과로 만독불침(萬毒不侵) 상태가 됩니다>

<‘천상의 음료, 넥타르’ 효과로 모든 원소내성이 60 상승합니다>

...


“...”


난 지금부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이해를 포기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카립디스라는 여자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훔쳐 먹었다가 제우스에게 번개를 맞고 괴물이 되어 버렸었지.

그만큼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는 신성시되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웬걸, 지금 여기엔 내게 번개를 내리칠 제우스가 없네?


“제우스가 없어, 제우스가!”


올림포스에 제우스가 없다.

헤르메스도 없고, 아테네도 없다. 아폴론, 아프로디테도 없다.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올림포스 산에 주인이 없다는 거다!

그들의 유품은 있으되, 신은 죽어 버렸다.


‘잠깐!’


나는 나도 모르게 눈길을 상석으로 돌렸다.

틀림없이 제우스가 앉던 의자이겠지.

보랏빛 튜닉이 걸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하다.

나는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 흥분된다.

제우스는 도대체 무엇을 남겼을까?


[신들의 왕에게 다가가는 순간, 필멸자는...]


“좀 닥쳐 주겠어?”


이들이 살아 있었던 시대에는 이 경고가 매우 무시무시했었겠지.

그런데 신들은 죽었다.

그러니 경고 따윈...


<‘최고의 신’의 튜닉에 접촉했습니다. 제우스의 은총이 5분간 유지됩니다>

<‘최고의 신’의 튜닉 접촉 효과로 5분간 방어력이 20 올라갑니다>

<‘최고의 신’의 튜닉 접촉 효과로 5분간 번개 계열 공격에 완전 면역이 됩니다>


미쳤다!

입은 것도 아니라, 그저 제우스가 입던 튜닉을 건들기만 했는데 이런 버프 효과라니!

하지만 내가 노린 것은 그의 튜닉이 아니었다.

신들의 제왕이라고 불린 그가 남긴 또 다른 것...


‘있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제우스하면 바로 이것이지.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진, 번개모양의 단검.

단검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미친 듯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치사량의 뇌전이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물러나십시오!>

<경고! 치사량의 뇌전이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물러나십시오!>

...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미리 방지해주는 ‘경고’ 상태창을 구입한 이래, 이렇듯 미친 듯 울리는 건 처음 봤다.

그런데 나는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아난 것보다는, 경고 상태창의 한 단어에 홀린 듯 멈춰섰다.


“뇌전...!”


뇌전.

확실하다.

저 작은 단검은 제우스의 것.

즉, 저것을 손에 넣으면 나는 제우스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아마 다시 손을 뻗는 순간, 나는 뿜어지는 번개에 의해 새카맣게 재가 되어 버리겠지.


‘아닌데?’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건 넌센스다.

저 보랏빛 튜닉!

저거 만지기만 해도, 번개에 면역이었잖아?

그런데 이 단검은 만지면 뇌전에 감전되어 즉사한다.


‘어느 놈이 이길까?’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


‘시험해보자!’


생각해보니, 튜닉의 힘만 있는게 아니다.

넥타르를 마시고 나는 모든 원소에 대한 내성이 60이 올랐다.

최대치가 100이니, 불, 물, 나무, 흙, 번개 등의 내성에 어마어마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

즉, 즉사까진 아닐 수도 있다는 뜻.

그리고 일단 튜닉을 입어보면 알겠지.

제우스, 그의 힘을 쓸 수 있을지 아닐지.


펄럭-


나는 제우스의 보랏빛 튜닉을 집어들었다.

아까 접촉효과를 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잠잠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바로 튜닉을 입었다.

그러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파앗-


“으윽!”


눈앞에서 새하얀 광채가 폭발하듯 뿜어지며 나를 뒤로 튕겨낸 것이다.


“으으...!”


<‘최고의 신’의 튜닉을 착용했습니다. ‘일체화(一體化)’가 시작됩니다>

<일체화 대상 : 제우스(Zeus)>

...


이게 무슨!

내가 지금 제우스와 일체화가 되고 있다고?

고작 이 튜닉 하나 걸쳤을 뿐인데?


<일체화 완료>


<모든 원소 내성이 90으로 증가합니다>

<번개 내성에 완전 면역이 됩니다>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피서(避暑), 피한(避寒)의 능력이 생깁니다. 앞으로 더위와 추위에 내성이 생깁니다>

<‘독수리의 주인’ 칭호를 얻습니다. 이후 모든 독수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독수리의 왕’ 에카르를 길들일 수 있습니다>

<호색한(好色漢)의 칭호를 얻습니다. 모든 이성에게 호감을 얻을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와...!’


아니, 도대체 제우스는 어떤 존재였던 거냐?

고작 튜닉 하나로 이런 엄청난 효과가 발생하다니!

튜닉이 이 정도인데, 그가 티탄과 싸울 때 입었던 갑옷을 걸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튜닉을 걸친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모든 신의 왕.

모든 왕의 신.

그런 그가 남긴 강력한 유산.

번개 모양의 단검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단검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힘이, 눈앞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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